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웹툰 에피소드 대본: 천공의 제단 – 1화: 운룡의 서막**

**[장면 1]**

**# 배경:** 현무산 정상.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절벽 위, 두터운 구름이 휘감은 거대한 원형 제단이 보인다. 제단의 중앙에는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딘 낡고 검은 바위가 굳건히 박혀 있고, 그 주위로 수천 명의 무림인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바람이 휘몰아치며 오색찬란한 깃발들이 맹렬하게 펄럭이는 소리가 천지를 울린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간이 비추며 제단 전체에 신비로운 기운을 더한다. 공기는 날카롭고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해설자 (내레이션 – 낮고 웅장한 목소리):**
“천하의 운명이 드리워진 곳, 현무산 천공의 제단. 백 년에 한 번, 세상의 혼돈을 잠재우거나 혹은 새로운 혼돈을 불러올 ‘운룡대회’가 다시 막을 올리는 순간이다.”

**[장면 1-1]**

**# 배경:** 제단 가장자리에 선 이설. 검소한 회색 도포 차림의 그는 수많은 무림인들 사이에서 작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제단 중앙의 검은 바위,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강호의 고수들을 향한다.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들려 있지 않다.

**이설 (독백):**
‘천하제일 무도회라… 실로 엄청난 기운들이군.’
(눈을 가늘게 뜨며 주위의 고수들을 스캔한다. 각기 다른 문파의 상징이 박힌 무복, 햇살에 번뜩이는 검날과 창날들. 그들의 눈빛에는 승리에 대한 열망과 함께, 짙은 살기(殺氣)가 서려 있다.)
‘살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아. 마치 칼날 위에 선 기분이군.’

**[장면 1-2]**

**# 배경:** 군중 속, 이설의 시선이 한곳에 멈춘다. 굳게 다문 입술과 칼날 같은 눈빛을 가진 사내, 흑운이 그의 옆을 지나쳐 간다. 흑운은 검은색 비단 무복을 입고, 허리춤에는 번쩍이는 검집이 매달려 있다. 그의 오만한 표정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흑운의 어깨가 스치는 찰나, 이설은 찰나의 전율을 느낀다.

**이설:** (작게 읊조린다)
“…검마(劍魔) 흑운.”

**흑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스쳐 지나가며 나지막이 내뱉는다)
“흥, 잡동사니들이 모여서….”
(시선은 정면을 향하지만, 그 말은 분명 이설을 포함한 주위의 평범해 보이는 무림인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주위의 몇몇 무림인들이 그의 말에 분개하며 흑운을 노려보지만, 그의 살벌한 기운에 쉬이 나서지 못한다.)

**[장면 2]**

**# 배경:** 제단 중앙, 검은 바위 앞에 백발이 성성한 대회가 진행 위원장 ‘청허 도인’이 나타난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하고 웅장한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킨다. 둔탁하고 깊은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며 모든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시킨다.

**청허 도인:** (단전에 힘을 실어 외친다. 그의 목소리는 수천 명의 귀에 또렷이 박히며, 바람소리마저 잠재운다.)
“강호의 모든 영웅들이여! 백 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운룡대회가 시작되었음을 선언한다!”

**[장면 2-1]**

**# 배경:** 군중이 술렁인다. 기대와 흥분, 혹은 불안과 투지가 뒤섞인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설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손목을 돌린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하지만, 눈빛 속에는 옅은 긴장감이 스친다.

**청허 도인:**
“운룡대회는 그저 무예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천공의 옥패를 차지하여, 천하의 기운을 다스릴 진정한 용(龍)을 가려내는 신성한 의식이다!”
“옥패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될 것이며, 그 한 사람의 선택으로 천하는 안녕을 찾거나, 영원한 혼돈에 빠질 것이다! 모든 강호인들은 이 엄숙한 사실을 명심하라!”

**[장면 2-2]**

**# 배경:** 청허 도인이 손짓하자, 제단 중앙의 검은 바위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며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빛은 점차 강해져 구름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며, 제단 전체를 신비롭고 영롱한 기운으로 감싼다. 군중의 시선이 빛을 향해 일제히 쏠린다. 숙연함과 경외감이 뒤섞인 정적이 흐른다.

**이설 (독백):**
‘천공의 옥패… 저 빛 속에 숨겨진 것이로군.’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빛난다. 어딘가 모르게 흔들림 없는 그의 눈동자 속에는 굳건한 결심이 엿보인다.)

**[장면 3]**

**# 배경:** 대회장 한편에 거대한 비단 천으로 된 대진표가 바람에 펄럭이며 펼쳐진다. 먹물로 쓰인 수많은 이름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위에 꽂힌다.

**청허 도인:**
“첫 번째 경합은 예선전, ‘용문의 시련’이다! 모든 참가자는 각자 지정된 대련장에 오르라! 단 한 명만이 다음 관문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즉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대련장에 오르도록!”

**[장면 3-1]**

**# 배경:** 대진표의 한 칸, 이설의 이름이 적힌 곳에 불이 들어오듯 환하게 빛난다. 그의 맞은편에는 ‘광풍검(狂風劍) 장호’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장호는 우락부락한 체격의 중년 검사로, 허리에 찬 거대한 검이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풍긴다. 그는 이설을 발견하고는 험악한 표정으로 혀를 찬다.

**장호:** (험악한 표정으로 이설을 노려본다)
“흐음, 쯧쯧. 아무것도 없는 애송이가 첫 상대라니. 운이 없군.”
(피식 비웃으며 거친 손으로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린다. 그의 눈빛에는 상대를 얕보는 오만함이 가득하다.)

**이설:** (표정의 변화 없이, 조용히 걸어나간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지만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굳건함이 느껴진다.)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이설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제법 또렷하게 장호의 귀에 박혔다. 장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린다.)

**[장면 4]**

**# 배경:** 이설과 장호가 대련장 중앙에 마주 선다. 대련장은 제단 가장자리에 여러 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들의 대련장은 유독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끈다. 장호의 거대한 검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적이며, 이설의 맨손은 더욱 왜소해 보인다.

**심판 (호명):** (우렁찬 목소리)
“첫 번째 대련! 광풍검 장호 대… 무명 이설!”

**장호:** (심판의 호명과 동시에 검집에서 검을 꺼낸다. 칼날이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인다.)
“애송이, 제 발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바닥을 박차고 튀어나가며 거대한 검을 휘두른다. 육중한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카로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흙먼지가 회오리친다.)
“광풍검법, 일격!”

**[장면 4-1]**

**# 배경:** 이설의 눈빛이 한순간 깊어진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장호의 검날을 보며,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발끝으로 살짝 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검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검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깊은 검흔이 남으며 흙바닥이 파헤쳐진다.

**이설 (독백):**
‘빠르다… 그리고 힘이 실려 있어. 단순히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될 거야.’

**장호:** (기습이 통하지 않자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예상 밖의 움직임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호오… 제법 피하는군. 하지만 그뿐이다! 이것도 막아낼 수 있겠느냐!”
(검을 다시 휘두르며 연속 공격을 퍼붓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격에 이설은 방어에 급급한 듯 보인다. 물결처럼 이어지는 검의 파동이 이설을 휘감는다.)

**[장4-2]**

**# 배경:** 이설은 맹렬한 검격 속에서 계속해서 피한다. 몸을 낮추고, 옆으로 비틀고, 심지어는 검의 궤적을 예측하여 한 발 앞서 움직인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유연하면서도,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다. 그의 맨손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단 한 번도 검에 스치지 않는다.

**관중 1:**
“어라? 저 애송이, 피하기만 하는데? 겨우 저게 전부인가?”

**관중 2:**
“광풍검의 저런 맹공을 저리 오래 버티는 것만 해도 대단한 실력이야!”

**흑운:** (멀리서 이 장면을 지켜본다. 살짝 비웃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움직임이… 잔영(殘影)을 남기지 않는군.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 저런 어린 나이에 저런 경지라니. 흥미롭군.’

**[장면 5]**

**# 배경:** 장호의 공격이 맹렬해질수록 이설의 피하는 동작은 더욱 간결하고 정확해진다. 그의 시선은 오직 장호의 검 끝, 그리고 미세하게 흔들리는 손목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공격의 흐름을 읽으려 애쓰는 듯하다.

**이설 (독백):**
‘광풍검법… 첫 세 수는 전력을 다해 휘두른다. 그리고 다음 세 수는 방향을 전환하는 동시에 힘의 분배에 미세한 불균형이 생긴다. 그 후에는 반드시….’
(장호의 검이 마지막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러진다. 장호의 자세가 한순간 무너지는 찰나, 그의 몸에 빈틈이 드러난다.)

**장호:**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그의 눈에는 이미 승리가 그려져 있다.)
“이 자식! 감히 날 농락해! 죽어라!”

**[장면 5-1]**

**# 배경:** 장호의 거대한 검이 이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순간, 이설은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 대신,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장호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의 주먹이 번개처럼 장호의 턱을 향해 뻗어 나간다. 무방비 상태의 급소를 정확히 노린 일격이었다.

**이설:**
“…빈틈.”

**장호:** (뒤늦게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경악에 물든다.)
“크… 크헉!”

**[장면 5-2]**

**# 배경:**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호의 거대한 몸이 그대로 뒤로 나자빠진다. 그의 검은 허공을 갈랐을 뿐, 이설에게 닿지 못했다. 장호는 바닥에 쓰러진 채 경련하다가 이내 정신을 잃는다. 그의 손에서 거대한 검이 떨어지며 ‘쨍!’ 하는 소리를 낸다. 정적이 흐른다.

**심판:** (놀라움에 잠시 말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외친다.)
“대… 대련 종료! 승자, 무명 이설!”

**[장면 6]**

**# 배경:** 제단 전체가 경악과 환호로 들썩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무명 애송이가 광풍검 장호를 맨손으로 쓰러뜨리다니. 이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쓰러진 장호를 잠시 내려다본 후, 심판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대련장을 벗어난다. 그의 등 뒤로, 강렬한 시선 하나가 꽂힌다.

**흑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이설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무명이라… 흐음, 재밌군. 운룡대회에 이 정도의 복병이 숨어 있었다니.’

**이설 (독백):**
‘이제… 시작일 뿐.’

**해설자 (내레이션):**
“무명으로 시작된 작은 파문이, 거대한 운룡의 흐름을 뒤흔들 첫 번째 물결이었다. 천하의 운명을 건 대회는 이제 막 그 서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앞으로 그 파문이 어떤 거대한 폭풍이 되어 강호를 휩쓸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