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공허 속, 태고의 맥동**

우주선 ‘새벽별호’는 인류의 지도를 벗어난 심우주의 검은 장막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셀 수 없는 별들이 먼지처럼 흩뿌려진 암흑 속에서, 새벽별호의 단단한 선체는 유일한 생명의 보루였다. 목적지 없는 항해. 그것이 인류가 미지의 끝을 찾아 떠난 여정의 이름이었다.

“캡틴, 감지 장비에 이상 신호가 잡혔습니다.”

고요를 깨뜨린 건 통신 담당 최수진의 목소리였다. 언제나 차분하던 그녀의 목소리에 미약한 긴장이 배어 있었다. 이정훈 캡틴은 조종석에 앉은 채, 망설임 없이 손짓했다.

“띄워.”

메인 홀로그램 스크린에 희미한 잔상이 떠올랐다. 검은 우주 공간에 홀로 자리 잡은, 설명할 수 없는 기형적인 형태. 거대한 바위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심장 같기도 했다. 일반적인 우주먼지나 소행성과는 확연히 달랐다.

“에너지 패턴이… 비규칙적입니다. 하지만 매우 강해요. 현재까지 인류가 발견한 어떤 자연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수석 과학자 김유리가 미간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이미 스크린 속 기이한 존재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이건… 구조물 같아요. 인공적인.”

“인공이라고요? 이 깊은 우주에?” 수석 기술자 박준영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역력했다. “도착 예상 시간은?”

“최대 출력으로 접근하면… 2시간 30분입니다.” 최수진이 데이터를 갱신했다.

이정훈은 잠시 침묵했다. 미지의 존재. 그것은 인류의 탐사 목적과 정확히 부합했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모든 시스템 점검. 비상 대비 태세. 우리는 접근한다.”

두 시간 반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새벽별호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미지의 구조물에 다가섰다. 육안으로 확인된 그 존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거대한 산맥처럼 우주 공간에 떠 있었는데, 그 표면은 칠흑 같은 암석 같으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빛이 닿으면 별빛을 먹어 치우는 듯 모든 것을 흡수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거대한 덩어리 여기저기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보랏빛, 혹은 푸른빛의 섬광이었다. 마치 그 안에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측정 결과, 밀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외피는 분석 불능이에요. 현재 장비로는 어떤 샘플도 채취할 수 없습니다.” 김유리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미지의 매력에 홀린 듯 번뜩였다. “하지만, 이 맥동… 이걸 느껴보세요. 어떤 에너지 파장이 감지되는데, 생체 반응과 유사하면서도 완전히 달라요.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살아있다고요? 거대한 돌덩이가?” 박준영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접촉은 신중해야 합니다, 캡틴. 혹시 모를 오염이나… 정신 교란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위협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지의 에너지 파장이 우리 승무원의 뇌파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측정됩니다.” 최수진이 덧붙였다.

이정훈은 홀로그램 스크린을 노려봤다. 이 고요한 심연 속에서, 어떤 존재가 이런 걸 만들어냈을까? 혹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정훈 캡틴.” 김유리가 나섰다. “제가 직접 샘플을 채취하겠습니다. 외부 활동복을 입고,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서.”

“무리입니다, 김 박사. 너무 위험해요. 먼저 무인 탐사 드론을 보내야 합니다.” 박준영이 제지하려 했지만, 유리는 이미 결심한 듯했다.

“드론으로는 불가능해요. 이 외피는 어떤 파장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직접 접촉해야 합니다.” 유리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늘 그랬다. 인류의 지식 너머에 있는 것을 갈구하는 순수한 열정.

이정훈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단, 안전 프로토콜은 최고 단계로 준수한다. 박 기술장, 그녀와 동행해서 외부 활동을 지원해 줘. 최수진, 모든 생체 반응과 환경 모니터링에 집중해.”

김유리는 박준영의 도움을 받아 외부 활동복을 단단히 조여 입었다. 새벽별호의 에어록이 열리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우주 공간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눈앞에는 온 우주의 검은 공허를 뒤흔들 것 같은 거대한 유물이 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표면에서 맥동하는 푸른빛과 보랏빛 섬광이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차가운 진공 속에서 고동치는 것만 같았다.

“김 박사,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현재 위치에서 정지.” 박준영의 경고가 무전기를 통해 울렸다.

하지만 유리는 이미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끈질긴 지적 호기심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의 손이 서서히, 맥동하는 외계 유물의 표면으로 향했다. 얼핏 보기엔 거친 암석 같았지만, 그녀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럽게 변했다. 차가운 진공 속에서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철컥.*

그녀의 장갑 낀 손가락이 유물의 표면에 닿았다.

그 순간, 온 세상이 정지했다. 시간도, 공간도, 그리고 그녀의 의식마저도.
유물의 표면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푸른빛과 보랏빛이 뒤섞인 강렬한 빛줄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외부 활동복의 센서가 비명을 질렀지만, 김유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녀의 몸 안으로, 차가운 우주를 뚫고 들어온 태고의 에너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그 에너지는 혈관을 타고 흐르며 온몸을 휘감았고, 뼈 속 깊이 파고들었다. 통증은 없었다. 오히려 지극히…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마치 잃어버렸던 제자리를 찾은 조각처럼.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우주의 심연, 별들의 탄생과 소멸, 수많은 문명의 흥망성쇠… 그리고 아득한 시간 너머의 어떤 존재가 품었던 거대한 꿈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지식과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다.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과 맞닿은 듯한 압도적인 깨달음.

**그것은… ‘기(氣)’였다.**

그녀의 몸 안에서, 잠들어 있던 어떤 문이 활짝 열리는 감각.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며 우주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했다. 그녀의 심장이 강하게 고동쳤다.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김 박사! 김 박사! 응답하십시오!” 박준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찢을 듯 울렸다.

화면 너머로 김유리의 생체 반응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었다. 심박수, 뇌파, 모든 수치가 비정상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외부 활동복의 방사능 측정기는 폭주하고 있었고, 통신은 간헐적으로 끊겼다.

“김유리! 당장 유물에서 떨어지세요! 즉시 복귀합니다!” 이정훈 캡틴의 명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김유리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아니, 들을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멀고 먼 우주를 응시하는 듯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두 눈에서 미약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캡틴! 김 박사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 파장이 감지됩니다!” 최수진이 경악하며 외쳤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김유리의 몸을 감싸는 희미한 오라가 나타났다. 마치 그녀의 몸 자체가 에너지원이 된 것처럼.

김유리는 천천히 손을 유물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무중력 상태에서 몸을 돌려 새벽별호를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그 눈빛은 전과 확연히 달랐다. 깊고, 알 수 없는 빛으로 가득했다.

“유리?” 박준영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때, 김유리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일렁였다. 그녀의 손이 가리킨 방향, 새벽별호의 외벽에 작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의지에 반응하는 것처럼. 우주선 외벽을 구성하는 초합금마저도 그녀의 통제 하에 놓인 듯했다.

모두가 숨을 삼켰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의 육체가, 아무런 도구도 없이, 우주선의 외벽을 손상시키다니.

김유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섬뜩하리만치 차분했다.

“캡틴….” 그녀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이전보다 더 깊고 맑아진 목소리였다.

“이것은… 태고의 유물입니다. 생명의 근원. 그리고… 수련의 시작.”

그녀는 손을 뻗어, 아직 맥동하는 유물을 가리켰다. 유물은 여전히 푸른빛과 보랏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점에 섰습니다.”

새벽별호의 승무원들은 화면 너머,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김유리를 바라보며 얼어붙었다. 이정훈 캡틴의 눈은 혼란과 경계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공포로 물들었다. 미지의 심연 속에서, 인류는 이제 새로운 존재의 문을 열어버린 것일까?

이 모든 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 거대한 외계 유물은 고요히, 그러나 강력하게 맥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