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잿빛 마을의 불꽃
**[시작]**
**에피소드 1: 잿빛 마을의 불꽃**
**[씬 1] 폐허가 된 땅, 잿빛 마을**
**INT. 낡은 천막 – 밤 (NIGHT)**
타닥이는 작은 모닥불이 낡은 천막 내부를 희미하게 밝힌다. 퀴퀴한 흙냄새와 마른 나뭇가지 타는 냄새가 뒤섞여 공기 중에 떠돈다. 세라가 작은 약절구를 이용해 무언가를 빻고 있다. 그녀의 손놀림은 노련하고 지쳐 있지만 흔들림이 없다. 옆에는 빛바랜 양피지 두루마리 몇 개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세라**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아르콘의 지팡이가 이토록 메마를 줄이야… 별의 은혜가 닿지 않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더니, 이제는 제국의 그림자만이 가득하구나.
천막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리안(19세)**이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피곤함으로 얼룩져 있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불안하다. 허리춤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사냥칼이 매달려 있다.
**리안**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 세라님?
**세라**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잠 못 이루는 밤은 익숙하단다. 오늘 밤도, 내일 밤도,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몸의 휴식이 사치처럼 느껴질 테니.
리안은 세라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는다. 등에서 초라한 수확물을 내려놓는다. 손바닥만 한 토끼 두 마리. 살집이라곤 거의 없는 볼품없는 사냥감이다.
**리안**
오늘도 이게 전부입니다. 제국 병사들이 ‘서리 내린 숲’까지도 수색하고 다닙니다. 이젠 숨을 곳조차 없어졌습니다.
세라가 잠시 약절구를 멈추고 토끼들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패인다.
**세라**
그래.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탐욕의 대상이니. 숨 쉬는 공기마저도 자신들의 것이라 우길 자들이다.
리안의 주먹이 저절로 쥐어진다.
**리안**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그들은 끝없이 빼앗기만 합니다. 어제는 카일의 아버지를 데려갔고, 오늘은… 내일은 또 무엇을 가져갈까요? 우리 마을에는 이제 더 이상 가져갈 것이 없습니다.
**세라**
(조용히 리안의 눈을 바라보며)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우리에게는 아직… 삶이 남아있단다. 그들이 원하는 건 바로 그 ‘삶’이야. 희망이 없는 삶, 고통스러운 삶, 오직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삶.
리안은 고개를 숙인다. 그의 어깨가 무겁게 짓눌린 듯하다.
**리안**
그렇다면… 이대로 죽어가는 수밖에 없습니까?
**세라**
(작은 약병을 내려놓으며)
아니. 죽어가는 것과 살아남는 것은 다르단다. 우리는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세라가 낡은 양피지 하나를 펼친다. 희미한 잉크로 그려진 지도가 나타난다. 지도 위에는 잿빛 마을과 멀리 떨어진 ‘별의 제국’의 수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상징들이 표시되어 있다.
**세라**
(지도를 가리키며)
너의 아버지는… 이 지도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 제국은 이 지도가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어리석은 자들. 희망은 지도에 있지 않고, 바로 우리의 가슴속에 있는 것을.
리안은 지도를 응시한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늘 조각나고 희미했다. 제국 병사들이 마을을 휩쓸었던 그날 밤, 핏자국으로 얼룩진 천막과 어머니의 절규만이 리안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리안**
희망… 그 희망으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칼 한 자루 든 사냥꾼이 거대한 제국에 맞설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세라**
(미소를 지으며)
칼 한 자루가 무의미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칼이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단다. 중요한 건… 무엇을 위해 칼을 드느냐 하는 것이지.
그때, 천막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씬 2] 검은 그림자, 카론 대위**
**EXT. 잿빛 마을 – 새벽 (DAWN)**
리안과 세라가 천막 밖으로 나오자, 마을 사람들 몇몇이 공포에 질린 채 서 있다. 새벽의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잿빛 하늘 아래, 마을 어귀에는 이미 제국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 평소 징세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번쩍이는 갑옷과 날카로운 창들이 새벽 공기를 가른다.
중앙에는 **대위 ‘카론'(30대 후반)**이 서 있다. 그의 흉터 가득한 얼굴은 싸늘하고 오만함으로 가득하다. 그의 옆에는 두 명의 병사가 쇠창살로 만든 새장을 들고 있다. 그 안에는 어제 밤 사라졌던 **카일(12세)**이 웅크리고 있다. 소년의 얼굴에는 눈물과 흙먼지가 뒤섞여 있고,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흔들리고 있다.
**마을 사람 1**
(떨리는 목소리)
벌써… 온 건가?
**마을 사람 2**
(흐느끼며)
카일… 카일이 잡혔어!
리안의 눈이 카일에게 고정된다. 소년의 작은 몸이 쇠창살 안에서 미약하게 떨고 있다. 리안의 주먹이 저절로 쥐어진다.
**카론**
(싸늘한 목소리로)
잿빛 마을의 촌장이라는 자는 어디 있느냐! 빨리 나오지 않으면, 이 아이의 목숨은 내 칼날 위에서 춤추게 될 것이다!
세라가 앞으로 나선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지만, 눈빛만은 흔들림이 없다.
**세라**
제가 이 마을을 돌보는 세라입니다. 대체 무슨 일로 새벽부터…
**카론**
(세라를 경멸하듯 훑어보며)
흥, 늙은 암캐가 잘도 기어 나오는군. 무슨 일이냐고? 네놈들의 더러운 자식 하나가 제국의 신성한 광산에서 ‘별의 광석’을 훔치려 했다! 명백한 반역죄다!
**리안**
(참지 못하고 앞으로 뛰쳐나온다)
거짓말 마라! 카일은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우리 마을은 광산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카론의 시선이 리안에게 향한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카론**
오호, 감히 내 앞에서 소리치는가? 네놈의 어리석은 입은 누구를 닮아 이토록 거만하냐. 혹시… 그 반역자 아버지의 피라도 물려받았나?
리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모욕은 그를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리안**
(분노에 떨며)
그 입 다물어라! 제국 놈들!
**카론**
(크게 웃으며)
하하하! 이 건방진 벌레가! 좋다! 네놈에게 직접 그 벌레 같은 목숨이 얼마나 하찮은지 보여주마!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저 자를 잡아라! 감히 제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본보기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이 마을의 모든 재산을 몰수하라! 저항하는 자는 보이는 대로 베어버려라!
병사 두 명이 리안에게 달려든다. 리안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병사의 칼을 피하고는 허리춤의 사냥칼을 뽑아든다.
**리안**
(이를 악물고)
개만도 못한 놈들!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병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고,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 울음을 터뜨린다. 리안은 투박하지만 빠르게 병사들과 맞선다. 야생에서 길러진 그의 움직임은 거칠지만 치명적이다. 그는 병사 한 명의 칼을 피하며 옆구리를 발로 차 넘어뜨린다. 다른 병사가 창을 휘두르지만, 리안은 몸을 낮춰 피하고는 병사의 손목을 잡아 비튼다.
**세라**
(병사들에게 붙잡히면서도 리안을 향해 소리친다)
리안! 안 돼! 이건 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리안의 눈은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하다. 그의 시선은 새장 속 카일에게 향한다. 카일은 작은 손으로 쇠창살을 붙잡고 울고 있다.
**카일**
(새장 안에서 울부짖으며)
리안 형! 무서워!
그때, 뒤에서 날아온 병사의 칼이 리안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간다. 뜨거운 통증과 함께 피가 솟구친다. 리안은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는다. 병사들이 기회다 싶어 리안에게 달려든다.
**카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흥, 결국 하찮은 벌레일 뿐. 끌고 가서 광산에 던져 넣어라! 그곳에서 제국의 위대함을 평생 깨닫게 될 것이다!
리안은 고개를 들어 카론을 노려본다. 팔뚝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온몸이 고통으로 얼얼하지만, 그의 눈빛은 꺾이지 않는다.
**리안**
(피 묻은 손으로 사냥칼을 움켜쥐고, 쉰 목소리로)
아니… 더는 못 참아.
그의 눈빛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닌, 거대한 부패에 맞서는 순수한 분노와 결의가 번뜩인다. 그는 고통을 잊은 듯 천천히 일어선다. 그의 주변으로 병사들이 창을 겨누며 다가온다.
절체절명의 순간, 리안의 눈에 이글거리는 불꽃이 피어오른다.
**리안**
(이를 악물고)
더는… 빼앗기지 않아!
**FADE OUT.**
**[장면 1]**
* **샷 1:** 모닥불이 타오르는 천막 내부. 흙으로 만든 벽과 낡은 냄비, 어둠이 드리운 천장.
* **샷 2:** 세라의 얼굴. 주름진 얼굴에 비치는 지혜롭고 피곤한 눈빛. 그녀의 손이 약절구를 빻는 모습에 클로즈업. 주변의 빛바랜 양피지 두루마리들.
* **샷 3:** 천막 문이 열리며 리안이 들어서는 실루엣. 피곤함과 불안감이 섞인 그의 얼굴에 클로즈업.
* **샷 4:** 리안이 내려놓는 초라한 사냥감(토끼 두 마리). 뼈대만 남은 몸이 강조됨.
* **샷 5:** 리안의 주먹이 쥐어지는 모습에 클로즈업. 그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우며 분노가 스쳐 지나감.
* **샷 6:** 세라가 펼치는 낡은 양피지 지도. 희미한 잉크로 그려진 알 수 없는 상징들과 잿빛 마을, 제국의 수도가 표시된 부분에 클로즈업.
* **샷 7:** 리안과 세라가 서로를 바라보는 투샷. 세라의 온화하지만 단호한 표정과 리안의 복잡한 감정이 대비됨.
* **샷 8:**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흐느낌과 다급한 발소리. 리안과 세라가 동시에 천막 문을 바라보는 모습.
**[장면 2]**
* **샷 1:** 새벽의 어스름이 깔린 잿빛 마을 전경. 제국 병사들의 갑옷이 빛나고, 마을은 그림자에 잠겨 있는 대비.
* **샷 2:** 카론 대위의 얼굴에 클로즈업. 잔혹하고 오만한 표정. 그의 옆에서 병사들이 들고 있는 새장 안에 웅크린 카일의 모습. 카일의 공포에 질린 눈빛에 클로즈업.
* **샷 3:** 리안이 카일을 발견하고 앞으로 뛰쳐나가는 순간. 그의 얼굴에 터져 나오는 분노.
* **샷 4:** 카론이 리안을 조롱하듯 바라보는 시선.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 **샷 5:** 리안이 사냥칼을 뽑아드는 동작. 칼날이 새벽빛에 번쩍인다.
* **샷 6:** 제국 병사들과 리안의 격렬한 몸싸움. 리안의 투박하지만 야생적인 움직임이 강조된다.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
* **샷 7:** 새장 속에서 울부짖는 카일의 모습. 리안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 **샷 8:** 리안의 팔뚝을 스치는 병사의 칼. 피가 튀는 순간에 슬로우 모션. 고통에 무릎 꿇는 리안.
* **샷 9:** 카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는 모습.
* **샷 10:** 리안의 클로즈업.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 불타오르는 분노와 결의. 핏자국 묻은 손으로 사냥칼을 다시 움켜쥔다.
* **샷 11:** 리안이 천천히 일어서는 모습. 그의 주변을 에워싼 수많은 제국 병사들. 작은 리안의 모습이 거대한 제국의 그림자에 맞서듯 당당하게 서 있는 구도.
* **샷 12:** 리안의 눈에 이글거리는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에 클로즈업. 극적인 효과음과 함께 장면 전환.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