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재환은 무릎을 굽혀 웅크렸다. 산소 마스크 너머로 퀴퀴한 곰팡이와 쇠 녹슨 냄새, 그리고 희미한 오존의 비릿함이 밀려들었다. ‘데이터 미궁’, 이름처럼 미로 같은 이곳은 한때 세상을 연결했던 정보의 무덤이었다. 죽은 서버 랙들은 거대한 해골처럼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켜켜이 쌓인 먼지는 수십 년간 망각된 시간의 증거였다.

그의 광학 임플란트가 가늘게 떨리는 적색광을 뿜어내며 어둠을 찢었다. 시야에 잡힌 것은 낡은 데이터 케이블 다발이 거미줄처럼 얽힌 벽이었다. 저 너머에, ‘코어 로직 유닛’이 잠들어 있을 터였다. 황금기 시절의 최고급 연산 장치. 그걸 손에 넣으면, 최소 몇 달은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빌어먹을 회색지대를 벗어날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손목에 박힌 바이오 센서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경고였다. 진동의 주파수는 낮고 불규칙했다. 두 발. 아니, 세 발. 그 이상의 무게가 콘크리트 바닥의 잔 균열을 타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재환은 숨을 죽였다. 이 미궁 안에서 혼자 다니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료는 언제나 배신하거나, 죽거나, 아니면 그 둘 다였다. 그래서 그는 혼자였다.

철컥.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재환의 몸이 바싹 얼어붙었다. 쥐새끼나 무인 청소 드론이 낼 법한 소리가 아니었다. 좀 더… 둔탁하고, 고의적인 소리. 그의 심장이 낡은 기계처럼 삐걱이며 가속했다.

“…찾았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거친 파열음처럼 찢긴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재환은 몸을 더 깊이 숨겼다. 스키너들. 약물과 조악한 사이버네틱스에 찌들어 인간성마저 잃어버린 시체 사냥꾼들. 그들은 폐허를 배회하며 희귀 부품이나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생존자들을 사냥했다. 재환은 그들에게 사냥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세 개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조악하게 개조된 광학 임플란트가 불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기괴하게 길쭉한 팔을 뻗어 데이터 랙을 더듬었다. 손가락 끝은 날카로운 갈고리로 변형되어 있었다. 녀석들은 재환이 숨은 곳을 향해 느릿하게 다가왔다.

재환은 허리춤의 칼집에서 녹슨 나이프를 꺼냈다. 한때 고급 합금으로 만들어졌을 칼날은 이제 거친 사포처럼 거칠었다. 그는 이 나이프와 자신의 몸에 박힌 낡은 증강기관만 믿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잡것아.” 또 다른 목소리가 속삭였다. “얌전히 기어 나오면, 고통 없이 끝내주마.”

재환은 코웃음 쳤다. 고통 없이? 이 지옥에서 고통 없이 죽는다는 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녀석들이 방심한 틈을 노려야 했다.

발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쿵, 쿵. 마치 짐승의 발소리 같았다. 가장 앞에 선 스키너가 몸을 숙여 재환이 숨은 랙의 틈새를 들여다보려는 찰나였다.

*크와아앙!*

재환은 기다리지 않았다. 숨어있던 틈새에서 튀어나와 녀석의 목을 노렸다. 낡은 나이프가 공기를 가르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스키너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내 녀석의 개조된 팔이 번개처럼 뻗어와 재환의 팔을 쳐냈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재환의 팔에 박힌 낡은 보호막이 지지직거렸다.

“젠장!”

스키너는 재환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갈고리 손가락이 피부를 찢고 들어가려 했다. 재환은 이를 악물고 반대쪽 발로 녀석의 무릎을 걷어찼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스키너가 휘청였다. 그 틈을 타 재환은 몸을 비틀어 팔을 빼냈다.

뒤따라오던 두 스키너가 양쪽에서 협공해 들어왔다. 한 녀석은 낡은 파이프를 휘둘렀고, 다른 녀석은 손가락에서 레이저를 뿜어냈다. 붉은 레이저가 재환의 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태우는 듯했다.

재환은 몸을 낮춰 파이프 공격을 피하며, 레이저를 쏘던 스키너의 다리를 걸었다. 녀석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재환은 쓰러진 녀석의 옆구리에 나이프를 박아 넣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에서 검붉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인간의 피가 아니라, 낡은 윤활유와 생체 촉진제의 혼합물이었다.

남은 두 스키너가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중 한 녀석이 파이프를 내던지고 등에 짊어진 구식 플라스마 캐논을 꺼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캐논의 포구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미친…!” 재환은 욕설을 내뱉었다. 플라스마 캐논은 이 좁은 공간에서 자폭이나 다름없었다. 저 녀석은 광기였다.

포구가 재환을 향해 고정되는 순간, 재환은 몸을 날려 옆에 있던 서버 랙 뒤로 숨었다. *콰앙!* 육중한 폭발음이 귓청을 때렸다. 낡은 서버 랙이 고철 덩어리로 변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재환의 팔에 파편이 박혔지만, 그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그는 폭발로 생긴 연기를 뚫고 전방으로 내달렸다. 스키너들이 뒤따라오며 고함을 질렀지만, 그들의 거친 숨소리는 이내 멀어졌다. 재환은 멈추지 않고 달렸다. 낡은 환풍구를 통해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곳을 향해서.

마침내, 그는 환풍구 아래의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이곳은 미궁의 최하층, ‘심층 코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거대한 원형 공간의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촉수처럼 뻗어 나온 수십 개의 케이블이 거대한 데이터 코어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코어의 표면에는, 재환이 찾던 ‘코어 로직 유닛’이 밝은 푸른빛을 내뿜으며 박혀 있었다.

하지만, 재환의 시선은 코어 로직 유닛이 아닌, 그 아래에 있었다.

코어의 바닥. 마치 깊은 심해의 생물처럼,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 잠겨 있어 형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움직임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림자는 코어 로직 유닛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마치 그 빛을 먹이 삼아 성장하는 괴물처럼.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눈이 일제히 재환을 향해 번뜩였다. 스키너들의 눈과는 차원이 다른, 차갑고 지성적인 섬광이었다.

그 순간, 그의 바이오 센서가 미친 듯이 경보를 울렸다. 온몸의 신경이 불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재환의 머릿속에 하나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경고: 미확인 유기체 – ‘지하 군체’ – 각성 중. 즉시 이탈 권고.]

재환은 얼어붙었다. 등골을 타고 차가운 한기가 솟구쳤다. 스키너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 사냥꾼은… 이곳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수십 개의 붉은 눈이 동시에 움직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거대한 심해 생물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금속과 유기체가 뒤섞인 끔찍한 덩어리였다.

재환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코어 로직 유닛? 개뿔! 당장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있을까?

그림자 군체의 중심에서, 가장 거대한 붉은 눈 하나가 재환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치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낮은, 하지만 공간 전체를 울리는 끔찍한 음성이 재환의 머릿속에 직접 박혔다.

“방문자를 환영한다… 새로운 먹잇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