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미스터리움: 그림자 도시**

**제1장. 밀실의 초대**

눈을 뜨자 찰나의 암전 뒤, 익숙한 세계가 황홀하게 펼쳐졌다. 현실의 답답한 시야를 벗어던진 감각은 언제나 짜릿했다. 내 아바타, 서은현은 낡았지만 고급스러운 가죽 의자에 기댄 채 나른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현실의 내 방이 아닌, 가상현실 게임 ‘미스터리움: 그림자 도시’ 속 나의 사무실이었다. 정확히는 엘론 상업 지구의 외곽에 위치한, ‘진실 탐정 사무소’라는 거창한 이름을 단 초라한 작업실이었다.

화려한 검술이나 마법 따위는 쓸 줄 몰랐다. 고작해야 허름한 단검 하나를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는 평범한 외모의 서은현은, 이 드넓은 미스터리움 세계에서 아주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탐정’. 이 게임이 자랑하는 압도적인 자유도와 현실성은, NPC와 플레이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건과 의뢰를 발생시켰고, 나는 그 파고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시스템적으로 부여된 ‘진실의 탐색자’라는 특별한 칭호는 내 시야를 다른 이들보다 예리하게 만들었고, 아주 미세한 단서도 놓치지 않도록 도왔다.

“흐음… 오늘은 조용하군.”

느긋하게 책상 위 서류 더미를 정리하던 참이었다. 이때, 사무실 문이 ‘쾅’ 하고 요란하게 열렸다.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건 늘 내게 자잘한 의뢰를 물어다 주던 정보상 길버트였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 대신, 새하얗게 질린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탐정님! 큰일 났습니다! 정말 큰일이 터졌어요!”

길버트는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엘론 상업 지구의 활기찬 풍경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진정하게, 길버트. 대체 무슨 일인데 이 난리인가?”
나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물었다. 심장이 터질 듯 달려온 길버트의 모습은 꽤나 희귀한 광경이었다.

“대공 알베르트 님이… 알베르트 대공 님이… 살해당했습니다!”

내 미간이 순간적으로 좁혀졌다. 알베르트 대공이라면 이 엘론 상업 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NPC 중 하나였다. 그의 저택은 이 도시에서 가장 견고하고 화려하며, 그를 경호하는 기사단 역시 미스터리움 내에서도 정예로 손꼽혔다. 그런 인물이 살해당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살해? 누가 감히 그런 짓을…?”

길버트는 고개를 젓고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게… 밀실 살인입니다! 완벽한 밀실에서 대공님이 시신으로 발견됐어요!”

‘밀실 살인.’
그 단어가 내 뇌리에 박히자, 내 눈빛이 순간적으로 달라졌다. 나른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오직 흥미와 탐색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사건’이었다.

“자세히 설명하게, 길버트. 지금 당장 대공의 저택으로 안내해 주게.”

***

엘론 상업 지구 중심부에 솟아 있는 알베르트 대공의 저택은 언제나 그랬듯 웅장하고 위압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웅장함 속에 섬뜩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저택의 정문 앞에는 평소보다 몇 배는 많은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길버트의 안내로 겨우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 곳곳에서 오가는 기사들의 혼란스러운 대화가 들려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감히 누가 대공님을….”
“어떤 수상한 자도 드나들지 않았다고! 문도 모두 잠겨 있었는데!”

복도를 지나 거대한 홀에 다다르자, 저택의 경비대장인 드미트리 기사가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내가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다가왔다.

“탐정 서은현 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이… 정말 심상치 않습니다.”

드미트리 기사는 평소 무뚝뚝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절박함만이 가득했다. 그의 말에서 사건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피해자는 알베르트 대공, 살해 장소는 어디입니까?”
내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드미트리 기사의 눈은 내게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았다.

“대공님의 서재입니다. 저택 최상층에 위치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지요.”
그는 안내하듯 앞장섰다. 서둘러 계단을 오르며, 내 머릿속은 이미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최상층 복도에 도착하자,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몇몇 기사들이 서재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서로에게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서재 문은 육중한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견고한 문이었다. 이미 강제로 열린 흔적이 역력했다.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서재 문은 안에서 단단히 잠겨 있었습니다. 어떠한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었죠. 창문 또한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모든 덧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드미트리 기사가 심각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문은 어떻게 열었습니까?”
“어쩔 수 없이… 부쉈습니다. 대공님께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어서….”

내 눈은 이미 서재 문이 부서진 흔적을 훑고 있었다. 견고한 오크나무 문이 바깥에서 큰 힘을 받아 열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파편들. 안쪽에서 잠금쇠가 걸려 있었다는 기사들의 증언과 일치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서재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내부 공기는 무겁고 차가웠다. 창문은 두꺼운 커튼에 가려져 있었고, 그마저도 안에서 굳게 걸쇠가 채워진 덧문으로 이중 잠금 되어 있었다. 서재는 대공의 취향에 맞게 온갖 진귀한 서적과 유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한 나무 책상 위에는 잉크병과 펜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미처 다 읽지 못한 듯한 문서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에 상반신을 기댄 채 엎드려 있는 알베르트 대공의 시신. 그의 등에는 얇고 날카로운 단검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피가 흥건하게 책상 위를 적셨고, 서류들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주변에는 그 어떤 격렬한 저항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책상 위 물건들은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었고, 의자도 쓰러져 있지 않았다. 마치 대공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기습당한 것만 같았다.

“이곳은… 완벽한 밀실이었습니다, 탐정님. 누구도 드나들 수 없었고, 대공님은 이곳에서 혼자 작업을 하고 계셨죠. 그런데 대체… 누가, 어떻게?”
드미트리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좌절감이 가득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서재 내부를 천천히 훑었다. 내 ‘진실의 탐색자’ 시야는 미세한 먼지 하나, 바닥의 작은 긁힘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세계 지도, 빽빽하게 꽂힌 서적들, 앤티크한 장식품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대공의 시신 주변에도 저항이나 몸싸움의 흔적은 전무했다. 마치 유령이 들어와 살인을 저지르고 사라진 것만 같았다.

“밀실 살인이라… 흥미롭군.”

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다른 이들에게는 절망적인 불가사의겠지만,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거대한 퍼즐 조각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 퍼즐을 맞추는 것을 가장 즐기는 탐정이었다.

서은현은 천천히 시신에 다가갔다. 그의 눈빛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한 예리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밀실의 트릭은 반드시 존재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실의 탐색자인 나의 역할이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