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챕터 1: 무너진 도시의 빗물 냄새**

회색빛 하늘은 언제나처럼 잿빛 먼지를 머금고 있었다. 빗방울이 가끔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히며 오래된 폐허의 냄새를 짙게 만들었다. 지훈은 녹슨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백화점 건물의 잔해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아갔다. 발밑에서는 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곳은 한때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 찼던 쇼윈도가 있었을 자리였겠지만, 이제는 깨진 마네킹의 팔다리, 찢어진 옷가지, 그리고 정체 모를 잔해들만이 뒹굴고 있었다.

“빌어먹을…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없군.”

지훈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텅 빈 공간에 메아리치며 묘한 공포감을 더했다. 배낭 속에는 어제 겨우 찾아낸 딱딱한 건빵 몇 개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식수가 전부였다. 도시의 외곽으로 나갈수록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부에서는 더 이상 건질 만한 것이 없었다. 적어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말이다.

그는 부서진 에스컬레이터를 피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은 이미 계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콘크리트 조각과 녹슨 철근이 뒤엉켜 있었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끊임없이 새어 들어와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지훈은 손전등으로 어두운 계단 통로를 비췄다. 낡은 손전등은 빛이 약해져 겨우 앞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하층은… 너무 위험한데.’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지하층은 대피 시설로 쓰이던 곳이었고, 그만큼 변이된 생명체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빛도 없고, 습하며, 어둡고 은밀하다. 하지만 지훈은 오늘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야 했다. 낡은 무선 통신기에 필요한 부품이었다. 지상에서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망설임 끝에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코끝을 찌르는 곰팡이 냄새와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지하층으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온몸의 감각이 곤두섰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 한 손으로는 녹슨 철 파이프를 꽉 쥐었다. 다른 한 손은 배낭 옆에 달린 짧은 단검의 손잡이에 올려져 있었다.

지하 1층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한때 신선식품 코너였을 법한 곳이었다. 썩은 음식물 냄새가 아니라, 강철이 녹슬어버린 듯한 비릿한 냄새가 훨씬 강했다. 천장은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잔해 더미 사이로 빗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빛이 썩어버린 진열대를 섬뜩하게 비추고 있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나아갔다. 그의 시선은 쉴 새 없이 주변을 훑었다. 변이된 짐승들은 빛에 민감하지 않지만, 소리에는 매우 예민했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잘못 밟았다가는 끝장이다.

그때였다.

철컥.

발밑에서 밟힌 것이 돌멩이가 아니었다. 날카로운 쇳조각이 그의 전투화 밑창에 걸려 움직이는 소리. 작지만, 이 적막한 공간에서는 총성처럼 크게 울렸다.

콰아앙!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찢어진 벽 뒤에서 튀어나왔다. 짐승이었다. 등에는 칼날 같은 비늘이 돋아나 있었고, 날카로운 발톱이 바닥을 긁으며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녀석의 눈은 핏빛으로 번뜩였고, 콧잔등에서는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지역에서 ‘철피 비늘짐승’이라 불리는 놈이었다. 일반 짐승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며, 무엇보다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었다.

지훈의 심장이 발작하듯 뛰어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다. 뒤이어 두 마리, 세 마리가 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 네 마리. 철 파이프 하나로는 상대하기 버거운 숫자였다.

“젠장!”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가장 가까운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철피 비늘짐승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녀석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지훈이 숨은 기둥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

녀석들의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소리가 지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지훈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비상계단은 이미 녀석들에게 막혔을 것이고, 다른 출구는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가 찾아야 할 부품은 바로 이 지하 어딘가에 있었다.

‘싸워야 한다…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지훈은 배낭을 풀어 헤쳤다. 안에는 낡은 플레어건 하나가 있었다. 총알은 단 한 발. 비상시에만 사용하려고 아껴두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그 ‘비상시’였다.

그는 플레어건을 꽉 쥐고 기둥 뒤에서 빠르게 머리를 내밀었다. 눈앞에는 철피 비늘짐승 네 마리가 그를 포위하려는 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녀석들의 핏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조준, 발사!

플레어건의 총구가 섬광을 내뿜으며 붉은 불꽃을 발사했다. 불꽃은 맹렬한 기세로 가장 앞에 있던 비늘짐승의 얼굴에 직격했다.

끼이이이익!

괴기한 비명과 함께 녀석의 얼굴에서 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다른 비늘짐승들은 잠시 주춤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훈은 재빨리 반대편 기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 마리… 처리했나?’

플레어건의 불꽃은 변이된 짐승들에게 치명적이었다. 특히 눈이나 급소에 맞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단 한 발뿐이었다. 남은 세 마리는 아직 건재했다.

지훈은 벽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철 파이프를 다시 고쳐 잡았다. 비록 한 마리를 격퇴했지만, 놈들은 더욱 사나워졌다. 녀석들은 다시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그때, 지훈의 눈에 폐기된 냉동창고 문이 들어왔다. 녹슬어 폐쇄된 문이었지만,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안으로 피신할 수만 있다면…

“좋아, 이거밖에 없어!”

지훈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기둥을 박차고 뛰쳐나가 냉동창고 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비늘짐승들이 예상치 못한 그의 움직임에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그를 쫓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가장 빠른 한 마리가 지훈의 발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전투화를 스치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지훈은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냉동창고 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쾅!

지훈의 몸이 낡은 철문에 부딪혔다. 다행히 잠금장치는 오래전에 부서진 듯했다. 그는 비틀거리는 몸으로 문을 비집고 들어갔다. 철피 비늘짐승들이 문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좁은 틈은 거대한 녀석들이 한 번에 들어오기엔 너무 비좁았다.

크르르르… 캬아악!

녀석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철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 지훈은 있는 힘껏 문을 닫고, 안쪽에 뒹굴던 낡은 철근으로 문을 단단히 고정했다.

차가운 냉동창고 안은 지독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축축한 습기가 가득했다. 그의 손전등이 비추는 곳에는 텅 빈 선반들과 알 수 없는 액체가 말라붙은 바닥이 보였다. 일단은 살았다.

지훈은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왼쪽 어깨에서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분명 비늘짐승의 발톱에 긁힌 상처였다. 찢어진 전투복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그는 배낭에서 비상 약품 키트를 꺼냈다. 소독약을 바르자 쓰라림과 함께 소름이 돋았다. 붕대로 상처를 칭칭 감는 동안, 지훈의 눈은 어둠 속을 응시했다.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냉동창고 밖에서는 굶주린 짐승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가 찾아야 할 부품은… 이 지하 어딘가, 저 짐승들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오늘 밤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위협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지훈은 차가운 냉동창고의 어둠 속에서 쇠약해진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생존의 의지로 타오르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