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지하 미궁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압력으로 가득했다. 천 년의 침묵이 빚어낸 먼지는 가장 깊은 폐까지 스며들어 기침을 유발했고, 일행의 발걸음은 짓눌린 적막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우리는 ‘별이 지는 심장’이라 불리는 이 고대 유적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봐, 카인. 벽에 새겨진 문양, 뭔가 이상하지 않아?”
앞서 가던 루미엘이 낡은 랜턴을 벽에 비추며 나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두 눈에는 고고학자 특유의 탐구열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묵직한 대검을 허리춤에 고정하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섰다.
“늘 이상했지, 루미엘. 여기 온 이후로 멀쩡한 걸 본 적이 있던가?”
내 말에 루미엘은 픽 웃었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랜턴 불빛 아래 드러난 벽화는 기괴한 형상들로 가득했다. 검은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 무릎 꿇은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었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심장과 흡사한 거대한 돌덩이가 묘사되어 있었다. 돌덩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심장, 고대 문서에 나오는 ‘별의 심장’인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기록된…”
루미엘은 손가락으로 벽화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그녀의 손끝이 닿은 부분의 먼지가 스르륵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벽화의 심장 부분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였다.
“젠장, 조심해!”
내가 외침과 동시에 벽화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고대 문자들 사이에서 섬뜩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무언가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였다. 바닥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천장에서 돌가루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게 무슨… 으악!”
루미엘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급히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거대한 지진이 지하 전체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며 간신히 버텼지만, 진동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강렬해지는 듯했다.
쿵, 쿵, 쿵!
규칙적인 박동 소리가 진동과 함께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이 지하 미궁의 가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붉은빛을 내뿜는 벽화의 심장 그림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심장 그림의 한가운데, 작게 갈라진 틈이 보였다. 그 틈에서 검은 액체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카인, 저걸 봐!” 루미엘의 목소리는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검은 액체는 벽화를 따라 흐르더니,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끈적한 거품을 일으키며 연기를 뿜어냈다. 연기는 공기를 타고 스멀스멀 우리 쪽으로 기어왔다. 알 수 없는 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 액체… 분명 고대 기록에 언급된 ‘어둠의 피’야. 닿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고, 생명의 기운을 흡수한다고…”
루미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벽화 전체가 산산조각 나며 거대한 구멍이 드러났다. 그 구멍 너머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지나왔던 좁고 어두운 통로와는 전혀 다른,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이었다. 마치 지하에 또 다른 하늘이 있는 듯, 아득히 높은 천장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곳은 별이 빛나는 하늘이 아니었다. 거대한, 검붉은 수정체들이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불규칙하게 솟아 있었다. 그 수정체들 사이로 희미하게 붉은빛이 맥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그 어떤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거대한 심장이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장기처럼, 그 심장은 지하 동굴 전체를 울리는 규칙적인 박동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검은 피 같은 액체가 심장의 표면을 따라 흐르며 수정체를 타고 내려왔다. 그 피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었다. 피가 흐르는 곳마다 희미한 형상들이 어른거렸다. 고통받는 얼굴, 절규하는 입술,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그림자들이었다.
“이게… ‘별이 지는 심장’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루미엘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외심과 함께 밀려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대검의 손잡이를 더욱 꽉 움켜쥐었다. 이곳은 우리가 찾던 고대 유적의 비밀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살아있는 악몽이었다.
그 순간, 심장 주변을 감싸고 있던 검은 그림자 중 하나가 우리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텅 빈 눈동자 속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섬광과 함께, 지하 미궁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차가운 속삭임이 울려 퍼졌다.
“침입자여… 너희는 금기를 깨트렸다.”
우리는 더 이상 비밀을 파헤치는 모험가가 아니었다. 우리는 거대한 무언가의 심장에 발을 들인 침입자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지금 막 깊은 잠에서 깨어난 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