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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심연 아래 도시
**에피소드 제목:** 잊혀진 심연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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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START]
**배경:** 낡고 오래된 ‘중앙 시립 도서관’ 건물 외벽. 낡은 타일과 콘크리트 벽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건물 앞에는 철거 예정일이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주변은 이미 통제선으로 둘러싸여 있다. 황혼이 짙게 깔리고,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PANEL 1]**
건물 뒤편, 어두운 골목길에 숨어있는 두 인물. 한 명은 노트북 가방을 멘 채 주변을 경계하듯 두리번거리는 박서영(24, 공대생). 다른 한 명은 무표정하게 낡은 도서관 건물을 응시하는 이진우(25, 프리랜서 역사학 연구원). 둘 다 어두운색의 편한 복장이다.
**서영:** (낮은 목소리로) 야, 이진우. 정말 괜찮겠어? 내일이면 저 건물 통째로 밀어버린대. 재수 없으면 우리도 같이 묻히는 거야.
**진우:** (시큰둥하게) 그러게, 그러니까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거 아니겠어? 젠장, 저 빌어먹을 재개발 덕분에 인류의 위대한 유산 하나가 영원히 사라질 뻔했지.
**서영:** 인류의 위대한 유산? 기껏해야 60년대에 지어진 낡은 도서관인데? 거기다 보물이라곤 곰팡이 핀 고서적 몇 권이 전부일 거라고. 네가 아까부터 혼자 중얼거리는 ‘심연 아래의 서고’ 같은 건 도시 괴담이나 다를 바 없잖아.
**진우:** (노트북을 열며) 괴담? 이 고대 라틴어 문헌에 적힌 내용을 봐. ‘이곳, 강물이 세 갈래로 나뉘는 도시의 심장 아래, 가장 오래된 지식이 잠들어 있다.’ 이 구절은 정확히 이 도시의 지형을 묘사하고 있어. 그리고 이 문헌에 언급된 ‘어둠의 서고’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야.
**서영:** (진우의 노트북 화면을 힐끗 보며) 고대 문헌 같은 소리 하네. 그거 그냥 옛날 사람들이 쓴 판타지 소설 아니야? 으음… 글씨가 너무 희미해서 뭐라고 쓴 건지 잘 모르겠는데.
**진우:** (흥분한 어조로) 이건 소설이 아니야! 이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바로 이 중앙 시립 도서관의 지하, 지하 벙커보다 훨씬 더 깊은 곳이야. 오랫동안 잊혀진 문명, 혹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존재들의 흔적일지도 몰라.
**서영:** (한숨) 하아… 제발 좀. 내가 언제까지 네 황당한 소설에 장단 맞춰줘야 하는데? 지난번엔 지하철 터널에서 고대인의 유물이라며 찌그러진 비빔밥 그릇을 주워 오질 않나…
**진우:** (서영을 쳐다보며 진지하게) 이번엔 달라. 내 직감이 말하고 있어.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뭔가… 거대한 것이 저 아래에 잠들어 있어.
**서영:** (진우의 눈을 마주하며 잠시 침묵하다가) …알았어. 딱 한 시간이다. 그 이상은 안 돼. 그리고 위험한 짓 하면 바로 나올 거야. 알지?
**진우:** (미소 지으며) 역시 박서영! 내 친구는 너뿐이야! 자, 이쪽으로 가면 돼. 도서관 관리동 뒤편에 있는 비상 통로. 폐쇄됐지만 잠금장치는 녹슬어서 고장 났을 거야.
**서영:** (경계하며 앞장서는 진우를 따라가며) 철거반이 보안장치를 해제 안 했을 리가 없는데… 설마 고의로 방치한 건 아니겠지? 으스스하네.
**[PANEL 2]**
어둠 속에서 비상 통로 문을 열기 위해 애쓰는 진우와 서영. 녹슨 자물쇠와 빗장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서영이 가방에서 공구 몇 개를 꺼낸다.
**서영:** (툴툴거리며) 하… 이런 일에 내 공구함을 쓸 줄이야. 다음부턴 철저한 사전 답사 좀 해라, 응?
**진우:** (안절부절못하며) 빨리 좀 해봐! 시간이 없어!
**서영:** (집중하며 쇠 지렛대로 빗장을 비틀어 연다. ‘끼이이익- 퍽!’) 됐어. 들어가자.
**[PANEL 3]**
활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도서관 지하 복도.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진우가 휴대용 손전등을 켜고 앞장선다.
**진우:** (속삭이듯) 조심해. 바닥에 뭐가 있을지 몰라.
**서영:** (주변을 경계하며) 발소리도 조용히 내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PANEL 4]**
좁고 긴 복도를 걷는 두 사람. 손전등 불빛에 비친 벽면은 오래된 책장으로 가득하고, 책들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다. 발밑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떨어진 천장 잔해가 널려 있다.
**서영:** (벽에 기대어 있는 낡은 책들을 가리키며) 우와, 책들이 정말 많네. 아무도 가져가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건가? 아깝다.
**진우:** 이건 그냥 일반 서고의 잔해일 뿐이야. 우리가 찾는 건 여기가 아니야.
**서영:** 그럼 도대체 어디야? 네 말대로라면 지하 벙커 아래에 또 다른 비밀 통로가 있다는 건데…
**[PANEL 5]**
복도 끝, 낡은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지도 한 장. 지도 위에는 중앙 시립 도서관 건물의 설계도가 그려져 있지만, 유독 한 부분이 찢겨나가거나 지워져 있다. 진우가 손전등으로 그 부분을 비춘다.
**진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야. 이 지도에 의도적으로 지워진 부분이 있어. 다른 곳은 다 상세하게 그려져 있는데, 유독 이 중앙 부분만 공백으로 남겨져 있지. 이상하지 않아? 마치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이.
**서영:**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냥 낡아서 지워진 거 아니야? 너무 과대 해석하는 거 같은데.
**진우:** (고개를 젓는다) 아니. 이 흔적은… 인위적인 제거의 흔적이야. 봐, 주변과 다르게 깔끔하게 지워져 있어. 그리고 이곳의 벽이… 어딘가 이상해.
**[PANEL 6]**
진우가 손으로 벽을 더듬는다. 다른 벽과 달리 차갑고 미묘하게 다른 질감이다. 손전등 불빛 아래서 진우는 벽돌 사이의 미세한 틈을 찾아낸다.
**진우:** 찾았다! 이 벽, 콘크리트가 아니야. 덧댄 거야!
**서영:** (놀라며) 덧댔다고? 그럼 이 뒤에 뭔가 있다는 거야?
**진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분명해!
**[PANEL 7]**
진우가 낡은 벽돌을 힘껏 민다. ‘꾸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벽돌 하나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벽 전체가 흔들리며 ‘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울린다.
**서영:** (움찔 놀라며) 으악! 뭐야?! 지진이야?!
**진우:** (눈을 빛내며) 아니! 벽이 열리는 소리야!
**[PANEL 8]**
벽돌이 밀려 들어간 자리에 거대한 문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낡은 콘크리트 벽이 옆으로 밀려나며 그 뒤에 숨겨져 있던, 금속으로 된 견고한 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에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다. 문틈으로 차가운 공기와 흙냄새가 확 풍겨 나온다.
**서영:** (입을 벌린 채) 말도 안 돼… 정말 이런 게 있었다고?
**진우:** (흥분해서 문양을 더듬으며) 봐, 이 문양들! 이건 내가 연구하던 고대 문명 ‘엘다리아’의 상징과 유사해! 하지만 더… 원시적이면서도 정교해!
**서영:** (문을 자세히 보다가) 근데 문이… 잠겨 있는 것 같은데? 열쇠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PANEL 9]**
진우는 문양을 따라 손가락으로 훑다가, 문양 중앙에 있는 움푹 파인 홈을 발견한다. 마치 무언가를 끼워 넣어야 할 것 같은 모양새다. 진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주머니에서 오래된 은색 펜던트를 꺼낸다. 그 펜던트는 진우의 할머니가 물려주신 것으로, 비슷한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진우:** (중얼거리듯) 설마… 이게 진짜였을 줄이야…
**서영:** (진우의 손에 들린 펜던트를 보고) 잠깐만, 그 펜던트… 할머니가 유물이라고 소중히 간직하라고 하셨던 거 아니야? 여기다가 넣으려는 거야?
**진우:**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직감이 말하고 있어.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야.
**[PANEL 10]**
진우가 펜던트를 문 중앙의 홈에 정확히 끼워 넣는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펜던트가 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동시에 문에서 ‘쉬이이익-!’ 하는 증기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문양들이 희미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빛나기 시작한다.
**[PANEL 11]**
육중한 금속 문이 서서히, 하지만 굉음을 내며 안쪽으로 열린다. ‘끄으으으으으으응-!’ 하는 마찰음이 지하 전체에 울려 퍼진다. 문 뒤편으로는 어둠만이 존재할 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통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가운 바람이 문 안에서 불어 나온다.
**서영:** (뒷걸음질 치며) 으악! 너무 깊잖아! 뭐가 나올 것 같아!
**진우:** (눈을 크게 뜨고) 대단해… 정말 대단해… 드디어… 드디어 찾았어…!
**[PANEL 12]**
활짝 열린 문 안쪽, 손전등 불빛이 닿지 않는 심연의 어둠. 문 주변의 고대 문양들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 빛이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계단을 어렴풋이 비춘다. 계단은 매끄럽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끝없이 아래로 이어진다.
**서영:** (공포와 경외심이 섞인 목소리로) 이진우… 저길 봐. 저건 우리가 알던 기술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진우:** (어둠 속을 응시하며) 맞아… 이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최소한 우리가 아는 시대의 인간은…
**[PANEL 13]**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계단 아래로 발을 내딛는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주변은 더욱 깊은 어둠에 잠기고, 공기는 점점 더 차갑고 습해진다. 발소리마저 먹혀들어갈 듯한 정적 속에서, 서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진우의 옷자락을 잡는다.
**서영:** 너무 깊어…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 폐쇄공포증 올 것 같아.
**진우:** (주변을 탐색하며) 기다려… 저기 뭔가 있어.
**[PANEL 14]**
한참을 내려가자, 계단 끝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손전등 불빛으로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원형의 방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원형의 제단 같은 구조물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벽면에는 역시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는데, 그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진우:** (숨을 헐떡이며) 여기였어…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서영:** (사방을 둘러보며)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박물관 같기도 하고, 발전소 같기도 하고… 뭐하는 곳이야?
**진우:** (제단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이 구조물들… 이 벽화들… 내가 연구했던 엘다리아 문명의 기록들과 정확히 일치해. 하지만 이건… 훨씬 더 규모가 커. 훨씬 더 정교하고…
**서영:** (진우를 붙잡으며) 잠깐만! 섣불리 만지지 마! 위험할 것 같아!
**[PANEL 15]**
진우는 서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단 위에 놓인 중앙 장치에 손을 뻗는다. 장치는 흑요석처럼 매끄럽고 차가운 질감이다. 진우의 손끝이 장치에 닿자마자, 방 전체의 벽면을 수놓은 고대 문자들이 일제히 환한 푸른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한다.
**[PANEL 16]**
‘우우우우웅-!’ 하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방 전체가 흔들린다. 천장에서 미세한 돌가루가 떨어지고, 바닥에서도 진동이 느껴진다. 제단 중앙의 장치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듯 치솟아 오르며 방 전체를 밝힌다.
**서영:** (비명을 지르며) 으아악! 이진우! 네가 또 사고 쳤지?!
**진우:** (눈을 가늘게 뜨고 빛을 응시하며) 이건… 이건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소리야… 깨어났어…
**[PANEL 17]**
푸른빛이 최고조에 달하자, 제단 주변의 바닥이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기 시작한다. 갈라진 틈 사이로 거대한 기계 팔들이 솟아오르고, 그 팔들 끝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장치들이 붙어 있다. 팔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두 사람을 향해 겨눈다. 팔들의 표면에는 푸른빛을 내는 고대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다.
**서영:** (얼굴이 하얗게 질려 진우 뒤로 숨으며) 저게… 뭐야! 고대 문명의 경비 로봇이라도 되는 거야?!
**진우:** (경악과 흥분으로 뒤섞인 표정으로) 이건… 방어 시스템이야…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이 서고의 수호자…
**[PANEL 18]**
거대한 기계 팔들이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위협적으로 움직이며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푸른빛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고대 문양들이 섬뜩하게 빛나며 마치 그들을 삼킬 듯 위협한다. 진우는 위험을 감지하고 서영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의 퇴로를 막듯 다른 기계 팔들이 사방에서 솟아오른다.
**진우:** (이를 악물며) 젠장! 너무 빨리 활성화됐어!
**서영:** (울먹이며) 이진우! 이러다 죽는다고!
**[PANEL 19]**
마지막 패널. 거대한 기계 팔 하나가 굉음을 내며 두 사람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다. 그 팔 끝의 날카로운 칼날이 푸른빛을 반사하며 섬뜩하게 빛난다. 두 사람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기계 팔을 올려다보고 있다. 방 전체는 이제 기계음과 푸른빛, 그리고 어둠에 휩싸여 그들을 옥죄어 온다.
**내레이션 (진우의 독백):** 잊혀진 심연의 문은 열렸지만… 그곳은 지식이 아닌, 죽음을 지키는 공간이었던가. 우리는 과연… 이 심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SCEN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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