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당신은 이제 아스리아 왕국의 암흑 속에서 부활한, 복수를 맹세한 ‘카엘’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제목:** 망각된 기사

**장르:** 다크 판타지, 복수극

**로그라인:**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고 심연으로 던져진 성흔 기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다시 태어난 그는, 피로 물든 복수의 칼날을 들고 옛 친구의 심장을 꿰뚫기 위해 돌아온다.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어둡고 웅장하며, 불길한 분위기의 오프닝 음악이 흐른다.)**

**장면 1: 심연의 부름**

**시간:** 깊은 밤, 달빛조차 숨죽인 시간.
**장소:** ‘망각의 늪’이라 불리는 황폐한 지대. 죽은 나무들이 검은 실루엣을 드리우고, 썩은 물에서는 독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늪지 위로는 기괴한 안개가 낮게 깔려 음산함을 더한다.

**(음산한 바람 소리. 마치 늪 속 어딘가에서 잊혀진 영혼들이 울부짖는 듯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

**지문:**
황량한 늪지 한가운데, 거대한 바위 기둥 위에 홀로 서 있는 그림자가 있다. 그는 어둠을 베어낸 듯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으며, 깊게 눌러쓴 후드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흉터로 뒤덮여 알아보기 힘들다. 피부는 죽은 듯 창백하고, 한때 푸른빛을 띠었을 눈동자는 이제 깊이를 알 수 없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의 손에는 낡고 녹슨 대검이 들려 있다. 검신 전체에 음산한 기운이 맴돌며,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희미하게 맥동한다.

**지문:**
그림자, ‘카엘’.
그는 미동도 없이 멀리 떨어진 지평선을 응시한다. 그곳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도시의 실루엣이 보인다. ‘아스리아’ 왕국의 수도, ‘엘드렌’. 한때 카엘이 목숨 바쳐 지켰던 곳이자,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비극의 장소.

**(카엘의 시선이 엘드렌으로 향할 때, 그의 핏빛 눈동자가 번뜩인다. 클로즈업된 눈동자 속에는 과거의 영광, 현재의 고통, 그리고 불타는 증오가 한데 뒤섞인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희미하게 과거의 행복했던 한때, 라이라와 함께 웃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카엘 (내레이션 – 낮은 읊조림, 긁히는 듯한 목소리):**
…엘드렌. 내 심장을 찢어 발기고, 내 모든 것을 불태웠던 곳. 그 찬란한 빛 아래, 검은 그림자를 숨기고 있었던 곳.

**지문:**
카엘의 손에 들린 대검 ‘흑철도(黑鐵刀)’에서 묵직한 어둠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늪지의 독한 공기가 격렬하게 일렁인다. 주변의 썩은 나무들이 더욱 시들어가고, 늪의 물결이 격렬하게 파동치며 어둠의 기운에 반응하는 듯하다. 마치 땅 자체가 그의 분노에 몸서리치는 것 같다.

**카엘 (내레이션 – 더욱 깊어진 증오, 칼날 같은 냉기):**
라이라… 네가 앉은 그 왕좌는 피로 물들어야 마땅하다. 네가 짓밟았던 모든 것들의 피로. 네가 배신했던 모든 영혼의 피로.

**지문:**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의는 강철 같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엘드렌을 향해 뻗는다. 마치 그 거대한 도시를 한 손에 움켜쥐어 부숴버리려는 듯, 그의 손가락 끝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카메라, 카엘의 손을 따라 엘드렌 도시로 줌인. 도시는 멀리서 보기에 평화롭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지만, 카엘의 시선은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부패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카엘 (내레이션 – 냉기 어린 미소, 조소):**
네가 심었던 불신과 거짓의 씨앗은… 이제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하나도 남김없이. 네 모든 것을, 고통 속에서, 절망 속에서.

**지문:**
카엘은 망토를 휘날리며 바위 기둥에서 뛰어내린다. 그의 몸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진다. 늪지는 다시 음산한 침묵에 잠긴다. 하지만 이제 그 침묵은 불길한 전조를 머금고 있다. 과거 ‘성흔 기사’라 불리며 빛을 수호했던 자가, 이제 심연의 그림자가 되어 돌아왔음을 알리는.

**(화면 암전.)**

**장면 2: 복수의 서막**

**(음산한 배경 음악이 서서히 고조된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간:** 다음 날 밤.
**장소:** 엘드렌 수도 외곽, ‘황금 길드’의 전초 기지. 황금 길드는 라이라가 권력을 잡은 후 창설된 신흥 용병 조직으로, 왕국의 질서를 가장하며 여왕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기지 주변은 높은 성벽과 감시탑으로 삼엄하게 경비되어 있다. ‘황금’ 문양이 새겨진 깃발들이 밤바람에 펄럭인다.

**등장인물:**
* 카엘 (Kael)
* 황금 길드원들 (Golden Guild members)
* 길드장 ‘제릭’ (Jerick) – 거구의 남자, 잔혹하고 오만한 인상. 과거 카엘이 몰락할 때 앞장서서 그를 모욕하고 조롱했던 인물 중 하나.

**지문:**
깊은 어둠 속,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황금 길드의 높고 두터운 성벽을 타고 오른다. 감시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법 불빛이 찰나간 스쳐 지나가지만, 그림자는 너무나도 민첩하고 어둠에 완전히 동화되어 포착되지 않는다. 그는 벽 꼭대기에 착지하자마자 쥐 죽은 듯 조용히 사라진다. 마치 그림자 자체가 움직이는 것 같다.

**(새벽녘, 기지 내부. 순찰을 돌던 길드원 두 명이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길드원 1:** (투덜거리며) 망할, 또 밤샘 근무냐. 여왕 폐하가 대체 뭘 그렇게 걱정하시는지 원. ‘망각된 기사’인지 뭔지 하는 미친놈 때문에 수도 경비를 세 배로 늘리라니… 웃기지도 않아.
**길드원 2:** (조용히 하라는 듯 손짓하며) 조용히 해. 폐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한때 ‘성흔 기사’ 나부랭이들이 활개 치던 시절과는 다르다고. 이제 우리 황금 길드가 이 아스리아의 진짜 주인 아니던가. 그 쓰레기 같은 ‘성흔 기사’들 전부 죽어 사라졌으니, 이젠 우리의 세상이다!

**지문:**
그 순간, 길드원 2의 목 뒤로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스친다. “크헉…?”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눈동자가 공포로 커진다. 그의 입에서 피거품이 터져 나온다.

**(섬광 같은 움직임. 길드원 2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림자에게 붙잡힌 채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 간다. 순식간에 사라진 동료의 모습에 길드원 1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얼어붙는다.)**

**길드원 1:** (더듬거리며) 야, 너… 어디 가는…!

**지문:**
길드원 1의 뒤에서 싸늘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얼어붙은 칼날이 귓가를 스치는 듯한.

**카엘 (목소리 – 낮고 굵게, 칼날 같은 차가움):**
그가 향한 곳은… ‘심연’이다. 네놈도 곧 따라갈 테지.

**(길드원 1이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본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깊게 눌러쓴 후드 아래 핏빛으로 섬뜩하게 빛나는 카엘의 눈동자.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검은 기운을 맹렬히 내뿜는 대검 ‘흑철도’다.)**

**길드원 1:** (공포에 질린 비명) 몬스터… 몬스터다! 침입자!

**지문:**
길드원 1은 공포에 질려 허둥지둥 검을 빼들지만, 카엘의 움직임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다. 흑철도가 번개처럼 휘둘러지고, 찰나의 순간에 길드원 1의 몸은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다. 어떠한 저항도 허락되지 않았다. 피가 밤하늘을 수놓듯 튀어 오른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띠리리링! 침입자 발생! 모두 무장하라!’ 붉은 경광등이 번쩍이며 기지 안을 섬뜩하게 비춘다.)**

**지문:**
기지 안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다. 무장한 길드원들이 사방에서 비명과 함께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갑옷은 ‘황금’ 문양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다가오는 어둠 앞에서 무의미해 보였다.

**카엘 (내레이션 – 냉소):**
황금이라… 탐욕으로 덧칠한 허상일 뿐. 언젠가 부서질 껍데기.

**지문:**
카엘은 수십 명의 길드원들 한가운데 홀로 서 있다.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흑철도를 들어 올린다. 검 끝에서 거대한 검은 기운이 격렬하게 휘몰아치며, 주변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길드원들의 발밑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압도적인 어둠의 힘에 몇몇 길드원들은 뒷걸음질 친다.

**길드원 대장 (고함):**
저놈을 잡아라! 감히 여왕 폐하의 영지에! 죽여라!

**지문:**
대장이 선두에 서서 무모하게 돌격한다. 카엘은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길드원들의 공격을 능숙하게 피하고 반격한다. 그의 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휘두를 때마다 암흑의 파동이 발생하여, 적들의 방패를 부수고 갑옷을 꿰뚫었다. 그의 움직임은 한때 성스러운 빛을 다루던 기사의 그것이었으나, 이제는 잔혹하고 무자비한 사냥꾼의 춤이었다.

**(잔혹하고 빠른 편집의 전투 장면. 피가 튀고, 뼈 부러지는 소리, 비명 소리가 난무한다. 카엘의 움직임은 절도 있고, 치명적이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적들을 쓰러뜨린다. 그의 핏빛 눈동자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다.)**

**지문:**
얼마 지나지 않아, 길드원들의 시체가 겹겹이 쌓인다. 기지 안은 피비린내와 절규로 진동하고, 살아남은 길드원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창백하다.

**길드장 제릭 (떨리는 목소리,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하다):**
크, 크으윽…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너… 넌 대체 누구냐! 인간이… 이런 힘을 가질 리 없어!

**지문:**
제릭은 거대한 양손 검을 든 채 겨우 버티고 서 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카엘은 천천히 제릭에게 다가간다. 핏빛 눈동자가 제릭을 꿰뚫어 본다. 그 시선은 마치 오래된 죄를 기억하는 듯했다.

**카엘:**
내 이름은… ‘망각된 기사’다. 그리고 한때, 너희 여왕이 감히 짓밟았던 ‘성흔 기사’였지.

**지문:**
제릭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신다. 그의 눈에 경악과 함께 과거의 잊고 싶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제릭:**
성… 성흔 기사? 카엘? 거짓말 마! 그놈은 죽었어! 라이라 폐하께서 직접 심연으로 떨어뜨렸다고!

**카엘 (냉기 어린 미소, 조소):**
죽음? 그건 네놈들을 위한 것이지. 나에게 죽음은… 단지 새로운 시작일 뿐이었다. 네놈들이 몰아넣었던 그 심연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지문:**
카엘은 흑철도를 높이 들어 올린다. 검 끝에서 거대한 어둠의 구체가 형성된다. 그 안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 촉수들이 꿈틀거리며 마치 살아있는 짐승처럼 제릭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주변의 모든 빛을 집어삼킬 듯한 압도적인 어둠의 마력.

**제릭:**
이, 이럴 수가! 이 힘은… 어둠의 힘! 금지된 마법! 너는… 괴물이다!

**카엘 (나지막이 읊조리며, 그의 목소리에 깊은 증오가 서려 있다):**
그래. 네놈들이 날 몰아넣은 심연에서… 나는 이 힘을 얻었다. 네놈들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힘을. 네 여왕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을.

**지문:**
어둠의 구체가 제릭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한다. 제릭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거대한 어둠에 휩싸여 사라진다. 그의 거대한 몸은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기지의 한쪽 성벽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밤하늘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어둠의 기운이 하늘로 치솟는다.)**

**지문:**
황금 길드 기지는 순식간에 폐허가 된다. 카엘은 부서진 잔해들 위에 홀로 서 있다. 그의 핏빛 눈동자는 여전히 멀리 엘드렌 도시를 향하고 있다. 그의 검은 망토가 밤바람에 크게 휘날린다.

**카엘 (내레이션 – 비장하고 섬뜩한 목소리):**
이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라이라.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은… 곧 나의 어둠 아래 무릎 꿇게 될 것이다. 네가 내게 준 고통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되갚아 줄 것이다.

**(카메라, 파괴된 기지를 배경으로 카엘의 실루엣을 비춘다. 그의 뒤로 달이 차갑게 빛난다. 잿더미와 연기 속에서 그의 모습은 흡사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도 같다.)**

**(화면 암전.)**

**장면 3: 여왕의 균열**

**(전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이어진다. 마치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리듬.)**

**시간:** 다음 날 아침.
**장소:** 엘드렌 수도, 왕궁 내 여왕 라이라의 집무실. 호화롭고 정갈하지만, 어딘가 차갑고 권위적인 분위기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평화롭고 번영하는 수도의 전경이 펼쳐져 있지만, 그 평화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조각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등장인물:**
* 라이라 (Lyra) –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우아하고 냉철한 미모의 여왕. 과거 카엘의 절친한 친구였으나, 지금은 아스리아의 절대 권력자. 그녀의 눈빛은 비범한 지성과 함께 깊이를 알 수 없는 냉혹함을 담고 있다. 금색 자수가 놓인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 시종관 ‘엘리안’ (Elian) – 깐깐하고 충직한 인상의 중년 남성.
* 황금 길드 잔당 보고병 (Golden Guild survivor) – 공포에 질린 채 온몸을 떨며 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갑옷은 부서지고 얼굴은 흙먼지로 뒤덮여 있다.

**지문:**
라이라는 커다란 마법 거울 앞에 앉아 있다. 거울 속에는 어젯밤 황금 길드 기지의 처참한 폐허가 실시간으로 비치고 있다. 거울 속의 영상은 희미하게나마 불길한 어둠의 기운을 담고 있으며, 잔해 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시종관 엘리안 (긴장된 목소리):**
폐하, 황금 길드 전초 기지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길드장 제릭을 포함한 모든 병력이… 전멸했습니다. 단 하룻밤 사이에. 공격은 새벽에 시작되었고…

**지문:**
라이라는 미동도 없이 거울을 응시한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잘 만들어진 가면처럼 완벽하게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무심하게 쥐고 있던 깃펜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그녀 내면의 동요를 유일하게 드러내는 신호였다.

**라이라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얼음 같은 목소리):**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해라. 생존자는?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지문:**
시종관 엘리안은 고개를 숙이며,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황금 길드 잔당 보고병에게 눈짓한다. 보고병은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선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어제의 지옥 같은 공포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듯 흔들린다.

**보고병 (온몸을 떨며, 울먹이는 목소리):**
폐, 폐하… 몬스터였습니다! 아니, 몬스터보다 더한… 악귀였습니다! 후드를 뒤집어쓴 채… 시커먼 검을 휘두르는… 마치 그림자 같았습니다! 인간의 힘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라이라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미묘한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림자? 그게 전부인가? 길드장 제릭은 그저 그림자에 속절없이 당했다는 말이냐? 그 거구의 사내가?

**보고병 (더욱 심하게 떨며, 말을 잇기 힘들어한다):**
그, 그게… 그놈이 말했습니다. 자신이… ‘망각된 기사’라고… 그리고… ‘성흔 기사’였다고… 그는… 폐하를…

**(보고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이라의 손에서 깃펜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다. ‘딸깍’ 하는 작은 소리가 정적을 깨고 호화로운 집무실 안에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라이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깊은 바다와 같았던 그녀의 눈빛에 처음으로 미세한 파동이 일어난다.)**

**지문:**
라이라의 가면 같은 표정에 처음으로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시종관 엘리안은 라이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살핀다. 보고병은 바닥에 엎드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라이라 (낮게 읊조리듯, 혼잣말처럼, 목소리에 감출 수 없는 동요가 서려 있다):**
망각된 기사… 성흔 기사… 카엘…? 설마… 그럴 리가…

**지문:**
그녀의 시선이 마법 거울 속, 어둠의 기운이 맴도는 폐허에 박힌다. 과거의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듯,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분노, 당혹감, 그리고… 희미하지만 깊은 불안감. 마치 잊고 싶었던 악몽이 현실이 된 듯한 표정이다.

**엘리안:**
폐하…? 괜찮으십니까? 그 자를 잡기 위해 수도 기사단을 추가로 파견할까요? 당장 포위망을 구축해야…

**라이라 (가늘게 뜨며, 어느새 냉혹함을 되찾은 눈빛. 그러나 그 안에는 미세한 광기가 서려 있다):**
(손을 들어 엘리안의 말을 끊으며) 필요 없다. (거울을 향해 손을 뻗어 영상을 지운다.) 쓸데없는 낭비다. 함부로 병력을 흩트리지 마라.

**지문:**
마법 거울 속 폐허가 사라지고, 다시 라이라의 차가운 얼굴이 비친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아하지만 단호한 걸음으로 창밖의 엘드렌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녀의 등 뒤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그녀의 표정은 마치 밤의 그림자처럼 어둡다.

**라이라 (단호한 목소리, 지시하듯):**
황금 길드에 즉시 명령을 내려라. 엘드렌 수도의 모든 경비를 세 배로 강화하고, 모든 수상한 움직임을 보고하게 해라. 특히,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감히 내 영역을 침범하는 모든 것을, 뿌리 뽑아라.

**엘리안 (고개를 숙이며):**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폐하.

**라이라 (창밖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씁쓸함이 섞여 있다):**
카엘… 네가 아직 살아있을 줄이야. 심연 속에서… 그토록 처참하게 사라졌는데도… 대체 무엇이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웠단 말이냐.

**지문:**
그녀의 손이 서서히 주먹을 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듯 힘이 들어간다. 그녀의 눈빛은 과거의 친구를 향한 것이 아닌, 자신의 권좌를 위협하는 불순물을 향한 듯, 차갑고 냉정하게 빛난다. 그 빛은 이전보다 더욱 잔혹하고 단단해 보인다.

**라이라 (매섭고 단호하게):**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네가 돌아왔다 한들… 이 왕국은 내 것이다. 나의 아스리아다. 다시는 그 어떤 방해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네가 악귀가 되어 돌아왔다 해도. 너는 다시, 내 손에 의해 심연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영원히 망각될 것이다.

**(카메라, 라이라의 옆모습을 비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얼어붙은 호수처럼 깊고 차갑다.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스친다. 햇살 아래 드리워진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그녀의 어두운 면모를 강조한다.)**

**(음악이 고조되다가, 차갑고 불길하게 마무리된다.)**

**(화면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