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망각의 그림자 (Shadows of Oblivion)

**로그라인:**
문명의 흔적이 먼지 속에 묻히고, 알 수 없는 공포가 현실의 경계를 허문 세상. 마지막 희망조차 희미해진 폐허 속에서, 한 젊은 생존자가 과거의 망령과 미지의 존재에 맞서 오직 삶을 위해 발버둥 친다.

**장면 1**

**[오프닝 시퀀스]**

**1.1. EXT. 폐허 도시 – 낮**

**화면:**
황량하고 잿빛으로 물든 하늘. 거대한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뼈대만 남은 마천루들이 마치 거인의 무덤처럼 늘어서 있고, 건물 표면은 검은 곰팡이와 알 수 없는 결정체들로 뒤덮여 기괴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모래와 잔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카메라는 롱 샷에서 점점 한 지점으로 줌인한다. 그곳은 한때 번화했을 도로였지만, 이제는 쩍쩍 갈라지고 녹슨 차량들이 뒤집힌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곳이다.

**음악:** 웅장하면서도 쓸쓸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현악기와 낮은 톤의 신시사이저 사운드. 가끔씩 불협화음이 짧게 스쳐 지나간다.

**1.2. EXT. 폐허 도시 – 낮**

**화면:**
폐허 속을 걷는 한 인물. ‘세라’ (20대 후반)의 뒷모습. 낡고 닳은 가죽 재킷과 여러 겹의 옷을 껴입었고, 등에는 큼직한 배낭을 메고 있다. 얼굴은 방진 마스크와 고글로 가려져 있으며, 한 손에는 개조된 석궁을, 다른 한 손에는 낡은 지도를 들고 있다. 그녀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단하다.
카메라는 세라의 발이 밟고 지나가는 갈라진 아스팔트와 그 틈새로 솟아난 기형적인 잡초들을 비춘다. 간혹 보이는 금이 간 도로 표지판에는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효과음:**
* 바람 소리, 모래 날리는 소리.
* 세라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
* 낡은 금속이 바람에 부딪히는 삐걱거리는 소리 (저 멀리서).

**세라 (내레이션 –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
> 세상은 죽었다. 숨 쉬는 것조차 사치가 된 곳에서, 우리는 단지… 잊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었다.

**1.3. EXT. 폐허 도시 – 건물 옥상 – 낮**

**화면:**
세라가 붕괴 직전의 건물 옥상에 도착해 주변을 살핀다. 고글을 살짝 들어 이마에 걸고,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린다. 잿빛 먼지가 덮인 얼굴은 피곤하지만, 눈빛은 예리하고 강인하다. 그녀는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건물들을 하나하나 응시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폐허뿐. 그 가운데, 유독 기이한 형태의 검은 돌기들이 솟아난 지역이 보인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효과음:**
* 먼지 섞인 바람 소리.
* 세라의 거친 숨소리.
* 망원경 초점 맞추는 소리.

**세라**
> (혼잣말)
> 물… 정화 장치 부품이라도. 이대로는… 한계가 있어.

그녀의 시선이 한 건물에 멈춘다. 비교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한 도서관 건물이다. 외벽에 새겨진 로고는 이제 알아볼 수 없지만, 어쩐지 그곳에서 미약한 ‘희망’을 느낀다. 동시에 기묘한 ‘불안감’도 든다.

**세라 (내레이션)**
> 저곳이라면… 어쩌면. 아니, 저곳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망각된 세상에서, 과거의 기록만큼 위험하면서도 유혹적인 건 없었으니까.

**장면 2**

**[탐색과 조우]**

**2.1. EXT. 낡은 도서관 입구 – 낮**

**화면:**
세라가 도서관 입구에 도착한다. 거대한 유리문은 산산조각 나 있고, 철골 구조물은 녹슬어 뒤틀려 있다. 입구 주변에는 기형적인 덩굴 식물들이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데, 잎사귀는 검고 줄기는 핏빛을 띠고 있다. 그 틈새로 스며드는 어둠이 내부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효과음:**
* 발밑에 밟히는 유리 조각과 잔해 소리.
* 덩굴이 바람에 흔들리는 섬뜩한 소리.

세라는 석궁을 단단히 잡고,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딛는다.

**2.2. INT. 낡은 도서관 내부 – 낮**

**화면:**
도서관 내부는 암흑에 가까운 상태다. 천장 일부가 붕괴되어 희미한 빛이 간헐적으로 쏟아져 들어오지만, 대부분은 어둠에 잠겨 있다. 책장은 쓰러지고 책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흙먼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세라가 헤드랜턴을 켜자, 빛줄기가 길게 뻗어나가며 주변을 비춘다. 먼지 속에 발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그녀의 것이 아니다.

**효과음:**
* 세라의 랜턴 켜는 소리 (찰칵).
* 먼지가 날리는 소리.
* 어디선가 들려오는 ‘똑, 똑’ 하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세라가 한 책장을 지나치는데, 그 뒤편으로 희미한 형체가 스쳐 지나간다.

**세라**
> (목소리를 낮춰)
> 누구 없어요?

침묵. 세라는 석궁을 조준하며 주변을 경계한다.

**2.3. INT. 낡은 도서관 서고 – 낮**

**화면:**
세라가 무너진 서고를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책들 사이에서 오래된 휴대용 정수 필터와 빈 통조림 캔 몇 개를 발견하고 배낭에 넣는다. 그러나 그녀가 찾던 정화 장치 부품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다. 바닥에 희미하게 그려진 기묘한 문양. 삼각형과 원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뒤얽혀 있고, 그 안에는 잊힌 문자로 보이는 것들이 새겨져 있다. 세라의 눈동자가 그 문양 위를 훑자,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효과음:**
* 발걸음 소리 멈춤.
* 세라의 짧은 신음.
* (아주 희미하게) 뇌리를 스치는 알 수 없는 속삭임 같은 소리.

**세라**
> (중얼거림)
> 이건… 대체.

그녀가 손으로 문양을 쓸어본다. 먼지를 걷어내자, 문양 아래에 검붉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음을 발견한다. 오래된 피의 흔적.

**2.4. INT. 낡은 도서관 서고 – 숨겨진 공간 – 낮**

**화면:**
세라가 피의 흔적을 따라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붕괴된 책장들 사이로 난 좁은 틈새를 통과하자,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벽면에도 아까 본 기묘한 문양들이 끊임없이 새겨져 있다. 그 문양들은 랜턴 불빛 아래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계단 끝에는 닫힌 철문이 있다. 자물쇠는 없지만, 문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효과음:**
* 세라의 거친 숨소리.
* 벽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아주 작게).
* 심장 박동 소리 (세라의 심박 소리, 점차 커진다).

**세라 (내레이션)**
> 이 세상은 언제나 그렇다. 죽은 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산 자의 탐욕이 꽃피는 법. 그리고 그 탐욕의 끝에는… 언제나 더 깊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라가 조심스럽게 철문을 밀어 연다.

**장면 3**

**[심연 속으로]**

**3.1.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철문 너머에는 낡은 연구실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곳곳에 기계 장치들이 널브러져 있고, 유리병 속에는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겨 있다. 한쪽 벽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들이 꺼진 채 매달려 있고, 중앙에는 커다란 철제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에는 낡은 노트북과 몇몇 공구, 그리고 그녀가 찾던 물 정화 장치 부품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세라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쳐 지나간다.

**효과음:**
* 새어 나오는 빛 속에서 보이는 먼지들의 움직임.
* 낡은 기계에서 나는 ‘웅웅’거리는 듯한 희미한 소리.
* 세라의 가벼운 탄식.

세라가 부품들을 향해 다가간다. 그때, 테이블 옆 바닥에 놓인 오래된 일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낡고 해져서 표지가 너덜거리는 일지다. 호기심에 일지를 집어 든다.

**3.2.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세라가 일지를 펼친다. 낡은 종이 위에는 깨알 같은 글씨와 함께 기괴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관절이 비틀려 있거나, 눈이 지나치게 많거나, 촉수가 돋아난 형태의 그림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세라 (내레이션)**
> 미친 자들의 기록은 항상 그랬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었으며, 끝내… 인간임을 포기했다.

일지의 내용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막 (일지 내용):**
>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별들 사이에서, 공간의 틈새를 찢고. 우리는 그것을 환영했고, 그 지식을 갈망했다. 그러나 지식은… 인간의 그릇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독이었다. 우리의 눈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우리의 정신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했다. 그 이후로 세상은 변했다. 형태를 잃고, 소리를 잃고, 결국… 영혼을 잃었다.*
>
> *…그림자는 살아있다. 이 책장 사이에서, 이 벽돌 속에서, 이 도시의 모든 파편 속에서. 그것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을,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3.3.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세라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일지에 그려진 그림 중 하나가 벽에 그려진 기묘한 문양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녀가 불안한 시선으로 연구실 구석을 살핀다.
그 순간, 멀리 떨어진 어둠 속에서 ‘스스슥’ 하는 소리가 들린다. 금속이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 세라의 손이 본능적으로 석궁을 단단히 움켜쥔다.

**효과음:**
* 세라의 심박 소리 (더욱 빠르고 크게).
* ‘스스슥’ 하는 금속성 마찰음.
* 바람이 새는 듯한, 그러나 바람이 아닌, 알 수 없는 ‘쉬익’ 하는 소리.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희미한 랜턴 불빛이 닿지 않는 경계에서,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한다. 분명한 형태는 아니지만, 살아있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세라**
>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 뭐지…

**3.4.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그림자가 점차 커진다.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기다란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고, 몸통은 척추가 드러난 채 앙상하다. 머리는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으며, 수십 개의 작은 눈들이 세라를 향해 빛난다. 마치 뼈와 가죽이 뒤틀려 만들어진 듯한, 비현실적인 존재다. (크리처)

**효과음:**
* 크리처의 기괴한 움직임 소리 – 뼈가 어긋나는 소리, 비늘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
* 점점 커지는 ‘쉬익’ 소리.

세라의 얼굴에 공포가 스친다. 하지만 그녀는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오직 생존을 위한 본능이 그녀를 지배한다. 그녀는 재빨리 테이블 위의 부품들을 가방에 쑤셔 넣는다.

크리처가 느릿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세라를 향해 다가온다. 그 움직임은 마치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듯, 불연속적이다.

**세라**
> (거친 숨소리)
> 물러서…!

**3.5.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크리처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돌진한다. 그것은 비명이라기보다,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혹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스러운 소리다. 그 소리는 세라의 정신을 파고들어, 어지럼증과 함께 현실감을 잃게 만든다.

**효과음:**
* 크리처의 기괴한 비명 소리 (환청처럼 들림).
* 세라의 귀에서 들리는 ‘삐-‘ 하는 이명 현상.
* 천장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조각 소리.

세라가 본능적으로 석궁을 발사한다. 볼트가 크리처의 몸을 꿰뚫지만, 그것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꿰뚫린 상처는 순식간에 검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세라에게 달려든다.

**세라 (내레이션)**
> 미지의 존재는 언제나 그랬다.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인간의 정신을 파고들어 그 실체를 흐트러뜨리는 법. 저것은… 내가 아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세라는 재빨리 몸을 피한다. 크리처의 긴 팔이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고, 철제 테이블이 박살 나며 주변의 기계들이 부서진다.

**3.6.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 – 낮**

**화면:**
세라가 난장판이 된 연구실을 가로질러 아까 들어왔던 철문으로 향한다. 크리처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벽과 바닥을 기어오른다. 그 움직임은 마치 사슬 없는 그림자처럼 자유롭다.

**효과음:**
* 세라의 달리는 발소리.
* 크리처가 벽을 기어오르는 긁는 소리.
* 건물이 삐걱거리는 불안한 소리.

세라가 철문을 열고 계단을 향해 달려 나간다. 뒤이어 크리처의 팔 하나가 문틈으로 튀어나와 그녀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세라가 문을 닫으려 하지만, 크리처의 힘에 밀려 문이 쉽게 닫히지 않는다.

**세라**
> (힘겹게)
> 으윽…!

**3.7. INT. 낡은 도서관 지하 연구실/계단 – 낮**

**화면:**
세라가 전력을 다해 문을 닫는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문이 닫히고, 크리처의 울부짖음인지 환청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세라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닫힌 문에 낡은 기계 부품들을 끼워 넣어 잠근다.

**효과음:**
* 철문 닫히는 굉음.
*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 (점점 멀어진다).
* 세라의 거친 숨소리, 심박 소리.

세라가 비틀거리며 계단을 올라간다. 그녀의 정신은 방금 겪은 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태다. 벽에 그려진 문양들이 그녀를 비웃는 듯, 왜곡되어 보인다.

**장면 4**

**[생존의 그림자]**

**4.1. INT. 낡은 도서관 서고 – 낮**

**화면:**
세라가 힘겹게 도서관 내부를 빠져나온다. 서고의 책들은 여전히 흩어져 있고, 곳곳에 먼지가 자욱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겨우 입구에 도착한 세라는 쓰러진 책장 사이에서 부러진 나무 조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워 아까 그녀가 발견했던 바닥의 기묘한 문양을 박박 긁어 지운다. 헛수고임을 알면서도, 그 형체를 지워버리고 싶다는 강박적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효과음:**
* 세라의 지친 발걸음 소리.
* 나무 조각이 바닥을 긁는 둔탁한 소리.

**세라 (내레이션)**
> 지워버려야 했다. 보지 않았던 것처럼, 듣지 않았던 것처럼. 저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내가 미쳐버린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여야 했다.

**4.2. EXT. 폐허 도시 – 낮**

**화면:**
세라가 도서관 밖으로 나온다. 잿빛 하늘은 여전히 무심하게 드리워져 있고, 폐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하다. 하지만 세라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멀리 떨어진 앙상한 건물들의 실루엣이 마치 자신을 지켜보는 거대한 존재처럼 느껴지고, 바람 소리는 섬뜩한 속삭임으로 들린다.
그녀는 마스크를 다시 쓰고, 고글을 내려 불안한 시선을 감춘다.

**효과음:**
* 바람 소리 (다시 섬뜩하게 들린다).
* 세라의 거친 숨소리.
* 도시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웅웅’거리는 소리 (매우 작게, 환청처럼).

**세라 (내레이션)**
> 살아남았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아니, 얻었다. 망각해야 할 진실,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공포를.

그녀의 시선이 문득 손에 든 일지로 향한다. 그녀는 일지를 찢어버리려 했지만, 왠지 모를 강박감에 그럴 수 없다. 이 끔찍한 기록이, 언젠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희망, 혹은 더 큰 저주가 될지도 모르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4.3. EXT. 폐허 도시 – 석양**

**화면:**
석양이 지기 시작한다. 잿빛 하늘에 붉은색과 보라색이 기괴하게 뒤섞여 아름다우면서도 불길한 색을 만들어낸다. 세라는 폐허 속에서 홀로 서 있다.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도시의 잔해 속으로 사라져간다.
그녀는 다시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 끝없는 생존의 여정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음악:**
불안하고 쓸쓸한 멜로디에서 시작하여, 점차 웅장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고조된다. 마지막에는 알 수 없는 불협화음과 함께 서서히 사라진다.

**세라 (내레이션)**
> 세상은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이 살아있음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이 망각의 그림자가 완전히 날 집어삼킬 때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엔딩 크레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