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VRMMO)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작품명: 잿빛 봉기 (Ash-Grey Uprising)**
**에피소드: 핏빛 서약**

[장면 전환: 어둠이 짙게 깔린 ‘카란 제국’의 변경 지역. 울부짖는 바람 소리만이 황량한 대지를 휩쓸고 있다. 폐허가 된 옛 광산 마을, 그 깊숙한 지하 은신처.]

[1컷: 촛불 하나가 희미하게 타오르는 좁은 공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모습. 화면은 그들의 배고픔과 절망을 보여주듯 어둡고 칙칙하다.]

[2컷: 강율의 얼굴 클로즈업. 거친 수염과 찢어진 옷, 하지만 그의 눈동자만은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이글거린다. 그의 앞에 놓인 낡은 지도에는 제국의 ‘제17 곡물 창고’ 위치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강율: (낮고 단호한 목소리)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사흘. 단 사흘치 식량밖에 남지 않았어.”

[3컷: 강율의 말을 듣는 은하. 날렵하고 예리한 인상이다. 그녀의 손은 활시위를 당기듯 늘 무언가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은하: (차가운 목소리) “제국 놈들은 곡창고를 요새보다 더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 게다가 ‘칼날 요새’ 바로 옆이잖아. 미친 짓이야.”

[4컷: 두칠의 굵고 투박한 손이 벽에 기댄 채 묵묵히 강율을 바라본다. 그의 어깨에는 낡은 철퇴가 걸려 있다. 그는 배고픔에 헐떡이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두칠: (묵직한 한숨) “미친 짓이라도 해야지… 저 아이들 얼굴 좀 봐, 은하. 벌써 뼈밖에 안 남았어. 우리만이라도 싸워야 해.”

[5컷: 어린아이 하나가 엄마의 품에 안겨 끙끙 앓는 모습. 그들의 얼굴에는 영양실조로 인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6컷: 강율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모두를 둘러본다. 그의 시선은 절망에 잠긴 사람들의 눈과 마주친다.]

강율: “알아. 나도 알아,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제국 놈들이 진창에 처박은 우리의 목숨을, 우리가 직접 꺼내야 해.”

[7컷: 강율이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제17 곡물 창고’ 주변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강율: “정찰 결과, 창고 동쪽 외벽에 균열이 생겼어. 매일 밤 순찰병들이 두 시간마다 지나가지만, 그 사이에 10분 정도의 빈틈이 있어.”

은하: “10분? 그걸로 뭘 해? 곡창고 문은 철벽이야.”

강율: “문을 부술 필요는 없어. 우리가 필요한 건 문이 아니라, 제국의 탐욕을 증명할 ‘무언가’와 당장 배를 채울 ‘곡식’이니까.”

[장면 전환: 밤하늘 아래, 제17 곡물 창고의 거대한 실루엣이 달빛을 받아 검게 우뚝 서 있다. 높은 벽과 감시탑, 촘촘하게 배치된 제국 병사들의 순찰로.]

[8컷: 강율과 은하, 두칠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창고를 주시한다. 그들의 모습은 그림자 그 자체다.]

은하: (속삭이는 목소리) “북쪽 감시탑 병사, 교대 시간 5분 전. 동쪽 순찰병, 방금 지나갔어. 이제부터 7분 40초.”

[9컷: 강율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손짓에 따라 두칠이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고쳐 맨다.]

두칠: “옛날에 내가 저기서 일했었지. 곡식 운반하던 놈들이 순찰병보다 힘이 더 좋았는데, 젠장.”

강율: “좋은 기억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작전에는 도움이 될 거야. 두칠, 동쪽 벽으로 접근해.”

[10컷: 두칠이 거대한 몸을 숙여 벽 그림자처럼 이동한다. 그의 발걸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스윽, 스윽]]

[11컷: 은하가 작은 돌멩이를 던진다. [탁!]. 돌멩이는 창고 외곽에 있는 다른 방향의 흙바닥에 떨어진다.]

제국 병사 1: (짜증 섞인 목소리) “뭐야? 쥐새끼들인가?”

제국 병사 2: “신경 쓰지 마. 바람 소리겠지.”

[12컷: 병사들의 시선이 돌멩이가 떨어진 곳으로 향하는 사이, 강율이 재빨리 은하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은하가 활을 들어 시위를 당긴다. [쉬익-]]

[13컷: 날카로운 화살이 감시탑 병사의 목에 정확히 박힌다. [푹!] 병사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다. [털썩!]]

[14컷: 강율과 은하가 동쪽 벽 균열 부분으로 접근한다. 두칠이 이미 균열 사이로 조심스럽게 안을 살피고 있다.]

두칠: (낮은 목소리) “안은 조용해. 창고지기들이 야간 점검을 잘 안 했었거든. 내가 있을 때도 그랬어.”

강율: “좋아. 은하, 위를 맡아. 두칠, 나와 함께 들어가자.”

[장면 전환: 창고 내부. 어둠 속에 거대한 곡물 자루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곰팡이 냄새와 묵직한 곡식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른다.]

[15컷: 강율과 두칠이 조심스럽게 내부로 들어선다. 먼지 쌓인 통로를 따라 걷는 두 사람. [사락, 사락] 발밑에서 쥐들이 도망치는 소리가 들린다.]

두칠: “여기가 제국 놈들이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보관한다는 곡물입니까? 내가 보던 곡식보다 훨씬 더 좋은데요. 윤기도 흐르고, 쌀알도 꽉 차 있고.”

강율: “그럼. 이 곡식은 애초에 우리 몫이 아니었으니까. 제국 고위 관리들과 귀족들의 몫, 그리고 병사들의 군량미겠지.”

[16컷: 강율의 눈에 익숙지 않은 작은 창고 문이 들어온다. ‘군수품 보관실’이라고 적힌 낡은 팻말. 옆에는 봉인된 자물쇠가 걸려 있다.]

강율: “이건 뭐지? 예전엔 없던 곳인데.”

[17컷: 강율이 자물쇠를 만져본다. [철컥, 철컥]. 낡아 보이지만 튼튼하게 잠겨 있다.]

두칠: “내가 옛날에 들었어. 여긴 제국 놈들이 뭘 숨기는 곳이라고. 곡식보다 더 귀한 걸 보관한다던데.”

[18컷: 강율의 눈이 번뜩인다. 직감적으로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는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철사를 꺼낸다.]

강율: “시간이 없지만, 이건 봐야겠어.”

[19컷: 강율의 손이 자물쇠 위에서 민첩하게 움직인다. [딸깍!] 낡은 자물쇠가 힘없이 열린다.]

[20컷: 문이 열리자마자 퀘퀘한 먼지 냄새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온다. 안쪽에는 낡은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 강율이 상자 하나를 열자, 수많은 문서뭉치와 지도가 쏟아져 나온다.]

[21컷: 강율이 문서 하나를 집어 든다. 그의 눈이 글자를 훑어 내려가는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제국 확장 계획’, ‘제7광산 자원 징발령’, 그리고… ‘이민족 강제 이주 및 징병 계획’.]

강율: (낮은 신음) “이런… 젠장.”

두칠: “뭐야, 강율? 무슨 일이야?”

[22컷: 강율이 문서를 두칠에게 건넨다. 두칠의 얼굴 역시 경악으로 물든다.]

두칠: “이… 이건…! 우리 마을 사람들이 또 끌려간다고? 그것도 광산으로?”

[23컷: [콰앙!] 갑자기 멀리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쩌렁쩌렁한 경고음이 울린다. [삐이이이익-!] 제국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제국 병사 3: (밖에서 소리치는 목소리) “누구냐! 침입자다! 모두 잡아라!”

은하: (무전기로 다급하게) “강율! 들켰어! 서둘러! 동문 쪽으로 병력 집결 중이야!”

[24컷: 강율이 굳은 얼굴로 문서를 품에 넣는다. 그의 눈은 분노와 결단으로 이글거린다.]

강율: “두칠! 곡식 자루부터!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저놈들 손에 놀아나게 둘 순 없어!”

두칠: “알겠습니다!”

[장면 전환: 곡물 창고 중앙 통로. 수십 명의 제국 병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진입하고 있다. 그들의 갑옷은 서늘한 금속음을 낸다.]

[25컷: 강율이 빠르게 달려가 곡식 자루 더미 사이에 숨겨둔 폭약을 꺼낸다. [쉬이익, 쉬이익] 화약 타는 소리가 들린다.]

강율: “은하! 서쪽 벽 통로를 열어줘!”

은하: (멀리서) “알았어! 하지만 오래는 못 버텨!”

[26컷: 두칠이 거대한 곡식 자루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미친 듯이 달려 나간다. 그의 뒤로 제국 병사들이 쫓아온다.]

제국 병사 4: “저놈들을 잡아라! 곡식은 한 톨도 내줄 수 없다!”

[27컷: 강율이 폭약에 불을 붙인다. [치이익-] 짧은 심지가 타들어 가는 모습. 그의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스쳐 지나간다.]

강율: “이 곡식은 빼앗긴 게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 가는 거다! 그리고 너희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28컷: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곡창고 동쪽 벽이 무너져 내린다. 거대한 곡식 자루들이 쏟아져 나오며 병사들을 덮친다. [우르르르-]]

[29컷: 혼란 속에서 강율이 무사히 탈출하는 모습. 은하가 이미 서쪽 통로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활은 아직 따뜻하다.]

은하: “빨리!”

[30컷: 강율과 은하가 서쪽 통로를 통해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두칠은 이미 곡식 자루를 짊어진 채 저 멀리 달리고 있다.]

두칠: (헐떡이며) “이… 이걸로… 버틸 수 있겠지…?”

강율: (뒤를 돌아보며) “그래, 버텨야 해. 그리고… 우리가 이 문서를 들고 왔으니, 더 많은 걸 알아내야 해.”

[31컷: 무너진 곡물 창고와 그 위로 떠오르는 핏빛 새벽. 불길과 먼지가 뒤섞인 폐허 속에서 제국 병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율의 손에는 구겨진 문서가 단단히 쥐여 있다.]

강율: (독백) ‘제국 놈들은 우리가 굶주려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젠 우리가 움직일 차례다.’

[32컷: 강율, 은하, 두칠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황량한 대지를 달린다. 그들의 등 뒤로 붉게 타오르는 불길이 더욱 선명해진다. 그들의 어두운 실루엣 위로 떠오르는 새벽노을은 핏빛처럼 섬뜩하고도 희망적인 빛을 발한다.]

[에피소드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