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첫 번째 이상한 손님

햇살이 투명한 유리창을 뚫고 거실 바닥에 네모난 빛의 조각들을 뿌리던 오후였다. 이수민은 컵라면 용기 속 남은 국물을 깨끗이 비우기 위해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있었다. ‘후루룩’ 경쾌한 소리와 함께 마지막 면발 조각까지 사라지자, 그녀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20층 높이의 아파트 창밖으로는 흐릿한 도시의 실루엣이 펼쳐져 있었다. 일주일 내내 모니터 앞에서 씨름하다 맞이하는 주말 오후, 그녀에게는 이 평범한 풍경과 컵라면이 최고의 위안이었다.

“아, 배부르다.”

수민은 빈 용기를 거실 한쪽에 놓인 분리수거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착지음은 ‘텁’ 하고 둔탁했다. 그리고는 늘 그렇듯 소파에 몸을 파묻고 손에 집히는 대로 리모컨을 찾아 채널을 돌렸다. 늘 보던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라?”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거실 테이블 위에 있어야 할 안경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수민은 방금 전까지 리모컨을 찾으며 테이블을 뒤적였던 기억이 분명했다. 설마 쓰레기통에 같이 버렸나? 그녀는 찝찝한 기분에 분리수거 바구니를 뒤적여 보았지만,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뭉치들 사이에는 안경의 ‘ㅇ’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또 어디다 뒀지?”

늘 있는 일이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엉뚱한 곳에 두고는 한참을 헤매는 경우가 있었다. 어딘가에 대충 던져놨겠지,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소파 팔걸이 끝, 쿠션 사이에 뭔가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찾았다!”

작은 탄성과 함께 집어 든 것은 놀랍게도 그녀의 안경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그녀는 안경을 착용하고는 다시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았다. 아까는 분명히 없었다. 정말 없었다. 테이블 위에서 찾다가 포기하고 리모컨을 집었을 때도 안경은 저 테이블 위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여기에… 생각할수록 미스터리였다. 그러나 피곤한 주말 오후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내가 깜빡하고 여기에 던져놨나 보지, 뭐.’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수민은 몽롱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출근 준비를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짜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어제 분명히 새로 개봉한 치약이 평소 쓰던 것보다 훨씬 줄어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잠결에 치약을 이만큼이나 썼나?”

말도 안 되는 양이었다. 수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별일이야 있겠어, 하며 대충 치약을 짜서 양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거울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모습이 순간, 움찔했다. 어제 분명히 깨끗하게 닦아 놓았던 거울에 작은 손바닥 자국 같은 것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너무 작아서 아이의 손바닥인가 싶을 정도였다.

“뭐야, 이거.”

수민은 손으로 문질러보았다. 희미하게 사라지는 자국. 흠, 닦을 때 제대로 안 닦았나? 아니면 거울에 습기가 차서 생긴 건가? 온갖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석연치 않았다.

이런 이상한 일들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며칠 뒤, 퇴근하고 돌아온 수민은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컵을 발견했다. 분명히 아침에 마시고 싱크대에 넣어두었던 컵이었다. 컵 안에는 물이 반쯤 채워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마시다 만 것처럼.

“도둑인가?”

처음에는 소름이 돋았다. 혹시 누가 집에 침입한 걸까? 그러나 집안의 다른 물건들은 흐트러짐 없이 제자리에 있었고, 현관문 잠금장치도 훼손된 흔적이 없었다. 침입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이 컵은? 그리고 물은 대체 누가 떠다 놓은 거지?

수민은 컵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차가운 물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침실 불을 끄려는데, 스탠드 조명이 제멋대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수민은 순간 얼어붙었다. 등골을 타고 오싹한 기운이 올라왔다.

“누구… 누구세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침실 안은 정적만이 흘렀다. 스탠드 조명은 더 이상 깜빡이지 않았다. 수민은 이를 악물고 스탠드 플러그를 뽑아버렸다. 혹시 전기가 불안정한가, 하고 애써 생각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결심했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로. 더 이상 합리화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누가 자신의 아파트에 무단으로 들어와 장난을 치는 것이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있다면, 이렇게 조용히, 집을 건드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물건에만 손을 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수민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 거실에 놓인 작은 인형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끼는 고양이 인형이었다. 그녀는 인형을 거실 테이블 한가운데에, 작은 메모지와 함께 놓았다.

메모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혹시… 이 집에 계세요? 계시다면, 이 인형을 제가 알아볼 수 있는 다른 곳에 놓아주세요.’

그녀는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섰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이 쓸데없는 장난이 통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감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퇴근 후, 아파트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메모지 한 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고양이 인형은 온데간데없었다.

수민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고양이 인형이었다. 그런데 인형의 목에는 작은 꽃 한 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누가 놓아둔 건지, 새하얀 작은 꽃잎이 여린 줄기에 매달려 있었다. 마치 작은 선물처럼.

수민은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공포보다 더 큰, 묘한 감정이 그녀를 휩쓸었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가, 자신과 소통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친절하게’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침실로 다가가, 인형 목에 매달린 꽃을 집어 들었다. 작고 보드라운 꽃잎의 감촉이 손끝에 닿았다.

“이게 대체… 뭐야….”

수민의 입술에서 허탈한 듯,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미소가 번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아파트에 찾아온, 이름을 알 수 없는 첫 번째 손님은, 그렇게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수민의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