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천하의 기운이 스러지고 있었다. 수백 년 전만 해도 영롱하게 빛나던 산천의 정기(精氣)가 점차 희미해졌고, 강호의 무인들 사이에서는 내공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거나 심지어 역행한다는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대지는 메말라가고 하늘에는 영묘한 빛 대신 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각 문파의 장문인들은 밤낮으로 비술을 연구하며 해결책을 찾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렇게 암울한 세월이 이어지던 어느 날, 모든 강호의 심장을 울리는 하나의 선포가 내려졌다.

“천하의 정기가 고갈되고, 고대의 봉인이 흔들리며 마(魔)의 기운이 솟구치려 한다. 이는 선계의 예언서에 기록된 대혼돈의 서막이니, 오직 ‘운명의 봉황비무제(鳳凰比武祭)’에서 천하를 구할 단 한 명의 무인을 찾아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이 동시에 발출한 그 선포는 천산(天山)의 최고봉, 운해봉(雲海峰)에서 발원하여 삽시간에 팔황(八荒)에 퍼져나갔다. 봉황비무제. 죽어가는 세계의 정기를 다시 불태울 ‘봉황의 불꽃’을 찾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자, 천하의 운명을 건 거대한 시험대였다.

천하 각지에서 무인들이 운해봉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성을 좇는 자들이 아니었다. 강호의 존망이 자신들의 어깨에 달렸음을 직감한, 진정으로 대의를 품은 고수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 류진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낡고 해진 도포 차림에, 허리에는 이름 없는 무쇠검이 매달려 있었다. 그의 외모는 여느 방랑 무사와 다를 바 없었으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과 단단히 다져진 몸에서는 쉬이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는 강호에 알려진 명문 문파의 인물도 아니었고, 젊은 혈기로 똘똘 뭉친 패기 넘치는 신진 고수도 아니었다. 그저 그림자처럼 조용히 세상을 떠돌던 존재였다.

운해봉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수십 리 밖에서부터 영기(靈氣)가 희박해지고, 심지어 독기 어린 안개가 산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발걸음을 돌렸을 법한 길이었으나, 류진은 흐트러짐 없이 나아갔다. 그의 발걸음 아래, 독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갈라지며 길을 내주었다. 류진은 그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았다. 희뿌연 안개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거대한 봉우리가 마치 자신을 기다리는 거대한 맹수처럼 느껴졌다.

며칠 밤낮을 걸어 운해봉 입구에 다다랐을 때, 이미 수많은 무인들이 운집해 있었다. 각 문파의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서로의 위세를 자랑했고, 수려한 의복을 입은 명문정파의 고수들과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사파의 기인들이 뒤섞여 장관을 이루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결의가 교차했고, 간간이 흘러나오는 강렬한 내공의 파동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허, 저 자는 태산파의 현무진인 아니던가? 벌써 도착했군.”
“저기 보이는 이는 화산파의 매화검선, 그녀 또한 이번 비무제에 참여하는구나!”
“아니, 마교의 혈마검객도 보이다니… 정말 모든 고수들이 모였군.”

소란스러운 웅성거림 속에서 류진은 한 켠에 서서 조용히 그들을 관찰했다. 모두가 일가를 이룬 고수들이었고, 그들의 기운은 하나같이 강렬했다. 그러나 류진의 눈에는 그 강렬함 속에 숨겨진 불안과 조급함이 보였다. 천하의 운명이라는 무거운 짐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저 멀리 봉우리 정상에서 한 줄기 빛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메말라가던 정기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듯한 영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빛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구대문파의 수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운해봉 정상에 자리한 거대한 연무장, ‘봉황대(鳳凰臺)’ 앞에 서 있었다. 봉황대는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중앙에 선 도사 복색의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청명하고 우렁차, 운집한 모든 무인들의 귓가에 선명히 박혔다.

“천하의 무인들이여, 그대들 모두의 발걸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우리의 시대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 봉황비무제는 마지막 희망이자 시련이 될 것이다.”

노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무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비장한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물었다.

“고대의 예언에 따르면, 봉황의 불꽃은 오직 진정한 천하제일인에게서만 타오를 것이며, 그 불꽃은 스러져가는 세계의 정기를 다시 깨울 힘을 지녔다고 한다. 허나 그 힘은 또한 대가(代價)를 요구할 것이니, 이 자리에 모인 그대들 모두는 오직 천하를 위한 대의에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비장한 선포에 이어, 봉황대 주변을 감싸던 거대한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무인들 사이에서는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고, 어떤 이는 흥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고, 어떤 이는 깊은 회의감에 잠긴 듯 고개를 떨구었다. 류진은 그 모든 것을 조용히 응시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으나, 동시에 복잡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순간, 봉황대 위에서 거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웅장하고 깊은 소리는 운해봉 전체를 진동시켰고, 하늘을 덮었던 구름마저 흩어지게 만들었다.

**”운명의 봉황비무제,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다!”**

노인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운해봉의 정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인들의 심장은 격렬하게 고동쳤고, 천하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서막이 드디어 열렸다. 류진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그의 그림자가 봉황대를 향해 길게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