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23: 금속 사막의 울음소리

진우는 붉은 모래바람에 눈을 가늘게 떴다. 낡은 방진 마스크 아래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옆에서 예리가 작은 손으로 팔을 잡아끌었다. 앳된 얼굴을 감싼 고글 너머로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눈빛이 그를 향했다.

“오빠, 저기 보여? 희미하게, 저번에 말했던 그 건물 같아.”

예리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희미하게 들렸지만,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잿빛 하늘 아래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낸 거대한 철골 구조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의 골격을 이루는 잔해들 사이에서, 유독 거대하고 훼손이 덜한 모양새였다. 이곳이 바로 오늘 목표였다. 그들이 타고 다니는 구형 탐사 차량의 노후된 에너지 셀을 교체할 새 부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유일한 희망.

“그래. 맞을 거야. 정보가 정확하다면, 저곳 지하에는 아직 작동하는 비축 시설이 남아있다고 했어.”

진우의 말은 확신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주문에 가까웠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정확한 정보는 금보다 귀했지만, 종종 그들을 더 깊은 함정으로 이끌기도 했다. 어깨에 멘 낡은 소총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거대한 건물 잔해는 과거의 위용을 잃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금속 괴물처럼 솟아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찢긴 강철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한데 뒤섞여 기묘한 조형물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은 더 이상 모래를 싣고 들어오지 못했지만, 대신 철골 사이를 휘돌며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오빠, 여기 냄새 이상해. 녹슨 쇠 냄새랑…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섞여 있어.”

예리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같은 것을 느꼈다. 단순히 부식된 금속 냄새가 아니었다. 좀 더 날카롭고 역겨운, 유기물이 타들어간 듯한 비릿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소총을 고쳐 잡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은 주변의 모든 움직임을 탐색했다. 발밑의 부서진 파편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진우는 먼저 내려가 발을 디딜 만한 곳을 확인하고, 예리가 조심스럽게 따라 내려오도록 손을 내밀었다. 희미한 손전등 불빛이 어둠 속으로 길을 만들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끈적거렸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들리던 바람 소리는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종류의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징… 징…’

아주 작게 들리는,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였다. 진우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본능적인 경고음이었다.

“예리, 조심해. 뭔가 있는 것 같아.”

진우가 속삭였다. 예리는 그의 뒤에 바싹 붙어 어둠 속을 노려봤다. 그녀의 작은 호흡 소리가 진우의 등 뒤에서 느껴졌다.

빛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지하 공간은 거대한 기계 설비와 알 수 없는 용도의 파이프들로 가득했다. 먼지와 거미줄이 엉겨 붙은 모습은 수십 년간 버려진 곳임을 짐작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치 누군가 최근에 이 안을 지나간 듯한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진우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구석에 쌓인 상자들을 살폈다. 그의 눈이 번쩍였다. 몇몇 상자에는 아직 찢기지 않은 상태로 ‘에너지 셀 – 고출력’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찾았어, 예리! 이쪽이야!”

그가 흥분하여 속삭였다. 예리의 얼굴에도 희망의 빛이 스쳤다. 그녀가 다가오려던 찰나, 진우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감각이 스쳤다. ‘징… 징…’ 하는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이, 그리고 빠르게 울렸다.

“움직이지 마!” 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소총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진우가 몸을 돌렸다. 그가 손전등을 비춘 곳에는, 거대한 폐기물 더미와 구분이 가지 않는 존재가 서 있었다. 찢겨진 금속 조각과 낡은 전선, 부서진 회로 기판들이 뒤섞여 사람의 형상을 닮은 거대한 괴물. 높이만 해도 세 명이 쌓인 듯한 크기, 네 개의 관절 달린 팔에는 날카로운 강철 파편이 무기처럼 달려 있었다. 녀석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불규칙한 붉은 빛이 깜빡거렸다.

‘고철 괴수.’ 진우의 머릿속에 위험 등급 최상위의 변이 생명체 정보가 섬광처럼 스쳤다. 폐허를 배회하며 금속을 흡수해 몸집을 불리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금속의 악몽이었다.

고철 괴수는 진우를 향해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찢어진 금속 사이로 불규칙하게 배열된 톱니바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리고 녀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 냄새가 후각을 강타했다.

“오빠…” 예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뒤로 물러서, 예리! 천천히!” 진우는 예리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심장이 광란하듯 뛰었지만, 그의 손은 흔들림 없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괴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금속 팔 중 하나가 진우를 향해 뻗어 나왔다. 날카로운 철근 조각들이 빛을 반사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진우는 몸을 옆으로 던져 간신히 피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의 콘크리트 벽이 굉음과 함께 깊게 파였다.

“젠장!”

진우는 굴러 떨어지자마자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하는 총성이 좁은 공간을 뒤흔들었다. 특수 탄환이 괴수의 몸에 박히며 스파크를 튀겼다. 하지만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얇은 금속 조각들이 떨어져 나갈 뿐, 핵심부를 손상시키지는 못했다.

괴수는 진우가 자신에게 저항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느릿하게 진우를 향해 몸을 틀었다. 진우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탄약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 녀석에게 유효한 공격을 가해야 했다. 그의 뇌리에는 괴수의 유일한 약점인 ‘동력핵’이 떠올랐다. 녀석의 몸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작은 에너지 근원.

“예리, 저쪽에 비상 통로가 있는지 확인해 봐! 우리가 온 곳 말고, 반대편!” 진우는 소리쳤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예리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작고 빠른 몸이 거대한 기계 장치들 사이로 숨어들었다.

괴수는 예리를 눈치챘는지, 몸을 돌리려 했다. 진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달려들어 괴수의 다리 부분을 향해 총을 갈겼다. ‘타타탕!’ 탄환이 튕겨 나갔지만, 일시적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괴수가 둔탁한 금속음을 내며 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붉은 눈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녀석의 다른 팔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진우는 간신히 피했지만, 옷자락이 찢겨나가고 팔에 스치는 충격에 비틀거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벽의 차가운 감촉.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괴수의 몸을 스캔했다. 온몸이 두꺼운 금속 잔해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녀석의 등 부분, 특히 중앙 척추 라인에 연결된 듯한 부분에서 다른 금속보다 약간 더 매끄럽고 불규칙하게 진동하는 부분이 보였다. 저곳이 동력핵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거 한 발에 끝내야 한다…!”

진우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소총의 조준경을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조준했다. 괴수가 다시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진우는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총성과 함께 특수 탄환이 녀석의 등짝에 정확히 명중했다. 금속 잔해가 파편처럼 튀어 오르고, 그 자리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괴수는 움직임을 멈추고 고통스러운 듯 ‘끼이이이잉’ 하는 끔찍한 금속 마찰음을 내며 몸을 비틀거렸다.

진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이어 몇 발을 더 갈겼다. 명중할 때마다 섬광과 함께 괴수의 몸에서 전기가 튀었다. 마침내, 녀석의 붉은 눈이 깜빡임을 멈추고 꺼졌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의 파이프들이 함께 진동하며 무너져 내릴 듯했다.

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괴수를 노려봤다.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의 몸에서 긴장이 풀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오빠! 괜찮아?!”

예리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흙먼지로 얼룩져 있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찾았어. 동력핵이 저 안에 있었어.”

그의 시선은 쓰러진 괴수 너머에 있는 에너지 셀이 가득한 상자들을 향했다. 임무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보다 더 강하게 밀려오는 것은 피로와 다음 위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그때였다. 진우의 귀에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금속 마찰음이 아니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여러 발의 엔진 소리. 익숙하면서도 끔찍한, 그들을 사냥하러 오는 약탈자들의 차량 소리였다.

진우와 예리는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제 도망쳐야 할 시간이었다. 그들이 얻은 에너지 셀을 잃지 않고. 어쩌면 그 에너지 셀은 그들을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온 미끼였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진우의 뇌리를 스쳤다.

“예리, 빨리 셀을 챙겨! 그리고… 뛰어!”

진우는 소총을 다시 고쳐 잡고, 예리가 상자에서 에너지 셀 몇 개를 챙기는 것을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의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질주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