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콰아앙!

강철의 포효가 전장을 찢었다. 김현은 고막을 뚫고 들어오는 굉음 속에서 스로틀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야차.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그 거대한 살상 병기가 맹렬한 기세로 돌진했다. 왼팔의 대형 칼날이 섬광을 그리며 회전했고, 시야를 가득 채운 적들의 잔상이 찢겨나갔다.

“제13구역 진입! 엄폐해라, 모두!”

통신망을 타고 지직거리는 분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현의 귀에는 그저 소음에 불과했다. 그의 세계는 지금 눈앞의 아세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은빛 비늘을 번득이며 유성처럼 날아다니는 저 괴물들.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최악의 존재. 모든 훈련은 그들을 섬멸하기 위함이었다.

번쩍!

정면에서 날아온 붉은색 에너지 구체가 야차의 방패에 정통으로 박혔다. 묵직한 충격에 기체가 휘청거렸지만, 현은 능숙하게 균형을 잡았다. 아세라의 공격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했다. 마치 살아있는 전기가 사방에서 춤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은 이미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그들의 패턴을 익혀왔다.

“시시하다….”

낮게 중얼거린 현은 야차의 동력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비명을 지르는 엔진음과 함께 야차가 쏜살같이 전진했다. 스캐너에 잡힌 세 개의 아세라 개체가 섬광처럼 그의 시야를 스쳤다. 현은 망설임 없이 레이저 포탑의 방아쇠를 당겼다. 지면에 박혀있던 건물 잔해가 폭발하며 파편을 흩뿌렸다. 셋 중 하나가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 다른 둘은 재빨리 회피했지만, 현은 그들의 움직임을 이미 읽고 있었다.

야차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철퇴가 튀어나왔다. 묵직한 쇠사슬이 허공을 갈랐고,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아세라 한 마리의 등짝에 정확히 박혔다. 꿰뚫린 아세라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다 무력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는 절규하듯 기묘한 소리를 내며 현에게 덤벼들었다. 그들의 언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주파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저 ‘괴물의 울음소리’로 규정될 뿐.

그러나 현은 그 소리에서 희미하게 분노와 절망을 읽었다. 훈련 중에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스쳐가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헛소리 할 시간 없군.”

야차의 어깨에 장착된 미사일 포드가 개방되며 작은 미사일들이 빗발처럼 쏟아져 나갔다. 아세라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연쇄 폭발에 휘말려 사라졌다.

“대위님, 제13구역 아세라 전멸 확인! 다음 지시 바랍니다!”

통신병의 목소리에 현은 한숨을 쉬었다. 언제나 그랬다. 전투는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차분함을 주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전장에서 살아가도록 프로그램된 기계인 것처럼.

그때였다.

야차가 방금 폭발시킨 건물 잔해 너머에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스캐너에는 잡히지 않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 현은 본능적으로 야차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무너진 벽 틈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아세라였다. 하지만 방금까지 현이 상대했던 전투형 개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연약해 보이는 체구, 아직 채 자라지 못한 듯한 은빛 비늘. 그리고… 겁에 질려 파르르 떨리는 붉은색 눈동자.

그들의 눈은 언제나 맹렬한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인간을 향한 극단적인 적의. 그러나 저 작은 아세라의 눈빛은 달랐다. 마치… 겁먹은 아이처럼 보였다. 전쟁터 한복판에 홀로 버려진 어린아이.

현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망설임 없는 살육에 길들여진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얼어붙었다. 뇌리에는 수많은 전쟁의 참상, 아세라에게 무참히 짓밟힌 동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저들은 적이다. 모든 아세라는 인류의 적. 눈앞의 저 작고 연약해 보이는 존재도 결국은 자라나 인간에게 칼날을 들이댈 괴물일 뿐이다.

‘죽여야 한다.’

명령처럼 뇌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은 야차의 팔을 움직여 칼날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칼끝이 작은 아세라를 향했다. 칼날에 반사된 섬광이 아세라의 눈동자에 닿았다. 아세라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몸을 더욱 웅크렸다.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움직임.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전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져 갔다. 오직 현의 심장 박동만이 시끄럽게 울렸다. 쿵, 쿵, 쿵.

야차의 칼날이 미세하게 떨렸다.

현은 스로틀을 움켜쥔 손에 힘을 풀었다. 동시에 야차의 칼날이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아세라에게 향했던 칼끝은 그대로 지면을 향해 박혔다. 콰직! 거대한 칼날이 바닥을 긁어 부수며 주변의 잔해를 공중으로 흩뿌렸다. 마치 위협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세라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움찔했지만,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현의 야차를 바라봤다. 경계심, 의문, 그리고… 아주 희미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대위님! 뭐 하십니까! 적이 아직 남았습니까?!”

분대장의 다급한 외침이 통신망을 강타했다. 현은 허공을 향해 야차의 대구경 라이플을 쏘아 올렸다.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잔해 제거다! 대기 중에 파편이 너무 많군!”

거짓말이었다.

현은 작은 아세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자신을 향한 공격이 아님을 깨달았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너진 건물 틈새로 사라져갔다. 마지막으로 사라지기 전, 그녀는 다시 한번 현의 야차를 바라보았다. 그 붉은 눈동자에 현의 거대한 강철 야차가 선명하게 담겼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현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에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진동이 남아 있었다.

“야차! 이동하라! 복귀한다!”

분대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야차를 움직였다. 거대한 강철 기체가 굉음을 내며 전장을 떠났다.

하지만 현의 시선은 계속해서 무너진 건물 잔해 쪽을 향했다. 그 작은 아세라의 붉은 눈동자가 잔상처럼 그의 망막에 박혔다. 분명 처음이 아니었다. 이 알 수 없는 이끌림은.

현은 기억했다. 어릴 적, 인류의 방어선을 넘어 침투했던 아세라 중 홀로 살아남아 폐허 속에서 헤매던 작은 아세라를 보았던 순간을. 당시에도 모두가 그들을 ‘괴물’이라며 사살하려 했지만, 현은 그 눈동자에서 죽음의 공포를 보았다. 그것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때도, 지금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었다. 인류의 적에게 칼날을 들이대지 못하는, 심지어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는 기이한 저주를.

‘금지된 감정.’

현은 조용히 되뇌었다. 야차의 조종석 안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차가운 철혈의 심장을 지닌 자신 속에, 이해할 수 없는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언젠가 그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흔들 치명적인 파멸의 씨앗이 될 터였다.

현은 고통스러운 두통과 함께 눈을 감았다.

붉은색. 그것은 아세라의 피색이자, 그들의 눈동자 색이었다. 동시에 현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는, 금지된 감정의 색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