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핏자국은 이미 굳어 검붉은 자국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 잔향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처럼 공간을 지배했다. 생존자 캠프의 최하층, 본부의 심장부와도 같은 의료품 보관실.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강태한 씨. 보십시오.”

박서윤 대위의 목소리는 평소의 단단함을 잃고 약간의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밤을 지새운 흔적으로 충혈되어 있었지만, 날카로운 경계심만은 잃지 않았다. 우리는 의료품 보관실 앞, 굳게 닫힌 강철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은 육중하고 낡았으며, 곳곳에 좀비들의 공격 흔적인 긁힌 자국과 함몰된 부위가 보였다.

“윤성철 과장입니다. 심장에 정확히 한 번 찔렸어요. 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들은 내용이었다. 핵심은 “외부 침입 흔적 없음”과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는 부분이다. 이 밀폐된 요새에서,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방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은 곧, 기적 혹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가능에 직면할 때 패닉에 빠진다. 특히 이런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는.

“시신은요?” 내가 물었다.

“현재 외부 실험실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오염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증거는 그 방에 있었을 테니까요.” 박 대위는 한숨처럼 말을 이었다. “새벽 2시경, 오경수 반장님이 보급품 확인차 왔다가 발견했습니다.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비상 개방 절차를 밟으려던 중, 내부 CCTV 영상에서 윤 과장님의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CCTV는 작동 중이었습니까?”

“내부 카메라 한 대가 정상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윤 과장님이 쓰러지는 순간만 찍혔고, 범인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 영상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실되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뻔뻔하죠.” 박 대위는 이빨을 갈 듯 말했다. “전력 불안정으로 인한 시스템 오류라고 하는데, 저는 믿지 않습니다.”

나는 대답 없이 굳게 닫힌 문을 응시했다. 무릎을 굽혀 문틈을 살폈다. 오래된 문이라지만, 밀폐는 확실해 보였다. 냉기가 틈새로 새어 나오는 걸 보면 안의 온도는 낮게 유지되는 듯했다. 이 방은 최전선 생존자들의 생명줄인 백신과 의약품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엄격한 통제와 보안이 필수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박 대위가 비상 키카드를 꺼냈다.

“아니요. 잠시만요.”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혹시, 이 문이 잠긴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외부에서 비상 키카드로 잠금 해제를 시도했을 뿐, 내부 잠금쇠는 그대로 걸린 상태였습니다.”

나는 문에 바싹 다가섰다. 금속 특유의 비릿하고 차가운 냄새. 낡았지만 두께만큼은 믿음직스러운 강철문. 손잡이는 단순한 레버식이었고, 그 위로 굵은 빗장이 걸려 있었다. 그 빗장은 오직 안에서만 걸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그 아래, 전자식 잠금장치 키패드가 보였다. 현재는 전원이 꺼진 듯 먹통이었다.

“전자식 잠금장치는요?”

“사건 발생 시점부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 반장님이 내부 잠금쇠를 보고 윤 과장님이 안에서 잠근 줄 알았다고 합니다. 내부 CCTV로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강제로 열었고요.”

나는 문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매끄럽지 않았다. 이곳저곳 움푹 파이거나 긁힌 자국들이 있었다. 아마 좀비와의 전투, 혹은 약탈자들의 침입 시도 흔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흔적들 사이에서, 나는 미세하게 다른 자국을 발견했다. 문 아래쪽, 바닥과 맞닿는 부분의 아주 미세한 틈새. 그리고 그 틈새 주변의 희미한 긁힌 자국.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문, 언제 마지막으로 보수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글쎄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3개월 전쯤, 오 반장님 주도로 한번 점검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외부 충격으로 문이 약간 뒤틀렸다고… 하지만 잠금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박 대위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그러십니까?”

“뒤틀림이요.” 나는 턱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미세한 뒤틀림이라면, 틈이 생길 수 있죠.”

나는 다시 문틈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문틀의 윗부분, 육중한 경첩이 박힌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낡은 금속에서 나는 건조한 삐걱거림, 그런 소리는 없었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균형감이 느껴졌다.

“오경수 반장님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건 보고 후, 현재 휴게실에서 대기 중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났죠?”

“네. 의료품 보관실에 정기적으로 출입하는 인원은 총 5명입니다. 윤 과장님, 오 반장님, 그리고 의료팀장 한 분과 보급팀원 두 분. 모두가 알리바이를 댔지만…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박 대위는 씁쓸하게 말했다. “누구 하나 이성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때니까요.”

“이성을 잃은 살인치고는 너무 치밀하네요.” 나는 문 옆의 벽에 기대어섰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고. 마치 유령이 저지른 살인 같습니다. 전기가 끊겨 CCTV는 먹통, 전자 잠금장치도 작동 불능. 완벽한 밀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주변의 눅눅한 공기, 희미한 약품 냄새, 그리고 박 대위의 긴장된 숨소리. 모든 감각이 이 밀실의 비밀을 파헤치려 애썼다.

“윤 과장님이 쓰러진 위치는요?”

“문에서 3미터 정도 떨어진 중앙 복도 쪽이었습니다. 보급품 선반들 사이였죠.”

“피해자가 쓰러지기 전까지 문을 잠근 상태였다면… 범인은 대체 어떻게 탈출했을까요?” 박 대위가 의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범인을 지목하게 되겠죠.” 내가 눈을 떴다. “혹시, 이 문을 열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윤 과장님의 시신이 있던 곳 주변의 현장 사진도 부탁드립니다. 칼자국이나 특이한 흔적은 없었는지도요.”

박 대위는 망설임 없이 비상 키카드를 문틈에 꽂았다. ‘띠릭’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확 끼쳐 나왔다. 약품 냄새와 피 냄새, 그리고 곰팡이 냄새가 섞여 독특한 악취를 풍겼다. 보관실 내부는 거대한 선반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위에 빽빽하게 의료품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바닥의 핏자국은 이미 닦여 나갔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섬뜩한 상상을 자극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턱에 멈춰 섰다. 그리고 문 안쪽의 잠금장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굵은 빗장. 그리고 그 빗장이 걸리는 문틀의 홈. 낡았지만 튼튼한 구조였다. 안에서 걸면 밖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를테면 빗장에 어떤 흠집이라도?”

“아니요. 깨끗했습니다. 윤 과장님의 손때가 묻어 있었을 뿐.”

나는 문 안쪽에 손을 뻗어 빗장을 만져보았다. 묵직하고 차가운 금속.

“박 대위님.” 내가 말했다. “제게… 철사나 옷걸이처럼 길고 얇고 튼튼한 금속 막대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손전등도요.”

박 대위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이내 무전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요청했다. 잠시 후, 한 대원이 휘어진 철사 옷걸이와 강력한 손전등을 가지고 왔다.

나는 옷걸이를 받아들고 의료품 보관실 문을 닫았다. 다시 그 육중한 강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은 제자리를 찾았다.

“자, 이제 다시 밀실입니다.” 내가 말했다. “박 대위님, 이 문은 안에서 빗장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밖에서 이 빗장을 걸어보겠습니다.”

박 대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손전등을 켜고 문 아래쪽, 바닥과 맞닿는 틈새를 비췄다.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던 그 미세한 틈이 손전등 불빛 아래 확연히 드러났다. 오래된 문이 살짝 뒤틀리면서 생긴,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이 문은… 완벽한 밀실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휘어진 철사 옷걸이를 조심스럽게 그 틈새로 밀어 넣었다. 옷걸이는 유연했지만 강철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해법을 알고 있었다. 이 방의 비밀은 바로 이 낡고 뒤틀린 문 자체에 있었다.

“윤 과장님은 아마도 습관적으로 혹은 불안감에 빗장을 걸었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그 순간을 노렸겠죠.”

철사 옷걸이를 틈새로 밀어 넣는 동안, 나는 마치 보이지 않는 문 안쪽의 빗장을 더듬는 듯 손목을 비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옷걸이 끝이 빗장의 작은 구멍에 닿는 것을 느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옷걸이를 조심스럽게 위로 들어 올렸다. 빗장은 묵직했고, 옷걸이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단단하게 고정된 옷걸이 끝부분이 빗장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철컥!’

둔탁한 쇳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빗장이 안쪽으로 잠긴 소리였다.

박 대위의 얼굴에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문과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럴 수가… 저게 어떻게…”

“간단하죠.” 내가 옷걸이를 빼내며 말했다. 옷걸이 끝부분에는 아주 미세한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오래된 문, 그리고 그 문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 이 문은 과거 외부 공격으로 뒤틀렸다고 했습니다. 아마 오 반장님이 보수했을 때, 이 미세한 틈을 발견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빗장을 걸 수 있는 적절한 도구… 아마도 이런 단순한 철사 옷걸이가 아니라, 훨씬 견고하고 정교하게 휘어진 도구를 사용했겠죠. 윤 과장님을 찔렀던 칼도 아마 그 도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겁니다.”

나는 손전등 불빛을 다시 문에 비췄다. 그리고 빗장 바로 아래,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긁힌 자국을 가리켰다.

“이 빗장에는 윤 과장님의 지문만 묻어 있었다고 했죠? 그건 당연합니다. 빗장을 건 건 윤 과장님 본인이니까요. 범인은 윤 과장님이 안에서 빗장을 잠근 후에, 이 틈새를 이용해 밖에서 빗장을 풀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혹은 그 반대겠죠. 살해 후, 빗장을 다시 걸고 유유히 빠져나간 겁니다. 칼은 이 틈새로 던져 넣거나, 혹은 다른 곳에 숨겨 두었을 테죠.”

“하지만… 윤 과장님은 문에서 3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박 대위가 의문을 제기했다. “문 근처에서 찔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옷걸이 같은 것으로 심장을 찌를 수는 없을 텐데요…”

“네. 그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치밀한 부분입니다.” 내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범인은… 칼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들어간 게 아니었죠. 이 밀실은… 이 문 하나로 완성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다시 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미세하게 삐걱거리는 듯한 소리에 집중했다.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는, 아주 작고 날카로운 소리.

“이 방에는 이 문 외에도 외부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습니다.” 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지만 충분히 칼을 밀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틈새가요.”

박 대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경수 반장님. 그는 이 기지에서 가장 오랫동안 시설을 정비해 온 사람입니다. 그 누구보다 이 낡은 건물의 모든 틈새와 약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특히 의료품 보관실이라면, 그 중요성만큼이나 빈번하게 점검했을 테죠.”

“오 반장님이… 설마…”

“윤 과장님이 생존자들에게 할당될 예정이던 중요 의료품을 빼돌리려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오 반장님은 정의감이 강한 분으로 알려져 있었죠.”

나는 의료품 보관실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낡은 환풍구 덮개가 보였다. 덮개는 단단히 박혀 있었지만, 그 주변의 벽면은 콘크리트가 부서진 흔적이 보였다. 아주 오래된, 수리 흔적 같았다.

“혹시… 환풍구 점검은 언제 했습니까?”

박 대위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은 혼란과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윤 과장님은 그날, 중요한 보급품을 개인 보관함에 옮기려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범인은 그를 노렸겠죠. 이 방의 완벽한 밀실은… 환풍구를 통해 들어온 칼로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윤 과장님이 빗장을 잠그고 안심했을 바로 그 순간에요.”

나는 오경수 반장이 보급품을 확인하러 왔다가 시신을 발견했다는 진술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문이 뒤틀렸다고 보고했으면서도, 잠금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계획했던 것이다.

“오경수 반장님을 당장 체포하십시오.” 내가 박 대위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던 도구들을 압수해 주십시오. 분명 칼을 숨기거나 개조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밀실의 문은 굳건했지만, 그 틈새로 새어 들어온 진실의 빛은 모든 것을 명명백백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 끔찍한 세상에서, 인간은 여전히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가장 치밀하고 잔인한 밀실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