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은 끈질겼다. 헬리오스 호의 조명마저 집어삼키는 듯한 이 심해의 정적 속에서, 유물은 마치 거기 없는 것인 양 존재했다. 선명하게 보이지만, 동시에 눈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미지의 형체.

선장 진아는 통제실 유리창 너머로 검은 육면체를 응시했다. 함선 중앙 격리실, 특수 강화 플라스틸 벽 안에서 외계의 조각은 빛 한 점 반사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우주 공간을 조각내어 가져온 블랙홀의 파편 같았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머리통만 했다.

“한 박사, 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뭡니까?” 진아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 같으면 이런 질문에 한 박사는 열변을 토하며 온갖 가설을 늘어놓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선장님.” 한 박사는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내려놓았다.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었다. “모든 측정치가… 비상식적입니다. 에너지 방출량 0. 구성 물질 불명. 질량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운데, 중력 센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옆에서 관자놀이를 지압하던 이 사령관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젠장, 이 두통은 갈수록 심해지는군. 잠도 제대로 못 자겠어.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꿔. 끝없는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

“사령관님 뿐만이 아닙니다.” 레나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는 의료 로그 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승무원 절반 이상이 불면증과 악몽을 호소합니다. 일부는 편집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요. 배 엔지니어는 어제부터 계속 ‘누군가 선체를 긁는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진아는 침묵했다. 자신도 그랬다. 지난 3일 밤, 그녀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꿨다. 우주선 밖, 무한한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헬리오스 호를 천천히 감싸는 꿈.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섬뜩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꿈에서 깨어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배 엔지니어는 어디에 있습니까?” 진아가 물었다.

“지금 기관실에서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 계속해서 미세한 전력 누출이 감지된다고…” 레나가 대답했다.

그때였다. 헬리오스 호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음이 들렸다. ‘콰앙!’ 마치 거대한 짐승이 함선을 들이받은 듯한 소리였다.

“뭐야?!” 이 사령관이 벌떡 일어섰다.

“비상! 충격 감지! 외부 충격입니다!” 시스템 음성이 통제실에 울려 퍼졌다.

진아는 즉시 메인 스크린을 조작했다. 우주선 외부 카메라가 활성화되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배 엔지니어! 상황 보고하라!” 진아가 통신 채널을 열었다.

정적.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배 엔지니어! 듣고 있나? 응답하라!” 진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잠시 후, 통신 채널에서 희미한 잡음과 함께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긁적… 긁적…’ 마치 금속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한 박사가 불안하게 물었다.

“배 엔지니어, 그 소리는 뭡니까? 외부 침입입니까?” 진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끼이익… 스르륵…’ 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 배 엔지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쉰 목소리.

“선장님… 여기 있어요… 그게… 선체 안에…”

“선체 안이라고? 무슨 소리야, 배 엔지니어! 똑바로 보고해!” 진아의 심장이 발이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있어요… 누군가… 긁고 있어요… 내 이름이… 내 이름이 아니라…” 배 엔지니어의 목소리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갑자기 뚝 끊겼다.

“배 엔지니어! 배 엔지니어!” 진아가 외쳤지만, 통신 채널에서는 오직 텅 빈 잡음만이 흘렀다.

이 사령관이 무기를 챙기며 말했다. “내가 가보겠습니다. 기관실은 여기 통제실에서 멀지 않습니다.”

“잠깐, 사령관님!” 한 박사가 이 사령관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눈은 격리실 안의 검은 유물을 향해 있었다. “저 유물이 들어온 뒤로 모든 것이 시작됐습니다.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배 엔지니어의 상태도 이상하고…”

바로 그때였다. 격리실 안의 검은 육면체가 아주 미세하게, 아주 작게, 움직이는 듯 보였다. 진아는 눈을 비볐다. 착시였을까? 분명히 방금 전까지 완벽한 육면체였던 그것의 한 면이, 아주 부드럽게 일렁인 것 같았다. 마치 물결처럼.

“선장님… 저거 보세요…” 레나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격리실을 가리켰다.

검은 육면체의 표면에서 아주 희미한, 마치 별빛이 스쳐 지나간 듯한 반짝임이 일었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매끄러웠던 표면에,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긁어놓은 듯한 희미한 흠집이 생겨나 있었다.

아니, 흠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자였다. 알 수 없는 문양의 글자. 우주의 먼지와 어둠으로 새겨진 듯한.

그리고 그 글자는, 천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스스로 증식하는 생명체처럼, 육면체의 매끄러운 표면을 침식하며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젠장! 저게 움직이고 있어!” 이 사령관이 소리쳤다.

진아는 숨을 들이켰다. 오싹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격리실 안의 유물은 빛을 흡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마치 어둠 그 자체로 이루어진 생명체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헬리오스 호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완벽한 어둠.

진아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귀에서는 배 엔지니어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쳤다.

*‘내 이름이… 내 이름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진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목소리.

그것은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진아…”

아니, 진아가 아니었다. 분명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통제실의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나는…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