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붉은 먼지의 미궁

천장을 뚫고 쏟아져 내린 붉은 황사 먼지가 틈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희미한 빛줄기를 산란시켰다. 공기는 텁텁했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운 고철 기둥들은 과거의 영광을 조롱하듯 앙상하게 서 있었다. 류는 얼굴 전체를 덮은 방진 마스크 안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의 투명한 보호막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언제나 잿빛과 붉은색, 그리고 어둠의 조합이었다.

“목표 지점까지 앞으로 약 200미터, 수직으로 5층 아래입니다. 지반 불안정 수치, 경고 범위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세라의 목소리는 마스크를 통해 살짝 기계음이 섞여 들렸지만, 익숙한 억양은 여전히 또렷했다. 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춤에 찬 에너지 블레이드의 손잡이를 한 번 쥐었다 폈다. 이 폐허의 미궁에서 소리는 곧 경고였다. 바닥에 뒹구는 녹슨 금속 조각 하나도 조심스럽게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불안정 수치가 심하면 우회한다. 괜히 고집 부리지 마.”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 폐허 바닥에서 태어난 몸인데요, 뭘.”

세라가 작게 투덜거렸지만, 그녀의 시선은 류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류는 낡은 비상 계단으로 보이는 잔해 더미를 조심스럽게 밟고 내려섰다. 한때는 단단했을 콘크리트 계단은 형체만 겨우 남아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끽, 삐걱’ 하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류의 신경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이 깊은 곳에는 그들이 찾으러 온 ‘동력핵’ 외에도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바로 ‘강철거미’였다. 폐허의 금속 잔해들을 먹고 자라며, 금속 조각들을 몸에 붙여 자신을 위장하는 흉악한 생명체. 놈들은 한때 인류가 만들었던 기술의 부산물인 셈이었다.

계단을 다섯 층 내려오자, 공기는 더욱 무겁고 탁해졌다. 주변에는 한때 연구실이었을 법한 공간의 흔적이 보였다. 부서진 컴퓨터 단말기, 녹슨 실험 장비, 그리고 정체 모를 액체가 말라붙은 바닥. 류는 허리에 찬 개인 탐색기를 켜 벽에 가져다 댔다. ‘삐빅, 삐비비빅.’ 약하게나마 에너지 잔류 신호가 잡혔다.

“이곳이 맞을 것 같다.”

류가 짧게 말했다. 세라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자신의 탐색기를 꺼내 더 정밀하게 스캔했다. 그녀의 눈이 엑셀로 표시된 수치 위를 빠르게 훑었다.

“이 건물 지상 동력 코어였던 것 같네요. 잔류 에너지가 엄청납니다. 잘하면 온전한 동력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세라의 목소리에 희미한 희망이 스쳤다. 온전한 동력핵 하나는 우리 기지의 에너지를 한 달 넘게 책임질 수 있는 귀한 자원이었다. 그 귀한 자원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망가진 자동문 앞에 섰다. 문은 이미 반쯤 떨어져 나간 채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안쪽은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다.

“세라, 조명.”

“네, 대장.”

세라가 손목에 찬 보조등을 켰다. 강렬한 푸른빛이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가자,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길고 좁은 복도가 이어져 있었고, 복도 양옆으로는 철제 선반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선반 위에는 먼지 쌓인 알 수 없는 부품 상자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쉿.”

류가 손을 들어 세라를 제지했다. 그의 귀에, 아니, 그의 마스크 내부에 장착된 청각 증폭기에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잡혔다. ‘스스슥, 스스슥.’ 아주 작은, 그러나 섬뜩한 소리였다.

세라 역시 소리를 들은 듯 몸을 굳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허리춤의 레일 피스톨을 뽑아 들었다. 류는 에너지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푸른빛 칼날이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였다.

“강철거미다. 숫자가 꽤 많아.”

류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 중에 맴돌았다. 복도 저 안쪽에서, 푸른빛 조명에 반사되어 번뜩이는 수많은 작은 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탁한 공기 속에서 그들은 마치 금속 조각들이 움직이는 그림자처럼 보였다. 수십, 아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강철거미 떼였다. 그들의 다리가 낡은 철제 선반 위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소름 끼치는 금속음을 냈다.

“젠장,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동력핵 주위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세라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움직여야 한다. 시간을 끌면 더 몰려들 거야.”

류는 앞장섰다. 에너지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복도에 가득했던 강철거미 몇 마리가 산산조각 났다. 놈들은 류의 움직임에 놀라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더 많은 개체들이 복도 벽과 선반에서 쏟아져 나왔다.

“좌측 후방, 세 마리! 대장, 사격합니다!”

세라의 레일 피스톨이 ‘쉬쉬쉬익!’ 소리를 내며 섬광을 뿜었다. 특수 제작된 고밀도 금속탄이 강철거미들의 단단한 등껍질을 꿰뚫었다. ‘타닥, 타닥’ 소리와 함께 놈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졌다.

류는 전진했다. 그의 에너지 블레이드는 춤추는 불꽃처럼 강철거미들을 베어 넘겼다. ‘콰앙!’ 그의 블레이드가 복도의 철제 기둥을 찍어 내리자, 놈들의 접근을 잠시 막는 금속 방벽이 생겨났다. 하지만 놈들은 굶주린 짐승처럼 다시 달려들었다.

“목표 지점은 저 안쪽입니다! 바로 다음 구역!” 세라가 외쳤다.

어둠 속에서 강철거미 한 마리가 류의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블레이드로 놈을 쳐냈다. ‘챙!’ 하는 금속음과 함께 놈의 뾰족한 다리가 그의 방호복을 스쳤다. 강한 충격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방호복이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조심해요, 대장!”

세라가 달려드는 강철거미 떼를 향해 연이어 사격했다. 그녀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놈들의 약점을 찾아냈다. 류는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스캔했다. 목표는 이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격벽 너머에 있었다.

“세라, 엄호!”

류는 복도 옆 선반에 쌓여 있던 낡은 기계 부품 상자들을 발로 차 무너뜨렸다. ‘와르르!’ 소리와 함께 부품들이 쏟아져 내리며 강철거미들의 길을 막았다. 그는 그 틈을 타 격벽으로 몸을 날렸다. 격벽은 단단히 닫혀 있었지만, 전면에는 비상 개방 장치가 보였다.

‘젠장, 잠겨있잖아.’

류가 손으로 격벽을 더듬으며 개방 장치를 찾았다. ‘철컥!’ 마침내 장치를 찾아 눌렀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동력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대장, 문 열어야 합니다! 강철거미들이 상자를 넘어오기 시작했어요!” 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류는 재빨리 에너지 블레이드를 격벽의 틈새에 박아 넣었다. ‘끼이이익!’ 하는 찢어지는 쇳소리와 함께 블레이드의 강력한 에너지장이 격벽을 강제로 벌리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 엄청난 힘이 들어갔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강철거미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일반 강철거미보다 두 배는 큰, 마치 작은 탱크 같은 놈이었다. 류는 온몸의 감각이 경고하는 것을 느꼈다.

“대장! 비켜요!”

세라의 외침과 함께 레일 피스톨에서 발사된 탄환이 거대 강철거미의 다리를 스쳤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고 류에게 돌진했다. 류는 이를 악물었다. 격벽을 여는 동시에 몸을 비틀어 거미의 공격을 피했다. ‘콰직!’ 거미의 뾰족한 다리가 그가 방금 서 있던 격벽을 강하게 찍었다.

간발의 차이였다.

격벽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는 거대한 원통형 동력핵이 눈에 들어왔다. 동력핵은 낡았지만, 여전히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류의 머리 위로 강철거미 떼가 쏟아져 내렸다.

“세라, 동력핵 확보! 내가 막는다!”

류는 외치며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푸른빛 칼날이 어둠 속에서 수많은 강철거미들을 갈랐다. 세라는 재빨리 동력핵으로 달려갔다. 능숙한 손길로 전송 장치를 꺼내 동력핵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지지직!’ 전송 장치에서 푸른색 스파크가 튀었다.

강철거미들은 류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철컥, 쨍그랑!’ 류의 블레이드가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또 막아냈다. 그의 방호복 곳곳에 흠집이 생겨났다. 팔에 박힌 칼날은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

“젠장, 너무 많아…!” 류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동력핵 안정화 완료! 이제 회수하면 됩니다!”

그녀의 말에 류는 순간적인 망설임도 없이 블레이드를 높이 쳐들었다. ‘콰앙!’ 동력핵의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기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기둥이 산산조각 나며 굉음을 냈고, 류는 그 폭발력을 이용해 강철거미 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회수하자, 세라! 서둘러!”

류는 세라를 향해 달려가 그녀와 함께 동력핵을 들어 올렸다. 동력핵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들이 격벽 밖으로 나서는 순간, 복도 안에서 거대한 강철거미 떼가 다시 한번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번에는 더욱 거대한 크기의 놈들이었다. 마치 작은 자동차만 한 놈이 선두에 서서 돌진해오고 있었다.

“젠장, 보스급이야…!” 세라가 경악했다.

류는 이를 악물었다. 동력핵을 등에 멘 채, 그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강철거미의 날카로운 다리가 류의 눈앞에서 번뜩였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때였다. 류의 시야에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복도 위, 한때 통신 케이블이 지나가던 작은 통로가 보였다. 너무 작아서 겨우 한 사람 정도가 기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세라, 저 위로!”

류는 소리치며 동력핵을 지탱한 채 통로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간신히 통로에 매달린 류는 동력핵을 먼저 밀어 넣고, 이어 세라를 끌어올렸다. 그들이 통로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거대 강철거미의 다리가 통로 입구를 강하게 찍었다.

‘콰앙!’

통로가 흔들리고, 위에서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류는 세라와 함께 통로 안으로 기어 들어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강철거미가 통로 입구를 부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놈의 날카로운 다리가 통로를 긁어대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젠장, 망할 놈의 벌레!” 세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류는 한 손으로 동력핵을 잡고 다른 손으로 통로 바닥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통로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뒤에서는 강철거미의 끈질긴 추격이 이어졌다. 그의 얼굴은 마스크 속에서도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 폐허는 언제나 그들을 시험했다. 하지만 류는 알고 있었다. 이 동력핵은 우리 기지에 있는 동료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기필코, 이 동력핵을 가지고 돌아가야만 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