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금속성 비릿함이 카이의 영원한 동반자였다. 흙먼지와 재뿐만이 아니었다. 잊힌 문명의 녹슨 심장, ‘철심’ 그 자체의 본질이었다. 오물로 얼룩진 고글 너머로, 산업 매연과 무너진 거인들의 먼지가 뒤섞인 영원한 황혼이 도시를 덮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리벳 박힌 강철의 거대한 뼈대, 앙상한 다리가 낡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삐걱이며 녹가루를 쏟아낼 듯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클락, 수치 확인.” 카이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목은 바싹 말라 있었다.

옆구리에 매달린 작고 닳아빠진 증기 드론, 클락이 쳇바퀴 같은 엔진음을 내며 짧게 울었다. 그의 눈앞에 푸른 홀로그램 패널이 깜빡였다.

[수분 필터 효율: 12% ↓]
[에너지 저장량: 18% ↓]
[식량 잔여량: 3일분]

“젠장.”

수치들은 익숙하고도 잔혹한 비가(悲歌)였다. 3일치 식량. 이 속도라면 아마 이틀, 어쩌면 그보다도 짧으리라. 문제는 물이었다. 그의 생명줄인 대기 응축기가 삐걱거렸다. 1차 필터는 수리 불능일 정도로 막혔고, 2차 필터… 음, 2차 필터 자체가 그가 찾고 있는 부품이었다.

카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때 웅장했을 ‘중앙 증기 관리국’의 거대한 껍데기를 훑어보았다. 하늘을 집어삼킬 듯 거대한 건물이었다. 영원을 스쳐 멈춰버린 듯, 거대한 황동 시계는 12시 15분에 멈춰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이 그의 목표였다. 전설에 따르면 실험적이고 과했던 3차 여과 시스템이 그 심장부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그 시스템에는 그가 절실히 필요한 ‘증기 변환 코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들어가자, 클락.”

클락은 카이의 어깨 위로 솟아올라 주변을 비추는 작은 랜턴 불빛을 내뿜었다. 이 거대한 폐허 속에서 그의 유일한 동반자이자 희망이었다. 녹슨 철문은 이미 절반쯤 부식되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삐걱거리는 경첩은 오래전에 본연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카이는 부서진 문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내부는 거대한 공허였다. 한때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가득 찼을 복도는 이제 먼지와 잔해로 가득했다. 무릎 높이까지 쌓인 폐기물 더미 사이로 쥐들이 쓱싹거리며 지나갔다. 곰팡이 핀 벽면을 따라 굵은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밸브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 아마도 건물의 거대한 무게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소리일 터였다.

카이는 손전등을 휘둘러 가장 튼튼해 보이는 길을 찾았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는 더 깊이 들어갔다. 증기 변환 코어는 단순히 물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작은 이동식 은신처에 전력을 공급하고, 최소한의 난방을 유지하며, 밤에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생존 그 자체였다. 코어가 없다면, 그는 이 차가운 금속 도시에서 서서히 얼어붙거나 목말라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카이는 마침내 거대한 원형 홀에 도달했다. 이곳은 과거 증기 관리국의 핵심부였을 것이다. 홀 중앙에는 거대한 시계 장치가 멈춰 서 있었다. 수십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있었지만, 이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위로는 빛바랜 유리 천장을 통해 희미한 빛줄기가 쏟아져 내려 먼지 입자들이 춤을 추었다.

“클락, 코어 위치.”

클락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홀 중앙의 시계 장치 쪽으로 빛을 쏘았다. 홀로그램 패널에 붉은 점이 깜빡였다. 거대한 시계 장치의 가장 아래, 숨겨진 통로 뒤에 있었다.

카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바닥에는 부식된 금속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공구 벨트에서 다용도 렌치를 꺼내 들었다. 시계 장치 옆에 숨겨진 패널을 발견했다. 먼지를 닦아내자, 복잡한 잠금장치가 드러났다.

“이런, 아직도 작동하는 건가?”

카이가 렌치를 집어넣어 자물쇠를 돌리려던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금속성 마찰음이 들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섬광과 함께 낡은 강철 화살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벽에 박혔다.

“꼼짝 마.” 날카롭고 낮은 여성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뭘 찾는 거지? 나랑 같은 거라면, 꿈도 꾸지 마.”

카이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그와 마찬가지로 먼지투성이였지만, 훨씬 더 단단한 인상이었다. 두꺼운 가죽 갑옷 위에 덧대어진 녹슨 금속 조각들이 그녀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스팀 추진식 석궁을 들고 있었다. 다른 손은 허리에 찬 무거운 도끼 자루를 쥐고 있었다. 고글은 그녀의 이마에 걸쳐져 있었고, 그 아래로 매서운 눈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이름 모를 독성 식물처럼 거칠고 강인해 보였다.

“당신은… 누구시죠?” 카이는 당황했지만, 렌치를 놓지 않았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여긴 내 구역이야. 증기 변환 코어? 그거 찾으러 온 거지? 어림없는 소리.”

“구역이라니? 이 낡은 폐허가 당신 거라고?” 카이는 실소를 터뜨렸다. “이건 누구나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인 곳이야. 당신이 먼저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찾았어!”

“찾는다고 다 네 것이 되는 건 아니지. 난 며칠째 이곳을 탐색했어. 너 같은 얼간이가 나타나서 날강도 짓 하는 걸 막으려고.” 그녀는 석궁을 다시 조준했다. 작은 증기 압축 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네놈 머리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어.”

카이는 여인의 눈에서 단호함을 읽었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코어 없이 돌아가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진정해요. 당신도 코어가 필요하고, 나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여기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어.” 카이는 시계 장치를 가리켰다. “이 잠금장치, 꽤 복잡해 보여. 그리고… 내가 들어올 때 뭔가 수상한 소리를 들었어.”

여인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시선이 시계 장치와 카이, 그리고 다시 시계 장치로 옮겨갔다.

“수상한 소리?”

“마치… 톱니바퀴가 긁히는 소리? 작동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뭔가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어. 당신이 화살을 쏘기 직전에.”

여인은 카이의 눈을 꿰뚫어 보더니, 석궁을 살짝 내렸다. “날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이곳에 혼자 들어오면서 그런 소리를 놓쳤을 리가 없어.”

“당신도 날 보자마자 화살부터 쐈잖아. 누가 누굴 믿겠어?” 카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봐봐. 이곳은 설계부터가 사람 한 명이 조작하기 힘든 곳 같아. 잠금장치도 그렇고, 안쪽으로 통하는 문도 꽤 거대한 것 같아. 협력하면 양쪽 다 얻을 수 있을 거야.”

여인은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름이 뭐야?”

“카이. 당신은?”

“세라.”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좋아, 카이. 난 너만큼 멍청하지 않아. 만약 네가 날 속이려 한다면, 다음번엔 급소에 박아줄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세라. 필요 이상으로 덤비면, 내 렌치도 꽤 아플 거야.” 카이는 렌치를 다시 잡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세라는 석궁을 등에 메고 허리춤의 도끼를 뽑아 들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시계 장치 옆의 다른 패널을 찾았다. 카이가 잡고 있던 잠금장치와는 다른, 거대한 지렛대 형식의 잠금장치였다.

“여긴 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하나는 기계식, 다른 하나는 압력식인 것 같군.” 세라가 중얼거렸다. “좋아, 내가 이 지렛대를 당기는 순간, 너는 저쪽 잠금장치를 풀어. 타이밍이 중요할 거야. 둘 중 하나라도 실패하면, 전체 시스템이 봉쇄될 거야.”

카이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실패는 죽음과 같았다.
“알았어. 내 신호에 맞춰 움직여.”

세라가 지렛대에 손을 얹었다. 녹슨 금속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삐걱거렸다. 카이는 렌치를 잠금장치의 홈에 정확히 맞췄다.
“하나… 둘… 셋!”

카이가 렌치를 힘껏 돌리는 동시에 세라는 지렛대를 당겼다. 낡은 기계음이 홀을 가득 채웠다. ‘끼이이이익- 텅!’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꿈틀거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덜컹!’ 소리와 함께 시계 장치 아래 숨겨진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 안에서는 습하고 어두운 기운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희미하지만 분명한 증기 압축 소리가 들렸다. 코어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성공했어!” 카이가 외쳤다.

세라는 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으로 먼저 들어섰다. 카이도 재빨리 그녀를 따랐다.

내부는 예상대로 어두컴컴한 통로였다. 천장에서는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져 바닥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끈적한 이끼가 벽을 뒤덮고 있었다. 몇 걸음 걷자, 거대한 기계 장치들이 밀집된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3차 여과 시스템이 있는 곳이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증기 보일러가 있었고, 그 주위로 복잡한 파이프와 밸브들이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황동색 원통형 코어가 보였다.

“찾았다!” 카이는 흥분해서 코어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기다려!” 세라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 순간, 그들 뒤편에서 ‘철컥- 철컥-‘ 거친 금속음이 들렸다. 카이와 세라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녹슨 뼈대가 드러난 금속 자동인형이었다. 한쪽 팔에는 망치 대신 날카로운 드릴이 달려 있었고, 다른 쪽 팔은 부러져 있었지만, 증기 엔진은 여전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눈에서는 붉은 빛이 섬뜩하게 깜빡였다.

“경비 자동인형!” 세라가 이를 갈았다. “아직 작동하고 있었군!”

자동인형은 그들을 향해 느릿하지만 위협적인 걸음으로 다가왔다. 녹슨 드릴 팔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런 게 남아있을 줄이야!” 카이가 외쳤다. “빨리 코어를 빼야 해!”

“시간 없어!” 세라가 도끼를 움켜쥐었다. “내가 저걸 막는 동안, 네가 코어를 뽑아내! 빨리!”

자동인형은 이미 그들에게 충분히 가까워져 있었다. 세라는 망설임 없이 자동인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도끼가 녹슨 철골에 부딪히며 스파크를 튀겼다. ‘콰앙!’

카이는 코어 쪽으로 몸을 날렸다. 코어는 복잡한 연결 장치에 묶여 있었다. 그는 공구 벨트에서 드라이버와 렌치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서둘러 연결부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딸깍, 찰칵!’ 낡은 볼트들이 하나씩 풀려나갔다.

뒤에서는 세라와 자동인형의 사투가 이어졌다. ‘삐걱- 쾅! 쾅!’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세라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젠장, 단단해!” 세라의 목소리에 고통이 섞여 있었다. “서둘러, 카이!”

마지막 볼트가 풀리는 순간, 카이는 코어를 움켜쥐었다. 묵직하고 따뜻했다. 코어는 희미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뽑았다!” 카이가 소리쳤다.

그 순간, 자동인형의 드릴 팔이 세라의 방패를 뚫고 지나갔다. 세라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세라!”

카이는 코어를 품에 안은 채 세라에게 달려갔다. 자동인형은 이제 그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드릴이 굉음을 내며 회전했다.

“클락, 유인!” 카이가 외치자 클락이 윙윙거리며 자동인형의 시야를 가로질렀다. 자동인형의 드릴이 클락을 향해 뻗었지만, 클락은 민첩하게 피했다.

그 사이에 카이는 세라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방패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어깨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스며 나왔다.

“괜찮아요?”

세라는 신음하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망할… 저 놈을… 저 놈을…”

카이는 코어를 재빨리 가방에 넣고 세라의 부러진 도끼를 주웠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코어를 얻었지만, 이제 이 괴물을 상대해야 했다. 클락은 자동인형의 주의를 끌기 위해 사방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세라, 버텨요! 내가 시간을 벌게!”

카이는 세라에게서 물러나 자동인형을 향해 도끼를 치켜들었다. 묵직한 도끼가 그의 손에서 흔들렸다. 그는 기계 수리는 잘했지만, 싸움은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리 와, 고철 덩어리!”

자동인형은 마치 그의 도발을 이해한 듯, 클락을 무시하고 카이에게로 향했다. 드릴이 다시 속도를 높였다. 카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 드릴을 피했다. ‘휙!’ 드릴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도끼를 휘둘러 자동인형의 옆구리를 찍었다. ‘끼익!’ 금속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지만, 자동인형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인형은 강철 발로 바닥을 박차며 더욱 맹렬하게 공격해 왔다. 카이는 필사적으로 도끼를 휘두르며 방어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세라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쓰러져 있던 석궁을 다시 집어 들었다.
“카이! 저놈의… 등 뒤에… 동력 코어가 보여!” 세라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약점이야!”

카이는 자동인형의 공격을 피하며 뒤를 돌아봤다. 과연, 녹슨 등판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동력 코어가 보였다. 저것을 파괴해야 했다.

“알았어!” 카이는 이를 악물었다. “세라, 유인해줄 수 있어?”

세라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석궁을 겨누고 자동인형의 다리를 향해 쏘았다. ‘쉬이익!’ 증기 화살이 자동인형의 다리에 박혔지만, 큰 손상은 주지 못했다. 그러나 자동인형의 주의를 분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자동인형은 잠시 비틀거리며 세라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카이는 재빨리 자동인형의 뒤편으로 달려갔다. 그는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쾅!’ 도끼가 동력 코어에 정확히 박혔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코어가 폭발하고, 자동인형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붉은 눈빛이 꺼지더니,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카이는 숨을 헐떡이며 도끼를 떨어뜨렸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해냈어…”

세라가 겨우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놈… 제법이군.”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과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당신 덕분이야.” 카이는 세라의 상처를 살폈다. “빨리 나가서 치료해야 해. 내 은신처로 가자. 거기 기본 의료 장비는 있어.”

세라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먼저… 이 주변을 더 뒤져봐야겠어. 코어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건 없을까?”

카이는 그녀의 눈에서 희미한 욕망을 읽었다. 생존을 위한, 끝없는 갈증. 하지만 그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들은 부서진 자동인형과 쓰러진 장치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다른 부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카이가 품속의 증기 변환 코어를 만졌다. 묵직한 희망이 느껴졌다. 살아남았다. 적어도 오늘은.

세라는 작은 약병 하나를 발견하고 희미하게 웃었다. “운이 좋군. 보급품이 이 안에 있을 줄이야.”

이 폐허는 언제나 그들을 시험했다. 하나의 위험을 넘어서면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하나의 희망을 얻으면 또 다른 절망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카이와 세라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끔찍하고 황량한 세상에서, 그들은 잠시나마 고독이 아닌 연대를 택할 수 있었다. 코어와 약병을 얻었지만, 그들의 앞에는 여전히 안개처럼 짙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 곳에서, 또 다른 기계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