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은 끈적했고, 한기처럼 살갗을 파고들었다. 나는 축축한 돌바닥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눈꺼풀 안쪽에서도 어둠은 똑같이 존재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찢겨진 과거의 환영뿐이었으니까.

혀끝에 감도는 것은 피비린내가 아니었다. 그것은 패배의 맛, 비통함의 맛, 그리고 지독한 배신의 맛이었다. 굳이 삼키려 하지 않아도 목구멍 아래로 쑤셔 박히는 독약처럼 쓰디쓴 맛.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아래가 칼로 저미는 듯 아려왔지만, 그 고통은 내 안의 뜨거운 불길에 비하면 차라리 온화한 감각이었다.

그래, 아론. 너는 말했다. “우리는 형제다, 카인.”
너는 웃었다. 태양보다 밝게 빛나는 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검을 든 내 어깨를 두드리며, “세상이 우리를 가로막아도, 우리는 함께 헤쳐나갈 거야!” 라고 외쳤다.
그때 나는 너의 눈 속에서 순수한 열정과 맹세를 보았다. 감히 의심할 수 없는 진심을.
아니, 의심하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그것이 내 가장 큰 죄악이었다.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잡힌 것은 쇠창살 너머의 그림자뿐이었다. 내가 갇힌 곳은 지하 깊은 곳에 파묻힌 이름 없는 감옥이었다. 빛 한 줄기조차 허락되지 않는, 망자들이나 모여 살 법한 춥고 음습한 공간. 내 손목과 발목을 묶은 마법이 걸린 족쇄는 피부를 파고들어 살을 짓이겨 놓았다. 하지만 더 아픈 것은, 내 심장을 꿰뚫어 버린 너의 검이었다.

“제정신이 아니야, 카인. 그는 우리를 파멸시킬 거야.”
너는 그렇게 말했지. 내게 등을 돌리고, 내 동료들의 피가 흥건한 바닥 위에 서서.
나는 너를 믿었다. 네가 어떤 어둠을 보았기에 그리 망설이는지, 네가 어떤 무게를 짊어졌기에 그리 고뇌하는지 이해하려 애썼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내 목숨을, 내 이상을,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바치려 했다.
너는 내 검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 다음은.

콰앙!
기억은 언제나 불꽃처럼 터져 나왔다. 너의 차가운 눈빛. “용서해라, 카인. 이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다.”
그리고 너의 검이 내 심장을 파고들던 순간의 섬뜩한 감각. 친구의 손에 들린 검은, 차가운 쇠붙이가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조롱하는 비웃음 같았다.
너는 내게서 힘을 빼앗았다. 나를 지탱하던 모든 것을. 마치 거대한 나무에서 뿌리를 뽑아내듯, 너는 내 존재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몸 안에 흐르던 마나의 흐름은 끊어졌고, 육체를 휘감던 강철 같은 기운은 산산이 부서졌다. 너는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통스럽게, 오랫동안 살아가며 너의 승리를 지켜보도록.

“크윽…”
참았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몸의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욱 깊어져만 갔다. 네가 던진 칼날은 내 몸을 뚫었을 뿐 아니라, 내 영혼마저 조각조각 부수어 버렸다. 이제 나는 한때 ‘광휘의 검’이라 불리던 기사가 아니었다. 그저 지하 감옥에 갇힌, 벌레만도 못한 존재일 뿐.

그런데도 왜?
왜 나는 살아있는가?
왜 죽지 못하는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내 안에서 차가운 불꽃이 일렁였다.
나는 기억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검을 들었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 했는지. 그리고 너와 함께 꾸었던 꿈이 얼마나 찬란했는지.
그 모든 것이 너의 손에 의해 부서졌다.
그러니 이제,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할 때였다.

복수.
그 두 글자가 피처럼 끓어올라, 내 심장을 채웠다.
네가 내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나는 기필코 너에게서 되찾을 것이다.
네가 내 꿈을 찢어 발겼으니, 나는 너의 왕국을 짓밟아 버릴 것이다.
네가 내 이름에 먹칠을 했으니, 나는 너의 이름을 피로 새겨 넣을 것이다.

나는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손목의 족쇄에 감겨 있던 마법의 봉인에 미세한 균열이 가는 것을 느꼈다. 몸 안에서 잠자고 있던 힘의 잔재가, 내 복수의 의지에 반응하며 꿈틀거렸다. 약해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불씨는 남아 있었다.
나는 이 불씨를 키울 것이다.
너의 목을 조르는 거대한 화염으로.

감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간수들이 횃불을 들고 다가왔다. 그들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지만, 비웃음이 서린 눈빛만은 또렷하게 느껴졌다.
“아직 살아있었나, 반역자 카인.”
그 중 한 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을 올려다보는 내 눈 속에는 이미, 세상의 모든 어둠보다 더 깊고 차가운 광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이 복수가 나의 마지막 빛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너의 세상은, 그 빛에 타 죽을 것이다.
아론.
기다려라.
나는 기어코 지옥에서 돌아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