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젠장, 이런 고문은 마법 시험보다 더한데!”

리안은 낡은 양피지 꾸러미를 붙잡고 신음했다.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 도서관의 심연, 아니, 고서적 자료실의 가장 후미진 구석. 희미한 마법 램프만이 먼지 쌓인 책장 사이를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 그는 오늘 밤까지 제출해야 하는 ‘에테르 균열 역산 마법식’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까지 기어들어 온 참이었다.

“옛 선배들은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공부했담…”

투덜거리며 손을 뻗어 한때는 화려했을 법한 금박 장식의 고서를 꺼내 들었다. 낡은 종이 냄새, 곰팡이 냄새,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차가운 쇳내. 리안은 무심코 책을 펼쳤다. 내용이 너무나 난해해 한숨을 쉬려던 찰나, 그의 시선이 책장 뒤편의 작은 틈새에 닿았다.

‘이상하다… 저기 원래 이런 공간이 있었나?’

셀레스티아 학원은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대 건축물이었다. 워낙 낡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탓에, 가끔 이런 식으로 원래 없던 틈새나 공간이 발견되곤 했다. 대개는 쥐구멍이거나, 오래된 장비가 처박힌 폐쇄 공간일 뿐이었지만, 오늘따라 틈새 너머에서 미묘한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 같았다.

호기심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마법 중 하나다. 리안은 주변을 살폈다. 밤늦은 시간, 도서관 사서는 이미 순찰을 마치고 돌아간 뒤였다. 인기척 하나 없는 정적. 침을 꿀꺽 삼킨 그는 책을 밀어 넣듯 틈새에 손을 찔러 넣었다.

틈새는 생각보다 깊었고, 곧 그의 손가락이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판에 닿았다. 마치 봉인된 문짝처럼 느껴졌다. 푸른빛은 그 틈새 저편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었다. 리안은 조심스럽게 금속판을 밀었다. 삐걱, 하고 낡은 경첩이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문이 안쪽으로 스르륵 열렸다.

어둠. 칠흑 같은 어둠이 그를 맞았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규칙적인 깜빡임이 느껴졌다. 리안은 등골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본능적으로 이곳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는 경고가 울렸지만, 푸른빛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했다.

주머니에서 마법 램프를 꺼내 ‘루멘’ 주문을 외웠다. 자그마한 빛의 구슬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떠올라 어둠을 밝히기 시작했다. 빛이 닿는 곳은 가파른 나선형 계단이었다. 축축한 이끼가 낀 돌계단은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공기 중에는 눅눅한 흙냄새와 함께 묘한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오래된 무덤에서나 맡을 법한 냄새였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져,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끝이 없을 것 같던 계단이 마침내 평평한 바닥으로 이어졌다.

거대한 공간이었다. 셀레스티아 학원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을 줄이야. 리안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방은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곳곳에 알 수 없는 고대 마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법 문양들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마치 이곳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그의 마법 램프는 이 거대한 공간을 모두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리안은 손바닥에 힘을 주어 ‘루멘’의 밝기를 최대로 올렸다. 빛이 퍼져나가자, 그는 눈앞의 광경에 숨을 들이켰다.

복도처럼 길게 이어진 공간의 양옆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관’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니, 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투명한 수정과 흑철이 뒤섞인 기묘한 장치들. 그 안에는 마치… 거대한 애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아니, 애벌레라기보다는, 형태를 알 수 없는 끈적한 유기체 덩어리였다. 그것들은 모두 푸른빛을 희미하게 내뿜으며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학원 지하에 이런 것이 있었다니. 이것들은 대체 무엇이며, 왜 여기에 봉인되어 있는가?

그때였다.

쿵.

발아래 지면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리안은 얼어붙었다.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는 진동은 그의 심장박동과 겹쳐져,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심장을 뛰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진동은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수정 관 속의 유기체들도 더욱 격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동과 함께, 공간 전체를 휘감는 낮고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수만 개의 영혼이 동시에 흐느끼고, 비명을 지르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그의 뇌리를 파고들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으읍!”

리안은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이 소리는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 고통스러운 절규에 동조하며 찢겨 나가는 듯했다. 그가 전생에서 겪었던 어떠한 공포와도 비견할 수 없는, 근원적인 두려움이 그를 덮쳤다.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갈망… 갈증… 자유…—*
*—피… 피를 원해…—*
*—깨어나라… 깨어나…—*

점점 더 선명해지는 목소리들.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히, 저 수정 관 속에 봉인된 존재들이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들은 탈출을, 해방을 갈구하고 있었다.

리안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곳은 학원의 ‘지하’가 아니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 고귀한 마법의 전당이라 불리던 그곳의 지하에, 이런 끔찍한 금기가 숨겨져 있었다니.

그는 문득 가장 안쪽에 있는, 다른 것들보다 훨씬 거대한 수정 관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 안의 유기체는 다른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와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거대한 하나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리안을 향해 열렸다.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붉은색 눈동자.

리안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모든 감각이 그 눈동자에 사로잡혔다. 마치 그의 영혼까지 빨아들일 듯한 심연의 눈.

쿵, 쿵, 쿵.

진동은 이제 온몸을 뒤흔들 정도였다.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천장에서 작은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봉인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 끔찍한 존재들이,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리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정신이 붕괴될 것 같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돌려, 왔던 나선형 계단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절규와 쿵 하는 진동이 그를 잡아챌 것만 같았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다시 도서관의 낡은 자료실로 기어올랐다. 숨을 헐떡이며 몸을 웅크렸다. 문을 닫고 책장으로 가로막았다. 심장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손발이 후들거렸다.

그의 눈앞에는 여전히 거대한 붉은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셀레스티아 마법 학원 지하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그것은 봉인된 수많은 악몽들의 보관소였다. 그리고 그 악몽들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참이었다.

리안은 과연 이 비밀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학원 전체가 알지 못하는 이 끔찍한 진실 앞에서,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밤의 도서관은, 이전과는 다른, 섬뜩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