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3: 달콤 쌉싸름한 밤의 잠입 작전

밤은 흑철 제국의 심장부에 내려앉았다. 아니, 정확히는 제국의 배꼽 아래, 온갖 썩은 내가 진동하는 빈민가의 낡은 골목길에 내려앉았다. 썩은 냄새는 며칠째 제국군 병영에서 풍기는 고기 굽는 냄새와 뒤섞여 알 수 없는 혼종의 악취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악취의 중심에, 나, 카엘은 레나와 함께 쭈그려 앉아 있었다.

“야, 너 발냄새 나는 것 같아.”
내가 툴툴거리자 레나가 나를 째려봤다. “이 망할 자식아! 지금 코앞에 제국군 병영이 있는데 그게 중요해?”
“중요하지. 작전 중 스트레스는 최소화해야 하고, 불쾌한 냄새는 집중력을 저하시켜. 이론적으로.”
“이론적으로, 네 입을 틀어막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아.”

레나는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푹 찔렀다. 아팠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제국군 병영의 후문은 눈앞에 있었고, 우리는 감자 자루를 실은 낡은 수레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작전명은 ‘두 번째 감자 대작전’. 첫 번째가 고작 제국군 식량 창고에서 썩어가는 감자 몇 박스를 빼돌린 거였다면, 이번에는 좀 더 야심 차다.

“다시 한번 확인해. 목표물은 뭐지?” 레나가 속삭였다.
“제국군 병사들의 일일 식량 보급 일정표.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둔지 배치도. 이걸로 다음 감자 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을 수 있어.”
나는 손가락으로 레나의 코를 톡 쳤다. “그리고 네 발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될 깨끗한 공기.”
“이 새끼가 진짜!” 레나가 씩씩거렸다.

그때였다. 병영 후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덩치 큰 병사 두 명이 시시덕거리며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하필이면 우리가 숨어있는 수레 코앞이었다. 제기랄, 망할 담배 연기. 내 코를 자극하는 건 담배 냄새뿐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레나가 내 팔을 꽉 잡았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가 폭주하기 직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야, 진정해. 들키면 다 죽어.”
“죽이든 말든 저 자식들 면상에 흙이라도 던지고 싶어.”
레나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구한 낡은 망치 하나를 품에 안고 있었다. 망치로 제국군 병사의 머리를 찍어버릴 기세였다. 저 맹렬함이 언젠가 제국을 무너뜨릴 힘이 될 거라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작전 성공이 우선이었다.

나는 몰래 손을 뻗어 레나의 손목을 잡았다. 꽉 쥐었다. 레나가 나를 돌아봤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불타는 용광로 같았지만, 내 손이 닿자마자 미세하게 흔들렸다.
“…카엘.”
“참아. 저 녀석들은 겨우 하찮은 졸병이야. 우리의 목표는 훨씬 더 위에 있어.”
내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병사들이 담배를 다 피우고 돌아가자, 나는 몰래 숨통을 돌렸다. 휴.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자, 이제 움직여.”
내가 수레 뒤에서 기어 나오자 레나도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낡은 벽돌담을 넘어 병영 안으로 잠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제국군 막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시끄러웠다. 한밤중인데도 술에 취한 병사들의 고성방가가 끊이지 않았다.

“이쪽이야.” 나는 손짓으로 레나를 불렀다.
병사들의 행정실은 막사 구석에 있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보안은 허술했다. 나는 작은 칼로 창문 틈새를 쑤셨고, 잠금장치는 픽, 하고 소리를 내며 풀렸다.

“이봐, 생각보다 쉬운데?” 레나가 만족스럽게 속삭였다.
“원래 위대한 제국은 작은 것에 무심한 법이지. 거대한 벽은 작은 균열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창문을 열고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레나가 내 뒤를 따랐다. 그녀는 날렵했지만, 옷자락이 책상 모서리에 걸리는 바람에 작은 화분 하나를 떨어뜨릴 뻔했다. 내가 간신히 붙잡았다.

“조심 좀 해!” 내가 꽉 막힌 소리로 쏘아붙였다.
“내가 원래 이런 건 좀 서툴러.” 레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그럼 시키지 말았어야지!”
“네가 시켰잖아!”
우리는 다시 작은 말다툼을 시작했다. 행정실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의 속삭임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망할. 이래서 듀오 작전은 항상 골치 아프다.

나는 등잔을 최대한 희미하게 밝히고 책상 위 서류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레나는 주변을 경계하며 망치를 든 채 서 있었다.
“카엘, 저게 뭐야?”
레나가 손가락으로 책장 한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먼지 쌓인 낡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에는 ‘기밀 – 보급부’라고 적혀 있었다.
“오, 이거 대박인데? 보통 이런 건 별것도 아닌데 꼭 ‘기밀’이라고 써두더라.”
나는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두꺼운 서류 뭉치가 있었다. 나는 제일 위에 있는 서류를 들어 올렸다.

‘흑철 제국 동부 전선 보급 현황 및 운송 계획.’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단순한 식량 일정표가 아니었다. 이건 제국의 핵심 물류망과 병력 이동에 대한 정보였다. 이게 만약 외부로 새어 나간다면…

“찾았어, 레나. 이거야.”
내 목소리에 미묘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레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눈도 서류를 훑어보며 점점 커졌다.
“세상에… 이건 단순한 감자 몇 박스 문제가 아니잖아.”
“정확해. 이건 제국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지도야.”

그때,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발소리.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

“누, 누구야? 불 켜!”
행정실 문이 벌컥 열리며 서너 명의 병사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도둑이다! 도둑이야!”
“젠장!” 나는 서류 뭉치를 품에 안고 소리쳤다. “레나, 튀어!”

레나는 망치를 휘두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망치가 번개처럼 움직이며 병사 한 명의 투구를 강타했다. 쨍그랑! 병사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 개자식들아! 감히 제국의 물건에 손을 대?!”
다른 병사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 레나가 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시간을 벌었다. 나는 창문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레나, 빨리!”
레나는 마지막으로 병사 한 명의 다리를 망치로 후려치고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우리가 착지하자마자 병사들의 고함소리가 뒤를 쫓았다.
“잡아라! 저들을 잡아라!”

우리는 미친 듯이 달렸다. 흑철 제국의 병영에서 탈출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고, 담장을 넘고,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레나의 발소리가 내 뒤를 쫓았다. 우리는 이젠 더 이상 속삭이지 않았다. 거친 숨소리와 발소리만이 밤의 정적을 갈랐다.

마침내, 우리는 빈민가의 익숙한 골목길로 돌아왔다. 나는 낡은 나무 상자 뒤에 쓰러지듯 숨을 헐떡였다. 레나도 내 옆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하… 하아… 미친… 줄… 알았네.” 레나가 겨우 말했다.
“네가 망치로 대가리 찍는 순간부터… 이미 미친 짓이었어.” 내가 겨우 웃었다.
“그럼 안 찍어?! 이 놈들이 내 손에 죽을 뻔했는데!”
“다시 만났으면 진작 죽었을 걸. 내가 널 끌고 나오지 않았으면.”
레나가 나를 째려봤지만, 이내 힘이 빠진 듯 푸스스 웃었다. “그래, 인정. 오늘은 네 덕분에 살았네.”

나는 품에 안고 있던 서류 뭉치를 꺼냈다. 달빛 아래서 서류는 희미하게 빛났다. 이건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이건 수많은 사람들의 자유와 희망이 담긴 문서였다.

“이제 이걸 해독하고… 우리 새벽별 동맹의 다른 조원들에게 전달해야지.”
레나가 내 어깨에 기댔다.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수고했어, 카엘.”
“너도. 덕분에 좋은 구경했네, 네 망치쇼.”
“시끄러워.”

우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은 여전히 차갑고 멀리 있었지만, 오늘 밤 우리가 얻은 이 정보가, 언젠가 저 별들처럼 빛날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서류의 맨 마지막 장에 적힌 작고 붉은 글씨였다.

***”긴급 통지: 변방 3지구, ‘새벽의 숨결’ 조직원 대량 체포. 주모자 추적 중.”***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새벽의 숨결은, 우리 새벽별 동맹과 긴밀하게 협력하던 다른 저항 조직이었다.

“레나… 이거 봐.”
내 목소리는 떨렸다. 레나가 서류를 들여다보더니, 그녀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다.

“이럴 수가….”

밤은 아직 길고, 제국의 그림자는 여전히 깊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막 작은 불씨를 찾았을 뿐이었다. 이 불씨가 희망이 될지, 아니면 우리를 태워버릴 재앙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