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젠장, 또다시 바깥 상황이 악화됐어. 이대로면 중앙 통제실도 오래 못 버틸 거야.”

지우는 투박한 망치로 부서진 교실 문틈에 박힌 판자를 한 번 더 내려쳤다. 쿵, 쿵. 매번 내리칠 때마다 낡은 나무가 삐걱거렸고, 그 소음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외부의 끔찍한 울음소리에 맥없이 묻혔다.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한때는 찬란한 마법의 빛으로 가득했던 이 성스러운 배움의 전당은 이제 잿빛 하늘 아래 거대한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몇 주 전, 전 세계를 덮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변했다. 마법사들은 결계를 치고 주문을 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찢고 삼키는 끔찍한 존재들 앞에서는 마나조차 무력했다.

“겨우 이 정도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우?”

뒤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서였다. 그녀는 한때 윤기 나던 은발을 엉성하게 묶고, 언제나 깔끔했던 마법사 로브 대신 흙먼지 묻은 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손에는 지팡이 대신 녹슨 식칼을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피로했지만, 흔들림 없는 마력의 기운이 감돌았다.

“생각하긴 뭘 생각해. 버텨야지.” 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차피 대피소라고 해봐야 여기밖에 없어. 중앙 통제실 지하, 옛날에 금지된 마법을 보관하던 창고 있잖아? 거기가 그나마 가장 안전할 거야.”

민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금지된 마법 창고? 지우, 거기엔 발을 들여서도 안 된다고 수도 없이 교육받았어. 우리조차 알 수 없는 고대 주술들이 잠들어 있다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밖에선 매시간마다 놈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 여기 있는 사람들도 슬슬 이성을 잃어가고 있고. 지금은 마법이고 뭐고, 살아남는 게 우선이야.” 지우는 판자를 고정한 채 민서를 돌아봤다. “너도 알잖아, 민서. 어제 밤에 급수 시설이 완전히 망가졌어. 식량은? 이대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중앙 통제실은 곧 뚫릴 거야. 지하 창고는… 적어도 뭔가 쓸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물이라도, 아니면… 놈들을 잠시라도 막을 만한 마법 도구라도.”

민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바깥의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학원 내부에 남아있는 생존자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자원 고갈은 시간문제였다. 지하 창고는 불길한 소문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학원의 가장 깊숙한 곳,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다.

“좋아.” 민서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약속해. 위험하다 싶으면 즉시 돌아오는 거야. 그리고 함부로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걱정 마.” 지우는 피식 웃었다. “난 살고 싶거든.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까 싶지만.”

민서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문밖을 경계하며 지우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조용히 학원 내부를 가로질렀다. 핏자국으로 얼룩진 복도, 깨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잿빛 하늘, 그리고 멀리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과 울음소리들. 학원의 웅장했던 마법석 조명은 모두 꺼진 지 오래였고, 손전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앞길을 밝혔다.

중앙 통제실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낡은 방어 결계가 번뜩이며 놈들의 공격을 겨우 막아내고 있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었고, 몇몇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통제실 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지우와 민서가 중앙 통제실 깊숙한 곳, 바닥에 숨겨진 철문을 향해 가자, 한 나이 든 마법사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하로요.” 지우가 짧게 대답했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러 갑니다.”

마법사의 얼굴에 회의감이 스쳤지만, 이내 절망적인 체념으로 변했다. “조심하게. 그곳은… 학원의 가장 어두운 비밀이 잠들어 있는 곳이야.”

지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민서와 함께 철문 앞에 섰다. 굳게 닫힌 철문에는 여러 개의 복잡한 마법 봉인 주문이 새겨져 있었다. 민서가 손을 뻗어 봉인 주문을 어루만졌다. 푸른 마력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랐고, 고대 주문들이 천천히 빛을 발하다 이내 잦아들었다. 콰아앙! 낡은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후드득 쏟아져 나왔다. 곰팡이 냄새와 흙냄새,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역한 비린내가 뒤섞인 냄새였다. 손전등 불빛 아래 드러난 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듯했다. 벽에는 오랜 세월을 견딘 이끼와 덩굴이 뒤엉켜 있었고, 희미하게 빛나는 낡은 마력등 몇 개만이 어둠 속에서 간신히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깊네.” 지우가 중얼거렸다.

“금지된 마법을 보관하는 곳이니 당연하지.” 민서는 칼을 고쳐 쥐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마나 흐름이… 이상해. 지상의 혼란스러운 마나와는 다른 종류의 기운이야. 훨씬 더 어둡고… 끈적거려.”

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넓은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양옆으로는 낡은 선반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먼지 쌓인 고문서와 봉인된 마법 도구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여기저기 찢어진 종이 조각과 깨진 유리병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선반 몇 개는 아예 쓰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뭔가를 찾으려고 했거나, 혹은 이곳에서 격렬한 싸움이라도 벌어진 듯했다.

“누가 여기 들어왔었나?” 지우가 바닥에 떨어진 낡은 양피지 조각을 발로 툭 건드렸다.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봉인은 내가 풀었어. 이 봉인은… 학원 설립자들이 직접 만든 가장 강력한 보호 주문 중 하나야. 내가 알기로는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은 이 학원에서도 손에 꼽아. 더구나 최근 몇 년간은 아무도 이곳에 접근하지 못했어.”

그때, 민서의 눈이 한곳에 멈췄다. 통로 끝, 거대한 이중 철문이 보였다. 철문에는 학원의 상징인 독수리 문양과 함께, 더욱 복잡하고 음산한 마법 문자들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인 봉인 주문과는 달랐다. 강력한 경고이자 동시에 무언가를 *가두려는* 듯한,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저긴… 뭐야?” 지우가 문득 목소리를 낮췄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모르겠어.” 민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아는 지하 창고의 설계도에도 저런 문은 없었어. 아마 일반 학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구역인 것 같아.”

문득, 철문 안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느끼는 듯하기도 하고, 긁는 듯하기도 한,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지우와 민서는 동시에 숨을 멈췄다. 그것은 바깥의 좀비들이 내는 익숙한 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훨씬 더 깊고, 어딘가 고통스러우며… 기괴했다.

“들었어?” 지우가 속삭였다.

“응.” 민서의 손이 식칼의 손잡이를 더 꽉 쥐었다. 마력이 그녀의 몸을 휘감으며 희미하게 빛났다. “조심해, 지우. 뭔가… 뭔가 이상해.”

그들은 조심스럽게 철문으로 다가갔다. 민서는 문에 손을 대는 대신, 마력을 흘려보내 주변의 마나 흐름을 감지했다.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건… 마나 필터링 결계야. 안에서 새어 나오는 마력을 억지로 정화하고 압축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어. 하지만… 안의 마나가 너무 강해서 결계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무슨 마력이길래?” 지우가 불안하게 물었다.

민서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젓고 눈을 감았다. 집중해서 안쪽의 마나 흐름을 파악하려 했다. 곧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이건… 이건 생명 마나가 아니야. 사령 마나도 아니고… 뒤틀린 마나야. 생명과 죽음, 그 사이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온갖 끔찍한 기운이 섞여 있어. 마치… 강제로 만들어진 것 같은… 불완전하고 역겨운 존재의 마나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철문 안쪽에서 훨씬 더 크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퀘액-! 짐승의 울음 같기도 하고, 사람의 절규 같기도 한,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소리였다. 동시에 철문이 쿵! 하고 크게 흔들렸다. 벽에 박힌 마력등들이 깜빡거리며 곧 꺼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젠장, 저 안에서 대체 뭐가…” 지우가 말을 잇지 못했다. 본능적인 공포가 그의 목을 조여왔다. 바깥의 좀비들은 그저 굶주린 시체들이었지만, 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존재 자체가 뒤틀린 무언가의 절규였다.

민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단순히 금지된 마법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야. 이건… 이건 연구실이었어. 누군가 이곳에서 생명을 가지고… 금기를 어기는 짓을 하고 있었어. 이 마나… 마치 강제로 합쳐지고 찢겨 나간 생명들의 비명 소리 같아.”

쿵! 쿵! 안쪽에서 쇠붙이를 때리는 듯한 격렬한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비명 소리는 더욱 커졌다. 철문이 움푹 파이며 안쪽에서 뭔가 강력한 것이 문을 부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문에 새겨진 봉인 주문들이 빛을 발하며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곳곳에 금이 가고 있었다.

“결계가 약해지고 있어! 곧 부서질 거야!” 민서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건… 단순한 좀비 따위가 아니야! 학원이 숨겨온… 끔찍한 금기야!”

쾅!!!

마침내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한쪽이 완전히 찌그러졌다. 틈새로 끔찍한 비린내가 더욱 강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틈으로, 손전등 불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것은… 거대한 촉수였다. 사람의 팔보다 훨씬 굵고, 뼈와 살이 뒤섞여 기괴하게 뒤틀린 촉수. 그것은 붉은 혈관이 울퉁불퉁 솟아 있었고, 끄트머리에는 날카로운 발톱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도망쳐, 지우! 이건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민서가 비명을 지르며 지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지우의 눈은 촉수를 넘어, 그 틈새 너머의 어둠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미처 닿지 않는 심연 속에서, 마치 거대한 괴물이 숨 쉬는 듯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굶주린 시체가 아니었다. 이것은… 학원의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살아있는 악몽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지우의 등골에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바깥의 좀비 아포칼립스보다, 바로 이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금기’가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끔찍한 위협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찌그러진 철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처절하고 기괴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그 소리에 알 수 없는 분노와, 찢겨진 마나의 절규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학원 지하에 숨겨진, 살아있는 재앙의 예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