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심연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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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배경]**
새벽녘, 안개가 자욱한 깊은 산골짜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거대한 바위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솟아있고, 오랜 세월 풍파를 겪은 노송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눅눅한 땅은 두껍게 쌓인 낙엽과 이끼로 덮여 푹신하다. 골짜기의 가장 깊은 곳, 거대한 절벽 아래, 덩굴과 담쟁이로 뒤덮인 바위들이 마치 산사태라도 난 것처럼 무질서하게 널려 있다. 그 사이를 한 사내와 노인이 조심스럽게 헤쳐 나간다.
**[인물]**
* **단우 (丹雨):** 20대 후반. 낡았지만 단정한 회색 도포를 입고 있다. 한쪽 허리에는 닳아빠진 검집이 찬 검이 매달려 있다. 비록 떠도는 무인처럼 보이나, 눈빛은 예리하고 몸놀림은 민첩하다. 표정은 대체로 무심하지만, 호기심을 숨기지 못할 때가 있다.
* **현노 (玄老):** 60대 후반. 희끗한 수염과 주름진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눈빛은 형형하고 걸음걸이는 노인답지 않게 굳건하다. 낡은 학자복 차림에 한 손에는 지팡이처럼 짚은 묵직한 철편을 들고 있다. 고대 문물과 기록에 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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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단우, 앞서 걷는 현노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살핀다. 그의 시선은 풀 한 포기, 바위 틈새 하나 놓치지 않고 훑어 지나간다. 현노는 한 손에 낡은 두루마리 지도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철편으로 길을 가리키며 나아간다.)**
**단우:** (나지막이) 정말 이 근방이 맞습니까, 현노? 벌써 반나절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 고대 유적이라니, 짐작조차 어렵군요.
**현노:** (걸음을 멈추지 않고) 조급해 마라, 단우. 귀신도 울고 갈 암자라 불리던 이곳이 어찌 쉽게 제 모습을 드러내겠느냐. 이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은 단 한 곳, 바로 이곳이다. 수백 년 전 멸문당한 ‘흑영문(黑影門)’의 마지막 흔적이 잠든 곳.
**(현노는 손에 든 두루마리 지도의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낡고 바랜 종이 위에는 희미한 그림과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단우:** 흑영문이라니… 그저 전설 속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림자처럼 사라졌다던 그 문파가 실제 존재했다는 증거라도 찾으셨습니까?
**현노:** (피식 웃으며) 자고로 전설이란, 한 조각 진실 위에 세워지는 법. 나는 그 ‘한 조각’을 찾아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몇 년 전, 북방 사막의 유목민들에게서 우연히 얻은 이 지도가 그 진실의 시작이었다.
**(현노가 멈춰 서서 절벽 아래 널린 거대한 바위들을 응시한다. 그의 눈빛에 기대와 확신이 교차한다. 단우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 바위를 살핀다.)**
**현노:** (작게 중얼거린다) ‘바위들이 잠든 곳, 그 심장이 열리리라.’… 그래, 분명 이곳이다!
**(현노는 두루마리를 접어 품에 넣고, 거대한 바위 더미 사이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단우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그의 뒤를 따른다.)**
**단우:** (경계하며) 바위들이 잠든 심장이라… 뭔가 수상합니다. 보통의 자연 지형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노는 한 덩이의 거대한 바위 앞에 멈춰 선다. 바위는 주변의 다른 바위들과는 달리 표면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으며, 희미하게 고대 문양이 음각되어 있다. 덩굴과 이끼에 가려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현노:** 찾았다! 보아라, 단우. 이 바위의 문양을. 이것은 흑영문이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할 때 쓰던 고유의 인장이다.
**(현노는 철편으로 바위 표면을 툭툭 두드린다.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현노:** 분명히 인공적으로 덮여진 입구다. 이 근방 어딘가에 장치가 숨겨져 있을 터.
**(단우는 바위 주변을 꼼꼼히 살핀다. 그의 손이 매끄러운 바위 표면을 스치자, 손가락 끝에 미세한 내공을 모아 틈새를 더듬는다. 바위의 틈새를 따라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의 흐름. 그의 눈이 번뜩인다.)**
**단우:** (손을 뻗어 바위 틈새에 박힌 작은 돌기를 잡아당긴다.) 여기, 현노.
**(단우가 돌기를 당기자, 묵직한 마찰음과 함께 바위가 서서히 옆으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뿌리 뽑히는 덩굴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위가 뒤로 물러나며,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어둠의 통로가 드러난다. 통로 안에서는 차갑고 습한 공기가 훅 끼쳐 나온다.)**
**단우:** (차가운 기운에 몸을 움츠리며) 꽤 깊어 보입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현노:** (눈을 빛내며 통로 안을 들여다본다) 불길하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비밀이 잠들어 있다는 증거지. 자, 들어가 보자. 수백 년간 감춰져 있던 흑영문의 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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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배경]**
숨겨진 통로 안. 입구와는 달리 내부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은 높지 않아 답답한 느낌을 주며, 공기는 묵직하고 차갑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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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단우가 먼저 통로 안으로 발을 디딘다. 주변은 암흑천지. 그는 허리춤에서 작은 화접(火摺)을 꺼내 불을 붙인다. 희미한 불빛이 통로의 일부를 밝힌다. 현노가 뒤따라 들어오며 좁은 입구가 다시 묵직하게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콰앙!)**
**현노:** (어둠 속에서 지팡이를 짚으며) 꽤 정교하게 숨겨 두었군. 이 정도 장치라면 보통 무인으로는 찾기도 어렵겠지.
**(화접의 불빛이 통로를 따라 나아간다. 벽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과 기이한 형상의 인물들이 춤추는 듯한 벽화가 희미하게 그려져 있다. 벽화 속 인물들은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길고, 얼굴은 가면을 쓴 것처럼 일그러져 있다.)**
**단우:** (벽화를 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음산하군요. 이 문파는 어둠 속에서 뭘 하던 곳이었습니까?
**현노:** 흑영문은 이름처럼 그림자를 다루는 무공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무공이 아니었지. 그들은 그림자 속에서 생명을 읽어내고, 혼백을 조종하려 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금지된 비술에 손을 댔다는 소문도 무성했어.
**(두 사람이 좁은 통로를 따라 십여 장쯤 걸어갔을 때, 발밑의 돌바닥이 갑자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팟! 단우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단우:** 현노! 조심하십시오!
**(단우가 외침과 동시에 몸을 날려 현노를 옆으로 밀쳐낸다. 동시에 천장에서 묵직한 돌덩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콰르르릉!)**
**현노:** (놀라 나자빠지며) 으악! 낙석 함정인가!
**(단우는 쏟아지는 돌덩이들을 경공으로 피하며, 검을 뽑아 가장 큰 돌덩이를 단숨에 두 조각낸다. 챙강! 돌무더기가 바닥에 흩뿌려지고, 주변에 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단우:** (기침하며) 꽤 거친 환영이로군요. 현노, 괜찮으십니까?
**현노:** (겨우 몸을 일으키며) 허허… 늙은이를 시험하는군. 덕분에 목숨 건졌다, 단우. 고맙다.
**(단우는 바닥에 박힌 돌덩이들을 살핀다. 단순한 돌이 아니라, 날카롭게 다듬어져 사람을 죽일 의도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단우:** 이런 함정은 시작에 불과할 겁니다. 앞으로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단우가 앞서 걸으며 발밑과 주변의 벽을 주시한다. 잠시 후, 통로의 끝에 다다른다. 그들의 앞에는 넓은 원형의 홀이 나타난다.)**
**[배경]**
원형 홀. 천장이 아까보다 훨씬 높아졌고,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기둥이 솟아 있다. 기둥 주변으로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나선형으로 새겨져 있으며, 바닥에는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공기 중에 희미한 기운이 감돌고, 고요함 속에 기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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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화접의 불빛으로는 홀의 전체를 밝히기 어렵다. 단우는 주변을 경계하며 홀 중앙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단우:** 이곳은… 거대한 제단 같군요.
**현노:** (경외로운 표정으로 홀을 둘러본다) 제단이라기보다는… 봉인된 공간에 가깝다. 이 문양들을 보아라. 단순한 장식이 아니야. 전부 강력한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현노는 홀 중앙에 우뚝 솟은 원형 기둥 앞에 선다. 기둥의 표면에는 깊게 파인 홈과 함께,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현노:** (손으로 기둥의 문자를 더듬으며) ‘심연의 그림자를 깨워, 존재를 초월케 하라…’ 흑영문이 추구했던 궁극의 경지인가. 이 기둥… 분명히 어떤 봉인의 핵이다.
**(단우는 기둥의 문자를 따라 시선을 올린다. 기둥의 가장 꼭대기에는 마치 심장처럼 맥동하는 듯한 기운을 뿜어내는 검은 수정 구슬이 박혀 있다. 수정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홀 전체에 기이한 에너지를 퍼뜨린다.)**
**단우:** 저것은… 저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거대한 생명이 숨 쉬는 듯한데요.
**현노:** (눈을 감고 기운을 느낀다) 그래. 이건 단순한 돌이 아니다. 강력한 내공이 응축된 보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흑영문이 자신들의 모든 힘을 봉인해 둔 핵심일 수도 있지.
**(현노가 기둥의 바닥을 살핀다. 바닥에는 홈에 딱 맞춰진 듯한 작은 원형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다.)**
**현노:** (중얼거린다) 봉인을 해제하는 열쇠… 지도의 마지막 부분에 적혀 있던 ‘세 개의 심장’이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나?
**(그때, 홀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웅- 하는 낮은 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고, 기둥의 검은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더욱 강렬해진다. 주변 벽면의 문양들이 섬광처럼 번쩍이며 기이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단우:** (검에 손을 올리고 경계한다) 현노! 뭔가 반응하고 있습니다!
**현노:** (황급히 지도의 남은 부분을 꺼내 들고 확인한다) 아차! 봉인의 기운이 외부의 침입을 감지한 모양이다! 이대로는 위험해! 이곳은 아직 완전한 봉인 해제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홀의 진동이 점점 거세지고, 기둥의 검은 수정에서는 강력한 내공의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벽면의 문양들이 섬뜩한 붉은 빛을 내기 시작하고, 바닥의 문양들에서도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단우:** (몸을 낮추고 현노를 보호하듯 선다) 현노! 이곳에서 잠시 물러나야 합니다! 봉인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현노:** (지도를 움켜쥔 채 비명을 지르듯 외친다) 늦었다, 단우! 봉인의 심장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앙!!! 홀 중앙의 기둥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기운이 솟구쳐 오른다. 홀 전체의 문양들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거대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 빛 속에서 알 수 없는 고대의 속삭임이 울려 퍼지는 듯하다.)**
**(단우와 현노는 그 엄청난 기운에 휘말려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것을 느끼며 시야가 온통 흰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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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