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틀라스의 유산】 에피소드 1: 심연의 눈동자
**[SCENE 1: 아틀라스 호 함교 – 고요한 심우주]**
**[컷 1]**
(광활하고 고요한 심우주.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아득히 멀리 점점이 박혀 있고,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가스 성운이 배경처럼 멀리서 번져 보인다. 우주선 ‘아틀라스 호’의 함교 내부. 어두운 푸른색 조명 아래, 각종 홀로그램 패널들이 은은하게 반짝인다. 승무원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익숙한 루틴에 따라 임무를 수행 중이다.)
**[내레이션 (강태민):**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는 한 줌의 먼지나 다름없다. 이 망망대해를 헤쳐나가며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숨 막히게 아름답지. 하지만 오늘처럼, 아무런 이벤트도 없는 날은… 솔직히, 좀이 쑤신다. 새로운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고요함이 우리에게 주는 건 평온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샘솟는 탐험의 갈증뿐이다.]
**[컷 2]**
(강태민 함장이 함장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톡 두드린다. 그의 눈은 피곤한 듯 감겨 있지만, 귀는 함교를 채우는 미세한 엔진음과 기계음, 그리고 동료들의 낮은 대화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옆, 항해사 이지은이 홀로그램 지도를 빠르게 넘기며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녀의 손놀림은 정확하고 빠르다.)
**이지은:** 함장님, 예정 경로 이탈 없이 순항 중입니다. 다음 워프 지점까지 12시간 남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엑토르 성계로 진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강태민:** (눈을 감은 채) 그래. 특별한 이상은 없고? 장거리 스캔에 잡히는 특이점도 없고?
**이지은:** 네, 장거리 스캔도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주변에 이렇다 할 항성계나 행성도 없고, 유기 생명체 반응도 없습니다. 코코아라도 한 잔 타다 드릴까요? 각성 효과는 없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은 줄 겁니다.
**강태민:** 됐어. 이대로 아무 일 없이 다음 섹터로 넘어가는 게 최고지. 괜히 어설픈 이벤트에 휘말리는 것보단…
**[컷 3]**
(바로 그 순간, 이지은의 콘솔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삐빅! 삐비비빅!’ 하고 짧게 울린다. 고요했던 함교에 순간적인 긴장감이 감돈다. 이지은의 눈이 순간적으로 크게 뜨인다. 그녀의 얼굴에는 명확한 당혹감이 스친다. 홀로그램 지도가 평소의 푸른색에서 강렬한 주황색으로 번쩍이더니, 특정 좌표에 붉은 점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점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이지은:** 엇, 함장님! 장거리 스캔에… 뭔가 잡혔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강태민:**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킨다. 그의 목소리에는 졸음기가 사라지고 날카로운 긴장감이 깃들어 있다.) 뭐라고? 거리, 형태, 에너지 패턴은? 정확한 데이터는?
**[컷 4]**
(이지은이 당황한 듯 손가락을 홀로그램 패널 위에서 빠르게 움직여 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녀의 미간이 좁아지고, 입술을 꾹 다문다. 화면에는 미지의 물체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들이 파편처럼 떠오른다. 그녀의 얼굴에 점차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포가 서리기 시작한다.)
**이지은:** 거리는… 예상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약 0.5 광년. 순간적으로 나타났어요! 형태는… 판독 불가능! 스캔이 계속 오류를 냅니다! 에너지 패턴도… 비정형입니다! 저희가 아는 어떤 문명의 것과도 일치하지 않아요!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인 것처럼요!
**박준영 (통신 음성):** (함교 뒷편 공학자 자리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 함장님, 준영입니다. 장비에 이상 없습니다. 스캔 결과는 이지은 항해사의 말 그대로입니다. 저 망할 기계가 오류를 내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컷 5]**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미지의 물체가 희미하게 찍힌 이미지가 확대되어 뜬다. 그것은 형태가 불분명하여 마치 거대한 검은 그림자 같기도 하고, 어떤 거대한 기하학적인 문양 같기도 하다. 스크린의 영상은 지직거리고 왜곡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강태민:** (스크린을 노려보며, 턱을 만진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다.) 비정형이라고? 설마… 미발견 문명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주 현상?
**이지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니요, 함장님. 이건… 물질로 된 형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치… 저 물체가 있는 주변의 우주 공간 그 자체가 뒤틀린 것 같습니다. 주변 중력장이 미세하게… 아니,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스캔기가 비명을 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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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아틀라스 호 – 접근과 경악]**
**[컷 1]**
(우주선 ‘아틀라스 호’가 미지의 물체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함교 내부의 조명은 더욱 어두워져 푸른색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긴장감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고조된다. 엔진 소리마저 평소보다 조용하게, 흡사 숨죽인 듯 들린다.)
**강태민:** 전 승무원, 비상 근무 체제! 박준영, 주 엔진 출력 최소화하고 은밀 기동 준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전술 스캔 풀 가동! 함선 에너지 보호막 최대치로 올려! 어쩌면… 미지의 함선일 수도 있다!
**박준영 (통신 음성):**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 알겠습니다, 함장님. 엔진 출력 20%로 낮춥니다. 보호막 가동률 100% 확인! 하지만 저 유물에서 나오는 파동 때문에 보호막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컷 2]**
(이지은이 미지의 물체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분석한다. 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 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그녀의 눈은 스크린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화면에는 물체의 형태가 조금 더 선명하게, 그러나 여전히 불완전하게 잡히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기하학적 형태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지은:** (숨죽인 목소리) 함장님, 물체와의 거리가 0.1 광년으로 좁혀졌습니다. 여전히 판독 불가능… 하지만… 형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저건… 저희가 상상했던 그 어떤 것도 아닙니다!
**강태민:** 어떤 형태지? 정확히 설명해!
**[컷 3]**
(메인 스크린에 나타난 물체의 모습이 한층 더 또렷해진다. 그것은 거대한 검은색 정육면체였다. 매끄럽고 완벽한 표면에는 어떠한 이음새나 문양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별빛을 전부 흡수하는 듯, 존재 자체가 하나의 블랙홀 같았다. 그 압도적인 규모와 완벽한 형상에 함교의 모든 승무원이 경악한다.)
**이지은:** (경악한 얼굴로 숨을 들이쉬며) 저… 저건…! 완벽한… 정육면체입니다! 길이가… 길이가 최소 1000킬로미터는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게…
**강태민:** (말을 잇지 못하고 스크린을 멍하니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는 경외심과 함께 알 수 없는, 깊은 불안감이 스친다. 이런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컷 4]**
(정육면체는 너무나 거대해서, 아틀라스 호가 그 앞에 서면 마치 거대한 빌딩 옆에 놓인 작은 자갈돌처럼 보일 정도다. 주변의 우주 공간이 정육면체 때문에 미세하게 뒤틀려 보이는 듯한 시각 효과가 두드러진다. 별빛마저도 그 존재 앞에서 왜곡되는 것처럼 보인다.)
**박준영 (통신 음성):** 함장님, 준영입니다! 저 물체 주변의 시공간 왜곡이 비정상적입니다. 엔진 출력을 더 낮춰야 합니다. 자칫하면 워프 필드와 함선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대로 접근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강태민:** (단호한 목소리로) 닥치고 계속 접근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간다! 이건… 인류의 역사에 기록될 발견이 될 거야. 이 앞에서 우리가 물러설 수는 없다!
**[컷 5]**
(아틀라스 호가 거대한 정육면체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한다. 정육면체의 표면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너무나 완벽하고 이질적인 모습에 승무원들 모두 숨을 죽인다. 함교는 팽팽한 침묵 속에 잠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레이션 (강태민):**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우주를 탐사하며 수많은 경이와 공포를 마주했다. 광활한 블랙홀 앞에서, 불타는 항성 앞에서, 태고의 성운 앞에서 우리는 항상 경외와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토록 완벽하게 ‘무(無)’에 가까운 존재는 처음이었다. 마치 우주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솟아난 것 같은… 태고적 침묵을 품고 있는, 살아있는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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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미지의 유물 – 깨어남]**
**[컷 1]**
(아틀라스 호의 탐사용 라이트가 거대한 정육면체를 비춘다. 강력한 빛줄기는 정육면체 표면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흡수되는 빛의 잔상만이 홀로그램 스크린에 희미하게 나타날 뿐이다. 그 완벽한 검은색은 모든 것을 삼키는 듯하다.)
**이지은:** 표면 분석 결과… 저희가 가진 어떤 센서로도 물성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검은색이 아니라, 모든 전자기파를 빨아들이는 듯합니다. 마치… 블랙홀의 표면 같습니다.
**강태민:** 생체 반응은? 혹시 잠들어 있는 거대 생명체일 가능성은?
**이지은:** (고개를 젓는다) 없습니다. 완전히… 죽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영(0)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요.
**[컷 2]**
(바로 그 순간, 정육면체의 완벽했던 표면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치 검은 유리에 섬세하게 금이 가듯이, 가느다랗고 불규칙한 빛줄기가 틈새에서 새어 나온다. 그 빛은 우주의 별빛과는 전혀 다른, 알 수 없는 색상이다. 정육면체의 한 귀퉁이에서 시작된 빛은 점점 퍼져나간다.)
**박준영 (통신 음성):** 함장님! 저거… 저게 뭐죠?! 유물에서 반응이 옵니다! 거짓말처럼… 에너지 수치가 급격히 치솟고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0이었던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강태민:** (눈을 가늘게 뜨며 스크린을 응시한다.) 예상보다… 빠르군.
**[컷 3]**
(균열은 순식간에 정육면체 전체로 퍼져 나간다. 검은 표면은 수많은 빛의 선들로 뒤덮이고, 정육면체는 마치 내부에서부터 빛을 발하는 거대한 별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 빛은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하지만, 동시에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함선 전체가 그 빛에 의해 일렁인다.)
**이지은:** (두려움에 떨며,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진다.) 에… 에너지 파동이… 함선 전체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보호막이… 보호막이 버티지 못합니다! 시스템 과부하! 경고! 경고!
**강태민:** (함장석 손잡이를 꽉 잡으며, 이젠 두려움보다 경외심이 앞선다.) 이건… 이건 경고가 아니야. 이건… 깨어나는 소리다. 수억 년의 잠에서… 깨어나는 소리!
**[컷 4]**
(정육면체가 내뿜는 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아틀라스 호의 함교 전체가 하얗게 빛으로 물든다. 승무원들은 눈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인다. 빛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동반한다. 정육면체의 중심부에서 거대한 빛의 파동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에너지를 응축한 거대한 손길처럼 아틀라스 호를 감싼다.)
**박준영 (통신 음성):** 함장님! 함선 전체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엔진 출력이… 제어 불능! 우리가… 유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워프 드라이브가… 역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이지은:** (울부짖듯이) 함장님! 메인 스크린에… 차원문이 열렸습니다! 저건… 저희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미지의 차원문이에요!
**[컷 5]**
(정육면체의 중심에서 빛과 함께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된다. 그 소용돌이는 시공간을 찢어 놓는 듯한 굉음을 내며 아틀라스 호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아틀라스 호는 그 소용돌이 속으로 무력하게 빨려 들어간다. 함교의 모든 스크린이 지지직거리며 일그러지고, 마침내 완전히 암전된다. 강태민 함장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빛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의 이미지. 그리고 그의 얼굴에 번지는… 알 수 없는 미소.)
**강태민:**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마치 새로운 모험을 맞이하듯이) …이게, 시작인가.
**(검은 화면)**
**[다음 에피소드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