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제1장. 얼어붙은 강철의 밀실

“젠장…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거대한 강철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아치형 천장 아래, 돔 형태의 격납고가 눈앞에 펼쳐졌다. 중앙에는 암회색의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기체가 우뚝 서 있었다. 실험용 전투 메카닉 ‘아스가르드-X’. 그 위압적인 실루엣은 살아있는 맹수 같기도, 혹은 검은 신전의 수호자 같기도 했다. 강 소위는 고개를 저으며 굳게 닫힌 메카닉의 콕핏을 응시했다.

류진은 늘 그랬듯, 태평한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흐트러짐 없는 강 소위의 칼날 같은 시선과 달리,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차갑고 비릿한 금속성 냄새와 냉각액 특유의 향이 코를 찔렀다. 바닥에 깔린 두터운 방음재가 그의 발걸음 소리마저 집어삼키는 듯했다.

“그래서, 강 소위. 제법 어려운 사건이라고 들었는데, 어디 한번 설명해 주시죠.” 류진이 눈썹을 까딱였다. 그의 시선은 ‘아스가르드-X’의 매끄러운 장갑 위를 훑고 있었다.

“어렵다니요, 이건 불가능합니다!” 강 소위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사망자는 한서준 박사입니다. ‘아스가르드-X’ 개발의 총책임자였죠. 어제 저녁 늦게, 이 7번 테스트 챔버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그녀는 딱딱한 어조로 보고를 시작했다. “발견 당시, 박사님은 ‘아스가르드-X’의 콕핏에 앉아 있었습니다. 콕핏은 내부에서 완벽하게 밀봉되어 있었고, 저희 보안 시스템은 외부에서의 침입 시도를 단 한 건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 7번 테스트 챔버 자체도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상태였습니다. 모든 출입구는 봉쇄되었고, 센서 기록에 따르면 한 박사님이 들어오신 이후, 아무도 이 챔버를 드나든 흔적이 없습니다.”

“밀실 살인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네, 그것도 단순한 밀실이 아닙니다. ‘아스가르드-X’의 콕핏은 생체 인식으로만 해제되는 최첨단 시스템입니다. 게다가 이 챔버는 우주 환경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한 특수 설계 시설이죠. 벽은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특수 합금으로 되어 있고, 전자기 차폐는 물론, 완벽한 기밀을 자랑합니다. 그 어떤 외부 침입도 물리적으로,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강 소위가 숨을 골랐다. “부검 결과는 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박사님은 심각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상태였죠.”

류진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아스가르드-X’의 거대한 발치에 섰다. “저체온증이요? 이 최첨단 콕핏 안에서?”

“네. 그런데 콕핏 내부의 환경 제어 시스템 기록을 확인한 결과, 사망 당시에도 실내 온도는 정확히 22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나옵니다. 산소 농도 또한 정상이었고요.” 강 소위는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시스템은 완벽하고, 외부 침입은 없었고, 밀실 안에서 사람은 얼어 죽었습니다. 그런데 내부 시스템은 정상 온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희 보안국 전체가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류진 탐정님.”

류진은 대답 없이 콕핏을 올려다봤다. 조종석 유리는 짙은 스모크 처리되어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아스가르드-X’의 몸체를 따라 움직였다. 손가락으로 거친 질감의 장갑 표면을 쓸어보기도 하고, 육중한 관절 부위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강 소위는 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눈치 보듯 숨을 죽였다.

“콕핏 잠금은 어떻게 되어 있었죠?” 류진이 불쑥 물었다.

“한 박사님이 내부에서 걸어 잠근 상태였습니다. 부검 결과, 박사님의 시신에서 저항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전혀 없고요. 마치… 스스로 콕핏에 들어가서 얼어 죽은 것 같은 상황입니다.”

“스스로 얼어 죽는 사람이라… 희한한 취미군요.” 류진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아스가르드-X’의 등 부분에 위치한 거대한 냉각 배기구에 닿았다. 그것은 단순한 환기구가 아니었다. 전투 시 메카닉 내부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한 번에 배출하기 위한, ‘아스가르드-X’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초고밀도 극저온 코어’의 배기구였다. 이 코어는 실험용 플라즈마 무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개발된, 상상을 초월하는 냉각 성능을 자랑하는 장치였다.

“강 소위, 이 ‘아스가르드-X’의 콕핏은 비상시 고온 환경에 대비한 냉각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류진이 갑자기 물었다.

“네? 아, 그렇습니다. 외부에서 핵융합 폭발 같은 극한의 열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대비해, 조종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비상 냉각 루프가 있습니다. 콕핏과 직접 연결되어 최단 시간에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상 상황을 가정한 것이고… 실제 전투에서 그걸 쓸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강 소위는 의아한 표정으로 류진을 바라봤다. “갑자기 왜 그걸 물으시는 거죠?”

류진은 냉각 배기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흥미롭군요. 그 비상 냉각 루프는… 콕핏의 주 환경 제어 시스템과는 별도로 작동합니까?”

강 소위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네, 비상 상황에서는 주 시스템의 오작동을 고려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보조 장치인 셈이죠. 긴급 상황 시에는 외부 제어 없이도 콕핏 내에서 직접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활성화되었다면 시스템 기록에 남았을 겁니다.”

“기록에 남았을 거라… 그렇겠죠.” 류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메카닉의 아래쪽, 바퀴 같은 이동 부품 대신 거대한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를 향해 걸어갔다. 육중한 다리 관절 사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작은 패널이 있었다. 잠겨 있기는 했지만, 마치 정비용으로 쓰이는 듯한 단순한 형태였다. “이건 뭡니까?”

“아, 그건 외부 진단 및 정비 포트입니다. 기체 전체의 시스템 이상 유무를 점검할 때 사용하는 곳이죠. 보안이 철저해서 생체 인증과 다중 암호 없이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강 소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류진을 쳐다봤다. “거기서 뭔가 단서를 찾으신 겁니까?”

류진은 패널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이거 말이죠. 아주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는 다시 ‘아스가르드-X’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에 섰다. 한 박사의 시신이 여전히 안에 있는 콕핏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강 소위, 한 박사님은 비상 냉각 루프가 콕핏 내부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죠?”

“물론입니다. 본인이 개발한 시스템인데요.”

“그렇다면, 이 비상 냉각 루프가 역으로 작동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까요?” 류진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강 소위는 미간을 찌푸렸다. “역으로 작동된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냉각은 냉각일 뿐입니다. 발열 기능이 있는 게 아닙니다.”

“아니죠. 냉각은 극저온 에너지를 주변에서 ‘빼앗는’ 과정입니다. 만약 그 빼앗은 에너지를… 콕핏 안으로 ‘분출’할 수 있다면?” 류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니면 더 단순하게, 그 ‘초고밀도 극저온 코어’의 냉각 에너지를 콕핏으로 직접 흘려보낼 수 있다면?”

강 소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설마… 그건 시스템상 불가능합니다! 비상 냉각 루프는 콕핏의 고온을 외부로 빼내는 역할이지, 코어의 극저온을 콕핏으로 끌어들이는 용도가 아닙니다!”

“원래는 그렇겠죠. 하지만 이 ‘아스가르드-X’의 핵심인 ‘초고밀도 극저온 코어’는 얼마나 강력합니까? 그 냉각 에너지를 잠시 동안만이라도 콕핏으로 직결시켰다면, 콕핏의 주 환경 시스템이 오작동으로 판단하고 기록을 지워버리기 전에, 이미 안의 사람은 얼어 죽었을 겁니다.” 류진이 손가락으로 아까 봤던 외부 진단 포트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조작은 바로 저 진단 포트를 통해 이루어졌을 겁니다. 보안 시스템은 외부 침입을 감지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시스템 내부’에서의 조작은 놓쳤을 수 있습니다. 마치 기계 스스로 고장 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그 포트에 접근하려면 생체 인증이 필요하고, 기록도 남지 않습니까?” 강 소위가 거의 절규하듯 물었다.

류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반적인 경우는 그렇겠죠. 하지만 한 박사님 같은 최고 설계자에게는 비밀리에 사용하는 비상 코드나 백도어가 존재했을 겁니다. 모든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더라도, 개발자 본인을 위한 예외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죠. 범인은 그 예외를 이용했을 겁니다. 박사님에게 직접 코드를 알아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박사님의 생체 정보를 몰래 복제했을 수도 있겠죠.”

류진은 콕핏 유리에 손을 짚었다. 차가운 유리가 그의 손끝에 닿았다. “콕핏 내부의 주 환경 시스템 센서들은 외부 충격이나 자체적인 결함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내부 부품의 일시적이고 극단적인 오작동, 특히 비상 시스템의 역활용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기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잠시 동안 콕핏 전체를 극저온 환경으로 만들어 한 박사님을 살해하고, 다시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죠. 주 환경 시스템은 갑작스러운 냉각을 오류로 인식하고 스스로 복구한 후, 그 짧은 ‘이상 상황’ 기록을 지웠을 겁니다.”

“그럼… 범인은…?”

“아직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밀실은 깨졌습니다, 강 소위.” 류진은 콕핏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거대한 강철의 신전은, 스스로 비명을 지르며 제 주인을 얼려 죽인 겁니다. 범인은 이 ‘아스가르드-X’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자일 테죠. 그리고 한 박사님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던 자일 테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거대한 메카닉을 올려다봤다. 차가운 강철의 덩어리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류진의 눈에는, 그 침묵 속에서 터져 나오는 차가운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자, 이제 그 진단 포트의 기록을 다시 확인해 보십시오. 단 몇 초라도 비정상적인 접근이나 데이터 조작이 있었는지. 아마 미세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 했겠지만, 천재는 늘 작은 실수를 남기는 법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