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비가 살을 에는 듯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몸뚱이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였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이제 익숙한 친구라도 되는 양 늘 함께했다. 머리보다 먼저 땅에 닿을까 봐 공포에 질린 것이 아니었다. 단지,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향한 증오를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크… 큭….”

핏물 섞인 침이 튀었다. 피 냄새는 코를 찌르고, 살이 찢어지는 감각은 온몸을 관통했다. 내단이 파괴된 단전은 마치 텅 빈 동굴처럼 허망하게 울렸다. 한때 그 어떤 무공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던 강대한 영기(靈氣)는 이제 조각조각 부서진 잔해들만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그래. 영기가 사라졌으니, 나는 이제 그저 속세의 범인과 다를 바 없다. 아니, 그보다 더 못한. 움직일 힘조차 없는 폐인일 뿐.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것은 평생의 삶이 아니라, 오직 그자의 얼굴뿐이었다.

* * *

수십 년 전, 흑암산맥(黑巖山脈)은 늘 우리 문파의 금지구역이었다. 거대한 암석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심연 같은 계곡에는 악독한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곳. 그러나 그곳 깊숙한 곳 어딘가에, 세상을 뒤엎을 만한 비보가 잠들어 있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바로 구천현옥(九天玄玉). 하늘의 아홉 기운을 담은 신비로운 옥으로, 단 한 조각만으로도 인간의 몸을 신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설의 보물이었다.

그 구천현옥을 찾기 위해, 스승님은 내게 임무를 맡기셨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벗이자 사형인, 휘영(暉影)과 함께 떠나라는 명을 내리셨다.

“천우야, 휘영아. 너희 둘이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다.”

스승님의 말씀은 언제나 우리에게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특히 휘영은, 비록 내가 문파에서 가장 뛰어난 영근(靈根)을 타고났다고 평가받았지만, 나보다 더 노력하고 더 집요하게 수련하는 자였다. 그의 검은 그림자처럼 조용했고, 그의 눈빛은 언제나 빛을 갈망했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며, 문파의 떠오르는 두 개의 태양으로 불렸다.

흑암산맥의 여정은 험난했다. 수많은 마수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였고, 지독한 독기에 중독될 뻔한 위기도 여러 번 넘겼다.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맡기고, 생사를 함께 했다. 휘영은 언제나 나의 방패가 되어주었고, 나는 그의 칼날이 되어주었다.

“천우야,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아. 영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휘영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흥분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며칠 밤낮을 헤매며 흑암산맥의 가장 깊은 곳, 전설 속의 ‘현옥동굴(玄玉洞窟)’에 다다랐다.

동굴 안은 그야말로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푸른빛을 발하는 영기가 공기 중에 가득했고, 그 기운은 동굴의 벽을 따라 흐르며 마치 살아있는 물결 같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옥빛이 감도는 거대한 암반 위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한 옥 조각이 놓여 있었다.

구천현옥. 그것은 전설 그 자체였다.
순수한 영기가 뿜어져 나와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릴 지경이었다.

“하… 하하… 드디어…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 휘영아!”

나는 감격에 겨워 휘영의 어깨를 꽉 잡았다. 우리는 수십 년간의 수련이 결실을 맺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문파의 영광과 우리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응, 천우야. 정말… 대단해.”

휘영은 나지막이 중얼거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나보다 더 진한 감격이 서려 있는 듯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구천현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영기의 흐름이 나의 손끝으로 집중되고,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섬뜩한 냉기가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돌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차가운 강철이 나의 명문혈(命門穴)을 꿰뚫는 감각과 함께, 익숙한 기운이 나의 단전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어왔다.

“크윽!”

내뱉은 비명은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되었다. 충격과 고통에 몸이 휘청였다. 눈을 부릅뜨고 돌아본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얼굴이 서 있었다.

“휘… 휘영…?”

내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나의 유일한 벗, 나의 사형 휘영이었다. 그의 손에는 피가 흥건한 짧은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감격 대신, 차갑게 일그러진 비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보아왔던 그의 얼굴이, 한순간에 낯선 악귀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어리석은 천우. 아직도 내가 너의 벗이라고 생각하는가?”

휘영의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 속에는 내가 알던 따뜻함이나 우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경멸과 비웃음, 그리고 지독한 갈망만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나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단전에서부터 시작된 파괴는 전신의 경락을 타고 퍼져 나갔다. 모든 영기가 역류하며 오장육부를 찢어발기는 듯했다.

“무슨 짓이냐고? 글쎄, 네가 가져야 할 것을 내가 가져가는 것일 뿐. 네가 이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는 꼴은 볼 수 없지.”

휘영은 구천현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옥에 박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평생을 너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 스승님은 늘 너를 칭찬했고, 동문들은 너의 재능을 경외했다. 하지만 나는? 나는 그저 ‘천우의 그림자’, ‘천우의 사형’일 뿐이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나는 너보다 더 노력했다! 잠도 줄이고, 먹는 것도 잊은 채 수련에 매달렸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똑같았어. 너의 뛰어난 영근, 너의 타고난 재능… 그것들 때문에 나는 평생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휘영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내 몸은 이미 독과 파괴된 영기의 충격으로 마비되어 있었고, 정신은 배신감이라는 거대한 망치에 맞아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네가 구천현옥을 얻어 신선의 경지에 이르면? 나는 다시 한번 너의 뒤꽁무니나 쫓는 신세가 될 뿐! 하지만 이제 달라질 것이다. 내가 이 구천현옥을 얻고, 너의 영기를 흡수한다면… 나는 너를 뛰어넘을 수 있어! 내가 진정한 문파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휘영은 비수가 박힌 나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의 손은 내 어깨를 잡았고, 나는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은 이제 환희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봐, 천우. 네가 그렇게 아끼던 스승님께도 이미 보고를 마쳤다. 구천현옥은 네가 독차지하려다 마수에게 당했고, 나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돌아왔다고.”

휘영의 말은 마지막 남은 나의 이성마저 부숴버렸다. 스승님께까지… 그자는 이미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의 순진한 믿음은, 그에게 있어서 그저 이용당할 도구였을 뿐이었다.

“너는 이 깊은 흑암산맥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걱정 마. 아무도 너를 찾지 않을 테니. 너는 그저 비운의 영웅으로 남을 뿐.”

피식,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휘영은 나의 어깨를 밀쳤다. 나의 몸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나는 간신히 현옥동굴의 가장자리,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절벽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잘 가라, 나의 위대한 벗이여.”

휘영의 마지막 말과 함께, 나의 몸은 허공으로 던져졌다.

* * *

다시 현재.

차가운 비가 여전히 살을 에는 듯했다. 끝없이 추락하던 몸뚱이는 이제 닿을 곳이 거의 다 온 듯했다. 거대한 암반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였다.

“휘영… 휘영……!”

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것은 절규와 같은 복수의 맹세였다. 나의 모든 영기가 파괴되었고, 나의 몸은 산산조각 났으며, 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나갔지만, 단 하나만은 선명하게 남았다.

그에게 복수하겠다는 불타는 의지.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방법을 써서든. 나는 반드시 돌아와, 너의 모든 것을, 네가 나에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돌려받을 것이다. 너의 영광을, 너의 생명을, 그리고 너의 존재 자체를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다.

차가운 바닥에 몸이 닿는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내 눈앞에는 오직, 피로 물든 휘영의 비웃는 얼굴만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자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위해.
이 모든 고통과 치욕을 되갚아 주기 위해.

내 모든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지만, 마지막으로 뇌리에 박힌 것은 맹렬한 맹세였다.

‘기다려라, 휘영. 나는…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 너는 너의 어리석음을 뼛속 깊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차가운 바닥에 엎어진 채, 나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심장 깊은 곳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 하나가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심이라는 이름의 지옥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