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균열 (The Rift)

**(프롤로그)**

[배경: 깊은 심해의 어둠 속. 빛 한 줄기 닿지 않는 바닥. 이름 모를 거대한 촉수들이 느릿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사이로 수많은 눈동자들이 일렁이며 허공을 응시한다. 미미한 진동이 그곳을 채운다.]

**내레이션 (나직하고 묵직하게)**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면 아래, 심연의 바닥에는…
인간의 언어로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득한 고대부터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때때로,
가장 연약한 곳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심장에.
그 균열은,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는 시작이 된다.

**1. 유진의 작업실**

[시간: 늦은 밤. 장소: 진명시 구시가지에 위치한 유진의 낡은 작업실. 창밖으로는 오래된 건물들의 어스름한 불빛들이 보이고, 멀리서 바다의 파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작업실 안은 스케치북, 붓, 잉크병, 빛바랜 고서적들로 어지럽지만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다. 커피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유진(20대 후반의 여성)은 책상에 앉아 낡은 고서를 펼쳐놓고, 펜으로 스케치북에 뭔가를 그리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고서 속 기이한 문양을 정교하게 모사한 것이다. 문양은 복잡하게 얽힌 촉수와 알 수 없는 상형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유진 (독백, 나직하게)**
“이 문양… 아무리 봐도 고대 유물에서 찾던 그 문양과 너무 닮았어. 진명시 외곽의 폐허 도서관에 이런 게 숨겨져 있었다니… 믿기지 않아.”

[유진의 손가락이 고서 페이지의 한 구석에 작게 그려진, 흐릿한 지도를 짚는다. 지도는 구시가지 외곽의 한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유진 (독백)**
“‘심해 도서관’이라… 이름부터 음산해. 사람들이 폐쇄된 지 반백 년이 넘은 그곳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하지만… 이끌려.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잡아끄는 것 같아.”

[유진은 그림을 그리던 손을 멈추고 창밖을 내다본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이 낡은 창문을 흔든다.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담고 있다.]

**2. 심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시간: 다음 날 오후. 장소: 진명시 구시가지의 좁고 음침한 골목길. 낡고 허름한 건물들이 비좁게 늘어서 있고, 인적은 드물다. 바다 냄새가 어제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유진은 낡은 백팩을 메고, 손에는 어제 보았던 고서의 지도를 들고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삐걱거리는 낡은 나무 간판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골목 끝에는 오래된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거대한 폐허 건물이 보인다. 간판은 녹슬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희미하게 ‘진명 시립 도서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유진 (독백)**
“폐쇄된 지 50년이 넘었다고 했지. 사람들이 ‘심해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어딘가 물비린내가 나고, 축축한 기운이…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야.”

[유진은 녹슨 철문을 힘겹게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삐걱이는 소리가 폐허의 침묵을 깬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마당을 지나 낡은 건물 현관 앞에 선다. 유리창은 깨져 있고, 벽에는 검은 이끼와 곰팡이가 가득하다. 건물 전체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숨 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유진 (대화, 혼잣말)**
“누가 봐도 유령 나올 것 같은 곳이네. 정말… 여기 그 문양이 새겨진 석판이 있을까?”

[유진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조심스럽게 도서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어둡고 습하며,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른다. 무너진 책장들, 찢겨지고 삭은 책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바닥에는 진흙 섞인 물이 고여 있고,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고인 물 위로 파문을 일으킨다.]

**유진 (독백)**
“와… 정말 폐허 그 자체네. 빛도 거의 안 들어오고.”

[유진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주위를 비춘다. 플래시 빛이 닿는 곳마다 미세한 먼지가 자욱하게 떠다닌다. 그녀는 고서의 지도를 다시 확인하며, 가장 깊숙한 곳, 지하로 향하는 낡은 계단을 발견한다.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을 깨트리며,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3. 카이와의 첫 만남**

[장소: 심해 도서관의 가장 깊은 곳. 오래된 서고의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갈수록 습기와 냉기가 더욱 심해진다. 공기는 마치 얼음물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바닥에는 진득한 녹조류가 끼어 미끄럽고, 벽은 기이한 모양의 곰팡이와 이끼로 뒤덮여 있다. 지하 서고의 가장 안쪽, 한쪽 벽면에는 유진이 고서에서 보았던 기괴한 촉수 문양이 거대한 크기로 새겨져 있다.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듯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는 것 같다. 그 문양 앞, 낡은 석판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는 짙은 코트를 입고 있으며, 어둠 속에 그림자처럼 앉아 있어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유진은 마침내 그 문양을 발견하고 숨을 들이켠다. 핸드폰 플래시를 문양으로 비추려다, 문양 앞의 남자를 발견하고 손을 멈춘다.]

**유진 (놀라며, 낮은 목소리로)**
“누… 누구세요?”

[남자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깊은 심해의 색을 닮아 있다. 칠흑 같은 밤하늘 같기도 하고, 혹은 가장 깊은 바다의 어둠 같기도 하다.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인간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하고, 동시에 너무나 공허하며, 미묘하게 이질적이다.]

**카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
“왔구나.”

[카이의 목소리는 파도 소리처럼 잔잔하고 깊지만, 동시에 듣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서늘함이 있다. 마치 수만 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듯한 목소리다.]

**유진 (뒷걸음질 치며, 심장이 격렬하게 뛴다)**
“당신… 여기 왜… 왜 계세요? 이 도서관은 폐쇄된 곳인데!”

[카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미끄러웠다. 그의 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는 유진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카이**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너를.”

[유진은 공포에 질려 숨을 들이킨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아득한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셀 수 없는 별들이 명멸하고, 거대한 행성들이 유영하는 듯한 환상. 그의 손이 천천히 그녀에게 뻗어진다. 손끝은 차갑고, 인간의 피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다.]

**유진 (떨리는 목소리로)**
“다가오지 마요… 뭐… 뭐하는 거예요?”

[카이의 손이 유진의 뺨에 닿는다. 얼음장 같은 차가움이 그녀의 피부를 스친다. 순간, 유진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간다. 심연의 바다, 거대한 촉수,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대 도시의 잔해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의 모습.]

**카이 (유진의 눈동자를 깊이 응시하며)**
“이끌림을 느꼈을 테지. 태초부터 너의 영혼에 새겨진 각인처럼. 너는… 기억하고 있었다.”

[유진은 혼란과 공포로 눈을 질끈 감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손길이 불쾌하기보다는… 기묘하게도 익숙하고 안정적인 느낌마저 준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던 접촉처럼, 잃어버렸던 조각이 제자리를 찾는 듯한.]

**유진 (눈을 뜨며, 그의 눈을 피하지 못한다)**
“무슨… 무슨 소리예요… 당신은 대체…”

[카이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뒤편의 촉수 문양을 가리킨다.]

**카이**
“이것이 너를 불렀다. 그리고… 너의 피가.”

[유진은 소름이 돋는다. 자신의 피? 그녀는 고대 문양과 자신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카이의 눈빛이 더욱 깊어진다. 그 속에서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어떤 슬픔과 갈망이, 그리고 아득한 고독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카이**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찾아 헤매었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차원에서. 이 균열이, 우리를 다시 잇기 위해 기다렸다.”

[갑자기 도서관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진다. 지반이 울리고, 천장에서 흙과 돌멩이가 떨어지며, 바닥의 물이 파문처럼 거세게 일렁인다. 벽에 새겨진 촉수 문양이 희미한 푸른빛을 넘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다.]

**유진 (비명을 지르려다 멈칫한다)**
“이게… 무슨…”

[카이는 흔들림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유진을 꽉 붙잡는다. 그의 눈동자는 이제 희미한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에 비현실적인 빛이 어른거린다. 그의 인간 같던 외모에 미세한 변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카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의 세계가, 너의 인식이… 균열을 맞이할 시간. 너의 눈이… 진실을 볼 시간.”

[카이의 손에서 차가운 기운이 유진의 팔을 타고 심장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유진의 시야가 흐려지고, 심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그의 얼굴이 더욱 가까워진다. 그의 입술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마치 심해의 조류 소리 같은, 혹은 거대한 암석이 갈라지는 듯한 고대 언어가 흘러나온다.]

**카이**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그의 고대 언어는 유진의 뇌리를 강타한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간다. 피로 물든 바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이한 구조의 도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 하늘…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자신을 기다리던 또 다른 존재… 그 모든 환각의 중심에, 지금 눈앞의 카이가 있었다.]

**유진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속삭이듯이)**
“아… 안돼… 이건… 이건 내가 아는 세계가 아니야…! 머리가… 머리가…”

[카이는 유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댄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그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한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짙은 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작은 눈동자가 일렁이는 듯했고, 피부는 비늘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인간의 윤곽은 흐려지고, 어떤 경이롭고도 끔찍한 아름다움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기괴함 속에서도, 유진은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오히려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카이 (유진의 귀에 지극히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이제… 너는 알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오래고… 얼마나 깊으며… 얼마나 위험한지. 이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도서관의 진동은 더욱 거세지고, 벽의 촉수 문양은 이제 핏빛으로 강렬하게 타오른다. 바닥의 물은 거품을 뿜어내며 끓어오른다. 유진의 정신이 아득해진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빛이 꺼진 심해의 바닥처럼 변해가는 카이의 눈동자였다. 그녀의 의식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다.]

**(에피소드 끝)**

**내레이션 (점점 더 묵직하게, 여운을 남기며)**
금지된 사랑은,
때로 세상의 모든 질서를 뒤흔든다.
두 종족의 경계를 넘어선 만남은
과연 축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아득한 심연으로의 초대장이 될 것인가.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영원한 균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