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제 87화: 흑룡의 발톱, 현무의 방패**

대천궁 무영 경기장은 숨죽인 침묵에 잠겨 있었다. 고요함은 마치 거대한 폭풍 전야 같았고, 수만 명의 시선은 오직 두 개의 인영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흑운,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고 거친 기운은 흡사 맹렬한 폭풍우 그 자체였다. 반대편의 강무진, 그는 마치 흔들림 없는 거목처럼 견고하게 서 있었다. 그의 기운은 잔잔한 호수 같았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그 안에 잠들어 있음을 짐작케 했다.

“크하하하! 현무문의 수호자라던 강무진, 과연 그대가 나의 발톱을 막아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

흑운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울렸다. 그의 발이 땅을 박차는 순간, 거대한 균열이 경기장 바닥을 가르며 전광석화처럼 강무진에게 뻗어 나갔다. 그 균열을 따라 솟아오른 흑암의 기운은 마치 사악한 뱀처럼 무진의 발목을 얽어매려 했다.

“쳇.”

무진은 짧게 혀를 차며 가볍게 몸을 띄웠다. 동시에 그의 발밑에서 푸른색의 견고한 기운이 솟아올라 흑암의 기운을 잠식하려 들었다. 하지만 흑운은 그것을 노린 듯했다. 그의 주먹이 맹렬한 포효와 함께 무진의 안면으로 날아들었다. 단순한 주먹이 아니었다. 주먹 주위에 검은색의 용머리 형상이 일렁이며 강력한 기운을 내뿜었다.

**콰아아앙!**

공중에서 격돌한 두 기운은 폭발적인 파동을 일으켰다. 무진은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그의 팔을 감싼 푸른색 기운이 흑룡의 기운을 흡수하듯 빨아들이며 그 힘을 상쇄시켰다. 흑운은 피식 웃었다.

“고작 이 정도인가? 현무문의 방어술은 명성이 과장된 것이었나 보군.”

하지만 무진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흑운의 말을 듣고서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녀석,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어.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내 기운의 흐름을 읽고 있다!*

흑운은 직감했다. 무진의 방어는 단순한 수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방패처럼, 공격을 분석하고 약점을 파악하려는 교활한 움직임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떠냐! 흑룡파천무(黑龍破天舞)!”

흑운의 몸이 회전하며 수십 개의 검은색 잔상을 만들어냈다. 잔상 하나하나가 실제처럼 느껴졌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그림자들이 동시에 무진에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맹렬한 발톱과 주먹이 쇄도했다. 공격 하나하나에 산을 부수고 강을 가르는 힘이 실려 있었다.

**파아아앙! 쾅! 쩌저적!**

무진은 잔상 하나하나에 정확히 대응했다. 때로는 팔로, 때로는 다리로, 때로는 전신으로 그 공격들을 받아내고 흘려보냈다. 그의 몸을 감싸는 푸른색 기운은 공격을 받을 때마다 더욱 짙고 단단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공격의 수는 너무나 많았고, 흑운의 힘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무진의 푸른 기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압!”

무진의 입에서 짧은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의 발이 경기장 바닥을 스치듯 미끄러지며 미세한 회전을 만들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푸른색의 거대한 기운 회오리가 형성되며 흑운의 잔상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거북이가 등껍질을 회전시키듯, 그는 모든 방향에서의 공격을 튕겨냈다.

“흐음, 제법이군. 하지만 언제까지 막기만 할 수 있을까? 결국 방패는 깨지게 마련이다!”

흑운은 잔상들을 거두고 본체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두 손에 검은색의 거대한 기운 덩어리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의 블랙홀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주변의 모든 기운이 그에게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대천궁의 원로 고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저것은… 흑룡문의 금지된 무공! 천지멸도격(天地滅度擊)이 아니던가!”

한 원로의 경악 섞인 외침이 침묵을 깼다. 천지멸도격. 사용자의 모든 기력을 소모하며, 상대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는 궁극의 파괴 무공. 흑운은 이 승부에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강무진! 이것으로 끝을 내주마! 흐아아아아아!”

흑운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서 응축된 검은 기운 덩어리가 맹렬한 속도로 무진에게 날아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찢어발기며 나아가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무진의 얼굴에 비로소 미세한 변화가 스쳤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고요함.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차갑고도 강인한 푸른색 기운이 용솟음쳤다. 그의 양손이 마치 거대한 거북이의 머리처럼 마주 모아졌다. 그 손아귀 사이에서 푸른색의 영롱한 구슬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구슬은 마치 모든 것을 받아들일 듯한 심해의 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슬 주위로 거대한 현무의 형상이 아른거렸다. 거북의 등껍질처럼 단단하고, 뱀처럼 유연한 푸른 비늘들이 휘감기며 무진을 감쌌다.

“현무진갑(玄武眞甲)!”

무진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진동시켰다. 그의 푸른 구슬이 흑운의 검은 파괴력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세상이 멈춘 듯했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시간이 뒤틀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경기장 전체가 거대한 빛에 휩싸였다. 검은색과 푸른색의 빛이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듯 맹렬하게 뒤섞이며 거대한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좌중의 모든 고수들이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경기장을 둘러싼 보호막이 맹렬하게 흔들렸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 모든 이들은 숨을 멈췄다.

검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겨우 희미하게 남아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두 명의 인영이 겨우 서 있었다.
한 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흑운의 오른팔은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낯빛은 창백했고, 입가에는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무진 또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푸른 기운은 거의 소진된 듯 보였고, 전신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둘 중 누가 승자인가? 누가 최후에 서 있는가?

그 누구도 답할 수 없었다.
오직 침묵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