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잔해 속을 기어 올라가는 제이의 발아래, 콘크리트 조각들이 ‘타닥’ 소리를 내며 비명처럼 부서져 내렸다. 수백 년 전의 문명이 뿜어냈던 웅장함은 이제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잿빛 하늘을 긁고 있었다. 거대한 빌딩의 잔해가 마치 죽은 거인들의 묘비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찢어진 옷깃을 파고들었다. 먼지와 시큼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제이는 먼지 쌓인 마스크를 고쳐 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낡은 방수포 가방을 꽉 쥐었다. 그는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세 시간. 세 시간을 꼬박 이 폐허 속을 헤매었다. 발열 식량 한 조각으로 버틴 지 이틀째였다. 몸의 절반이 흙 속에 파묻힌 쇼핑몰 건물의 옥상이 목표였다. 과거, 이곳에 물탱크와 정수 설비가 있었다는 기록을 그는 기억했다.

마침내, 제이의 눈에 거대한 냉각탑의 잔해가 들어왔다. 절반쯤 무너져 속을 드러낸 그 안쪽, 햇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녹색의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 찾았다. ‘순환형 정수 필터.’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귀하디귀한 물건이었다.

제이는 삐걱거리는 철제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수십 년 된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녹슨 핸드레일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삭아버린 철가루가 손바닥에 묻어났다. 필터는 축축한 이끼와 진흙에 뒤덮인 채, 수십 년의 시간만큼이나 굳건히 박혀 있었다. 꺼내려면 상당한 힘과 섬세함이 필요했다. 제이는 가방에서 작업용 칼과 작은 지렛대를 꺼냈다.

‘그르륵.’

그때였다. 아래에서, 혹은 저 멀리 부서진 벽 너머에서, 짐승의 목울대 같은, 불길한 그르렁거림이 들렸다. 제이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순히 바람 소리나 무너지는 잔해 소리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무엇인가의 소리.

그는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애썼다. 쿵, 쿵. 심장이 귀를 때렸다. 피가 머리로 쏠리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다시 ‘그르륵.’ 이번엔 좀 더 가까워졌다. 건물 내부에서 울리는, 숨 막히는 소리.

제이는 필터에서 손을 떼고 재빨리 몸을 웅크렸다. 작업용 칼을 다시 허리춤에 꽂고, 대신 낡았지만 날카로운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한쪽 무릎을 세운 채, 그림자가 드리워진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몇 초 후, 어둠 속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들은 넝마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지만, 손에 든 몽둥이와 녹슨 도끼는 위협적이었다. 가장 앞선 자는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다. 얼굴의 반을 가른 흉터가 기괴하게 일그러져, 짐승 같은 인상을 더했다.

“이봐, 거기 쥐새끼.” 흉터가 있는 남자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은 굶주린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뭘 훔쳐 가는 길이지?”

제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런 종류의 만남은 언제나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는 수없이 경험했다.

“귀가 먹었나 보군.” 두 번째 남자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는 옆구리에 매달린 녹슨 총을 의미심장하게 톡톡 두드렸다. 장전된 총인지, 그저 허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제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 폐허에서는 총알 한 발조차 귀한 보물이었다.

“내려와. 네가 가진 걸 전부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줄 수도 있어.” 흉터 남자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제이에게 다가왔다. 발소리가 냉각탑 안에서 불길하게 울렸다.

제이는 순간적으로 계산했다. 세 명. 하나는 총을 가진 듯하지만, 나머지는 근접 무기. 이곳은 좁은 통로. 함정이었다.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얻어야 할 것은 얻어야 했다.

“싫다면?” 제이가 낮게 말했다. 그의 손에 든 단검이 차가운 금속성 빛을 발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약하지만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건방진 새끼.”

흉터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제이는 간발의 차이로 몸을 숙여 피했다. 몽둥이가 뒤편의 벽을 ‘콰앙’ 하고 때렸다. 낡은 콘크리트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순간, 제이는 오른손에 든 단검을 휘둘러 남자의 팔뚝을 그었다. ‘쉬익’ 소리와 함께 살점이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며 팔을 부여잡고 물러섰다.

그러나 두 번째 남자가 등 뒤에서 총을 들이밀었다. “꼼짝 마!”

제이는 뒤를 돌아보며 재빨리 단검을 던졌다. 총을 든 남자는 당황하며 피했지만, 칼날은 그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며 옷과 살점을 동시에 찢었다. 옅은 비명 소리와 함께 남자가 비틀거렸다.

그 사이, 첫 번째 남자가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엔 몽둥이가 제이의 왼쪽 어깨를 강타했다. ‘억!’ 제이는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왼쪽 어깨에서부터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 뼈가 부서진 듯한 감각.

그래도 제이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눈은 이미 탈출 경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냉각탑의 좁은 입구. 그리고 그 너머의 복잡한 잔해들.

“크윽…!”

제이는 고통을 참으며 필터가 있던 자리로 몸을 날렸다. 어깨 통증이 심했지만, 그는 필터를 움켜쥐고 단단히 고정된 부분에서 강하게 비틀었다. ‘뿌득!’ 하는 소리와 함께 필터가 뽑혔다.

그리고 그는 지체 없이 냉각탑의 입구 밖으로 몸을 던졌다.

“저 새끼 잡아!” 흉터 남자의 고함 소리가 뒤따랐다. 세 번째 남자의 도끼가 제이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꽝’ 하고 내리찍었다.

제이는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와 휘어진 철근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했다. 어깨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탁, 탁, 탁.’ 죽음의 발소리 같았다.

좁은 통로를 지나, 무너진 천장 사이로 몸을 구겨 넣고, 부서진 환기구를 타고 필사적으로 내려갔다. 땀과 피가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에 든 필터는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의 생존을 결정할 단 하나의 조각.

한참을 달리고 기어간 끝에, 제이는 마침내 폐허의 가장자리, 무너진 고가도로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밖은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핏빛 노을이 잿빛 도시를 집어삼키는 시간이었다.

‘흐읍, 흐읍…’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어깨의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쉼 없이 흘러내렸다. 그래도 그는 필터를 꽉 쥐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수많은 별들이 차가운 침묵 속에서 무심하게 반짝였다. 이 세상은 끝없이 황폐하고,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죽음이 그를 노릴 터였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오늘도, 간신히.

필터에서 희미한 녹색 빛이 새어 나왔다. 마치 내일의 생존을 속삭이는 듯이. 그러나 제이는 알고 있었다. 이 희망은 너무나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연약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피 흘리는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핏빛으로 물든 밤은, 이제 막 그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