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을 뿌려댔다. 우아한 음악이 잔잔하게 홀을 채웠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기분 좋은 소음처럼 들렸다. 모두가 최고급 와인을 홀짝이며 담소를 나누는 그 공간 속에서, 한유진은 싸구려 칵테일 잔을 든 채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강서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명품 주얼리로 온몸을 치장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 2년 전, 한유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바로 그 여자였다.

“내 아이디어, 내 꿈, 그리고 내 남자까지.”

유진은 이를 악물었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서연의 입술이 유진에게는 피처럼 보였다. 2년 전, 서연은 유진이 밤샘하며 공들여 완성한 기획안을 슬쩍했고, 그 기획안을 이용해 지금 이 자리에 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진의 곁에 있던 민준까지 능글맞게 가로챘다. 민준은 서연의 옆에서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 역시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되어, 서연의 빛나는 업적의 일부처럼 보였다.

‘그 미소가 언제까지 갈 것 같아? 이제부터 지옥을 맛보게 해줄 테니.’

유진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심장이 증오와 분노로 거세게 울렸다. 쿵, 쿵. 심장 박동에 맞춰 유진의 귓가에는 2년 전 민준의 변명과 서연의 위선적인 미소가 교차하며 맴돌았다.

*“유진아… 서연이 기획안이… 좀 더 현실성 있대. 미안해. 그리고… 우리 관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유진아, 오해야! 민준 씨는 나한테 그저 조언을 해준 것뿐이야. 네가 오해해서 속상해.”*

역겨웠다. 모든 것이.

유진은 품속에서 작은 리모컨을 꺼냈다. 손가락만 한 길이의 검은색 기기. 며칠 밤을 새워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넣은, 유진의 복수극 첫 번째 단계였다. 오늘 서연의 기념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면, 저 리모컨은 홀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미리 준비된 ‘특별 영상’을 송출할 것이다. 화려한 서연의 업적 대신, 그녀의 추악한 과거가 낱낱이 공개될 터였다.

드디어 서연이 단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객석의 박수 소리가 천장을 뚫을 듯 울려 퍼졌다. 서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이 자리에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이야!’

유진은 리모컨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복수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순간.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단상 위의 서연을 노려보며, 망설임 없이 리모컨의 전송 버튼을 누르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이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유진의 어깨를 툭, 하고 치고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유진은 휘청거렸다.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젠장!”

유진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터져 나올 뻔했다.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이게 무슨 망할 타이밍이야! 그녀는 허둥지둥 몸을 숙여 리모컨을 주우려 했다.

“괜찮으십니까?”

나직하면서도 묵직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유진보다 먼저 누군가의 손이 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유진은 얼결에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조각 같았다. 완벽하게 재단된 슈트 아래로 곧게 뻗은 다리,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허리, 그리고 그 위로 빚어놓은 듯한 얼굴. 짙은 눈썹 아래 날카로운 눈빛, 오똑한 콧대,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어두운 홀에서도 자체 발광하는 듯한 아우라. 한마디로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한, 비현실적인 미남이었다.

그는 유진의 손에서 떨어진 리모컨을 든 채 의아한 표정으로 유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은우…?’

유진의 뇌리를 스치는 이름. 차은우. 이 행사의 가장 큰 투자자이자, 서연의 성공을 뒤에서 밀어준다는 소문이 파다한, 소위 ‘금수저’ 중의 금수저. 유진은 그가 오늘 이 자리에 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마주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젠장, 망할 타이밍! 그녀의 완벽한 복수극이 시작부터 삐끗거리는 최악의 순간이었다.

“이건… 행사 스태프의 물건인가요? 제가 밟을 뻔했네요.”

은우는 무심한 표정으로 리모컨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렸다. 그의 눈빛은 의심과 흥미로움 사이를 오가는 듯했다. 그 시선에 유진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는 뭔가…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다.

“아, 아뇨! 그냥… 그냥 제 겁니다! 네! 개인적인 거예요!”

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복수심에 불타는 눈빛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그녀의 붉어진 뺨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은우는 유진의 어설픈 해명에 미세하게 눈썹을 움직였다. 그의 입술 끝이 살짝 올라가는 것을 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설마… 비웃는 건가?’

유진은 분노와 당혹감에 휩싸였다. 지금은 저 재수 없는 잘생긴 남자의 시선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단상에서는 서연의 목소리가 여전히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에는 서연의 우아한 로고가 빛나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유진은 황급히 손을 뻗어 은우의 손에 들린 리모컨을 낚아채듯 가져왔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그녀는 인사할 틈도 없이 몸을 돌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빠져나갔다. 은우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번개처럼 사라지는 유진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리모컨이 사라진 자신의 손에서, 그리고 멀어지는 유진의 실루엣에서 묘한 호기심을 읽어냈다.

유진은 인파 속으로 뛰어들어 간신히 벽 뒤에 숨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리모컨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심장이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복수는 무슨, 시작부터 차은우에게 들킬 뻔했잖아!

‘정신 차려, 한유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저 여자의 웃음이 저게 끝이라고!’

유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의 전송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가져갔다. 한 번의 실패는 괜찮았다. 오히려 더 강렬하게 그녀의 복수심을 불태웠다.

‘강서연,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부숴버릴 거야!’

그녀의 눈빛은 복수심으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녀가 막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그녀의 시야에 멀리 단상 옆에 서 있는 차은우의 모습이 다시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유진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있었다. 마치, 그녀의 다음 행동을 예상이라도 하는 듯이.

유진은 순간 흠칫했지만, 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복수의 여신, 그러나 시작부터 꼬인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