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천하제일무도회: 비룡의 각성

**[장면 1: 운명의 결전장]**

(수천 년 역사를 간직한 거대한 원형 경기장, ‘천궁원(天宮苑)’. 고대 석조 건축물들이 웅장하게 서 있고, 그 한가운데에 드넓은 비무대가 펼쳐져 있다. 새벽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무대 위로 쏟아져 내리자, 대리석 바닥에 새겨진 오색찬란한 문양들이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비무대 주변을 둘러싼 관중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다. 검은 도포를 입은 무림 고수들, 화려한 비단옷을 걸친 명문세가 인사들, 그리고 각 문파의 장문인들이 저마다 비장하거나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공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정적을 깨고, 깊고 웅장한 북소리가 천궁원의 하늘을 가른다. 둥- 둥- 둥-)

**내레이션:** 이 땅, 무림천하에 드리운 먹구름은 수백 년 전, 마교와의 대전 이후로 가장 짙었다. 혼돈의 시대. 무림의 존망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고,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여, 각 문파의 원로들과 무림맹의 현자들은 고심 끝에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바로, ‘천하제일무도회(天下第一武道會)’.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었다. 이 무도회는 혼돈을 종식시키고, 천하의 새로운 운명을 결정할 단 한 사람, ‘천하맹주(天下盟主)’를 뽑는 숙명의 결전이었다.

(비무대 한쪽에 젊은 사내, ‘비류(飛流)’가 서 있다.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검은 도복을 입고, 허리춤에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목검이 아닌, 검은 천으로 감싼 진검을 차고 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비무대 중앙을 향하고 있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살짝 떨리는 손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는 마치 거대한 폭풍을 앞둔 작은 나무와 같았다.)

**비류 (내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던가. 사부님… 제가 과연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비무대 중앙에는 천궁원의 상징인 거대한 용문양 비석이 서 있고, 그 앞에 백발의 노인, 무림맹 총사 ‘천우대사(天宇大師)’가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깊다.)

**천우대사:** (맑고 우렁찬 목소리가 천궁원에 울려 퍼진다) 무림의 영웅들이여! 오늘 우리는 이곳, 천궁원에 모였다! 천하의 운명을 건 숙명의 대결을 시작하노라! 첫 번째 대결! ‘철혈검문(鐵血劍門)’의 백사패(白沙覇)와 ‘청운문(靑雲門)’의 비류! 두 영웅은 비무대로 오르라!

(관중석이 술렁인다. ‘백사패’라는 이름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과 환호가 터져 나온다. 반면, ‘비류’라는 이름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관중1:** 백사패! 드디어 나오시는군! 저 엄청난 검술을 또 볼 수 있다니!
**관중2:** 청운문? 듣도 보도 못한 문파인데? 게다가 비류? 설마 저 어린아이가?
**관중3:** 쯧쯧. 첫 판부터 운이 없었군. 백사패의 먹잇감이 될 게 뻔하잖아?

(비류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들고 심호흡을 한다. 그의 눈동자에 결연한 의지가 서린다.)

**비류 (내면):** (나는 그저 약골이 아니다. 사부님이 가르쳐주신 이 검의 길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겠다.)

(저벅저벅, 위풍당당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늘씬한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 허리에는 화려한 용문양이 새겨진 명검 ‘청룡추(靑龍錐)’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바로 ‘철혈검문’의 백사패였다. 그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비류를 훑어본다.)

**백사패:** 흥. 청운문이라…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군. 이런 약졸과 겨루게 되다니, 나의 명성에 흠이 갈 지경이다.

**비류:** (말없이 백사패를 노려본다.)

**백사패:** (콧웃음을 치며 검을 뽑아 든다. 청룡추가 햇빛에 번쩍인다.) 어차피 곧 끝나게 될 테니, 길게 끌 필요 없겠지.

**천우대사:** 양측은 예를 갖추고, 비무를 시작하라!

(북소리가 다시 한번 크게 울려 퍼진다. 둥! 두 사내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다.)

**[장면 2: 첫 번째 칼날]**

(천우대사의 신호와 함께 백사패가 먼저 움직인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한 마리 백사가 지면을 미끄러지듯 유려하면서도 빠르다. ‘백사비검(白蛇飛劍)’! 검이 허공을 가르자 섬뜩한 백색 검기가 뱀처럼 꿈틀거리며 비류에게 쇄도한다.)

**백사패:** 하압!

(쉬이이익! 파앗!)

(비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간신히 검기를 피한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천으로 감싼 진검이 빠르게 허리춤에서 뽑혀 나온다. 검은 검집에서 해방된 검날은 특별한 문양 없이 무광택의 짙은 금속빛을 띠고 있었다. 화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묵직하고 투박한 검이었다.)

**비류 (내면):** (빠르다… 예상보다 훨씬. 역시 백사패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어.)

(백사패는 비류의 반응에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다시 비웃음을 흘린다. 그의 검술은 변화무쌍하여 마치 폭풍우처럼 비류를 몰아붙였다. 백색 검기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비무대 바닥을 파고든다. 콰앙! 파바바박!)

**백사패:** 겨우 피하기만 할 셈인가? 소문 없는 문파의 잡졸답게 비루하군!

(비류는 묵묵히 백사패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의 검은 화려한 초식 없이 오직 방어에만 집중하는 듯 보였다. 백사패의 번개 같은 일격을 받아낼 때마다 묵직한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천궁원에 울려 퍼진다. 쨍! 챙! 쨍강!)

**내레이션:** 비류의 검술은 ‘무형검결(無形劍訣)’. 눈에 보이는 화려함 대신, 적의 움직임을 읽고 기운을 거슬러 올라 본질을 꿰뚫는 검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는 그 검술의 진수를 온전히 깨닫지 못했고, 백사패의 격렬한 공격 앞에선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백사패는 비류가 방어만 하자 더욱 기고만장해진다. 그의 검에 푸른색의 강렬한 내공이 응집되기 시작한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꿈틀거린다.)

**백사패:**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청룡섬(靑龍閃)’!

(백사패의 검이 번개처럼 비류의 심장을 향해 뻗어 나간다. 푸른 내공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어 비류를 집어삼키려 한다.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저 일격이면 평범한 무사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비류는 눈을 질끈 감는다. 하지만 피하지 않는다. 대신, 그의 검이 낮게 자세를 잡는다. 사부님이 가르쳐주신 가장 기본적인 자세, ‘입정식(立定式)’이었다. 모든 검술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자세.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 푸른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비류 (내면):** (두렵다… 하지만 사부님은 말씀하셨지. 모든 초식은 하나의 본질에서 나온다고. 그리고, 그 본질은… 비어있음이라고.)

(푸른 용의 형상이 비류의 몸을 강타하려는 순간, 그의 검이 허공을 비스듬히 가르며 알 수 없는 궤적을 그린다. 그것은 막는 것도, 공격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물이 흐르듯, 바람이 스치듯, 백사패의 강렬한 검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쿠구구궁! 파앗!)

(백사패의 ‘청룡섬’이 비류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가 터져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강렬한 내공은 비류의 검에 흡수되듯 사라지더니,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 비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다만, 그의 얼굴은 땀으로 뒤덮여 있었고,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있었다.)

**[장면 3: 비어있는 검, 깨어나는 용]**

(관중석이 술렁거린다. 백사패의 강력한 ‘청룡섬’이 무효화된 것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이다. 백사패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백사패:**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 이럴 수가! 나의 청룡섬을… 어떻게!

**천우대사 (내면):** (놀란 눈으로 비류를 응시한다) 저것은… 무형검결의 진수… ‘허공흡기(虛空吸氣)’인가? 아니, 아직 완벽하진 않군. 하지만 저 어린 것이 벌써 저 경지에 발을 들였다니…!

(비류는 거친 숨을 몰아쉰다. 방금의 방어로 모든 기력을 쏟아부은 듯 온몸이 떨려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부님이 말씀하셨던 그 ‘비어있음’의 경지를 아주 잠깐이나마 느낀 것 같았다.)

**비류 (내면):** (느꼈다… 사부님. 검은 흘러가는 물과 같고, 비어있는 그릇과 같다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것…)

(백사패는 분노에 차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신의 필살기가 이름 없는 소졸에게 막혔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검에 남은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백사패:** (이를 갈며) 건방진 녀석! 지금부터는 자비란 없다! ‘백사혈혼참(白蛇血魂斬)’!

(백사패의 검에서 붉은 피와 같은 검기가 솟아오른다. 살벌한 살기와 함께 그의 검은 열 개, 백 개로 증폭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비류를 향해 미친 듯이 쇄도한다. 검기 하나하나가 강철을 녹일 듯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비무대 전체가 붉은 섬광으로 뒤덮인다.)

(파바바바박! 쉬이이이익!)

(비류는 고개를 들고 쏟아지는 검기를 응시한다.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던 푸른 기운이 점점 강렬해지더니, 마침내 그의 검과 하나가 되는 듯했다. 그의 검은 더 이상 방어하는 검이 아니었다. 비어있던 그릇에 드디어 ‘무엇인가’가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류 (내면):** (죽음의 위협 속에서, 비류는 깨달았다.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흐름 그 자체가 되는 것을. 물은 그릇의 모양을 닮고, 바람은 허공의 길을 따른다. 비어있음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비류의 검이 천천히 움직인다. 백사패의 붉은 검기가 그의 몸을 덮치기 직전, 비류는 단 한 번, 짧고 간결한 검격을 날린다. 그것은 ‘초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단순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 검격 속에는 모든 것을 비우고, 모든 것을 담아낸 하나의 흐름이 담겨 있었다.)

(파앙! 쿠과과광!)

(백사패의 붉은 검기가 비류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놀랍게도 붉은 검기의 흐름이 뒤틀리더니,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류의 검에서 한 줄기 푸른 섬광이 뿜어져 나와 백사패의 가슴팍을 정확히 꿰뚫었다.)

**백사패:** 크윽…!

(백사패의 눈이 크게 뜨인다. 고통보다는 충격과 공포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그의 몸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비무대 끝에 처박힌다. 붉은 검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장면 4: 운명의 시작]**

(백사패는 비무대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스럽게 신음한다. 푸른 섬광이 꿰뚫었던 가슴팍에는 작은 붉은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 내공이 완전히 고갈되고, 기가 흐트러진 탓이었다.)

**천우대사:** (잠시 멍하니 비류를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철혈검문 백사패, 실격! 청운문 비류, 승리!

(천우대사의 선언에 천궁원이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거대한 폭발음처럼 환호가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비류를 바라본다. 그 이름 없는 어린 소년이 명문 철혈검문의 고수를 쓰러뜨린 것이다.)

**관중1:** 말도 안 돼… 백사패가 졌다고? 저 평범해 보이는 검으로?
**관중2:** 방금 그 검술은 대체… 모든 것을 흡수하고 되돌려 놓는 듯했어!
**관중3:** 저것이… 청운문 비류의 실력이란 말인가!

(비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무대 중앙에 선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그는 굳건히 버텼다. 그의 손에 들린 검에서는 더 이상 푸른 빛이 나지 않았다. 그저 묵직하고 투박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류 (내면):** (이겼다… 사부님… 제가 해냈습니다.)

(그때, 관중석 제일 상단, 검은 장막이 드리워진 은밀한 자리에서 한 그림자가 희미하게 움직인다. 그 그림자의 눈빛은 마치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비류의 승리를 지켜보던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린다.)

**알 수 없는 그림자 (내면):** (흥미롭군. 무형검결의 후예가 아직 살아있었다니. 게다가 저 어린 것이 벌써 본질을 어렴풋이 깨닫다니… 운명이란 참으로 예측 불가능한 것.)

(그림자는 비류를 응시하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그의 시선은 비류를 넘어, 이 무도회, 그리고 이 천하가 맞이할 새로운 운명의 그림자를 훑는 듯했다.)

**내레이션:** 이름 없는 소년, 비류의 승리는 작은 파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파문은 곧 거대한 해일이 되어 천하제일무도회의 판도를 뒤흔들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의 검이, 비어있음으로 모든 것을 담아낸 그 검이, 과연 이 혼돈의 시대를 구할 수 있는 ‘진정한 용(龍)’이 될 수 있을지. 운명의 서막은 이제 막 올랐을 뿐이었다.

(비류는 지친 몸으로 천궁원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은 그의 미래처럼 막막하기도, 무한한 가능성으로 빛나기도 하는 듯했다. 다음 대결을 알리는 북소리가 멀리서 다시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