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01. 새벽 3시, 푸른 먼지

**[장면 1: 어둡고 고요한 아파트 복도. 낡은 복도 끝, 804호 문이 희미한 복도등 아래 놓여 있다. 문틈으로 노란 불빛이 가늘게 새어 나온다.]**

내레이션(이하나): 밤 11시. 불면의 도시는 여전히 깨어 숨 쉬고 있지만, 나의 804호는 늘 그랬듯 고요했다. 완벽하게, 그리고 조금은 지루하게. 지루함은 가끔 안도감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장면 2: 804호 현관 안. 이하나(20대 후반 추정, 편안한 차림, 피곤한 기색)가 지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지만, 시선은 이미 거실 한구석에 닿아 있다.]**

이하나: (작게 한숨 쉬며) …또 이랬네.

**[장면 3: 하나의 거실. 작은 원룸 오피스텔 내부가 드러난다. 작은 책상, 소파, 텔레비전. 그런데, 어제 분명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낡은 수첩이 책상 위, 그것도 서류 더미 맨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클로즈업: 낡은 수첩. 살짝 펼쳐진 페이지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기호 같은 낙서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하나: (수첩을 집어 들며) 분명 어제 서랍에 넣었잖아… 내가 깜빡했나? 아니, 이건…
내레이션(이하나): 착각. 피곤해서 생긴 단순한 착각. 요즘 일이 많았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장면 4: 며칠 후, 새벽 3시 17분. 804호 침실. 하나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벽에 걸린 디지털시계가 붉은 숫자로 시간을 알린다.]**

**[클로즈업: 하나의 눈. 피곤함과 함께 살짝 짜증이 섞여 있다.]**

이하나: (혼잣말) 하… 진짜 잠 안 오네.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면 내일 망하는데.

**[장면 5: 그때, 거실 쪽에서 ‘툭!’ 하는 작지만 명확한 소리가 들린다. 하나가 벌떡 몸을 일으켜 소리 나는 쪽을 노려본다.]**

이하나: …? 뭐야?

**[장면 6: 804호 거실 서재 공간. 벽면을 가득 채운 낮은 책장. 그 맨 위 칸에 꽂혀 있던 낡은 문학 전집 중 한 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책은 보기 좋게 펼쳐져 있는데, 펼쳐진 페이지에는 우주 공간을 묘사하는 삽화가 선명하다.]**

**[클로즈업: 떨어진 책과 삽화. 책 주변의 마룻바닥에는 아주 희미하게, 마치 보이지 않는 발자국처럼 옅은 먼지 흔적이 흩뿌려져 있다.]**

이하나: (눈을 가늘게 뜨며) …고양이도 없는데. 설마, 쥐?
내레이션(이하나): 아니, 쥐가 책을 저렇게 ‘밀어서’ 떨어트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항상 비슷한 시간에.

**[장면 7: 하나가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간다. 떨어진 책을 주워 다시 책장에 꽂는다. 그 순간, 거실 천장의 형광등이 ‘파지직’ 거리며 깜빡인다.]**

**[클로즈업: 깜빡이는 형광등. 잠시 아주 미약하게, 일반적인 흰빛이 아닌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듯한 기묘한 색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하나: (몸을 움찔하며) 어우, 깜짝이야. 수명이 다 됐나.

**[장면 8: 하나가 침실로 돌아와 다시 눕는다. 그런데 등 뒤에서, 현관문 잠금장치 쪽에서 ‘딸깍’ 하는 미세한 소리가 들린다.]**

이하나: …?

**[클로즈업: 현관문 손잡이. 미동도 없다. 하지만 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마치 누군가 외부에서 손잡이를 비틀려고 시도하는 듯한 소리.]**

내레이션(이하나): 착각인가? 아니, 분명히 들었는데. 뭔가 잠금이 풀리는 듯한,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장면 9: 하나가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 잠금장치를 확인한다. 잠겨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묵직했던 잠금장치의 손맛이 가벼워진 것 같다. 마치 안쪽에서 이미 한 번 풀렸던 것처럼.]**

이하나: (중얼거림) 기분 탓인가… 아니, 설마…

**[장면 10: 다음 날 낮, 하나가 친구 최지훈(폰 너머 음성)과 통화 중이다. 하나는 불안한 얼굴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다. 배경은 여전히 804호 거실.]**

이하나: (한숨) 야, 진짜 이상하다니까? 냉장고 문은 자꾸 열려있고, 책은 혼자 떨어지고. 어제는 불도 깜빡거렸어. 그리고 현관문… 누가 만진 것 같았다니까?
지훈(폰 너머 음성): 야, 너 너무 피곤한 거 아니냐? 스트레스 받으면 환각도 보인대. 잠을 좀 자. 요즘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이하나: 환각 아니야! 그리고 뭔가 기분 나쁘게 차가운 느낌이 들었어. 평범한 귀신도 아니고… 뭐랄까… 아무튼 쎄했어.
지훈: 쎄하다니.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딨냐. 설마 옆집 아저씨가 벽 타고 올라온 것도 아니고.

**[장면 11: 하나가 휴대폰을 들고 거실을 걷는다. 텔레비전 앞 탁자를 지나치는데, 탁자 위 미세한 먼지 위에 희미한 자국이 보인다. 손바닥 자국은 아니다. 세 개의 길고 가느다란 발가락 같은 흔적. 하지만 너무 흐릿하고 작아서 순간 착시 같기도 하다.]**

**[클로즈업: 먼지 위의 흔적.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뭔가 규칙적이지 않은, 이질적인 패턴을 이룬다.]**

이하나: (주춤하며) 어… 잠깐만.

**[장면 12: 하나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탁자에 얼굴을 가까이 댄다. 희미한 흔적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단순한 먼지 자국이 아니다. 뭔가 ‘눌린’ 듯한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의 가운데에 아주 작게, 푸르스름한 미세한 가루가 묻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하나: (경악) 이게… 뭐야…?
지훈(폰 너머 음성): 야! 뭐 하는데? 왜 말이 없어? 야, 이하나!

**[장면 13: 하나의 시선이 먼지 흔적에서 서서히 위로 향한다. 거실 전체, 부엌, 침실로 이어지는 아파트 내부를 천천히 훑는다. 아까 보이지 않던 섬뜩한 기운이 방 전체에 감도는 것 같다. 공기 자체가 묘하게 진동하는 듯한 느낌.]**

내레이션(이하나):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집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차갑고, 낯설고,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가 나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었다.

**[장면 14: 밤, 804호 거실. 모든 불이 꺼져 있다.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온다. 소파 위에 덮어두었던 담요가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담요 아래에서, 텔레비전 화면이 ‘지지직’ 거리며 저절로 켜진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송출되지 않고, 노이즈와 함께 정체불명의 기하학적인 패턴이 섬광처럼 깜빡인다.]**

**[클로즈업: 텔레비전 화면. 패턴이 깜빡일 때마다 미약하게, ‘우우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들리는 듯하다. 화면 속 패턴은 점차 복잡해지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비정형적인 문자가 스쳐 지나간다.]**

**[컷: 어둠 속에서, 하나의 눈이 불안하게 빛난다.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매혹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간다.]**

내레이션(이하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공간이, 이제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는 섬뜩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웃’은… 아주 멀리서, 미지의 영역에서 온 손님이었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의 아파트를, 나의 일상을.

**[장면 15: 텔레비전 화면. 기하학적 패턴이 더욱 선명해지며, 그 중앙에 하나의 거대한 푸른 눈동자 같은 형상이 섬광처럼 번쩍인다. 그 눈동자 안에서 무수히 많은 별들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듯한 우주의 환영이 짧게 스쳐 지나간다. 화면이 순식간에 암전된다.]**

**[효과음: ‘지지직… 펑!’ (텔레비전이 꺼지는 소리. 동시에 804호 전체가 정전된 듯 암흑에 잠긴다.)]**

**[마지막 컷: 완전한 암흑 속, 804호 복도 문패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문패 옆 벽면에는 방금 전 텔레비전에 나타났던 기하학적 패턴이 푸른빛으로 아주 잠시 아른거리다 사라진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