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빗줄이 쇠사슬처럼 굵게 쏟아져 내리는 밤이었다. 낡은 고택의 검은 지붕 위로 천둥이 사납게 울부짖었고, 번개는 번뜩이며 한순간 잊힌 그림자를 섬뜩하게 비췄다. 빗물에 젖은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는 이미 경찰차의 경광등이 푸른빛과 붉은빛을 번갈아 뿌리며 긴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강 형사님, 이제 오셨습니까!”

고택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이형사가 빗물을 털어내며 달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해답을 찾지 못하는 초조함이 역력했다. 강준혁은 말없이 굳게 닫힌 고택의 현관을 올려다봤다. 낡은 목조 건축물은 빗소리에 젖어 마치 거대한 관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상황은요.”
강준혁의 목소리는 빗소리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차분했지만, 묘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피해자는 서회장입니다. 어제저녁 7시경 서재에서 발견됐고요. 흉기에 의한 과다출혈… 사망 시각은 어제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이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문제는… 밀실이라는 겁니다. 서재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들도 밖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서회장은 평소에도 아무도 들이지 않고 혼자 지내는 습관이 있었고요.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문을 부수고 들어갔죠. 감식반이 이 잡듯이 뒤졌는데도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강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로 향했다. 낡은 마루는 삐걱거렸고, 복도를 따라 걸을수록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해졌다. 서재 앞에는 노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문도, 창문도 모두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문은 회장님께서 평소에 쓰시던 앤티크 열쇠로 잠겨 있었고요. 창문은 내부에서 걸쇠로 걸어두었더군요.” 이형사는 덧붙였다.

강준혁은 서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방이었다. 두꺼운 암막 커튼은 창밖의 빛마저 차단하고 있었다. 거대한 떡갈나무 책상 위로 스탠드 불빛만이 희미하게 책과 서류 더미를 비추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 발견된 서회장의 시신은 이미 치워졌지만, 얼룩진 카펫과 희미하게 남아있는 피비린내는 그날의 참극을 여전히 증언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낡은 벽난로, 벽을 가득 채운 책장, 그리고 육중한 고가구들. 모든 것이 수십 년의 시간을 견뎌온 듯 고색창연했다.

“문부터 보시죠.”

강준혁은 서재의 육중한 오크나무 문 앞에 섰다. 앤티크 스타일의 손잡이,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묵직한 수직 볼트가 있었다. 잠겨 있던 자물쇠는 감식을 위해 이미 해체된 상태였지만, 볼트 구멍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문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마치 문에 새겨진 시간의 흐름을 읽으려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문틈, 특히 문 하단과 마루 사이의 미세한 간격에 머물렀다. 일반적인 문틈보다도 좁고 정교하게 들어맞는 문이었다.

“이상한 점은 없습니까?” 이형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준혁은 대답 없이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문지방을 따라 이어진 마루판.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전등을 비췄다. 마루판의 표면은 세월의 흔적으로 거뭇했고, 무늬가 닳아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부분이, 문이 닫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아주 미세하게, 손톱으로 긁은 듯한 흔적을 품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절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희미한 흔적이었다. 마치 아주 얇고 질긴 무언가가 여러 번 마찰했던 것처럼.

*이 마찰흔… 문이 닫힌 상태에서 안쪽으로 들어온 흔적은 아니야. 오히려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자국이군. 문이 닫히는 순간, 어떤 물질이 강하게 끌려나갔다는 뜻.*

그의 머릿속에 시간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보통의 밀실은 침입 경로에 대한 의문을 품지만, 이 밀실은 *탈출 경로*의 의문에서 시작해야 했다.

강준혁은 다시 몸을 일으켜 볼트가 잠겼던 위치의 문틀을 살폈다. 낡고 거친 나무결 사이, 볼트가 미끄러져 들어가던 구멍의 모서리가 아주 미세하게 닳아 있었다. 역시나 안쪽에서 잠근 흔적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이형사님, 이 서재 문에 사용된 수직 볼트를 다시 가져와 주십시오. 그리고 끈이나 철사 종류는 아닌, 아주 가늘고 질기며 탄성이 좋은 물질이 필요합니다. 낚싯줄이 좋겠군요. 가장 얇은 것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이형사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낚싯줄이요? 그게 왜… 밀실 트릭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강준혁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두꺼운 커튼을 걷자 창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나무 프레임으로 된 창문은 내부에서 쇠막대기로 단단히 걸쇠가 걸려 있었다. 외부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구조였다. 창틀의 먼지는 두껍게 쌓여 있었고, 어떤 이물질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다시 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문 하단, 마루판의 미세한 긁힌 자국.
범인은 살인을 저지른 후, 이 밀실을 만들어야 했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범인은 서재 밖에서 문을 잠갔습니다.” 강준혁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이형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형사님, 아까 보셨다시피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자물쇠도, 볼트도요.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범인이 투명인간이라도 된답니까?”

강준혁은 냉정하게 말했다. “투명인간일 필요는 없죠. 단지 아주 가느다란 손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범인은 살해 후 문을 잠시 열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는 동시에 안쪽에 있던 볼트를 외부에서 조작했겠죠.”

이형사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육중한 볼트를 어떻게 밖에서… 게다가 문은 틈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강준혁은 다시 바닥의 미세한 긁힘 자국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다시 문 하단의 좁은 틈새, 그리고 그 안쪽에 위치한 육중한 수직 볼트로 향했다.

“범인이 사용한 건 낚싯줄보다도 더 정교하고 질긴 특수 재질의 가는 실이었을 겁니다.”
그의 손가락이 볼트 구멍의 가장자리를 스쳤다.
“이 볼트는 구형이지만,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 말이죠.”

강준혁은 문이 닫히는 부분의 벽에 고정된 볼트 구멍의 윗부분을 가리켰다. 다른 볼트들과는 다르게, 이 오래된 볼트 구멍의 상단에는 아주 미세한, 실오라기 같은 홈이 나 있었다. 세월에 마모된 흔적인 줄 알았던 그것은, 사실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흠집처럼 보였다.

“이 흠집은 볼트가 아래로 내려올 때, 아주 미세한 간섭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그 간섭은… 아주 가는 실이 특정 각도로 걸렸을 때만 일어날 수 있죠.”
강준혁의 눈빛이 빛났다.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범인은 서회장을 살해한 후, 이 문을 열고 서재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 준비해 두었던 아주 얇고 탄성 있는 실을 문 아래 틈새로 집어넣어 안쪽에 있던 수직 볼트에 걸었습니다.”

이형사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럼 문이 닫히면서 볼트가 내려오면… 그 실은 어떻게 회수합니까? 안에서 잠긴 밀실인데, 회수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강준혁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충분히 회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볼트의 특이한 구조 덕분이죠. 범인은 실을 볼트에 건 채로 문을 닫았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실은 마루의 이 긁힌 자국을 만들며 팽팽하게 당겨졌고, 볼트는 아래로 내려와 잠겼겠죠. 하지만 동시에… 실은 이 볼트 구멍 상단의 미세한 홈을 타고 빠져나왔을 겁니다.”

강준혁은 이형사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볼트의 미세한 홈, 그리고 문 아래 틈새. 그리고 바닥의 마찰흔. 이 세 가지가 가리키는 진실은 단 하나입니다. 범인은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각도와 힘으로 실을 당겨 볼트를 잠그고, 그 실이 홈을 타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겁니다. 밀실은 완벽했지만… 결코 불가능한 트릭은 아니었습니다.”

빗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이형사의 입이 벌어졌고, 그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이 미친 듯한 논리를 이해하려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럼 그 실은…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흔적조차 없지 않습니까!”

강준혁은 빙긋 웃었다. 그의 눈은 이미 다음 단서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범인이 사라지게 했을 겁니다.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그 실은… 아주 쉽게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종류였겠죠.”

어둠 속 고택의 서재에 강준혁의 날카로운 추리가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밀실은 깨졌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교묘한 트릭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그 실의 정체를 파헤쳐… 범인을 지목하는 일 뿐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