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심연의 기록] 1화: 잊힌 문턱**
**[장면 1]**
**[배경]** 낡고 해진 단칸방. 햇살 한 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늘 어둑하다. 책상 위에는 대충 먹다 남은 컵라면 용기와 전공 서적으로 보이는 두꺼운 책 몇 권이 널려있다. 김민준(20대 중반)은 축 늘어진 어깨로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 화면에는 ‘구인 공고’ 창이 여러 개 띄워져 있다. 그의 표정은 세상만사 귀찮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다.
**민준 (내레이션):**
또 아침이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시급 천 원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만 중요한 시간들. 졸업은 코앞인데, 내세울 거라고는 얄팍한 전공 지식과 기성세대 눈에는 쓸데없는 호기심뿐. 막막함이 일상이 되고, 무기력함이 체화된 지 오래였다.
**민준 (혼잣말, 작게):**
…젠장, 여기도 마감이네. 편의점 야간 말고는 답이 없나. 아니, 그마저도 꽉 찼다고 하면 어쩌지.
**[장면 2]**
**[배경]**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창밖 풍경. 하지만 민준의 창문은 재개발을 앞둔 낡은 건물들에 가려져 있어 시야가 답답하다. 그 낡은 건물들 중 유독 고풍스러운 외형의 ‘중앙 지구 기록 보관소’ 건물이 눈에 띈다. 주변은 이미 대부분 철거되어 뼈대만 남은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황량한 바람이 부는 듯한 연출.
**민준 (내레이션):**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건, 이런 잊힌 공간들 덕분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시간의 흙먼지가 쌓여 모든 생명력을 집어삼킨 폐허. 그곳에서만, 내가 잊고 지낸 감각들이 살아나는 듯했다. 내가 살아있음을, 아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니까.
**[장면 3]**
**[배경]** 늦은 오후, ‘중앙 지구 기록 보관소’ 건물 앞. 이미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고 ‘위험’, ‘접근 금지’ 등의 경고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하지만 민준은 익숙한 듯 낡은 철조망의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의 손에는 작은 배낭과 손전등이 들려있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흥분과 호기심이 스쳐 지나간다.
**민준 (내레이션):**
중앙 지구 기록 보관소. 한때는 이 도시의 모든 역사를 품었던 곳. 하지만 이제는 기억 속에서조차 사라질 운명에 처한 폐건물. 소문으로는 지하에 알려지지 않은 구역이 있다고 했지. 그저 도시 괴담일지라도, 내겐 충분한 유혹이었다. 어차피 잃을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삶.
**[장면 4]**
**[배경]** 건물 내부. 복도는 어둠과 먼지로 가득하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 파편과 찢어진 서류들이 흩어져 있다. 천장에서는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흘러내리는 듯하다. 민준의 손전등 불빛이 희미하게 길을 밝힌다.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을 깬다. ‘싸각… 싸각…’ 하는 발소리가 메아리친다.
**민준 (독백):**
크으… 역시 이 냄새. 시간의 곰팡이 냄새. 박물관의 묵직한 공기와는 또 다른, 오직 폐허에서만 맡을 수 있는 깊고 음습한 향.
(작게)
어디 보자. 소문에 따르면… 낡은 서가 뒤에 숨겨진 문이 있다고 했는데. 뜬금없이 서가라니. 그건 너무 클리셰 아닌가?
**[장면 5]**
**[배경]** 빽빽이 들어섰던 서가들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잔해를 이루고 있는 구역. 겹겹이 쌓인 책들과 나무 파편들 사이에서 민준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멈춰 선다. 손전등을 한곳에 집중하자, 다른 서가들과 달리 유독 굳건해 보이는, 하지만 틈새가 보이는 벽면이 드러난다. 그 벽면은 낡은 책장으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던 흔적이 역력하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숨겨진 빗장이 풀리는 듯한 효과.
**민준:**
여기다! 이질적인 느낌. 다른 벽면과는 달라. 심지어… 이 서가는 원래 여기가 아니라, 옮겨진 흔적이 역력해.
(손으로 벽면을 두드려 본다)
…속이 비었어. 확실해.
**[장장면 6]**
**[배경]** 민준이 배낭에서 낡은 휴대용 곡괭이를 꺼낸다. 그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벽면의 틈새를 파고든다. 나무와 석회가루가 흩날린다. ‘쿠지직’, ‘푸석-‘. 작은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린다. 마침내 틈이 벌어지고,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드러난다. 통로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쉬이익-‘ 하고 불어 나온다. 흡사 죽은 자의 숨결 같은.
**민준 (독백):**
진짜였어… 도시 괴담이 아니라. 내 발걸음이, 이제껏 밟지 못했던 미지의 땅에 닿는 기분.
(고개를 갸웃하며)
여긴 대체… 왜 지도에도 없었던 거지? 단순한 비상 통로라고 하기엔… 너무 견고하고, 비밀스럽잖아.
**[장면 7]**
**[배경]** 드러난 통로는 예상보다 훨씬 깊고 어둡다. 계단은 불안정하게 이어져 있고, 곰팡이와 이끼로 미끄럽다. 공기는 눅눅함을 넘어 축축하고, 썩은 나무와 흙냄새,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다. 민준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간다. 손전등 불빛이 비추는 벽면에는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문양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그 문양들은 마치 눈을 가진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민준 (내레이션):**
발걸음을 옮길수록,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차가운 공기. 그리고 저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 인류의 역사서에서는 본 적 없는 형태였다. 단순한 장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음습하고, 강렬했다. 흡사 살아있는 문양처럼, 내 눈을 뚫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
**[장면 8]**
**[배경]** 통로 끝, 마침내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민준의 손전등 불빛이 공간 전체를 비추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는 숨을 삼킨다. 원형의 거대한 방. 중앙에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 듯한 제단이 솟아 있다. 제단 위에는 기하학적이고 비대칭적인 형태로 조각된, 사람 키만 한 거대한 프리즘이 놓여 있다. 프리즘은 겉으로는 불투명한 검은색이지만, 내부에서 은은한 붉은빛이 ‘파르스름-‘ 하게 맥동하고 있다. 방 전체에서는 낮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민준 (독백):**
이게… 뭐야…? 박물관에서도, 고고학 책에서도 본 적 없는…
(프리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넋이 나간 표정)
저 빛…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뛰는 것 같아. 아름답다기보다… 끔찍하게 경이로워.
**[장면 9]**
**[배경]** 민준이 홀린 듯 프리즘으로 다가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웅웅-‘ 거리는 소리가 더욱 강렬해진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프리즘 주변에 다다르자, 그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하지만 점차 또렷하게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언어가 아닌, 순수한 의미의 파동 같은 것.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흔드는 소리.
**알 수 없는 속삭임 (효과음 처리):**
*쉬이이익… 웅우우웅… 코토스… 니알라… 깨어나라…*
**민준 (내레이션):**
알 수 없는 언어였다. 아니, 언어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마치 수천 년 된 파도가 내 정신의 해안에 부딪히는 듯한, 아득하고 거대한 소리였다. 나의 이성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장면 10]**
**[배경]** 민준이 손을 뻗어 프리즘의 표면에 닿는다. 차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표면은 미지근하고 미끄러웠다. 그의 손가락이 프리즘에 닿는 순간, 프리즘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빛이 갑자기 폭발하듯 강렬해진다. 방 전체가 붉은빛으로 물들고,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민준의 온몸에 거대한 충격이 전해진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과 동시에, 존재 자체가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
**민준:**
크아악-! 내, 내 머리가…!
**[장면 11]**
**[배경]** 민준의 시야가 왜곡된다. 몸은 제자리에서 떨고 있지만, 정신은 아득한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눈앞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이미지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컷 1]** 인간의 건축 양식과는 전혀 다른, 거대하고 비합리적인 형태의 도시 풍경. 도시 위로는 끝없이 휘몰아치는 보랏빛 성운이 보인다.
**[컷 2]** 어둠 속에서 거대한 촉수들이 꿈틀거린다. 그 촉수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마치 우주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 것처럼.
**[컷 3]** 바닥 없는 심연에서 솟아나는, 형태를 알 수 없는 존재들. 그 존재들은 인간의 이성을 부수는 듯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존재 자체로 공포를 발산한다.
**[컷 4]** 수많은 별들이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거대한 눈동자가 우주를 응시하는 듯한 이미지. 그리고 그 눈동자가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섬뜩함.
**알 수 없는 속삭임 (더욱 강렬하게, 다중으로 겹쳐서):**
*그는 문을 열었다… 진실의 문… 공허를 들여다보았으니… 공허 또한 그를 들여다보리라…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모든 것이 끝나는 곳…*
**민준 (내레이션):**
머릿속에서 폭풍이 휘몰아쳤다. 지식이 아니었다. 경험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우주의 모든 것이 나를 꿰뚫는 듯한 감각.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조각나고 흩어지는 찰나의 영원. 영겁의 시간 속에 갇힌 듯한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장면 12]**
**[배경]** 민준이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프리즘은 다시 은은한 붉은빛으로 맥동하며 낮은 ‘웅웅-‘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민준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듯하다. 그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이는 것처럼.
**민준 (내레이션):**
아득한 과거의 기억. 영겁의 시간 저편에 잠들어 있던 힘. 그것이 내 안에… 각인된 것만 같았다. 아니, 각인되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나 자체가 그 일부가 된 듯한… 불쾌하고 거대한 합일감. 내 영혼에 얼룩처럼 번져버린 미지의 존재감.
**[장면 13]**
**[배경]** 민준이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킨다. 그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방금 전과 다르다. 낡은 제단의 돌멩이 틈새에서 희미하게 무언가 검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듯하고,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마치 움직이는 환영처럼 어른거린다. 공기 중의 먼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모든 사물이 숨 쉬고, 꿈틀거리는 듯한 기시감.
**민준 (독백, 떨리는 목소리로):**
아니… 이건… 환영이 아니야…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비벼보지만, 시야는 더욱 선명해질 뿐)
내가… 무언가를 보게 된 거야…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른 면을… 이 지옥 같은 진실을…
**[장면 14]**
**[배경]** 민준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 장소를 빠져나오기 위해 통로로 향한다. 그의 발걸음은 절박하다. 그가 멀어질수록 프리즘에서 나오는 ‘웅웅-‘ 거리는 소리는 점차 희미해지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명료하게 그의 정신을 잠식하는 듯하다. 마치 그가 프리즘을 품에 안고 있는 것처럼.
**민준 (내레이션):**
탈출해야 했다. 이 미지의 공간에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힘으로부터.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는 이미 그 ‘다른 면’의 문턱을 넘어섰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이미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장면 15]**
**[배경]** 민준이 낡은 기록 보관소 건물을 빠져나와 도시의 거리로 나선다. 밤은 이미 깊어 별이 드문드문 박혀 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그 별들이 마치 무수히 많은 눈동자처럼 느껴진다. 거리의 불빛은 왜곡되어 보이고, 건물들의 그림자는 길고 기이하게 일렁인다. 평범했던 도시의 풍경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마치 얇은 막 너머에 숨겨져 있던 진실이 드러난 것처럼.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기체처럼 느껴진다.
**민준 (내레이션):**
나는 이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본다. 이 도시의 모든 표면 아래, 모든 평범함 뒤에 숨겨진… 끔찍하고 거대한 진실들을. 이 힘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영원히 나를 잠식할, 심연의 기록이었다. 나는 이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알던 세상은, 그저 가려진 허상에 불과했으니.
**[마지막 컷]**
민준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은 공포와 경악, 그리고 감춰지지 않는 광기로 빛나고 있다. 그의 동공 속에는 방금 본 프리즘의 붉은 빛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입가에는 조소인지, 공포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 희미하게 걸려 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