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3장: 별빛의 기록**

지하 수 킬로미터 아래, 공기는 점액처럼 끈적하고 무거웠다. 땀인지, 아니면 동굴 자체의 습기인지 모를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손전등 불빛이 닿는 곳마다 기괴하게 뒤틀린 벽면이 드러났다. 이곳의 모든 것은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분명히 직선인데 시야가 비틀리는 것 같고, 안정적인 구조물인데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현수는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한 기운에 몸을 웅크렸다.

“현수 씨, 괜찮아요?”

나지막한 지영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고고학 팀의 리더이자 이 원정대의 실질적인 중심축인 그녀는 불안한 기색 하나 없이 단단한 발걸음으로 앞서 걷고 있었다. 대학에서 고대 상징학을 전공한 그녀는 이런 종류의 ‘잊혀진 것’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집착이 지금 우리를 이 지옥 같은 심연으로 이끌었다.

“괜찮습니다, 지영 씨. 그냥… 공기가 좀 답답하네요.” 현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건 그냥 공기가 아니야.” 재민이 옆에서 툭 내뱉었다. 탐사 팀의 안전을 책임지는 베테랑 용병인 그는 언제나 현실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그의 중얼거림은 불길한 예언처럼 들렸다. “숨 막히는 건, 이 공간 자체가 우리한테 해로운 뭔가를 뿜어내서 그런 거겠지.”

재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서가던 지영이 손전등을 든 손을 들어 올렸다.
“다들 조심해요. 뭔가… 찾았어요.”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따랐다.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가 갑자기 거대한 원형 공간으로 이어졌다. 수십 미터는 족히 될 법한 천장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손전등의 빛은 그 거대한 공간의 극히 일부만을 비출 뿐이었다. 벽면은 마치 살아있는 암석처럼 꿈틀거리는 무늬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방의 한가운데, 거대한 제단처럼 우뚝 솟은 검은 돌기둥이 우리를 압도했다.

“세상에…” 재민이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런 걸 지하 깊은 곳에 만들었다고?”

그는 경외와 함께 의문을 표했지만, 현수는 그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거대한 돌기둥을 마주한 순간, 현수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제자리를 벗어나 뛰쳐나가려는 듯한 격렬한 통증이었다. 머릿속에는 웅웅거리는 이명과 함께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검은 우주, 무수한 별들, 그리고 그 별들 사이를 유영하는 거대한 그림자들.

“이건… 제단이 아니에요.” 지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돌기둥 가까이 다가가 손전등을 비췄다. 돌기둥의 표면에는 복잡하고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기록이에요. 이 건축물의, 이 문명의…”

문양들은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새겼다고는 믿기 힘든 정교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선과 곡선, 알 수 없는 각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그 문양들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수와 재민도 돌기둥 가까이 다가섰다. 재민의 손전등 빛이 닿는 곳마다, 기둥에 새겨진 비문들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이건… 별자리인가요?” 현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문들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었고, 그 점들은 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는 어떤 별자리와도 달랐다. 우리가 아는 별들은 아니었다.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별이기도 하고, 별이 아니기도 해요. 이건 이들이 바라본 우주의 지도이자, 그들의 역사 기록이에요.” 그녀의 손가락이 비문의 한 부분을 짚었다. “여기 보세요. 이 형상들…”

그녀의 손끝이 가리킨 곳에는,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분되는 기괴한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물고기도, 새도, 파충류도 아니었다. 거대한 날개와 촉수, 그리고 뱀처럼 꿈틀거리는 몸통을 가진 그것은 무한한 심연의 공포를 형상화한 듯했다. 형상의 주변으로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이 엎드려 경배하고 있었고, 그 위로는 우주를 상징하는 듯한 별들의 배열이 펼쳐져 있었다.

“이건… 신화 속의 존재들인가?” 재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무언가를 보고도 그것을 자신의 상식 안으로 억지로 꿰어 맞추려는 듯했다.

하지만 지영의 눈빛은 이미 다른 차원의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 “신화가 아니에요. 이건… 현실이에요. 이 별의 심장에서 잠들어 있는 존재들. 그들이 섬기던, 혹은 함께했던 존재들의 모습입니다. 이 비문은 그들의 강림과 지배를 기록하고 있어요.”

현수는 비문에 새겨진 기괴한 형상을 다시 보았다. 그의 시선이 그 존재의 눈동자, 아니, 눈처럼 보이는 어둠의 구멍에 닿는 순간, 뇌리에 강렬한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어둠, 차가움, 그리고 영원히 이어지는 고독.*
*별들 사이를 떠도는 목소리, 이해할 수 없는 언어, 그리고 파괴적인 힘.*
현수는 비틀거렸다. 마치 영혼이 잠시 육체를 이탈하여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현수 씨! 괜찮아요?” 지영이 놀라 현수를 붙잡았다.

“젠장, 여기가 이상해.” 재민이 총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비문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는 것 같아.”

바로 그때였다.

정적만이 감돌던 거대한 공간에,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낮고, 깊고, 축축한 소리. 마치 거대한 육체가 진흙탕 속에서 뒤척이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는 돌기둥의 비문에서, 혹은 돌기둥 너머의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현수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단순히 무서운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옳지 않은* 소리였다. 인간의 귀가 들어서는 안 될, 이 우주의 질서에 반하는 불협화음이었다.

지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녀는 돌기둥에 새겨진 마지막 비문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촉수가 지하 깊은 곳으로 뻗어 들어가는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경고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것이… 우리를 감지했어요.”

쿵-!

이번에는 조금 더 크고 뚜렷한 진동이 발밑을 흔들었다. 천장에서 미세한 흙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녹색을 띤 액체 방울 같은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저 멀리, 돌기둥 뒤편의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착각이 들었다.

재민은 빠르게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뭐야, 저건? 씨발, 설마 우리가 뭘 깨운 건 아니겠지?”

지영은 돌기둥 너머의 어둠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함께 섬뜩한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니요, 재민 씨. 깨운 게 아니에요.”
그녀는 현수와 재민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여기 올 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우리를 안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낮고 축축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어둠 속에서 더 많은 녹색의 빛들이 반짝였다.
심연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비문에 새겨진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우리는 과연 이 초대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혹은, 거절할 수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