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심연의 시작

강철 거인들이 으르렁거리는 전장이었다. 거대한 도시를 집어삼킬 듯 솟아오른 마천루 사이로 섬광이 번개처럼 작렬했고, 굉음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폐허가 된 거리 위에서 ‘아크 포스’는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춤을 추고 있었다. 새하얀 장갑에 새겨진 푸른색 라인이 전기를 머금은 듯 섬뜩하게 빛났다. 조종석 안의 강현우는 숨조차 쉴 틈 없이 전황을 주시했다.

“현우, 셋 세는 동안 우측으로 치고 빠져. 내가 엄호할게!”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는 현우의 심장 박동만큼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이준호, 그의 둘도 없는 전우이자 친구. ‘타이탄 엣지’의 묵직한 기동음이 현우의 기체 뒤를 든든히 받치며 따라붙었다. 검은색 장갑에 붉은 악마 문양이 새겨진 타이탄 엣지는 거대한 방패처럼 현우의 후방을 커버하고 있었다.

“알았어! 이번엔 내가 미끼가 될게!”

현우는 망설임 없이 속도를 올렸다. 아크 포스의 백팩에서 푸른색 분사광이 뿜어져 나오며 기체가 폭발적인 가속으로 적 기체 세 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는 이준호와 함께 ‘쌍룡’이라 불렸다. 하늘을 가르며 적을 꿰뚫는 아크 포스와 굳건한 방어와 강력한 일격으로 적을 부수는 타이탄 엣지. 그들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호흡이 어긋난 적 없었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 서로의 등 뒤를 맡기며 살아남았고, 그들의 이름은 전설처럼 회자되었다.

적 기체들이 현우에게 포화를 집중했다. 붉은색 레이저와 에너지탄이 빗발쳤지만, 현우는 정교한 회피 기동으로 모든 공격을 흘려보냈다.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백조처럼, 아크 포스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적들을 농락했다.

“지금이야, 준호!”

현우의 외침과 동시에, 타이탄 엣지의 거대한 어깨포가 불을 뿜었다. 엄청난 위력의 에너지포가 현우의 등 위를 지나쳐 적 기체들을 강타했다. 콰앙! 콰쾅! 두 대의 적 기체가 폭발하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다. 남은 한 대는 현우가 기다렸다는 듯, 광속으로 달려들어 고에너지 검으로 일격을 가했다. 챙! 적 기체의 머리 부분이 허무하게 떨어져 나갔다.

“완벽해, 현우!” 준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처럼 활기가 넘쳤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쏠게! 소고기 어때?”

“좋지! 물론 네 지갑으로 말이야.” 현우는 짧게 웃었다.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임무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마지막 남은 적의 본거지, 코어 벙커만 파괴하면 된다.

“준호, 코어 벙커는 내가 먼저 들어가서 데이터 스캔할게. 넌 입구를 막아줘.”

“걱정 마!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막아줄게.”

아크 포스는 유연하게 벙커 안으로 진입했다. 내부의 경비 시스템은 이미 대부분 무력화되어 있었다. 현우는 코어 시스템에 접속, 빠르게 데이터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임무 완료까지 30초. 그의 시선은 시간 카운터를 좇았다.

20초… 15초…

그때였다. 조종석의 비상 알림이 미친 듯이 울렸다. 시스템 이상? 외부 침입? 아니, 기체 내부에서 시작된 경고였다. 그리고 동시에 등 뒤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현우, 미안하다.”

준호의 목소리. 차갑고, 건조하며, 낯선 감정이 실려 있었다. 현우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미안하다니? 뭐가?

돌아볼 틈도 없이, 아크 포스의 등 뒤에서 엄청난 충격이 덮쳐왔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듯한 격통, 모든 시스템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주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메인 코어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경고가 미친 듯이 점멸했다.

“이… 이건…!”

현우는 겨우 고개를 돌려 등 뒤를 확인했다. 타이탄 엣지. 이준호의 기체였다. 흑철의 거인에게서 뻗어 나온 거대한 에너지 블레이드가 아크 포스의 핵심 동력부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블레이드가 회전하며 아크 포스의 내부 회로를 난도질하는 소리가 현우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준호! 지금 뭐 하는 거야?! 적 습격인가?! 농담할 때가 아니야!” 현우는 절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당혹감과 분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배신감이 뒤섞여 있었다.

“농담이 아니야, 현우.” 준호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고, 차가웠다. “여기까지다. 네 시대는 끝났어.”

“무슨 소리야?! 우리가… 우리가 같이 여기까지 왔잖아! 쌍룡이잖아!” 현우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아크 포스는 이미 반신불수가 되어 있었다. 팔다리가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쌍룡? 웃기지 마.” 준호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늘 네 그림자에 가려져야 했던 내 심정을 네가 뭘 알아? 모두가 현우, 현우, 네 이름만 부르짖었지. 내가 쌓아 올린 공로는 늘 네 몫이었어!”

타이탄 엣지의 블레이드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크 포스의 비명 소리가 현우의 고막을 찢었다. 그의 시야가 일렁였다.

“이건 내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야, 현우.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그 아래 심연이야.”

섬광이 번뜩였다. 타이탄 엣지는 아크 포스의 코어를 완전히 파괴했다. 폭발 직전의 경고음이 조종석을 가득 채웠다. 현우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비상 탈출을 시도했다. 퍽! 그의 비상 포드가 아크 포스의 잔해에서 튕겨져 나갔다. 포드는 이미 파괴된 코어 벙커의 잔해 속으로,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그것은 단순한 추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추락이었다.
희망의 추락.
우정의 추락.
삶의 추락.

현우는 의식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준호의 차가운 눈빛과 비웃는 듯한 표정을 떠올렸다.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 속에서 그의 모든 것이 부서져 내렸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현우는 극심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칙칙한 천장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왼쪽 팔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조그맣고 비좁은 방,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병원도, 군 막사도 아니었다. 버려진 건물의 한구석 같았다.

“정신이 드세요?”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름한 옷차림의 노인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 현우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쑤셨다.

“며칠 동안 꼬박 잠들었어요. 기체가 폭발하면서 충격이 컸을 텐데, 용케 살아났더군요. 자네 기체는 알아볼 수도 없게 박살이 났어.”

현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크 포스. 그의 삶 그 자체였던 기체.

“이준호는… 이준호는 어떻게 됐습니까?” 현우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노인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준호 대위는… 영웅이 됐죠. 자네가 임무 중 적에게 회유되어 아군에게 총구를 겨눴다고 발표되었고, 이 대위가 홀로 그 모든 것을 막아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코어 벙커의 중요 데이터를 확보해서 큰 공을 세웠다고… 곧 특진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해요.”

현우는 노인이 건넨 차를 엎어버릴 뻔했다. 거짓말.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 그가 아크 포스에 박힌 타이탄 엣지의 블레이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준호의 차가운 목소리를, 그 비웃음을.

그 순간, 현우의 뇌리 속에서 과거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나란히 서서 황량한 벌판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현우와 준호.*
*”언젠가 우리만의 기체를 만들어서 저 하늘을 누비자, 준호!”*
*”물론이지, 현우! 우리는 최고가 될 거야!”*

그 모든 약속과 꿈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를 배신하고, 그의 명예를 더럽히고,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준호.

현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왼쪽 팔의 통증도, 머릿속을 울리는 고통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이제 배신감과 슬픔을 넘어선, 순수한 형태의 분노였다.

이준호.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맹세하건대.
네가 앗아간 모든 것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되갚아주리라.
심연의 끝까지 쫓아가, 너를 끌어내릴 것이다.

강현우는 차갑게 식어버린 두 눈을 번뜩였다. 그의 새로운 삶은, 이 잔혹한 심연의 시작에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