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우주선 ‘헤르메스’ 호는 망막한 심우주 속을 떠돌았다. 은하의 나선팔 저 너머, 별빛조차 희미하게 바래는 미지의 공간. 이곳은 지도에도, 기록에도 없는 곳이었다. 헤르메스 호의 승무원들은 인류가 탐사한 가장 먼 지점이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끝없는 어둠 속에서의 고립감에 짓눌려 있었다.

함교는 적막했다. 캡틴 유진은 홀로 함장석에 앉아 전방의 칠흑 같은 허공을 응시했다. 함선을 감싸는 미약한 엔진음만이 고요를 깨트렸다. 우주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었다. 그 거대한 공허함 속에서 인류는 한없이 작았다.

그때,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경고음이 울렸다. 삑- 삑- 삑-.
“캡틴! 미확인 에너지원 감지!” 수석 탐사관 미라의 목소리가 통신을 타고 날카롭게 전해졌다. “좌현 341, 거리 120만 킬로미터. 스캔 결과… 비정상입니다. 이렇게 오래된 신호는 처음 봐요.”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세히 스캔해. 유형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분류에도 해당되지 않아요. 단순 에너지원이 아니라… 어떤 구조물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밀도를 가지고 있어요.”

헤르메스 호는 조심스럽게 미지의 에너지원을 향해 나아갔다. 수십 시간 후, 전방 스크린에 흐릿한 형체가 나타났다. 처음엔 그저 거대한 암석 덩어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차가운 공포로 변해갔다.

“맙소사…” 엔지니어 한이 터져 나오는 탄식을 참지 못했다.
그것은 거대했다. 행성보다는 작지만, 소행성대 전체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불규칙하고 육중한 검은 구조물이었다. 표면은 깎아지른 듯 날카로운 각도로 솟아올라 있었고, 빛을 반사하기는커녕 주변의 빛마저 집어삼키는 듯 보였다. 모든 윤곽선은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다. 마치 공간 자체가 그 앞에서 뒤틀리는 것 같았다.

“함장님, 이건… 어떤 문명의 흔적도 아니에요.” 미라의 목소리에 흥분과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섞여 있었다. “우리가 아는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형태입니다.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유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탐사팀 준비시켜. 미라, 한. 너희가 간다.”
“네, 캡틴.” 미라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저… 함장님, 정말 들어가야 합니까?” 한의 목소리에는 미약한 떨림이 있었다.
“명령이다, 한.” 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정보가 필요해.”

EVA(선외활동) 팀이 꾸려졌다. 미라와 한은 중무장한 우주복을 입고 에어록으로 향했다. 의료 장교 지아는 그들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며 불안한 얼굴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한 엔지니어님.” 지아가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긴장이 안 될 리가요… 저걸 보세요, 지아님. 저건 그냥 ‘벽’이 아니에요. 저건… 눈을 돌리고 싶게 만들어요.”

이윽고 두 사람은 에어록을 통해 미지의 구조물 내부로 진입했다. 내부 또한 외부와 다를 바 없었다. 검은색의 불규칙한 벽면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복도는 직선이 아닌, 마치 공간 자체가 꺾여버린 듯한 기묘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그들의 헬멧 라이트가 비추는 곳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그 그림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착시를 일으켰다.

“이건… 건축물이 아니에요. 이건… 그냥 ‘있어요’.” 미라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외감과 함께 섬뜩한 매혹이 담겨 있었다.
한은 벽을 더듬었다. “재질도 모르겠어요. 만져지는데… 만져지지 않는 것 같아요. 아무런 감각도 없어요.”

그들은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중앙으로 향했다. 발걸음마다 희미한 마찰음이 울렸지만, 그 외에는 완벽한 정적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홀의 중앙에는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듯한, 더욱 기이한 물체가 서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모놀리스였다. 하지만 매끄러운 표면이 아니었다. 마치 수많은 날카로운 조각들을 엉성하게 이어붙인 것처럼, 혹은 거대한 크리스털이 불가능한 각도로 부서진 것처럼 보였다. 그 모서리는 시선을 붙잡을 수 없게 흐릿했고, 형상 자체는 끊임없이 변형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았지만, 주변 공간은 묘하게 일렁였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들리지 않는 주파수의 울림이 온몸의 뼈를 타고 전해지는 듯했다.

“이게… 유물인가요?” 한이 헬멧 너머로 침을 삼켰다. 그의 눈은 그 섬뜩한 존재를 애써 외면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강렬하게 끌리는 듯했다.
미라는 그 유물에 홀린 듯 다가갔다. “가까이 가볼게요. 스캔을 시도해야 해요.”
“너무 가까이는 안 됩니다, 미라.” 유진의 목소리가 통신을 통해 들려왔다.
미라는 대답 없이 유물에 손을 뻗었다. 닿기 직전, 그녀의 손목에 차인 스캐너가 격렬하게 오작동하며 붉은 경고음을 냈다. 삐이익-! 스크린에는 의미 없는 숫자와 기호들이 폭주하듯 나열됐다.

“안 돼요, 캡틴. 스캔이 안 먹혀요. 모든 장비가 맛이 갔어요.” 미라는 실망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한은 뒤에서 유물을 응시했다. 그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냉기를 느꼈다. 유물에서 나오는 ‘울림’이 점점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어떤… 존재의 압박이었다.

두 사람은 결국 아무런 샘플도 채취하지 못한 채 헤르메스 호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속에는 그 검은 유물의 형상이 깊이 새겨졌다.

그날 이후, 헤르메스 호에는 미묘한 변화가 찾아왔다. 함선 곳곳의 조명이 간헐적으로 깜빡거렸고, 통신 시스템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노이즈가 섞이기 시작했다. 함선의 AI는 ‘경미한 시스템 오류’를 반복해서 보고했지만, 육안으로 확인되는 문제는 없었다.

가장 먼저 변화를 겪은 것은 한이었다. 그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는 형태 없는 검은 그림자들이 광활한 우주를 떠다녔고, 그 그림자들은 한의 의식을 조롱하듯 속삭였다.
“캡틴, 죄송하지만… 두통이 너무 심합니다. 며칠 밤을 제대로 못 잤어요.” 한은 유진에게 보고했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창백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지아는 한에게 진정제를 처방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 엔지니어님, 혹시 환청을 들으시거나… 뭔가 이상한 것을 보신 적은 없으세요?”
한은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니요… 그냥… 뭔가… 느껴져요. 저 유물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미라는 유물에서 가져온 스캔 ‘데이터’를 분석실에 틀어박혀 밤낮없이 파고들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이즈와 깨진 신호들뿐이었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어떤 패턴을 찾으려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식사도 거른 채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중얼거렸다.
“이건… 언어야. 분명해. 우리가 모르는 언어. 하지만 분명히 뭔가 말하고 있어.”
그녀의 광기 어린 집착은 유진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유진은 유물 발견 지점으로부터 후퇴할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미라는 맹렬히 반대했다. “함장님! 이건 인류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지식의 보고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후퇴하는 건… 범죄에요!”

결국 유진은 망설였다. 유물의 위협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류의 탐사 영역을 넓힐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단지 함선의 경계를 강화하고, 모든 승무원의 상태를 면밀히 주시하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한은 기관실에서 혼자 일하고 있었다. 시스템 로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그는 자꾸만 미세한 진동과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몽롱한 정신으로 제어판을 살피고 있었다.
그때, 벽 저편에서 섬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겹쳐진 듯한,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다.
“누구… 야?” 한은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속삭임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그의 귓가를 찢어발기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관실의 금속 벽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물결처럼 출렁이는 벽. 그 안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솟아오르고, 꿈틀거렸다. 무수히 많은 눈알이 그를 노려보는 듯했다.

“아아아악!!! 보여! 보여! 저기… 저것들이…!” 한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뒤집혔고, 입에서는 거품이 새어 나왔다. “오지 마… 오지 마…!”

바로 그 순간, 미라의 분석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흐릿한 노이즈 속에서 마침내 하나의 패턴, 하나의 이미지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었다. 그녀의 뇌리에 직접적으로 박히는, 광대하고 압도적인 지식의 파편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녀는 키보드 위에 손을 얹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입력했다. 그리고 스크린에 번역된 문장이 나타났다.

**”너희의 존재는 오류다. 침묵을 깨지 마라.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헤르메스 호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함선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과 정적 속에 잠겼다. 오직,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한의 비명소리만이 찢어질 듯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