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카나의 시간 감옥
**장르:** 판타지, 타임슬립, 미스터리, 스릴러
**시점:** 3인칭 (주로 아인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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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어둠 속 속삭임]**
**[시간]** 한밤중
**[장소]** 아르카나 마법 학원, 고대 도서관 최하층 폐쇄 구역
**[내용]**
깊은 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거대한 그림자가 달빛 아래 길게 늘어져 있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웅장한 건물들은 그 자체로 거대한 마법 유적 같았지만,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비밀을 품은 듯 침묵했다. 오직 바람만이 낡은 창문 틈새로 음울한 휘파람을 불었고, 학원생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금지된 밤샘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 그러나 ‘아인’에게는 그 어느 쪽도 허락되지 않았다.
최근 며칠 밤, 그녀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름 모를 존재들의 절규와 애처로운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았고, 차갑고 끈적한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섬뜩한 감각에 매번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이상한 건, 그 꿈속의 모든 비명과 속삭임이 학원의 지하, 특히 금서가 보관된 고대 도서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의 벽을 긁는 듯한 존재들의 갈망이었다.
“…또 시작이군.”
아인은 작은 마력 구슬을 띄워 어둠을 밝혔다. 불빛은 희미했지만, 그녀의 시야를 확보하기엔 충분했다. 낡은 철문은 오래된 마법 봉인으로 굳게 잠겨 있었지만, 그녀의 특별한 재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푸른 마나가 흘러나와 봉인을 감쌌고, 이내 낡은 마법식들이 먼지처럼 부스러져 내렸다. 삐걱거리는 쇠붙이의 비명과 함께 문이 열리자, 코를 찌르는 곰팡이와 눅눅한 흙먼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안은 미로처럼 얽힌 통로였다. 학원 내에서도 이곳은 금지된 구역으로 통했다. 학원 설립 초기에 쓰였다는 마나 증폭로가 지나가는 자리이자, 동시에 학원의 어두운 비밀이 묻혀 있다고 소문난 곳. 아인은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 양옆으로는 오랜 시간 잊힌 듯한 마법 유물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금이 가고 이끼가 꼈으며, 천장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웠다.
“누구… 없어…?”
속삭임이 들렸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목소리. 동시에 싸늘한 한기가 아인의 등골을 타고 올랐다. 그녀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다.
“환청인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이 속삭임은 그녀의 마력을, 그녀의 존재를 직접 건드리는 듯한 기묘한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존재를 주장하는 것처럼,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으려는 듯한 소리였다.
길고 굽이진 통로를 지나자, 넓은 원형의 공간이 나타났다. 공간은 압도적인 크기와 함께 기묘한 위압감을 풍겼다. 바닥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오랜 시간 속에 마나의 흔적만이 겨우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공간의 중앙에는 정체불명의 검은 돌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 돌기둥 표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였다.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아인의 심장박동과 묘하게 일치했다.
“이게… 뭐지?”
아인이 돌기둥에 손을 대려는 순간, 뒤편에서 차갑고도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아인.”
아인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림자 속에서 ‘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평소의 차분하고도 냉철한 표정과는 달리 어둡게 굳어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경고와 함께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렌? 네가 왜 여기에…?”
“내가 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야 할 것 같군.”
렌은 한숨을 쉬며 아인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은 평소보다 훨씬 차가웠다.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절대. 아니, 그 누구도 와서는 안 될 곳이지.”
렌의 손이 닿자, 아인의 몸에서 묘한 전율이 흘렀다. 그녀의 마력이 돌기둥의 푸른빛과 더욱 강렬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삭임은 더욱 커졌다. 이제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이었고, 기억이었고, 존재가 사라진 자들의 끔찍한 갈망이었다. 마치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듯,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증폭되는 비명에 가까운 속삭임.
*…존재… 존재해… 나는… 나는 여기에… 있었다… 기억… 지워진… 나를… 찾아줘…*
“렌, 대체 여기가 어디야? 이 속삭임은 뭐고… 이 돌기둥은… 내 마력이 반응하고 있어!”
렌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는 돌기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대한 비밀을 마주한 자의 깊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곳은… 학원의 가장 끔찍한 금기. ‘시간의 감옥’이자… ‘존재 소거의 영역’….”
“존재 소거…?”
그 순간, 돌기둥의 푸른빛이 폭주하듯 강렬해졌다. 마법진이 번개처럼 빛나며 공간을 뒤흔들었다. 바닥의 균열에서 마나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 아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몸을 감싼 마나가 돌기둥의 빛과 뒤섞이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머릿속에서는 수십, 수백 년 전의 비명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왔다.
“아인! 안 돼! 거기서 떨어져!”
렌의 다급한 외침이 귓가를 때렸지만, 이미 늦었다. 아인의 시야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고대 도서관의 낡은 천장이 뒤틀리고, 렌의 모습이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빠르게 감겨 사라졌다. 차갑고 끈적한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마치 깊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아찔한 감각.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끔찍한 왜곡 속에서, 아인은 마지막으로 외쳤다.
“렌!”
그리고 모든 것이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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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잊혀진 시간의 파편]**
**[시간]** 과거, 학원의 전성기 또는 위기 시점 (마력 균형력 1276년)
**[장소]** 과거의 아르카나 마법 학원, ‘시간의 감옥’과 연결된 실험실
**[내용]**
아인의 감각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차가운 금속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온몸의 마나가 뒤엉킨 듯 혼란스러웠다. 눈을 뜨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어둡고 음습했던 금지 구역과는 달리, 이곳은 밝고 활기 넘치는 연구실처럼 보였다. 낡고 부서졌던 마법진은 선명하고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곳곳에는 정교한 마력 분석 장치들과 수정 구슬들이 놓여 있었다. 공기 중에는 마나와 오존의 냄새가 섞여 있었고, 묘한 활기가 느껴졌다.
“여긴… 어디지?”
아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방 중앙에 우뚝 솟은 거대한 수정 기둥이었다. 그녀가 본 검은 돌기둥과는 생김새가 달랐지만,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파동은 분명 같은 근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압도적인 힘이었다. 수정 기둥의 표면은 매끄러웠지만, 그 안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무언가가 아인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허둥지둥 뛰어들어왔다. 은빛 머리카락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녀의 교복은 아인과 같은 아르카나 학원의 것이었지만, 디자인은 훨씬 고풍스러웠고 마법 자수가 섬세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다급함과 함께 학구열이 동시에 엿보였다.
“교수님! 큰일 났어요! 제5 봉인석의 마나 흐름이 불안정해요! 이대로라면… ‘심연의 틈’이 다시 열릴지도 몰라요!”
소녀는 아인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누구…세요? 어떻게 여기에…?”
아인은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아인. 아르카나 학원생이야. 여기가 어디지? 그리고… 너는?”
“아르카나 학원생이라고요? 이 복장은… 본 적이 없는데….”
소녀는 아인을 빤히 쳐다보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그녀의 시선은 아인의 낯선 교복과 그녀의 전신을 훑었다.
“저는… 2학년 ‘이샤’예요. 여기가 어디냐고요? 여긴 ‘마법 시공 연구소’의 제1 실험실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정말 아르카나 학원생이 맞아요? 왜 교복이… 그렇게… 이상해요?”
이샤의 말에 아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법 시공 연구소? 교복이 이상하다고? 이샤의 말투와 그녀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아인에게 낯설었다.
“이상하다니… 이게 지금 아르카나 학원의 정식 교복이야. 혹시… 여기가 몇 년도지?”
이샤는 아인의 황당한 질문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예요? 지금은 마력 균형력 1276년이에요. 혹시 머리를 다치셨어요? 아니면 혹시… 외부 스파이?”
마력 균형력 1276년. 아인에게는 너무나도 오래된 과거의 연도였다. 그녀가 알기로 현재는 마력 균형력 1488년. 무려 212년 전의 과거로 떨어진 것이다.
“212년 전…? 말도 안 돼….”
아인의 눈은 다시 방 중앙의 수정 기둥으로 향했다. 기둥은 거대한 마나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유령처럼, 투명하게. 그 형상들은 절규하는 듯한 몸짓으로 기둥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통… 잊혀진… 존재… 기억되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존재하고 싶었다…*
꿈속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속삭임이었다. 아니, 더욱 선명하고 애처로운 절규였다.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저… 저건 뭐지, 이샤?”
아인은 수정 기둥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샤의 얼굴에서 금세 생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공포와 함께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저건… ‘시간의 감옥’이에요. 정확히는… ‘존재 소거 시공간’이죠.”
“존재 소거 시공간? 그게 뭔데?”
이샤는 아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와 거의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들릴까 두려운 듯 주변을 계속 살폈다.
“학원의 가장 깊은 금기. 수백 년 전, 마력 대전쟁 때, 학원에서는 영원한 평화를 위해 금기된 마법을 사용했어요.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 혹은 전쟁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가진 자들을… ‘시간의 감옥’에 가두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시간 흐름에서 삭제해 버리는 마법이에요. 과거의 흔적, 미래의 가능성, 심지어 그들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까지 지워버리는…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되는 거죠.”
아인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였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존재를 삭제한다고? 그게 가능해? 그러면… 저 기둥 안에 있는 건….”
“네. 그들의… ‘잔류 의식’ 같은 거예요. 완벽하게 지워지지 못한 존재의 파편들이… 영원히 그 안에 갇혀서… 존재를 갈망하고 있는 거죠. 우리의 마나 증폭로는 사실 저 기둥의 힘을 이용하는 거고… 교수님들은 그 힘을 통제해서 학원에 필요한 마나를 충당한다고 해요.”
아인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녀가 들어왔던 고대 도서관 지하의 검은 돌기둥. 그곳은 200년 후, 이 끔찍한 감옥의 흔적이자 여전히 그 힘을 흡수하고 있는 장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왔던 속삭임들은, 존재를 부정당한 채 영원히 갇혀 버린 영혼들의 비명이었던 것이다. 학원은 이 끔찍한 금기를 딛고 번영했던 것이었다.
*나는… 기억되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존재하고 싶었다… 제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현기증이 몰려왔다. 이샤의 설명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간의 감옥’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어요. 기둥 안의 존재들이 점점 강해지고… 그들의 힘이 현실로 새어 나오기 시작했죠. 학원에서는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지만… 만약 이 시공간이 완전히 붕괴하면… 시간 자체가 뒤틀려 버릴 수도 있어요. 세상 모든 것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인의 머릿속을 맴돌던 퍼즐 조각들이 맞춰졌다. 최근 학원에서 벌어지던 기이한 현상들. 갑자기 사라지는 물건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던 악몽 속의 속삭임들. 이 모든 것이 과거의 금기, ‘존재 소거 시공간’의 불안정함 때문이었다. 학원은 그저 막대한 마나를 얻기 위해 이 끔찍한 금기를 이용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아인 자신의 마력이 그 기둥에 강력하게 반응했던 것은… 혹시, 그녀의 존재와 이 금기가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뼛속 깊이 스며드는 한기가 아인을 덮쳤다.
“…막아야 해.”
아인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이샤가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뭘 말이에요?”
아인은 이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공포를 넘어선 굳건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이것을… 막아야 해. 이 끔찍한 금기가… 미래를, 현재를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그녀는 어둠 속 속삭임이, 그리고 수정 기둥 안에서 일렁이는 존재들의 아우성이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경고였고, 절규였으며, 도움을 바라는 마지막 외침이었다. 아인은 자신이 우연히 이곳에 떨어진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바로 그때, 실험실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정 기둥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주변의 장치들이 폭발했다. 마나 과부하로 인한 거대한 폭음이 실험실을 뒤흔들었다. 이샤가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교수님이 오실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시공간의 균열이 실험실 한쪽 벽을 갈랐다. 그 균열 너머로 현재의 학원 지하, 먼지 쌓인 낡은 돌기둥과 렌의 다급한 표정이 희미하게 비쳤다. 아인에게 돌아갈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이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 이상, 그녀는 도망칠 수 없었다.
아인은 수정 기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마력이 폭주하는 기둥의 에너지와 충돌하며, 기둥 안의 희미한 형상들이 더욱 격렬하게 일렁였다.
*…구원… 갈망… 자유… 고마워…*
“막아야 해… 이샤, 이 금기를 멈출 방법이 있어?”
이샤는 공포에 질린 채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아무도 몰라요! 봉인하는 방법은 알지만… 한번 시작된 소거는 되돌릴 수 없다고…! 그건… 시간 자체를 거스르는 행위니까…!”
하지만 아인의 눈은 이미 결의에 차 있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빛나는 시공간의 균열 너머, 현재의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돌아오겠노라 다짐했다. 이 끔찍한 금기를, 그리고 존재를 부정당한 채 영원히 갇힌 자들의 절규를 멈추기 위해서.
균열이 더욱 커지며 아인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샤에게 외쳤다.
“나는 돌아올 거야! 반드시!”
시야가 다시 한번 뒤틀리며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가장 끔찍한 금기, ‘시간의 감옥’이 만들어낸 존재 소거의 비극은 이제 현재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인은 그 비극을 멈춰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마력이 금기와 공명하는 이유를 밝히고, 이 끔찍한 재앙을 막을 방법 또한 그녀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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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보드 (가상)
**[장면 1: 어둠 속 속삭임]**
* **1.1.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밤)**
* **SHOT:** 달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아르카나 학원 전경. 낡고 거대한 건물들이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이어서, 낡은 철문이 클로즈업된다. 고대 마법 봉인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 **NARRATION (아인, V.O):** 깊은 밤,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거대한 그림자가 달빛 아래 길게 늘어져 있었다. 수백 년의 비밀을 품은 듯 침묵했고, 오직 바람만이 낡은 창문 틈새로 음울한 휘파람을 불었다.
* **SOUND:** 바람 소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불분명하고 겹치는 목소리들)
* **1.2.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통로 (밤)**
* **SHOT:** 아인이 작은 마력 구슬을 띄운 채 좁고 굽이진 통로를 걷고 있다. 낡은 유물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고, 벽면에는 금이 가고 이끼가 끼어 있다. 그녀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으면서도 불안해 보인다. 그녀의 손에서 푸른 마나가 흘러나와 철문의 봉인을 해제하는 모습이 잠시 비친다.
* **NARRATION (아인, V.O):** 최근 며칠 밤, 나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름 모를 존재들의 절규와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았고, 차가운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섬뜩한 감각에 매번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 **SOUND:** 아인의 발소리, 곰팡이 냄새를 표현하는 듯한 음산한 배경음악. 삐걱거리는 문 소리. 속삭임이 점차 또렷해진다.
* **1.3.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원형 공간 (밤)**
* **SHOT:** 원형 공간의 전경. 바닥에 흐릿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고, 중앙에 검은 돌기둥이 솟아 있다. 돌기둥 표면에 고대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고,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아인의 심장 박동과 동기화되는 듯한 연출.
* **NARRATION (아인, V.O):** 이 속삭임은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마력을, 나의 존재를 직접 건드리는 듯한 기묘한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 **SOUND:** 속삭임 (“…존재… 존재해… 나는… 여기에… 있었다… 기억… 지워진… 나를… 찾아줘…”)이 아인의 심장 박동과 함께 울린다. 긴장감 높은 배경음악.
* **1.4.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원형 공간 (밤)**
* **SHOT:** 아인이 돌기둥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림자에서 렌이 나타난다. 렌의 얼굴은 굳어 있고, 눈빛에는 경고와 우려가 담겨 있다.
* **렌:** 멈춰, 아인.
* **아인:** (놀라 돌아보며) 렌? 네가 왜 여기에…?
* **렌:**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절대. 아니, 그 누구도 와서는 안 될 곳이지.
* **SOUND:** 긴장감 높은 배경음악이 고조된다.
* **1.5.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원형 공간 (밤)**
* **SHOT:** 렌이 아인의 어깨를 잡는 순간, 돌기둥의 푸른빛이 폭주하듯 강렬해진다. 바닥의 마법진이 번개처럼 빛나며 공간이 흔들리고, 바닥의 균열에서 마나가 용암처럼 끓어오른다. 아인의 몸을 감싼 마나가 폭주한다.
* **아인:** 렌, 대체 여기가 어디야? 이 속삭임은 뭐고… 이 돌기둥은… 내 마력이 반응하고 있어!
* **렌:** (눈을 감았다 뜨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곳은… 학원의 가장 끔찍한 금기. ‘시간의 감옥’이자… ‘존재 소거의 영역’….
* **SOUND:** 강력한 마법 효과음, 돌기둥의 빛이 폭주하는 소리, 지진 같은 진동음, 귀를 찢을 듯한 속삭임의 증폭.
* **1.6. INT. 아르카나 마법 학원 – 고대 도서관 지하 원형 공간 (밤)**
* **SHOT:** 아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시야가 일그러지고, 렌의 모습이 빠르게 감겨 사라진다. 아인의 비명. 차가운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키는 연출.
* **렌:** (절규) 아인! 안 돼! 거기서 떨어져!
* **아인:** (외침) 렌!
* **EFFECT:** 공간이 뒤틀리며 빠른 속도로 블랙아웃.
**[장면 2: 잊혀진 시간의 파편]**
* **2.1.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아인이 차가운 금속 바닥에 쓰러져 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밝고 활기 넘치는 연구실 풍경이 펼쳐진다. 낡고 부서졌던 마법진은 선명하고 강렬한 빛을 내뿜고, 중앙에 거대한 수정 기둥이 솟아 있다. 기둥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일렁인다.
* **NARRATION (아인, V.O):** 아인의 감각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둡고 음습했던 금지 구역과는 달리, 이곳은 밝고 활기 넘치는 연구실처럼 보였다.
* **SOUND:** 기계 작동음, 마나 흐름 소리, 희미하지만 이전보다 더 또렷한 속삭임 (아인의 시점).
* **2.2.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연구실 문이 열리고 은빛 머리카락의 소녀, 이샤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온다. 그녀의 고풍스러운 교복이 클로즈업된다. 이샤가 아인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멈칫한다.
* **이샤:** 교수님! 큰일 났어요! 제5 봉인석의 마나 흐름이 불안정해요! 이대로라면… ‘심연의 틈’이 다시 열릴지도 몰라요! (아인을 보고 놀라며) 누구…세요? 어떻게 여기에…?
* **아인:** 나는… 아인. 아르카나 학원생이야. 여기가 어디지? 그리고… 너는?
* **SOUND:** 이샤의 다급한 발소리, 목소리.
* **2.3.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이샤와 아인이 서로를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아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혼란스러워한다. 교복의 차이점이 부각된다.
* **이샤:** 저는… 2학년 이샤예요. 여기가 어디냐고요? 여긴 ‘마법 시공 연구소’의 제1 실험실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정말 아르카나 학원생이 맞아요? 왜 교복이… 그렇게… 이상해요?
* **아인:** (당황하며) 이상하다니… 이게 지금 아르카나 학원의 정식 교복이야. 혹시… 여기가 몇 년도지?
* **이샤:** 지금은 마력 균형력 1276년이에요.
* **아인:** (충격에 눈이 커지며) 212년 전…? 말도 안 돼….
* **SOUND:** 아인의 심장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배경음악에 불안감이 고조된다.
* **2.4.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아인이 수정 기둥을 응시한다. 기둥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이 유령처럼 격렬하게 일렁이고, 속삭임이 더욱 또렷하고 애처롭게 들린다. 아인의 얼굴에 두려움과 고통이 스친다.
* **아인:** (두려움에 떨며) 저… 저건 뭐지, 이샤?
* **이샤:** (주위를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저건… ‘시간의 감옥’이에요. 정확히는… ‘존재 소거 시공간’이죠.
* **NARRATION (아인, V.O):** 꿈속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속삭임이었다. 아니, 더욱 선명하고 애처로운 절규였다.
* **SOUND:** 속삭임 (“…고통… 잊혀진… 존재… 기억되고 싶었다… 존재하고 싶었다…”)이 마치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 선명하게 울린다.
* **2.5.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이샤가 아인에게 몸을 더 가까이 숙이며 금기의 진실을 속삭인다. 아인의 얼굴이 공포와 충격으로 일그러진다. 수정 기둥 안의 형상들이 더욱 격렬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 **이샤:** 학원의 가장 깊은 금기. 수백 년 전, 마력 대전쟁 때, 학원에서는 영원한 평화를 위해 금기된 마법을 사용했어요.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 혹은 전쟁을 영원히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가진 자들을… ‘시간의 감옥’에 가두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시간 흐름에서 삭제해 버리는 마법이에요. 과거의 흔적, 미래의 가능성, 심지어 그들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기억까지 지워버리는…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되는 거죠.
* **아인:** (충격과 공포) 존재를 삭제한다고? 그게 가능해? 그러면… 저 기둥 안에 있는 건…!
* **이샤:** 네. 그들의… ‘잔류 의식’ 같은 거예요. 완벽하게 지워지지 못한 존재의 파편들이… 영원히 그 안에 갇혀서… 존재를 갈망하고 있는 거죠.
* **NARRATION (아인, V.O):** 아인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녀가 들어왔던 고대 도서관 지하의 검은 돌기둥. 그곳은 200년 후, 이 끔찍한 감옥의 흔적이자 여전히 그 힘을 흡수하고 있는 장치였다.
* **SOUND:** 배경음악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끔찍한 속삭임이 아인의 머리를 찢는 듯 울린다.
* **2.6.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실험실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수정 기둥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주변의 장치들이 폭발한다. 시공간의 균열이 한쪽 벽을 갈라, 현재의 학원 지하 모습 (먼지 쌓인 돌기둥과 렌의 다급한 얼굴)이 희미하게 비친다.
* **이샤:** (비명) 어… 어떻게…! 교수님이 오실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 **아인:** (결의에 찬 눈빛으로 수정 기둥을 보며) 막아야 해… 이샤, 이 금기를 멈출 방법이 있어?
* **이샤:** (공포에 질려 고개 저으며) 없어요… 아무도 몰라요! 봉인하는 방법은 알지만… 한번 시작된 소거는 되돌릴 수 없다고…!
* **SOUND:** 폭발음, 시공간 균열 소리, 긴장감 최고조.
* **2.7. INT. 마법 시공 연구소 – 제1 실험실 (과거)**
* **SHOT:** 아인이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 수정 기둥을 향해 손을 뻗으며 결연하게 외친다. 이샤가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수정 기둥 안의 존재들이 아인의 마력에 반응하며 희미하게 ‘고마워’라고 속삭이는 듯한 연출.
* **아인:** 나는 돌아올 거야! 반드시!
* **EFFECT:** 섬광과 함께 블랙아웃. 모든 소리가 사라지며 정적.
* **NARRATION (아인, V.O):**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가장 끔찍한 금기, ‘시간의 감옥’이 만들어낸 존재 소거의 비극은 이제 현재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인은 그 비극을 멈춰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마력이 금기와 공명하는 이유를 밝히고, 이 끔찍한 재앙을 막을 방법 또한 그녀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 **SOUND:** 고요한 엔딩 음악과 함께 잔향처럼 남는 속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