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소녀] EP.1: 심야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
**[장면 전환]**
**#1. 하린의 아파트 복도, 저녁**
**[컷 1]**
어둑어둑해진 아파트 복도.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된 복도 끝, 한 호수의 문이 열린다. 피곤에 절은 얼굴의 박하린(고3)이 교복 차림으로 쭈뼛거리며 들어선다. 가방은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내레이션:** 박하린, 고3. 수능 D-327. 매일 똑같은 회색빛 빌딩 숲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따분하고, 지루하고, 영혼이 갉아 먹히는 기분. 그게 내 일상이었다.
**[컷 2]**
하린이 현관문을 닫자마자 가방을 내팽개치듯 바닥에 던지고, 거실 소파로 직행한다. 소파에 그대로 풀썩 엎어진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하린:** (웅얼거리며) 아, 살았다… 드디어 해방…
**[컷 3]**
하린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냉장고 문을 연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려고 하는데,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열어놨었나?’ 하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닫는다.
**하린:** …내가 열어놨었나? 아님 아빠가? (대수롭지 않게) 뭐, 상관없나.
**#2. 하린의 방, 늦은 밤**
**[컷 4]**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있는 하린.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안경은 코끝까지 흘러내려 있다. 책상 스탠드의 불빛이 미세하게 깜빡거린다.
**하린:** (피곤한 눈을 비비며) 으음? 벌써 전등이 맛이 가나?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수명이라는 게 이렇게 짧았나?
**[컷 5]**
하린이 스탠드를 툭툭 쳐 보는데,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두꺼운 영어 단어장이 아무런 예고 없이 스르륵, 스스로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쿵!’ 하는 소리가 적막한 방에 울린다.
**하린:** …? (움찔하며 눈이 커진다. 놀란 표정) 뭐, 뭐야?
**[컷 6]**
하린이 떨어진 단어장을 집어 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창문은 닫혀 있고, 바람 한 점 없다. 불길한 예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하린:** (작게 중얼거린다) 지진인가? 아니, 이런 흔들림은 아니었는데… 분명히… 옆으로 밀렸어.
**#3. 아침, 부엌**
**[컷 7]**
다음 날 아침, 부엌에서 시리얼을 꺼내려던 하린의 손이 멈춘다. 찬장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그 안에서 냄비 뚜껑 하나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린다.
**하린:**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으아악! 뭐야!
**[컷 8]**
하린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뒤로 주춤거린다. 그녀가 보고 있는 시야에서, 싱크대 위 찬장 문들이 저절로 ‘끼이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더니, 하나둘씩 열리기 시작한다.
**하린:** (패닉에 질려) 미쳤어… 진짜 미쳤어! 어, 어떡해!
**[컷 9]**
하린이 비명을 지르며 부엌에서 뛰쳐나온다. 거실로 향하는데, 거실의 커다란 TV가 저절로 켜지며 ‘치이이익-‘ 하는 지직거리는 소리를 낸다. 화면은 온통 노이즈로 가득하다.
**하린:** (숨 가쁘게, 눈물이 그렁그렁) 귀신인가? 설마… 설마 내가 본 게… 다 진짜였어…?
**#4. 하린의 방, 낮**
**[컷 10]**
대낮임에도 커튼을 모두 쳐 어두컴컴한 방. 하린은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뜩 움츠려 있다. 옆에 놓인 휴대폰에는 친구들의 메시지 알림이 계속 울린다. ‘야, 하린아, 왜 답이 없어?’, ‘괜찮냐?’
**하린 (생각):** 아무한테도 말 못 해… 누가 믿어주겠어? 미쳤다고 하겠지…
**[컷 11]**
하린의 시선이 이불 밖으로 향한다. 방 한편에 놓인 키 큰 책장이 ‘우드드득’ 소리를 내며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 위에 놓여 있던 가족사진 액자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하린:** (이불 속에서 고통스러운 신음) 끄아악! 안 돼! 제발!
**[컷 12]**
방은 이제 난장판이 되어 있다. 책들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고, 깨진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박혀 빛을 반사한다. 알 수 없는 냉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하린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온다.
**하린:** (눈물 고인 채, 흐느끼며) 제발… 제발 그만 해… 내 집이야…
**#5. 침실, 절망과 반격**
**[컷 13]**
방 한쪽 구석, 깨진 액자 너머로 검고 흐릿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로 끔찍한 위압감을 풍긴다.
**음산한 소리 (말풍선 없음, 공간을 울리는 듯한 글씨):** …나가… 나가… 내 것이야…
**[컷 14]**
하린은 침대 헤드에 등지고 앉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림자를 응시하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책상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작은 머리핀에 닿는다. 할머니가 주셨던, 은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머리핀이었다.
**하린 (생각):** …이건… 할머니가 주신… 머리핀…
**[컷 15]**
검은 형체가 ‘후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하린을 향해 돌진한다. 하린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책상 위의 머리핀을 움켜쥔다.
**하린:** (절규) 싫어! 여긴 내 집이야! 감히!
**[컷 16]**
하린의 손에 쥐인 머리핀에서 세상의 모든 빛을 응축한 듯한 강렬한 섬광이 ‘파아앙!’ 하고 터져 나온다. 빛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하린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확장된다.
**내레이션:** 그 순간, 박하린의 손에 쥐인 작은 머리핀에서 세상의 모든 빛을 응축한 듯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컷 17]**
섬광에 맞은 검은 형체가 ‘끄아아아아악!’ 하는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연기처럼 흩어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괴성:** 으아아아아악!
**[컷 18]**
빛이 잦아들자, 하린은 여전히 침대 위에 서 있다. 주변은 난장판이지만, 그녀의 손에 쥐인 머리핀은 아직도 미약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하린의 눈빛은 공포에서 벗어나,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혼란과 동시에 솟아나는 강한 의지로 번뜩인다.
**하린:**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혼란스럽게) …내가… 뭘 한 거지…?
**[컷 19]**
마지막 컷. 어지럽혀진 방과, 홀로 서서 빛나는 머리핀을 든 박하린의 전신 실루엣. 그녀의 평범했던 일상은, 그날 밤 완전히 뒤바뀌었다.
**내레이션:** 평범한 여고생 박하린의 일상은, 그날 밤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에피소드 끝]**
