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아르카디아의 금기

## 에피소드 1: 지하의 톱니바퀴 소리

[장면 시작: 거대한 시계탑이 솟아오른 아르카디아 마법 공학원 전경. 수많은 톱니바퀴와 증기 파이프가 외부로 드러나 있으며, 하늘에는 자가 동력 비행선들이 오고 간다. 이른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마법과 기계가 어우러진 교정을 활보한다.]

**내레이션 (류진):** 여기는 아르카디아 마법 공학원.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세상 마법과 공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곳이다. 명문 중의 명문. 모두가 선망하는 엘리트 학교.

[장면: 마법 공학 강의실.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자동 인형(오토마톤)이 교수대 위에서 위용을 뽐낸다. 류진은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거나 작은 스패너로 손목의 소형 기어를 만지작거린다. 그의 앞에는 칠판 가득 적힌 복잡한 마법 공식과 기계 설계도가 있다.]

**교수 (중년의 엄격한 남자):** …따라서, 에테르 동력 장치의 안정적인 구동을 위해서는 ‘생체 반응 역류’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 누가 이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지만, 류진은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이다.]

**교수:** 류진 학생.

[류진, 깜짝 놀라 고개를 든다. 그의 옆자리 친구 세리가 팔꿈치로 그를 쿡 찌른다.]

**세리:** (속삭임) 야, 류진! 정신 차려!

**류진:** 네? 아… 음…

**교수:** (안경을 고쳐 쓰며) 이 현상에 대한 당신의 독자적인 해석이 궁금하군요. 늘 남다른 시각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류진:** (긁적이며) 아… 생체 반응 역류는 결국 생명체의 에테르 파장이 기계 장치와 충돌해서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핵심은… 에테르 그 자체의 간섭을 줄이는 게 아니라… 기계가 생체 파장을 ‘수용’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거죠. 예를 들면, 기계 부품에 특정 마법 촉매를 입히거나… 아니면 아예 생체 에너지를 기계 동력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교수와 학생들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류진을 바라본다. 세리는 한숨을 쉰다.]

**교수:** (정색하며) 류진 학생. 그건… 금지된 마법 공학의 영역에 대한 발상입니다. 이 학원의 기본 이념과도 상충되는 위험한 생각이지요.

**류진:** (어깨를 으쓱하며) 위험할 수도 있지만, 효율적일 수도 있잖아요? 안 그래요?

**교수:** (한숨) 하아… 수업이 끝난 후, 제 연구실로 찾아오십시오.

**류진:** (속으로) (또 잔소리겠지 뭐.)

[장면 전환: 밤, 공학원 지하 복도. 낡고 녹슨 증기 파이프가 천장을 가득 메우고, 희미한 가스등이 복도를 비춘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류진은 손목에 찬 작은 손전등을 켜고 조용히 걸어간다.]

**내레이션 (류진):** 교수가 금기라고 했던 발상.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거대한 공학원의 수많은 기계들이, 어쩌면 이미 그런 ‘위험한’ 아이디어 위에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장면: 낡은 부품 창고. 먼지 쌓인 톱니바퀴, 고장 난 오토마톤 팔다리, 녹슨 마법회로판 등이 가득 쌓여 있다. 류진은 복잡한 부품 더미 속을 뒤적거린다.]

**류진:** 으음… 내가 찾던 ‘고대 에테르 전도체’는 여기에 없나. 아무리 폐기물 창고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대체 어디에 처박아 둔 거야?

[류진이 거대한 금속 상자를 밀어낸다. 그 뒤편에 가려져 있던 낡고 거친 벽이 드러난다. 다른 벽들과 달리, 미세한 틈새가 보이고 습한 공기가 새어 나온다.]

**류진:** 어라? 여기 이런 벽이 있었나?

[류진이 손전등을 틈새로 비춘다. 틈새 너머는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렴풋이, 아주 미세하게, 기계적인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류진:** (속으로) (여긴 폐쇄된 구역인데… 뭔가 소리가 들려. 혹시 미처 수거되지 못한 자동 인형이라도 있는 건가?)

[류진은 주변을 둘러본다. 벽에 덩굴처럼 얽혀 있는 낡은 증기 파이프 중 하나를 발견한다. 파이프는 벽을 따라 지하로 이어진다.]

**류진:** (흠… 이거 뭔가 재미있겠는데.)

[장면 전환: 다음 날 점심시간. 식당에서 류진은 세리에게 어제 일을 이야기한다. 세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먹다 멈춘다.]

**세리:** 야, 류진! 또 쓸데없는 짓 하고 다녔지? 거기 폐쇄 구역이잖아! 함부로 들어가면 마법 보안팀에 잡혀간다고!

**류진:** (씨익 웃으며) 잡혀가기 전에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할 수도 있지. 어제 그 벽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정기적으로 ‘딸깍’거리는, 꼭 뭔가 작동하고 있는 듯한 소리였어. 그리고… 습한 공기랑 이상한 냄새도 났어.

**세리:** 냄새? 무슨 냄새인데?

**류진:** 음… 뭐랄까, 낡은 기름 냄새 같기도 하고… 아니, 그것보다 더 끈적하고 역한… 꼭 피 냄새 같기도 했어.

[세리, 냅킨으로 입을 가린다.]

**세리:** 으윽, 진짜?! 야, 그럼 더더욱 가지 마! 그냥 무시해! 학교에 이상한 일 많잖아!

**류진:** (고개를 젓는다) 아니, 이건 달라. 그 틈새 너머는 내가 알던 지하 창고의 구조가 아니었어. 훨씬 더 깊이, 아래로 이어지는 통로 같았어. 그리고… 왠지 모르게 끌려.

**세리:** (한숨) 끌려? 네 호기심이 너를 죽일 거야, 언젠가는!

**류진:** 어쨌든, 오늘 밤에 다시 가볼 거야. 너도 같이 갈래?

**세리:**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쳤어?!

**류진:** 넌 마법 방어막이랑 은신 마법 전문가잖아. 나 혼자 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거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지.

**세리:** (고민한다. 류진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하고 강렬하다.) …하아, 진짜 못 말린다니까. 대신, 약속해. 위험하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치는 거야. 알았지?

**류진:** (활짝 웃으며) 걱정 마! 내가 누군데!

[장면 전환: 밤, 다시 폐쇄된 지하 구역. 류진과 세리가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세리는 작은 마법 결정구를 손에 쥐고 주위를 경계한다.]

**세리:** (속삭임) 주변에 마력 감지기 같은 건 없는지 확인하면서 가야 해. 특히 오래된 구역일수록 옛날 방식의 보안 마법이 남아있을 수 있어.

**류진:**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응, 알고 있어. 이쯤이었는데…

[류진이 어제 발견했던 벽을 찾아낸다. 낡은 상자들을 치우자 벽의 틈새가 다시 보인다. 이제는 그 안에서 아까 낮에 들었던 ‘딸깍’거리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그리고 미세하게, 푸르스름한 빛이 깜빡이는 것도 보인다.]

**세리:**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 빛… 에테르 반응인 것 같아. 하지만 너무 불안정해 보여. 그리고 저 소리… 꼭 살아있는 무언가가 고통받는 소리 같지 않아?

**류진:**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인다) 그러게. 단순한 기계 소리는 아닌 것 같아.

[류진이 틈새에 손을 대자, 희미한 진동이 느껴진다. 그 진동은 벽 너머의 거대한 기계 장치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류진:** (속으로) (이 벽, 그냥 낡은 게 아니야. 안에서부터 막아선 듯한… 묘한 저항감이 느껴져.)

[류진은 틈새에 단단한 쇠꼬챙이를 박아 넣고 지렛대처럼 힘을 준다. 낡은 벽이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조금 더 벌어진다. 그 순간, 안에서 차가운 바람이 확 몰아쳐 나온다.]

**세리:** (몸을 움츠리며) 흐읍! 이 기운… 불길해…

[틈새가 더 벌어지면서, 그 안쪽의 풍경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거대한 통로가 어둠 속으로 뻗어 있고, 그 통로 양옆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증기 파이프와 마법 회로가 보였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 푸른빛이 깜빡이는 기계 장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심에는… 마치 좁은 우리처럼 보이는 금속 구조물이 있었다.]

**류진:** (숨을 들이킨다) 저건…

[금속 우리 안에는 어렴풋이, 무언가가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였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여러 개의 파이프와 마법 전선이 그 몸에 꽂혀 있었고, 온몸에서 불안정한 에테르 파장이 푸른빛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루엣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통받는 것처럼.]

**세리:** (공포에 질려 눈을 가린다) 맙소사… 저게 뭐야…?

[그 순간, 깊은 곳에서 ‘위이잉-‘하는 거대한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동시에 푸른 에테르 빛이 더욱 강하게 섬광처럼 터져 나온다. 빛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던 우리 안의 ‘무언가’가 흐릿하게 보였다. 분명, 사람이었다. 아주 끔찍하게 변형된.]

**류진:** (얼어붙은 채 중얼거린다) 이건… 우리가 알던 아르카디아의 지하가 아니야…

[그들의 등 뒤에서 ‘철컥!’하는 금속음이 들린다. 놀란 류진과 세리가 동시에 뒤를 돌아본다.]

[장면 끝: 복도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자동 인형(오토마톤)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그 눈은 정확히 류진과 세리를 향하고 있었다. 뒤편의 벌어진 벽 틈새에서는 여전히 푸른 에테르 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오며 고통스러운 기계음과 흐느낌이 섞여 들려온다.]

**내레이션 (류진):** 학교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 우리는 금지된 빗장을 열어버렸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