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가운 흙먼지가 목구멍을 긁었다. 사막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볼을 후려쳤지만, 익숙한 고통이라 이제는 별 감흥도 없었다. 진은 닳고 닳은 가죽 장갑 위로 굵게 박힌 못을 힘껏 내리쳤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판자가 갈라졌다. 젠장. 또 실패다.

땀으로 끈적이는 손으로 이마를 훔쳤다. 잿골 마을, 이름처럼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스러져가는 듯한 이 오지에서 목수의 일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은 언제나 위태로웠다. 진의 키는 훌쩍 자랐고, 어깨는 제법 넓어졌으며, 손바닥에는 세상의 온갖 거친 상처들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 육체에 깃든 영혼은 여전히 도시의 붐비는 거리, 매끄러운 유리창, 그리고 손안의 작은 기계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려주던 그곳을 그리워했다.

그래, 나는 진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 몸의 주인은 아니었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거대한 사고 속에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던 순간, 정신을 차리니 나는 잿골 마을의 어린 고아, 진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다. 날마다 굶주림에 시달리고, 오줌 한 방울도 아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은 내가 알던 ‘삶’과는 너무나 달랐으니까. 하지만 수십 번의 계절이 바뀌고, 내 어설픈 지식으로 낡은 농기구를 수리해주며 ‘기인’ 소리를 들을 때쯤, 나는 체념했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과거의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잿골 마을의 잡일꾼 진뿐이었다.

진은 망치를 내려놓고 주저앉았다. 허기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며칠 전부터 마을을 감돌던 불길한 기운이 오늘은 더 선명했다. 아케론 제국. 그 이름만으로도 잿골 마을의 모든 생명체는 숨을 죽였다. 제국은 거대했다. 태양이 지지 않는다는 허황된 소문이 있을 정도로 광활했고, 그 심장부는 황금으로 빛나며 사치와 향락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끝자락에 매달린 잿골 마을 같은 변방의 백성들에게 제국은 탐욕스러운 괴물일 뿐이었다. 끝없는 세금, 이유 없는 징발, 폭력적인 수탈. 그것이 우리가 아는 제국의 전부였다.

“진! 진이냐!”

황급한 목소리가 진을 불렀다. 고개를 들자, 마을의 유일한 대장장이인 늙은 카르벤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흙먼지보다 더 창백했고,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무슨 일입니까, 카르벤 영감님?”

“제, 제국군이다! 놈들이 왔다!”

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올 것이 왔다는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정확했다. 제국군은 매년 가을, 수확의 계절이 끝나면 귀신같이 나타나 마을을 쥐어짜고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여름의 끝자락. 뭔가 잘못되었다.

“몇 명이나 왔습니까? 설마….”

카르벤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수십 명이다! 아니, 수백 명! 기병까지 끌고 왔다! 광산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마을을 포위하고 있어! 이봐, 어서 숲으로 숨어야 해!”

늦었다. 진의 귀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무겁고도 위압적인 소리, 마치 천둥이 땅을 가르고 달려오는 듯한 불길한 소리였다. 진은 급히 카르벤의 손을 잡고 마을 안쪽으로 뛰었다.

마을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잿골 마을의 낡고 허름한 집들 사이로 제국군의 검은 제복이 섬뜩하게 빛났다. 철모와 검, 번쩍이는 갑옷은 마을의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마을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늙은이,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비명과 절규를 내뱉었지만, 제국군의 몽둥이와 주먹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봐, 너희 쓰레기들! 모두 광장으로 모여! 움직임이 굼뜬 놈들은 그 자리에서 모가지를 날려버릴 것이다!”

거칠고 오만한 목소리가 마을을 뒤덮었다. 말을 탄 지휘관은 번쩍이는 황금 장식이 달린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탐욕과 잔혹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진은 숨을 죽이고 진흙벽 뒤에 몸을 숨겼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자비한 폭력과 절망이었다.

“우리 아들이 아직 안 왔어요! 저리 가세요!”

한 늙은 여인이 제국군 병사의 발에 매달려 울부짖었다. 병사는 역겹다는 듯 그녀를 걷어찼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여인은 그대로 쓰러졌다. 진의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그의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낯설지 않았다. 과거의 세상에서 정의가 사라진 사회를 경멸했던 그 마음이, 이곳에서는 더욱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이봐, 젊은이. 자네는 뭘 그리 빤히 보는가? 어서 몸을 숨겨야지!” 카르벤이 진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요!” 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너무하잖아요!”

“너무하다고? 자네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군! 제국은 원래 그런 곳이야! 놈들에게 저항하는 건 죽음을 자처하는 짓이나 다름없네!” 카르벤은 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눈에도 절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지만, 수십 년간 겪어온 폭력 앞에서 그는 철저히 체념해 있었다.

진은 카르벤의 손길을 뿌리치고 광장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의 눈에 마을 사람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몽둥이와, 흙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이웃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들의 비명은 진의 귓속을 파고들었고, 그의 심장을 찢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지휘관님! 마을 창고를 확인했습니다! 곡식은 예상보다 적습니다!” 한 병사가 보고했다.

“뭐라고? 겨우 이딴 시골 촌구석에서 이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놈들이 숨긴 게 분명해!” 지휘관은 역정을 내며 채찍을 휘둘렀다.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마을 사람이 등짝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거짓말 마라! 우리는 숨긴 것이 없다! 세금을 다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마을 이장이 절규했다.

“시끄러워! 숨긴 것이 없다면… 인력을 징발한다! 젊은 놈들은 모두 차출해서 광산으로 보낼 것이다! 계집들은… 황궁으로 보내 황제 폐하의 기쁨조로 삼을 것이다!”

그 말에 마을은 또 한 번 술렁였다. 젊은 남자들의 강제 징발은 곧 죽음을 의미했고, 여자들을 황궁으로 보낸다는 것은 더욱 비참한 결말이었다. 진의 눈에 절규하는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과거의 나’라면, 이런 불의를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거의 나는 총칼도, 마법도, 물리력도 통하지 않는 ‘시스템’의 뒤에 숨어 안전하게 비판만 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달랐다. 여기는 철저히 힘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약자의 비명은 바람에 실려 사라질 뿐이었다.

진의 시선이 광장 한쪽에 묶인 수레로 향했다. 낡은 수레 위에는 마을 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그러나 제국군에게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보잘것없는 수확물들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며칠 전 진이 수리했던 곡괭이와 삽들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그 순간, 진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과거의 그는 ‘과학’과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이 세상에는 없는 지식들. 이곳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 그것들이 과연 쓸모없을까?

“빌어먹을!” 지휘관의 짜증 섞인 외침이 다시 한번 들렸다. “이런 곳에서 뭘 더 얻겠어?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모두 끌고 가! 광산으로 갈 놈들은 광산으로, 황궁으로 갈 년들은 황궁으로!”

병사들이 무자비하게 마을 사람들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피가 끓어올랐다. 이성적인 판단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과거의 ‘나’가, 이 세계의 ‘진’이 처음으로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벽 뒤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흙바닥에 박혀 있던 돌멩이를 움켜쥐었다.

“멈춰라!”

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잠시나마 광장의 혼란이 멈췄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제국군 병사들의 비웃음 섞인 시선과, 마을 사람들의 놀람과 경악이 뒤섞인 시선이었다.

지휘관이 말을 돌려 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흥미로운 표정이 스쳤다. “오호라, 이런 촌구석에도 용감한 개미 새끼가 있었군. 뭘 어쩌겠다는 거냐, 꼬마야?”

진은 숨을 헐떡이며 지휘관을 노려보았다. 그의 손에 쥔 돌멩이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이게 다 무슨 짓이냐! 우리는… 우리는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다! 당신들은… 당신들은 인간도 아니야!”

진의 말에 지휘관의 얼굴에서 흥미가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가 서렸다. “건방진 놈! 당장 끌어내!”

병사 몇이 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은 주먹을 쥐고 몸을 굳혔다. 그의 몸은 비록 현대인의 나약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전문적으로 훈련된 제국군 병사들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뇌리에는 과거의 지식들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폭발, 화학 반응, 기계 장치…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렵고 위험한 것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이라면.

병사들이 진의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진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만약 내가… 이 마을의 모든 백성들이 굶어 죽지 않고, 다시는 너희들의 횡포에 시달리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래도 나를 죽일 텐가?”

진의 말에 병사들이 일순간 멈칫했다. 지휘관의 눈빛이 다시 한번 변했다. 이번에는 흥미가 아닌, 의심과 탐욕이 섞인 빛이었다.

“네가 뭘 안다는 게냐? 이딴 촌구석의 놈이 감히 황제 폐하의 권능에 맞서겠다는 것이냐?”

“나는 이 마을을, 그리고 이 제국의 모든 백성을 지옥에서 구원할 방법을 안다!” 진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아니, 어쩌면… 너희 제국군조차도 놀랄 만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힘을 알고 있다!”

진의 눈은 마치 거대한 폭풍의 눈처럼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과거의 허약한 지식인이 아닌, 새로운 세상의 불합리에 맞서는 혁명가의 모습이었다.

잿골 마을의 한가운데, 흙먼지가 이는 광장에서, 한 평범한 소년의 목소리가 제국의 거대한 폭력을 향해 반항의 불씨를 지피고 있었다. 그 불씨는 너무나 작고 미약했지만, 어쩌면 이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태워버릴 불길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