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심산의 그림자
단우는 오늘도 땀방울을 흘렸다. 거친 숨이 얼어붙은 새벽 공기를 헤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낡은 도끼날이 두꺼운 참나무 둥치를 파고들 때마다 둔탁한 소음이 골짜기를 울렸다. 열여덟 해를 살아온 소년의 몸은 이미 굳은살로 뒤덮여 있었고, 뼈마디는 쑤셨지만, 그는 쉬지 않았다. 지게에 나무를 한 짐 가득 채워야만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 없이 넘길 수 있었다.
해는 아직 중천에 뜨지 않았건만, 단우의 지게는 이미 어른 키만 한 나무토막으로 위태롭게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굶주린 맹수처럼 주위를 살폈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쌓아둔 땔감이 많아야 할 텐데.’
그는 언제나 더 깊이, 더 외진 곳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맹수도 나타나는 험한 산의 깊은 곳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단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산 깊은 곳에 가야만 아직 베어지지 않은 굵은 나무들이 있었고, 때로는 운 좋게 약초라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만이 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먹여 살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날도 단우는 평소보다 더 깊숙한 산자락을 헤치고 있었다. 굽이치는 능선을 몇 번이나 넘었을까. 발아래 푹신하게 깔린 낙엽과 흙은 점점 인적이 끊긴 야생의 기운을 내뿜었다. 등 뒤에 짊어진 지게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의 발걸음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그때였다. 쨍한 소리와 함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우르릉 쾅! 먹구름이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더니,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우는 급히 몸을 피할 곳을 찾았지만, 주위는 온통 거목과 날카로운 바위뿐이었다.
“젠장, 이런 날씨에….”
그는 젖어드는 몸을 애써 감추며 시야를 넓혔다. 그때, 벼락에 맞아 쓰러진 오래된 고목 옆,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자리에 조그만 틈이 보였다. 거대한 뿌리들이 뒤엉킨 틈바구니 사이로, 마치 짐승의 입처럼 벌어진 검은 동굴 입구가 희미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며칠 전 내린 폭우가 약해진 지반을 무너뜨려 드러난 듯했다.
‘굴인가? 저런 곳에….’
호기심이 발동한 단우는 조심스럽게 그 틈새로 기어들어갔다. 좁고 축축한 통로를 몇 걸음 기어가자, 거짓말처럼 공간이 넓어졌다. 동굴 내부는 서늘하고 건조했으며, 바깥의 폭풍 소리는 거짓말처럼 잠잠했다. 어둠 속에서도 시야가 적응되자, 희미한 빛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동굴의 중앙에는,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빛을 발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 키만 한 검은색 돌비석 세 개였다. 세 개의 비석은 기묘한 형태로 삼각형을 이루고 서 있었고, 그 표면에는 난해하고 기괴한 문자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문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희미한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오래된 먼지가 그들을 뒤덮고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빛을 감출 수는 없었다.
단우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살면서 이런 기이한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돌덩이일 뿐인데, 이토록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다니. ‘고대 유적… 인가?’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망설임 끝에,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비석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손끝이 차가운 돌에 닿는 순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듯한 격렬한 충격이 전해졌다.
파지직!
마치 거대한 번개가 뇌리를 관통하는 듯한 고통과 함께, 차갑던 비석에서 뜨거운 기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크악!”
단우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전신이 불타는 듯 뜨거워졌고, 핏줄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려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마치 자신의 몸이 거대한 그릇이 되어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을 억지로 담아내는 것 같았다. 그의 영혼마저 송두리째 뽑혀나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단우는 이를 악물었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비석에 새겨진 기묘한 문양들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단우는 축 늘어진 몸을 겨우 일으켰다. 숨은 여전히 가빴지만, 방금 전의 극심한 고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몸의 구석구석에서 전에 없던 활력이 솟아나는 듯했다. 마치 오랜 갈증에 시달리던 대지가 단비를 맞은 듯, 모든 세포가 생기로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다시 비석을 바라봤다. 여전히 희미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그 빛이 훨씬 약해진 듯했다. 마치 비석의 일부 에너지가 자신에게 흡수된 것처럼 느껴졌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단우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더 이상 이전의 단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온몸의 감각이 예리해졌고, 어둠 속에서도 사물이 또렷하게 보였다. 빗소리,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풀벌레 소리까지,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모든 소리가 또렷하게 귀에 박혔다. 그의 손을 뻗어보면, 공기 속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 입자들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그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자신의 몸 안에 잠들어 버린 것을 직감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써야 할 힘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의 삶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단우는 비석에 새겨진 난해한 문양들을 다시 한 번 응시했다. 그중 하나의 문양이, 희미하게 그의 눈에 들어오는 듯했다. 마치 ‘시작’을 알리는 듯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문양이었다.
그는 젖은 몸을 이끌고 동굴을 벗어났다. 바깥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의 심장은 폭풍우보다 더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