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엘리시움 호 항해 일지: 2077년 10월 23일, 챕터 11 – 심연의 속삭임**

엘리시움 호의 함교는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아니, 침묵이라기보다는, 숨죽인 정적에 가까웠다. 우주선 내부에 울려 퍼지던 기계음과 산소 순환 장치의 낮은 윙윙거림마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위협적인 굉음처럼 들렸다. 모든 시선은 중앙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불가능한 형체가,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 투영되어 있었다.

“함장님, 아무리 봐도… 이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부함장 강태오가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목덜미를 긁적였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화면 속 ‘그것’을 향해 있었다.

함장 한유진은 굳게 다문 입술을 살짝 열었다. “알고 있네. 닥터 김, 자네의 분석은 변함이 없나?”

선임 과학자 김지혁은 안경을 고쳐 쓰고 미간을 찌푸렸다. “네, 함장님. 저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모든 물리법칙, 화학적 구성, 하다못해 양자역학의 개념으로도 이 물질은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발견 당시 ‘델타 우주 영역’에서 포착된 에너지 파장은… 제가 본 것 중 가장 기묘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주 자체가 거부하는 듯한 형태입니다.”

홀로그램 속 물체는 거대한 검은색 결정체였다. 매끄럽고 완벽한 육면체의 형태를 지녔지만, 그 표면은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동시에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기이한 것은 결정체 중심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보랏빛 섬광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수거 후 격리실에 봉인한 지 48시간. 그동안 시도한 모든 분석 장비가 무력화되었고, 일부는 알 수 없는 오류를 일으켰습니다.” 닥터 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피로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 묻어 있었다. “격리실의 중성자 방벽마저도 이따금씩 약화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치… 이 결정체가 주변의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때였다. 훈련생 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저기, 함장님. 이 결정체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모든 시선이 지아에게로 향했다. 지아는 엘리시움 호에 갓 합류한 신참으로, 늘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녀의 말은 언제나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소리? 무슨 소리인가, 지아 훈련생?” 한유진 함장이 물었다.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 어떤 소리라고 말씀드리기가… 마치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 같아요. 아니면…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제가 피곤해서 환청을 듣는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또렷해져요. 특히 제가 격리실 근처에 갈 때마다요.”

닥터 김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아 훈련생, 그건 불가능합니다. 격리실은 완벽한 진공 상태에 가까우며, 어떤 진동이나 파장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투입한 음향 센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분명히 들었어요.” 지아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홀로그램 속 결정체를 응시했다. 그 보랏빛 섬광이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 같다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함교 전체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삐비빅-! 삐비비빅-!

“무슨 일이야?!” 강태오 부함장이 외쳤다.

“함장님! 격리실에서 에너지 수치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가 다급하게 보고했다. “내부 온도와 압력도 예측 불가능하게 변동 중입니다! 격리실 봉인 해제율 30%!”

한유진 함장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닥터 김, 당장 격리실 내부 상황을 확인해!”

“알겠습니다!” 닥터 김이 분석 콘솔로 달려갔다. 그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홀로그램 속 결정체의 보랏빛 섬광이 더욱 격렬해졌다. 깜빡임의 간격이 짧아지고,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결정체 표면를 타고 흐르는 듯했다.

“함장님! 결정체가… 움직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비명 같은 보고가 이어졌다.

모두가 홀로그램을 다시 응시했다. 불가능했다. 봉인된 격리실 안에서, 어떠한 외부 자극도 없이, 그 검은 결정체는 마치 고동치는 심장처럼 좌우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섬광은 이제 격리실의 강화 유리벽을 뚫고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 돼…!” 닥터 김이 절규했다. “격리실의 에너지 댐퍼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고 폭발할 겁니다!”

“폭발?!” 강태오 부함장이 경악했다. “이 우주선 전체가 위험하다고?!”

지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멀리서 들리던 속삭임은 이제 귀를 찢을 듯한 절규처럼 들렸다.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들었다. 너무나 선명하게, 마치 태초부터 자신을 불러온 목소리처럼.

“지아…!”

그 순간, 홀로그램 속 검은 결정체가 폭발하듯이 빛을 뿜어냈다. 보랏빛 섬광은 엘리시움 호의 격리실을 부수고, 모든 경보음을 압도하며 함교의 홀로그램을 집어삼켰다. 함교의 모든 스크린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강력한 충격파가 우주선 전체를 뒤흔들었다.

“으악!”

“함장님!”

모두가 휘청거리는 함교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지아만이 홀로, 그 빛의 중심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보랏빛이 일렁였다.

“지아 훈련생! 위험해!” 한유진 함장이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너무 늦었다.

결정체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섬광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지아를 향해 돌진했다. 섬광은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지아의 몸에서 밝은 보랏빛 오로라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눈은 이제 순수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닥터 김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지아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했지만, 동시에 어떤 강렬한 힘이 자신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의식은 멀어져 갔지만, 마지막으로 그녀의 뇌리에 박힌 것은 자신을 부르던 속삭임이었다.

**”지아… 태초의 수호자여… 깨어나라…”**

보랏빛 섬광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충격파로 난장판이 된 함교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스크린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지만, 중앙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는 더 이상 검은 결정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지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복장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엘리시움 호의 제복 대신, 검은색과 보랏빛이 어우러진, 우아하면서도 전투적인 드레스 같은 것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가슴에는 보랏빛 보석이 박혀 있었고, 손에는 방금 전까지 결정체였던 것처럼 보이는, 길고 날렵한 보랏빛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안에 담긴 것은 더 이상 소심한 훈련생 지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한한 우주의 심연을 담은 듯한, 차갑고도 강렬한 빛이었다.

“지아… 훈련생…?” 강태오 부함장이 더듬거리며 불렀다.

지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엘리시움 호의 강화 유리창 너머, 끝없이 펼쳐진 우주 공간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였다.

“느껴져…”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의 지아가 아니었다. 깊고, 울림이 있었으며, 마치 우주 자체가 말하는 듯한 신비로운 음성이었다.

“이 심연의 속삭임이… 모두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어….”

엘리시움 호의 모든 승무원은 경악과 혼란 속에서 그녀를 응시했다.
과연, 그들에게 닥쳐올 운명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아는… 무엇이 된 것일까?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