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제목: 『아파트 무림』**
**에피소드 제목: 제1화 – 고요한 균열**
**등장인물:**
* **강태한 (30대 초반):**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과거 무림의 피를 잇는 자. 현재는 그 모든 것을 잊고 도시의 삶에 녹아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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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START]**
**1. 아파트 거실 – 밤**
**#1**
(프레임: 어둡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아파트 거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빛난다. 정적 속에, 라면 끓이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강태한 (내레이션):**
또 라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집에 돌아와 끓이는 이 한 그릇만큼은, 내 하루의 유일한 위로이자 보상이었다.
뜨거운 김이 안경을 뿌옇게 만들고, 매콤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면…
그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
**#2**
(프레임: 태한이 냄비 뚜껑을 열고 면을 휘젓는 손. 손목에는 가느다란 흉터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의 표정은 무심한 듯 평온하다.)
**강태한 (내레이션):**
누군가는 나보고 ‘감정 없는 로봇’ 같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발버둥 쳤으니까.
그 끔찍했던 과거와, 어둠 속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려, 이 도시의 아파트 숲으로 숨어들어 버둥거리는 중이었으니까.
평범하게, 보통 사람처럼, 그렇게.
**#3**
(프레임: 보글거리는 라면 냄비 옆에, 젓가락 한 쌍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런데, 젓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마치 누가 건드린 듯 스르륵, 테이블 끝으로 밀려난다.)
**효과음:** 스르륵… (아주 작게)
**강태한:**
(피식)
벌써 졸린가.
**#4**
(프레임: 태한이 무심하게 젓가락을 다시 제자리로 놓는다. 그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스친다. 화면이 흔들리며 초점이 살짝 나가는 듯한 연출.)
**강태한 (내레이션):**
집에 오면 늘 모든 감각이 이완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듣는 것도 같았다.
너무 평화로워서 뇌가 비명을 지르는 걸까.
아니면…
너무 평화롭지 않아서?
—
**2. 아파트 침실 – 한밤중**
**#5**
(프레임: 완전한 어둠 속, 침대에 누워있는 태한의 옆모습. 잠들어 있는 듯 조용하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희미하게 방을 밝힌다.)
**#6**
(프레임: 갑자기, 방 전체를 감싸는 듯한 싸늘한 한기. 태한의 이불 끝이 스르륵,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당겨지는 것처럼 내려간다.)
**효과음:** 스스슥… (서늘한)
**강태한 (내레이션):**
등골을 타고 흐르는 냉기.
한여름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도 느껴본 적 없는, 존재 자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싸늘함이었다.
잠결에도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
나는 이불을 더욱 끌어당겼다.
**#7**
(프레임: 태한이 뒤척이며 이불을 끌어당기는 순간, 침실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동시에, 조용하던 방 안에서 틱, 틱 하는 작은 소리가 울린다.)
**효과음:** 틱… 틱… (벽시계 소리 같지만 불규칙하고 신경을 긁는)
**강태한 (내레이션):**
잠결에 나는, 그것이 평범한 벽시계 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려 애썼다.
하지만 내 침실에는 벽시계가 없었다.
**#8**
(프레임: 태한의 눈이 번쩍 뜨인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그의 눈빛.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의 표정은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강태한:**
…누구냐.
**#9**
(프레임: 대답 없는 침묵. 그러나 방 안의 ‘틱, 틱’ 소리는 더욱 빠르고 불규칙하게 변하며, 마치 무언가가 벽을 긁는 듯한 소리로 변한다.)
**효과음:** 드드득… 득득… (손톱으로 벽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10**
(프레임: 태한의 시선이 소리가 나는 벽을 향한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벽지 위, 손가락으로 길게 긁힌 듯한 자국들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마치 방금 생겨난 듯 새로웠다.)
**강태한 (내레이션):**
환각이 아니었다.
벽이 긁힌 자국.
내 아파트의 벽은, 내가 어제 붙여놓은 깨끗한 새 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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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파트 거실 – 새벽**
**#11**
(프레임: 태한이 거실로 나와 서있다. 그의 표정은 더 이상 평온하지 않다. 긴장감과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뒤섞여 있다. 거실의 작은 스탠드 조명만 켜져 있다.)
**#12**
(프레임: 거실 바닥에 놓여있던 러그가 한쪽으로 밀려나 있다. 그 아래, 마루바닥에는 희미하게 물자국 같은 얼룩이 동그랗게 퍼져 있다. 물은 아니었다. 희미하게 붉은빛이 돌았다.)
**효과음:** (정적, 혹은 아주 작은 바람 소리)
**강태한 (내레이션):**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현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기이한 흔적들은 대체 뭐지?
**#13**
(프레임: 태한이 마루의 붉은 얼룩에 손을 대려다가 멈칫한다. 그의 눈동자가 커진다. 얼룩 위로, 마치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게 비틀린 검은 선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흡사 어떤 문양 같기도, 혹은… 사람의 팔다리가 얽힌 형상 같기도 했다.)
**강태한 (내레이션):**
이 기운…
잊으려 했던, 그 모든 것의 잔재…
아니, 설마…
**#14**
(프레임: 태한의 시선이 천장을 향한다. 천장의 작은 틈새 사이에서 미세한 먼지들이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 먼지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공중에서 춤추듯 휘돌다가… 작은 소용돌이를 형성한다.)
**효과음:** 쉬이이익… (아주 낮게 깔리는 바람 소리, 혹은 기운이 모이는 소리)
**#15**
(프레임: 작은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더니, 검은 그림자 같은 형상으로 변해간다. 그것은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를 띠는 듯했지만, 몸통은 뒤틀리고 팔다리는 비정상적으로 길고 가늘었다. 마치 고전 회화 속의 괴물 같으면서도, 기이한 유연성을 지닌 존재였다.)
**강태한:**
(낮게 읊조리듯)
…무형지기(無形之氣).
설마, 이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것을 만나게 될 줄이야.
**#16**
(프레임: 그림자 형상이 태한을 향해 기괴하게 고개를 꺾는다. 형태는 없지만, 그 시선이 태한을 꿰뚫는 듯 느껴진다. 그 순간, 거실의 모든 물건들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효과음:** 드르르륵… (가구들이 떨리는 소리) / 끼이이이익… (창문 틈새에서 나는 날카로운 소리)
**강태한 (내레이션):**
이건 단순한 폴터가이스트가 아니었다.
이것은…
수십 년 전, 무림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던 ‘무형지기’의 재림인가.
형체 없는 기운으로 만물을 움직이고, 생명까지 흡수하던 악독한 술법.
**#17**
(프레임: 그림자 형상이 갑자기 허공에서 팔을 뻗는다. 그 팔은 무한히 늘어나는 고무처럼 길게 뻗어나가, 태한의 어깨를 스치듯 지나간다. 피부에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태한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소름을 느낀다.)
**효과음:** 흐으읍! (태한의 숨을 삼키는 소리)
**강태한 (내레이션):**
닿지 않았는데도, 온몸의 기혈이 역류하는 듯한 고통.
내 본능이 비명을 질렀다.
달아나라고.
하지만…
**#18**
(프레임: 그림자 형상이 허공에서 기이한 자세를 취한다. 마치 태극권의 한 동작처럼 유려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관절이 뒤틀린 듯한 끔찍한 모습이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변의 공기가 뒤틀리는 것이 보인다.)
**강태한 (내레이션):**
저것은…
무림에서 사라졌다고 여겨지던 ‘환영만상술(幻影萬象術)’의 잔재인가?
사라진 무공의 조각들이, 이렇게 현대의 아파트에서 부활했단 말인가.
**#19**
(프레임: 그림자 형상이 허공에서 갑자기 발을 내딛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거실 바닥의 마루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함몰된다. 태한의 눈이 더욱 커진다.)
**효과음:** 쿵!! (무거운 것이 떨어지거나 바닥이 충격을 받는 소리)
**강태한:**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
…오랜만에, 잠들어 있던 내 피가 끓는군.
**#20**
(프레임: 태한의 눈동자가 섬광처럼 빛난다. 그의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기운이 미세하게 소용돌이치는 듯한 연출. 그의 자세가 무의식적으로, 아주 오래된 무공의 기본 자세를 취한다.)
**강태한 (내레이션):**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무림의 그림자는, 내가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결국 나를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내 안의 그것이, 저것을 불러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21**
(프레임: 태한이 그림자 형상을 노려본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과거의 무림인이었던 흔적이 그의 평범했던 얼굴에 뚜렷하게 드러난다.)
**강태한 (내레이션):**
좋아.
그렇다면, 이 고요한 아파트에서…
네가 감히 침범한 이 공간에서…
다시 한번, 그 어리석은 그림자들을 마주해주마.
**#22**
(프레임: 그림자 형상이 갑자기 태한을 향해 돌진한다. 그 속도는 인간의 눈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다. 동시에, 거실의 모든 가구들이 공중에 떠올라 태한을 향해 날아온다.)
**효과음:** 파아아앙!! (강력한 기운이 터져 나가는 소리) / 와장창!! (가구들이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
**강태한 (내레이션):**
이 빌어먹을 무림의 잔재들이…
내 평범한 삶을 또다시 망치려 하는가.
**#23**
(프레임: 날아오는 가구들 사이로, 태한이 마치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피하며 나아간다. 그의 움직임은 기민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번뜩인다.)
**강태한:**
(낮게, 그러나 단호하게)
…건드릴 것을 건드려야지.
**#24**
(프레임: 태한이 날아오는 책장을 주먹으로 깨부수는 듯한 모습. 주먹이 닿기도 전에 책장이 바스러진다. 그림자 형상이 태한의 등 뒤로 순간이동하듯 나타난다. 그 형상의 얼굴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일그러지며, 기괴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효과음:** 콰아앙! (책장이 부서지는 소리) / 끼이이이이이익!!!! (날카롭고 섬뜩한 비명)
**강태한 (내레이션):**
환영인가, 실체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늘 밤, 이 아파트는…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25**
(프레임: 태한이 몸을 반 바퀴 돌며 그림자 형상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의 손바닥에서 강렬한 푸른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그림자 형상이 그 기운에 휩쓸려 일그러지며 뒤로 밀려나는 모습.)
**효과음:** 파아아앗!!!! (강렬한 기운의 폭발음)
**강태한 (내레이션):**
제1 초식… ‘벽력장(霹靂掌)’.
**#26**
(프레임: 태한의 표정이 비장하게 변한다. 그의 눈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아파트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도시의 새벽은 여전히 고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수백 년간 잠들어 있던 무림의 격돌이 시작되고 있었다.)
**[END OF EPISODE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