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고요한 새벽, 안개 자욱한 봉우리들이 천상(天上)으로 솟아 있었다. 그 봉우리들 사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건축물들은 마치 신들의 궁전인 양 빛나고 있었다. 바로 운명학원(雲溟學院)이었다. 수많은 선인 지망생들이 꿈을 키우는, 지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완벽한 영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자리 잡은 본관 ‘천운전(天雲殿)’은 새벽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학원의 위대한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천운전에서 한참 떨어진 후원의 한적한 수련장.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각,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녀가 있었다. 이름은 설아(雪兒). 길게 늘어뜨린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고, 얇은 도포는 축축했다. 그녀의 옅은 옥색 눈동자는 얼음처럼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설아 (독백):**
‘완벽함… 이 운명학원에선 모두가 완벽함을 추구한다. 나는… 나는 아직 한참 멀었어.’

설아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끝에서 옅은 푸른빛 서기가 피어올랐다. 흐릿하던 서기는 이내 응축되며 영롱한 얼음 조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빙봉(氷鋒)’의 날카로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얼음 조각은 허공에서 힘없이 부서져 차가운 물방울이 되어 사라졌다.

**설아 (독백):**
‘분명 재능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학원의 다른 이들에 비하면….’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완벽한 영기(靈氣)의 흐름을 보이고, 완벽한 선술을 구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설아는 늘 그들 사이에서 자신을 이방인처럼 여겼다. 변변찮은 가문 출신인 자신은 이 명문 학원에 가까스로 입학한 행운아였을 뿐. 그녀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매일같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녀가 다시 한 번 집중하려 할 때였다. 발아래 땅이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흔들렸다. 마치 지하에서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둔중하고 낮은 울림이었다.

**설아 (독백):**
‘…또다.’

요즘 들어 이런 현상이 잦았다. 처음엔 그저 지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원의 어르신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운명학원은 하늘의 기운이 가장 안정된 곳이며, 지하에는 견고한 영맥(靈脈)이 흐르고 있어 지진 따위는 일어날 수 없다고. 그러나 설아는 분명히 느꼈다. 이 진동은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둔탁하고, 불길하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한 기운이 담긴 울림이었다.

어쩐지 그 울림이 이 학원의 ‘완벽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아는 막연히 생각했다.

***

며칠 후, 설아는 고대 선술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 깊숙한 곳의 ‘고문헌 보관고’를 찾았다. 먼지가 쌓인 낡은 복도를 지나 가장 안쪽 칸에 다다랐을 때였다. 발밑에서 다시금 그 둔중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강했다. 책장 위의 낡은 등롱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오래된 서책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읏!”

갑작스러운 진동에 휘청거리던 설아가 벽을 짚었다. 손바닥에 닿는 벽의 감촉이 이상했다. 차갑고 매끄러운 돌이 아닌, 뭔가 인위적인 틈새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설아:**
“이게 뭐지…?”

그녀는 호기심에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벽의 일부가 다른 재질의 돌로 되어 있었고, 그 이음새가 섬세하게 숨겨져 있었다. 영안(靈眼)으로 살펴보자, 희미한 영기 보호막이 느껴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비밀 통로였다.

**설아 (독백):**
‘여기에… 왜 이런 것이?’

궁금증을 참지 못한 설아는 조심스럽게 영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희미한 푸른빛이 이음새를 따라 흐르더니, 이내 벽의 중앙이 안쪽으로 스르륵 밀려 들어갔다. 좁고 어두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 안에서는 차가운 공기가 역류하듯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아까의 둔탁한 진동이 훨씬 선명하게 들려왔다.

망설일 틈도 없이, 설아는 등롱을 켜 들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학원 도서관 지하에 이런 통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스러웠다. 통로는 좁고 구불거렸다. 벽은 거칠게 다듬어져 있었고, 오래된 흙과 암석의 냄새, 그리고 무언가 눅눅하고 불길한 기운이 뒤섞여 코를 찔렀다. 발소리조차 흡수하는 듯한 고요함 속에서, 오직 등롱의 희미한 불빛만이 그녀의 길을 밝혔다.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는 점차 아래로 깊어졌다. 이따금 벽에 새겨진 그림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것들은 학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조를 상징하는 용이나 봉황이 아니었다. 팔다리가 뒤틀리고, 고통에 일그러진 듯한 형상들. 인간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기괴한 실루엣들이 음산하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고대의 악마숭배 의식에서나 볼 법한 불경한 문양들이었다.

**설아 (독백):**
‘이건… 무슨 의미지? 왜 이런 그림들이…?’

그림들을 마주할 때마다 설아의 온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학원의 완벽하고 고귀한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들이었다.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둔중한 진동은 이제 그녀의 심장 박동과 함께 울리는 듯했다. 진동과 함께, 아주 희미하게,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낮은 웅얼거림이 고통스럽게 이어지는 듯한 소리.

발걸음을 재촉하던 설아의 눈앞에 마침내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높이가 수십 장에 달하고, 그 너비는 끝을 알 수 없었다. 등롱의 빛으로는 감히 전체를 비출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동굴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제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단은 검붉은 암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표면에는 복잡하고 섬뜩한 문양들이 깊게 파여 있었다. 그 문양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은은하게 깜빡이며 어두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제단 주위로는 영력이 응축된 듯한 푸른빛의 결계가 겹겹이 쳐져 있었으나, 그 푸른빛은 결코 성스러운 기운을 담고 있지 않았다. 마치 맑은 물이 썩어버린 듯, 어딘가 일그러지고 비틀린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 제단의 한가운데에… 설아는 차마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거대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가 쇠사슬에 묶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은 형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불분명한 형상이었다. 마치 수천 개의 영혼이 뒤엉켜 흐물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살아있는 검은 그림자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것 같기도 했다. 끔찍한 것은 그 존재의 표면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형상과 흡사한 아지랑이들이었다. 그것들은 마치 고통받는 영혼처럼 흐느적거렸다.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그 거대한 존재의 몸 곳곳에 박혀 있는 수많은 촉수들이었다. 그 촉수들은 제단에 연결된 수십 개의 영력 흡수 장치에 꽂혀 있었다. 장치들은 마치 피를 빨아들이는 거머리처럼 끔찍한 존재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흡수된 에너지는 제단의 검붉은 문양을 타고 위로, 위로, 학원의 심장부로 흘러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설아 (독백):**
‘이건… 이건 대체…’

설아의 눈에 비친 것은 절규 그 자체였다. 거대한 존재는 말없이 고통받고 있었다. 그것의 주변을 맴도는 아지랑이들은 사실 죽은 이들의 잔혼(殘魂)인 것 같았다. 그들은 제단의 에너지를 통해 끊임없이 거대한 존재에게 공급되거나, 혹은 거대한 존재로부터 뽑혀 나와 제단에 희생되고 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은 설아의 오감을 마비시켰다.

제단을 자세히 살펴보던 설아는 문득 제단 한 귀퉁이에서 빛나는 낯익은 문양을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학원의 교장, 현무(玄武) 대선사가 즐겨 사용하던, 그의 상징과도 같은 영력 문양이었다.

**설아 (독백):**
‘교장 선생님의… 문양?’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학원의 완벽한 영력, 천상의 기운… 그것은 이 지하의 끔찍한 존재로부터 강제로 뽑아낸 것이었다. 학원의 명성과 번영은 이 희생 위에 세워진 거짓된 영광이었던 것이다.

몸 안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설아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렸다.

**설아 (독백):**
‘도망쳐야 해… 어서…!’

하지만 그녀가 막 통로로 들어서려던 찰나, 거대한 동굴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굉음과 함께 천장에서 거대한 암석 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뒤를 돌아보니, 제단 주변의 검붉은 문양들이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기라도 한 것처럼, 동굴 자체가 분노하는 듯했다.

“악!”

떨어지는 파편을 피해 통로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가 들어선 직후, 동굴 입구가 거대한 암석 덩어리에 의해 완전히 막혀 버렸다. 천운(天運)인지, 저주받은 운명인지 알 수 없었다.

어둠 속을 필사적으로 뛰어, 마침내 도서관 고문헌 보관고의 비밀 통로로 다시 돌아왔다. 설아는 필사적으로 벽의 숨겨진 장치를 눌러 통로를 닫았다.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그 끔찍한 광경을 완벽하게 봉인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설아는 주저앉았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온몸이 떨렸다. 눈앞에는 아직도 지하 동굴의 참혹한 광경이 생생하게 아른거렸다. 학원의 웅장함, 교장 현무 대선사의 자애로운 미소, 동료들의 순수한 열정… 그 모든 것이 거짓된 가면처럼 느껴졌다.

**설아 (독백):**
‘운명학원… 너의 진정한 모습은… 이런 것이었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에 맞서야 한다는 섬뜩한 사명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새겨졌다.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던 얼음 조각들은 이제 더 이상 힘없이 부서지지 않았다. 차가운 분노가 응축되어, 심장이 얼음처럼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아는 이 악몽 같은 진실을 어떻게 밝혀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순수한 신입생이 아니었다. 운명학원의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앞에서, 설아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