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스름이 짙게 깔린 폐허의 도서관, 세라는 낡은 서가 사이에서 숨을 죽였다. 한때 지식의 보고였을 이곳은 이제 뒤틀린 철골과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로 가득한 거대한 무덤에 불과했다. 그녀는 손전등 불빛 아래 먼지 쌓인 서적 더미를 헤치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찾는 것은 오래된 역사 기록이나, 잊힌 약초 조제법 같은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희망. 그 희망이 그녀를 이곳까지 이끌었다.

“크르륵…!”

천장에서 떨어진 작은 돌멩이가 마른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다. 세라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손전등을 끄고 가장 가까운 책장 뒤로 몸을 숨겼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그녀의 거친 숨소리만이 귓가를 울렸다.

곧이어,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작은 발톱들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릭.’ 쥐와 고양이, 박쥐가 기괴하게 뒤섞인 듯한 변이체. 밤의 그림자 속에서 살며 짐승의 시체는 물론 사람까지 습격하는 하찮지만 떼 지으면 무서운 존재들. 그녀는 쉬릭 몇 마리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무리가 자신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껴야 할 총알 대신,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았다. 차가운 강철이 손에 감겼다.

바로 그때, 천장의 부서진 창문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드리워졌다. 쉬릭 무리가 일제히 경계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림자는 멈칫하는 쉬릭들의 머리 위로 맹렬하게 떨어졌다. 콰앙!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쉬릭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형체를 알 수 있는 거대한 실루엣이 순식간에 쉬릭들을 갈가리 찢어놓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세라는 벽 뒤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희미한 윤곽을 잡아냈다. 검은 가죽 같은 피부, 빛을 흡수하는 듯한 짙은 색. 길고 날카로운 팔톱이 휘두를 때마다 쉬릭들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그림자 종족.’ 인간이 ‘괴물’이라 부르며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존재. 그러나 세라에게는… 그는 ‘카이론’이었다.

카이론은 마지막 쉬릭의 목을 부러뜨린 후, 고개를 돌려 세라가 숨어있던 곳을 향했다. 살기 가득하던 그의 붉은 눈은 세라를 발견하자마자 거짓말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왔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세라는 숨을 참고 기다렸다. 그가 완전히 가까이 왔을 때, 그녀는 그의 턱을 감싸는 딱딱한 피부에 손을 얹었다. 차갑고 거칠었지만, 그녀에게는 세상 어떤 감촉보다도 익숙하고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괜찮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지만, 세라에게는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폐허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 야생화처럼, 기적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네, 카이론.”

“위험했어.”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비늘처럼 돋아난 그의 단단한 피부가 그녀의 옷 위로 느껴졌다. 따뜻했다.

“알아. 네가 올 줄 알았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바깥에서 희미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이 근처에서 변이체 흔적 발견됐다고 했지? 제길, 너무 깊이 들어온 거 아니야?”

“보고에 따르면 서쪽에 대규모 둥지가 있다고 했어요. 매복 조심해야 합니다.”

세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인간 정찰대였다. 그것도 꽤 규모가 있는. 그녀는 카이론의 팔을 급히 붙잡았다.

“젠장… 정찰대야.”

카이론의 붉은 눈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이곳은 노출되기 쉬웠다.

“숨어야 해.” 그가 속삭였다.

“어디로?”

그는 세라를 끌어당겨 부서진 철제 캐비닛 뒤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의 몸이 바싹 밀착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옅은 흙냄새와 강철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둠 속에서 그의 심장이 묵직하게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심장도 그 박자에 맞춰 격렬하게 뛰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심장 소리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북소리처럼 공명했다.

정찰대원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손전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부를 비추는 것이 보였다. 철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가 그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쪽은 없어. 그냥 쉬릭들이었나 보네.” 한 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구석구석 확인해봐. 최근에 ‘그림자 종족’이 이쪽까지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림자 종족.’ 그 단어가 칼날처럼 세라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들에게 카이론은 공포의 대상, 섬멸해야 할 괴물이었다.

카이론은 세라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숙여졌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그녀를 감쌌다. 위험에 처할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날카롭고 맹렬하게 타올랐다.

세라는 그의 거친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손가락이 얽혔다.

“무서워, 카이론.” 그녀는 겨우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그의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거의 닿을 듯이 낮게 깔렸다. “늘 그랬잖아.”

그의 말에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폐허 속에서 우연히 만났던 순간, 서로를 경계하며 총을 겨눴던 날들, 그리고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었던 시간들. 인간과 괴물이라는 종족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손을 잡았던 순간. 그것은 이 파괴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살아있게 하는 이유였다. 동시에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가장 위험한 비밀이었다.

한 대원이 그들이 숨어있는 캐비닛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밝은 빛이 잠깐 그들의 은신처를 스쳤다. 세라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카이론은 미동도 없었다. 그의 몸이 그림자와 하나가 된 듯 보였다.

“흐음… 아무것도 없네. 아마도 바람 소리였나 보군.”

대원은 그렇게 말하며 다른 방향으로 불빛을 옮겼다. 세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거의 들킬 뻔했어.”

카이론은 그녀의 뺨을 손으로 감쌌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가자. 다른 길을 찾아야 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세라는 그의 뒤를 쫓았다. 낡은 도서관의 부서진 책장들을 스치고, 무너진 계단을 뛰어넘으며, 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폐허 속을 미끄러져 나갔다. 그들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서로의 온기만이 그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정찰대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세라는 카이론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 세상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였다. 금지된 사랑. 하지만 이 끔찍한 세상에서, 그 금지된 사랑만이 그들을 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들은 오래된 하수구 입구로 향했다. 차갑고 습한 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카이론은 먼저 하수구 안으로 몸을 던졌고, 세라가 그 뒤를 따랐다. 어둠 속,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할 일이 있어.” 세라가 중얼거렸다.

카이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두 사람은 어두운 하수관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함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