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의 앙상한 뼈대들이 마치 거인의 이빨처럼 솟아 있었다. 바람이 삭막하게 울부짖으며 부서진 유리 조각과 금속 파편들을 긁어댔다. 현은 잔뜩 녹슨 셔츠의 깃을 끌어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흙먼지와 콘크리트 가루가 섞인 공기는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이쪽이야, 현 오빠.”

앞서 걷던 아영이 낡은 손전등으로 한 건물의 입구를 비췄다. 한때는 번화했던 쇼핑몰이었을 장소. ‘환영합니다!’라고 쓰여 있던 간판은 절반이 떨어져나가고, 나머지는 금이 가 있었다. 입구는 굵은 쇠사슬로 대충 막혀 있었지만, 한쪽 귀퉁이가 부서져 있었다. 누군가 먼저 다녀갔다는 증거였다.

“들어가기 전에 주변부터 살펴.” 현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이런 폐허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것뿐이었다.

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낡은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금이 간 렌즈 너머로 그녀의 눈동자가 민첩하게 움직였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요. 바람 소리뿐.”

현은 허리에 찬 낡은 사냥칼의 손잡이를 고쳐 쥐었다. 안심하기엔 일렀다. 이 도시의 미로는 언제나 새로운 위협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은 동력 전지를 찾아왔다. 낡은 방공호 안의 마지막 조명등을 밝힐 수 있는, 어둠 속 유일한 희망이었다.

부서진 입구를 조심스럽게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습하고 음산한 냉기가 그들을 감쌌다. 한때 화려했을 내부의 장식들은 곰팡이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천장에서 길게 늘어진 케이블들이 마치 덩굴처럼 늘어져 있었고, 곳곳에 버려진 마네킹들은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저기, 현 오빠! 저긴가?” 아영이 멈춰 선 곳은 한때 ‘전자제품’ 코너였을 듯한 곳이었다. 진열대들은 엎어져 있었고, 제품들은 박살 나 있었다. 하지만 깊숙한 곳, 무너진 천장 조각 아래에 희미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현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발밑에 밟히는 유리 파편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조용히 해.”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잔해를 걷어냈다. 손을 뻗어 빛나는 것을 움켜쥐었다. 작은 동력 전지였다. 한때는 수많은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었을 그 파편. 아직 작동할지 미지수였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었다.

“찾았어요!” 아영이 작게 환호했다.

그때였다. 뒤편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딸깍’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누구냐!”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낡은 산탄총이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총구를 든 사내는 마른 체격에 얼굴엔 거친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의 등 뒤로 그림자처럼 서너 명의 사내들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낡은 무기와 찢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이 폐허를 떠도는 약탈자들, ‘검은 송곳니’ 무리였다.

“손에 든 거 내려놔라.” 사내의 목소리는 위협적이었다. 그의 눈은 현이 막 주워든 전지를 탐욕스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동력 전지가 쥐여 있었다. “이건 우리 거야.”

“네놈 것이 어디 있냐? 썩어빠진 폐허에서 주운 건 누구 것이든 될 수 있지.” 사내가 산탄총을 더욱 바싹 겨눴다. 그의 동료들이 현과 아영을 포위하듯이 다가왔다.

아영은 현의 등 뒤로 바싹 붙었다. 그녀의 손은 주머니 속 낡은 단검을 쥐고 있었다. 공포 속에서도 그녀의 눈은 번뜩였다.

“우린 그냥 필요한 걸 찾으러 왔을 뿐이다. 시비 걸 생각은 없어.” 현이 말했다. 그의 시선은 사내의 총구와 그 뒤에 서 있는 다른 사내들의 움직임을 동시에 읽고 있었다.

“흐흐, ‘필요한 것’이라니? 우린 더 ‘필요한’ 게 많다. 네놈들의 모든 것이 말이다.” 사내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 잔혹한 빛이 번뜩였다. “좋아, 선택권을 주마. 순순히 가진 것을 내놓고 사라지던가, 아니면…”

사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현은 마치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훈련된 듯 날렵했다. 그는 사내의 팔목을 낚아채 총구를 위로 향하게 했다. 동시에 발로 사내의 무릎을 걷어찼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가 비틀거렸다.

“큭!” 사내가 신음을 내뱉으며 총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 순간, 아영이 현의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낡은 단검이 사내의 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깊게 베이지는 않았지만, 사내는 놀라 움찔했다.

“이런 어린 계집애가!” 다른 사내 중 한 명이 낡은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현에게 달려들었다.

현은 사내의 총을 붙잡은 채 몸을 틀어 그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총구를 돌려 쇠 파이프를 휘두른 사내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컥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

첫 번째 사내는 현의 손에서 총을 빼내려 했지만, 현은 그의 손목을 꺾어 총을 땅에 떨어트렸다. ‘쨍그랑!’ 현은 산탄총을 발로 차 멀리 날려버렸다.

이제 맨몸이 된 사내가 이를 악물고 현에게 달려들었다. 현은 그의 주먹을 피하며 턱에 정통으로 어퍼컷을 날렸다. 사내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남은 두 명의 사내가 잠깐 망설이는 사이, 현은 아영에게 소리쳤다. “아영! 도망쳐!”

아영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폐허의 익숙한 지리를 이용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남은 두 사내는 분노에 찬 얼굴로 현에게 달려들었다. 한 명은 부러진 칼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저 맨손이었다. 현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부러진 칼을 든 사내의 공격을 피하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돌려 그의 동료에게 던져버렸다. ‘쿵!’ 두 사내가 서로 부딪치며 넘어졌다.

그 틈을 타 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폐허 속의 어둠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는 좁은 통로와 무너진 상점들을 재빠르게 가로질렀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약탈자들의 거친 욕설과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낡은 건물의 비상구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아영이 숨을 헐떡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현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숨을 골랐다.

“네, 전 괜찮아요. 전지… 찾았죠?” 그녀의 눈은 현의 손에 든 작은 전지를 향했다.

“그래. 찾았어.” 현은 전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들은 조용히 지하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더 이상 약탈자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폐허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그림자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빛을 향해, 방공호라는 작은 안식처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녹슨 미로의 그림자는 결코 그들을 완전히 놓아주지 않을 것임을, 현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희망은 언제나 절망의 그림자를 동반하는 법이었다. 어쩌면 그 그림자가 이 황폐한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