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새벽 3시의 그림자

서울의 밤은 언제나 그랬듯 차갑고 무심했다. 지영은 익숙하게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삐빅’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어둠 속에 잠긴 32평 아파트의 고요한 내부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선 집은 적막 그 자체였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내 들었던 사람들의 소음과 거리의 불빛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기분. 그녀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한숨과 함께 으쓱이며 신발을 벗었다.

“하아, 드디어 집에 왔다.”

말 없는 집에 혼잣말을 던지는 것도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불을 켤 기운도 없어 어둠 속을 더듬어 거실로 향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야경이 점점이 박힌 별처럼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그녀의 피로를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집 안의 어둠을 더욱 깊게 만드는 듯했다.

주방 쪽에서 얕은 ‘쨍그랑’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아주 작아서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는 소리. 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냉장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나? 아니면 싱크대에 놓아둔 컵이 흔들렸나? 피곤해서 환청이 들렸을 거라고 애써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실 중앙, 놓아둔 적 없는 작은 장식용 돌멩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가 퇴근하기 전 분명히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것이었다.

“내가 떨어뜨렸나…?”

몸을 굽혀 돌멩이를 주워 올렸다. 차가운 촉감.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자신의 건망증 탓으로 돌렸다. ‘하도 피곤해서 그랬겠지.’ 이 정도 일로 밤새 신경 쓸 수는 없었다. 빨리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시계는 이미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시달린 몸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고, 잠이 금세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아까 그 ‘쨍그랑’ 소리와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였다.
안방 문밖에서 ‘끄윽… 끄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쇠붙이가 마찰하는 듯한, 듣기 거북한 소리였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지영은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누구… 없어?”

말소리는 목구멍에 걸려 겨우 새어 나왔다. 소리는 멈췄다. 잠깐의 정적. 지영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착각일 거야, 착각.’
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쿵, 쿵, 쿵.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그리고 다시, ‘끄윽… 끄윽…’ 소리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더 크게, 더 가까이. 마치 침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지영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은 어둠에 익숙해졌는지, 어렴풋하게 보이는 안방 문고리를 향했다. 문고리가, 아주 천천히, 아래로 꺾이는 것이 보였다.

“히익!”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손이 떨려 이불을 움켜쥐었다. 문고리는 완전히 아래로 내려가 멈춰 있었다. 이제 막 문이 열리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단지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서늘함이 느껴질 뿐이었다.

지영은 숨을 참고 문을 노려봤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고리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환영인가? 극심한 피로가 만들어낸 환영? 아니면… 그녀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침대에서 내려와 맨발로 바닥을 디뎠다. 심장이 여전히 발작하듯 뛰었다.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옆 스탠드를 켰다. 주황색 불빛이 방 안을 희미하게 밝혔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문도, 문고리도.

“이상해… 너무 이상해.”

그녀는 겨우 용기를 내어 안방 문을 열었다. 복도도, 거실도, 주방도, 모두 불이 꺼진 채였다. 아무도 없었다. 완벽한 고요.
하지만 그녀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분명히, 분명히 봤다. 들었다.

다시 침대에 누우니 이미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잠은 달아난 지 오래였다.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는데, 갑자기 거실 쪽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마치 가구라도 넘어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였다.

지영은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스탠드를 켠 채로, 주먹을 꽉 쥐고 안방 문을 박차고 나섰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늘 더 무섭기 마련이었다. 이제는 불확실한 환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누구야!”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거실로 들어서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잔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깨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누군가 손으로 내리친 듯한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옆, 아까 그녀가 주워 올렸던 작은 돌멩이가 다시 떨어져 있었다.

지영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누구 있어? 대답해!”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졌다.

그녀가 막 흩어진 유리잔들을 주우려 몸을 굽혔을 때였다.
갑자기 거실의 모든 불이 ‘파바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켜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눈이 부셔 지영은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속삭임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마치 귀 바로 옆에서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정확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듯했다.

“…지영아.”

그 소리는 인간의 목소리라기엔 너무나 건조하고, 생명력 없는, 기계적인 음성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지영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밝게 켜진 거실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맞은편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아주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액자 속 흐릿한 풍경화 너머로, 차가운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밤은 이제 겨우 새벽 3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영의 아파트에는,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