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허의 발자국 – 에피소드 1: 낡은 문턱
**[장면 1]**
**[폐허가 된 도시 외곽, 부서진 고층 빌딩들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분다. 한때 번화했을 도로 위에는 앙상한 철근과 콘크리트 조각들이 널려 있다. 지평선 너머로 붉은 노을이 가라앉고 있다.]**
**내레이션 (강민준):**
세상이 무너진 지 10년.
잿빛 하늘 아래,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매일 발버둥 쳤다.
‘정상’이라는 단어는 이제 그림책에나 나오는 허황된 꿈일 뿐.
우리에겐 오직 오늘, 그리고 내일 아침의 해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현실만이 존재했다.
**[강민준이 낡은 배낭을 메고 폐허 속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그의 옆에는 강예진이 낡은 태블릿 PC 같은 것을 들여다보며 발걸음을 맞춘다. 그들의 뒤를 박상훈이 묵묵히 경계하며 따른다. 세 사람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굳은 결의가 서려 있다.]**
**예진:** (태블릿 화면을 들여다보며) 오빠, 북쪽 탐색 결과가… 또 불발이야. 물웅덩이는 오염됐고, 식물들은 전부 독성을 띠고 있어. 그나마 쓸 만한 건 이 근처엔 없어 보여.
**민준:** (한숨을 쉬며) 예상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군. 이대로는 보급품이 이틀도 채 버티지 못할 거야.
**상훈:** (낮은 목소리로) 민준아, 결국은 그곳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민준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의 시선이 멀리 보이는 거대한 균열, 흡사 도시를 쪼갠 듯한 검은 구멍 쪽으로 향한다. 그곳은 ‘제7구역 폐쇄 던전’의 입구다.]**
**민준:** …그래. 제7구역 폐쇄 던전.
**예진:** (얼굴이 창백해지며) 오빠! 거긴 3년 전에 완전히 폐쇄된 곳이잖아! 너무 위험해. 전력핵을 찾으러 간 탐사대도 전부 실종됐다고…
**민준:** 알고 있어, 예진아.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 우리 셸터의 방어막은 이제 한계야. 전력핵을 보충하지 못하면, 다음 달이 오기 전에 모든 게 끝장날 거야.
**상훈:** (낡은 소총을 어깨에 고쳐 메며) 너무 겁먹지 마라, 아가씨. 3년 전과 지금은 달라. 그때보다 우리가 훨씬 강해졌지 않나. 그리고 놈들도… 많이 약해졌을 거야. 아마도.
**예진:** (주춤거리며) 그… ‘아마도’라는 말이 제일 무서운 건데…
**민준:** (예진의 어깨를 툭 치며)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준비는 됐어?
**예진:** (고개를 끄덕인다) 응…
**[세 사람은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긴다. 해가 완전히 지고, 도시의 실루엣은 더욱 짙은 어둠 속으로 잠겨든다.]**
—
**[장면 2]**
**[제7구역 폐쇄 던전 입구. 거대한 바위들이 기괴하게 솟아 있고, 그 중앙에 어둠이 집어삼킨 듯한 거대한 동굴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입구 주변에는 과거의 탐사대가 남긴 듯한 낡은 경고 표지판들이 찢어진 채 매달려 있다.]**
**SFX: [쉬이이익… (스산한 바람 소리)]**
**예진:** (몸을 움츠리며) 흐으… 왠지 공기부터 다른 것 같아.
**상훈:** (전술 조명을 켜며) 당연하지. 여긴 죽은 자들의 숨결이 닿는 곳이니까. 조심해라. 이제부터는 발소리 하나도 생명이 될 수 있다.
**[상훈이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민준은 예진에게 손짓으로 주의를 주고, 그녀를 등 뒤에 세운 채 따라 들어간다. 랜턴 불빛이 동굴의 어둠을 가른다.]**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거친 바위벽에는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고, 바닥에는 오래된 탐사 장비의 잔해들이 널려 있다. 공기 중에는 흙먼지와 함께 곰팡이 냄새, 그리고 희미한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다.]**
**민준:** (주위를 살피며) 기존 탐사 기록과 비교했을 때, 균열이 더 커진 것 같군. 지반이 불안정할 수도 있으니, 항상 바닥을 확인해.
**예진:** (태블릿으로 지도를 띄우며) 과거 탐사 지도를 보고 있는데… 여기부터는 미탐사 구역이야, 오빠. 이 표시는… 새로운 통로가 생긴 것 같아.
**[예진이 가리킨 곳은 원래 벽이었을 법한 곳에 새로 뚫린 듯한 좁은 틈새였다. 틈새 너머로는 더 깊은 어둠이 펼쳐져 있다.]**
**상훈:** 젠장,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데. 전력핵은 기존 기록상으로는 3구역 심층에 있어야 했어.
**민준:** (틈새를 자세히 살피며) 이 통로에서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아. 아마도… 우리가 찾던 전력핵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어. 기존 던전의 전력핵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었으니까.
**내레이션 (민준):**
전력핵. 과거 던전의 심장을 이루던 신비한 결정체.
그것이 단순히 셸터를 밝히는 연료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낳고,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목숨 걸고 탐사하며 얻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민준이 손짓하자 상훈이 틈새 안쪽으로 랜턴을 비춘다. 불빛이 닿은 곳은 좁은 통로가 아니라, 갑자기 탁 트인 공간이었다.]**
**상훈:** 이런… 공간 왜곡인가?
**[그들이 틈새를 통과하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의 천장은 아득히 높고, 바닥에는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희귀한 광물들이 띄엄띄엄 박혀 있다. 중앙에는 거대한 석순이 하늘로 솟아 있는데, 그 끝에서 약하게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예진:** 와… 여기 지도에도 없던 곳인데!
**민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너무 아름답군… 너무나도.
**SFX: [파직… 파직… (미약한 전기음)]**
**[그때, 동굴 구석의 광물 무리에서 희미한 전기음이 들려온다. 세 사람은 동시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상훈:** (소총을 겨누며) 저게 뭐지?
**[푸른 광물 더미 사이에서, 기괴한 형태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마치 전기와 돌멩이가 섞인 듯한 모습. 몸체에서 파직거리는 전류가 흐르고, 붉은 눈이 번뜩인다.]**
**몬스터:** [그르르르…]
**예진:** 록-스파크! 위험해, 오빠! 접촉하면 감전될 거야!
**민준:** (단검을 꺼내 들며) 산성 공격이 통했을 텐데… 예진아, 너는 뒤에서 후방 지원! 상훈 형님은 정면에서 어그로 끌어줘!
**상훈:** (크게 소리치며 돌진한다) 젠장,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SFX: [콰앙! (상훈이 록-스파크에게 총을 발사한다)]**
**[상훈의 총탄이 록-스파크의 몸에 박히지만, 전기로 이루어진 몸체는 이내 스스로 복구하는 듯하다. 록-스파크가 맹렬한 기세로 상훈에게 돌진한다.]**
**민준:** (록-스파크의 옆구리를 노려 단검을 던진다) 거기!
**SFX: [쉬이익! (단검이 날아가는 소리)]**
**[민준의 단검이 록-스파크의 몸체에 박히자, 괴물의 일부가 푸른 연기를 내뿜으며 녹아내린다. 록-스파크가 비명을 지르며 민준을 향해 전기를 방출한다.]**
**SFX: [지이이이잉! (전류 방출음)]**
**민준:** (재빨리 몸을 피한다) 위험했군. 예진아, 광물 성분 약점 다시 확인해!
**예진:** (태블릿을 급하게 조작하며) 어… 록-스파크는 특정 주파수 진동에 취약해! 광물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민준:** 주파수…?
**[민준의 눈이 빛나는 석순을 향한다. 석순 끝에서 나오는 빛이 미약한 진동을 일으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민준:** 상훈 형님! 놈을 저 석순 쪽으로 유인해!
**상훈:** (록-스파크와 대치하며) 알았다! 하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위험하다!
**[상훈이 록-스파크를 유인하며 석순 쪽으로 달린다. 록-스파크는 맹렬히 뒤쫓는다. 민준은 기회를 엿본다.]**
**예진:** 오빠, 저 석순에서 나오는 진동이 이 록-스파크의 고유 주파수와 겹치고 있어! 동조를 시작하면…
**[그때, 록-스파크가 석순 가까이 도달한다. 석순에서 나오는 진동이 점차 강해지며, 록-스파크의 몸체에서 흐르던 전류가 불규칙적으로 파직거리기 시작한다.]**
**SFX: [파지지지지직!!! (더욱 격렬해지는 전기음)]**
**민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지금이야! 상훈 형님! 도약!
**[상훈이 록-스파크의 공격을 피해 석순 위로 크게 뛰어오른다. 동시에 록-스파크의 몸에서 거대한 전기장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석순의 진동과 록-스파크의 내부 에너지가 충돌하며 엄청난 섬광을 내뿜는다.]**
**SFX: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
**[동굴 전체가 흔들리고, 푸른 섬광이 사방으로 번진다. 민준은 예진을 끌어안고 몸을 숙인다. 섬광이 걷히자, 록-스파크는 산산조각 난 광물 조각들로 변해 바닥에 흩어져 있다. 석순은 멀쩡하다.]**
**상훈:** (석순 위에서 내려오며) 휴… 제법 화끈했군.
**예진:** (안도의 한숨을 쉰다) 다행이다…
**민준:** (주위를 살피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닐 거야. 이 석순. 평범한 광물이 아니군.
**[민준의 시선이 석순의 꼭대기를 향한다. 그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것이 점차 강렬해지더니, 거대한 에너지 결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그들이 찾아 헤매던, 전력핵의 파편이었다.]**
**민준:** 저게… 전력핵 파편인가. 예상보다 훨씬 거대해.
**내레이션 (민준):**
그 순간, 우리는 희망의 빛을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어둠이 드리워지는 것을 느꼈다.
왜 전력핵이 이곳에 숨겨져 있었을까?
그리고, 이 아름다운 푸른 광물 동굴은…
무엇을 위한 곳일까?
**[그때, 동굴의 가장 깊은 곳, 전력핵 파편이 솟아난 석순 뒤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림자 속에서 붉은 눈동자 두 개가 번뜩인다. 그 크기는 록-스파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SFX: [크르르르르릉… (저음의 울림)]**
**예진:** (숨을 들이쉰다) 저, 저건…
**민준:** (얼굴이 굳어진다) 젠장… 함정이었나.
**[거대한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여러 개의 록-스파크를 억지로 합쳐 놓은 듯한 거대한 괴물이었다. 몸체에는 더욱 강렬한 전류가 흐르고, 마치 심장처럼 푸른 빛을 내는 핵이 박혀 있다.]**
**상훈:** (침을 삼키며) 제기랄… 보스 몬스터인가!
**[괴물이 거대한 팔을 들어 올리자, 동굴 전체가 진동한다. 그들은 거대한 전력핵 파편과, 그 파편을 지키는 듯한 압도적인 괴물 사이에 갇힌다.]**
**민준:** (단검을 고쳐 잡으며)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마지막 패널: 전력핵 파편을 등지고 선 압도적인 보스 몬스터와, 그 앞에서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맞서는 민준, 예진, 상훈의 모습. 거대한 괴물의 붉은 눈빛이 섬뜩하게 빛난다.]**
**내레이션 (민준):**
희망은 언제나 절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법이었다.
우리는 과연 이 어둠을 뚫고,
내일 아침의 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